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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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귀국
피비린내가 가득한 UST연구소, 그 중앙에 한 남자가 손가락이 몇 개 없는 손으로 다른 팔을 붙잡고 서 있다.
두근두근.
한 팔이 미친 듯이 펄떡거리며 붉게 달아올랐다. 남자, 여울은 이 익숙한 기운을 알고 있다.
‘레벨업…….’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주는 것으로 예측되는 마족들을 백여 명이 넘게 잡았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더니, 드디어 장로급 특성자를 잡으며 레벨업이 된 것이다.
그런데 한 부위씩 천천히 레벨동기화를 시켜 줘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온몸에 힘이 넘쳐흐른다. 10레벨이 한계가 아니었나? 11레벨은 바로 올라가나? 그럼 이 팔은?
아니다. 이것은 레벨업으로 얻는 힘과는 다른 부류다. 전체적인 능력 향상이 아닌 한 가지의…… 특성, 근력이다.
그렇게 많은 마족들을 죽이면서도 얻지 못했던 근력 특성을 드디어 얻은 것이다. 1레벨 특성이라고 해도 기본 근력의 1.5배, 이제 자신에게 유일하게 없었던 전투특성이 완벽하게 채워진 것이다.
여울은 어깨를 걷어 숫자를 확인했다.
‘2.’
이제 단 두 명, 여울은 이제 이 숫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은 이상 한국에 머물고 있는 서인교와 바로 자신이다.
이제 마족들은 이 지구에서 멸종했다. 자신의 목적은 달성했다. 어차피 안전을 위한 것이지, 자신을 동생이라고 살갑게 부르며 은서까지 구해 줬던 서인교를 죽이면서까지 그들이 원하는 밤의 왕이 될 생각은 없다.
이제 한국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여울은 주변 연구원들의 시체를 쭈욱 둘러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어 들었다.
“여울입니다, 이진태 씨.”
* * *
-UST연구소는 살인에 미친 한 헌터에 의해 테러를 당하였고, R랭크 헌터 여울에게 제압당했다.’
UST연구소 테러에 관한 첫 기사였다. 연구소의 생존자가 직접 목격을 한 것이다. 그로 인해 여울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마침 연구소장 데이빗은 출장 중이었기에 그는 연구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나라의 지원을 받아 다시 연구소를 일으켰다.
이제 지구에서 최초의 게이트가 열린지는 2년 반, 케라브에서 귀환한 지는 1년이 지났다.
귀환자들로 인해 재앙 이후의 세상은 점점 안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네임드 몬스터들이 차지하여 왕국을 만들고 있는 버려진 도시들도 대형 길드들이 힘을 합쳐 거의 대부분 토벌하여 전체적으로 평화로움을 찾아가고 있었다.
세계 곳곳은 몬스터들로 인해 거의 모든 주요 기관들이 박살 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지만, 몬스터의 몸에서 나오는 마석으로 인해 퇴보가 아닌 5차 산업혁명을 맞이했다.
2년 만에 조금씩 기존 화기와는 차원이 다른 마석 무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 달 이상 배터리 지속이 가능한 휴대전화, 도시 내에서만 가능하지만 마석 충전으로 한 번에 4,0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자동차도 개발되었다.
5레벨 이상의 몬스터들에게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중급 마석으로 만든 총기만 해도 여울의 몸을 쉽게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열 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일반인들도 총기만 들면 헌터만큼의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트가 생기고 3년 만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개월 후에는 세상이 멸망할 만한 게이트가 열린다는데 지금 이 상태를 보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 소녀가 얘기했던 시절은 케라브에서 훈련을 받은 귀환자들이 없었을 때였고, 지금은 다르다.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케라브의 계획은 괘씸했지만 성공한 것이다. 6개월 뒤…… 어쩌면 생각보다 적은 피해로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 * *
촤촤촤촤촤촤악!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눈부실 정도로 터져 나온다. 귀국장 앞에 꽤 많은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자로 보이는 자들이 이백여 명, 그리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한 번씩 마주했던 고위급 공무원들과 헌터 관련 공무원들, 이진태 부장, 그리고 네 명의 경호원들과 안내를 맡았던 김시연도 있었다.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깔릴까 봐 일부러 보라에게 이야기를 하여 은서를 데리고 있으라고 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큰일도 치르시고…… 아무튼, 여울 님은 우리 한국의 자랑입니다.”
이진태가 가까이 다가와 길을 안내했다. 그러자 네 명의 경호원들은 마치 여울의 개인 경호원처럼 자연스레 붙어서는 사방에 자리를 잡고 경호를 하기 시작했다. 민우가 밀착하고는 누가 봐도 오버스럽게 경호를 하며 중얼거렸다.
“스승님이 귀국하시기를 눈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UST에서의 활약은 익히 들었습니다.”
“누가 스승입니까?”
여울의 물음을 빙자한 거부에 반대쪽에 항상 중재를 하던 유일한 홍일점, 민아가 말을 이었다.
“여울 님입니다. 그때 우리가 스승님의 경호를 맡게 된 것은 엄청난 연인, 아니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님의 행보가 어떻게 되든 간에 우리 넷은 따라가고자 합니다.”
자신과는 말도 몇 번 섞어 보지 못한 민아가 이런 성향일 줄은 몰랐다.
“일방적인 행보군요.”
여울은 그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시연도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뒤로 붙어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여긴 통역이 필요 없지 않습니까?”
여울의 물음에 시연은 화들짝 놀라더니 손부채질을 하며 대답했다.
“우, 우리는 팀이니까요.”
“하하…….”
여울은 그렇게 한류 스타 못지않은 대우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도 포민들은 자신에게서 1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으며 밀착 경호를 하였다.
“S랭크로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계 최고의 랭크인 R랭크라는 발표가 났는데요. 전에는 일부러 발표하지 않았던 겁니까?”
“그사이 폭렙업을 하신 겁니까?”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연구소를 습격했던 헌터는 얼마나 강했습니까?”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여울은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10레벨입니다. 습격했던 자도 같았습니다.”
지금은 11레벨이지만 굳이 거기까지 얘기하지 않아도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여울의 대답에 순간 장내가 싸늘해졌다. 그러고는 금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커헉!”
“10, 10레벨이라니.”
“대, 대체 얼마나…….”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어…….”
“습, 습격했던 자도 같다면 숨어 있는 10레벨이 전 세계에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울은 질문을 하는 기자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마지막이었습니다.”
* * *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우를 선두로 민혁, 민수, 민아가 그의 뒤를 따라오며 진지하게 물었다.
“스승님,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신한길드로 가신다면 저희도 당장 사표를 쓰고 그곳에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의 말에 여울은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아섰다. 포민의 눈빛이 반짝이고 진중하다. 진심으로 따르니 더 골치 아프다.
“나는 신한으로 들어갈 생각도, 당신들의 스승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 계십시오. 만약 혼자가 아닌 어딘가로 속하게 된다면…… 말하겠습니다.”
여울의 말에 민우는 감격하여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꼭, 꼭 말씀해 주십시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거둔다는 말이 아닌데도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은 감동의 눈빛을 짓는다.
대체 그들에게 무슨 행동을 했다고 이런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인가? 여울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집 앞에 도착하자 은서와 보라, 그리고 둥둥이 나와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은서가 달려와 확 안겼다.
“아빠아!!”
이제 키가 160은 되는 은서가 사복을 입고 여울에게 안기자 그 모양새가 꽤 위험해 보였다. 보라는 다급히 다가와 은서를 말리며 말했다.
“연인으로 오해받는다. 얼른 내려와.”
여울은 그제야 은서를 내리고는 보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한숨을 내쉴 동안 가만히 있다가 시선을 피했다. 그 행동에서 여울이 느낀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고생했다.”
여울은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보라는 거칠게 그 손을 낚아채어 내리고는 사납게 말했다.
“나는 오빠 딸 아니거든요?”
“하, 그래, 그렇지.”
“그런데…… 여긴 왜, 헉?”
보라는 여울의 왼손을 잡아 가까이 하였다. 그 특성자에게 잘렸던 세 개의 손가락이 아직 완전히 붙지 않아 흉터가 남아 있는 것이다. 11레벨이나 되었지만 여울의 다크니스 큐어는 보라의 홀리네스 큐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여울은 손을 빼고 주먹을 쥐며 그 상처를 가렸다.
“금방 낫는다. 신경 쓰지…….”
“왜! 어디가?! 아빠 봐봐!”
그때 은서가 호들갑을 떨면서 손을 다시 빼앗았다. 보라라면 몰라도 은서에게까지 손을 뿌리칠 수는 없어 그대로 보여 줬다. 손바닥을 활짝 펴니 손가락을 빙 둘러서 흉터가 남은 것이 보였다. 누가 봐도 절단되었던 상처다. 그것도 세 손가락이나.
은서는 입을 쩌억 벌리며 그 고운 미간을 확 찌푸렸다.
“어, 어떡해…… 아빠 손가락 잘렸었어?”
“아냐, 이제 다 나았어. 흉도 금방 사라질 거야.”
그때, 보라가 여울의 손목을 붙잡아 빼지 못하게 하고는 한 손을 그 흉터에 대고 눈을 감았다.
“홀리네스 큐어…….”
여울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의 손에서 따사로운 빛이 새어 나왔다. 그것이 손에 닿자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보라는 무언가 턱 막혀 있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환부를 보니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 이게 왜 이러지?”
지금까지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치료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간절히 치료를 해 주고 싶은데 치료가 안 된 적은 없었다.
여울은 당황하는 보라를 보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내 특성도 느리지만 자연 치유가 있다. 그래서 통하지 않는 것 같군.”
“아, 아…… 그렇구나…….”
“그럼, 아빠 진짜 안 아파? 괜찮아?”
“응, 하나도 안 아파.”
여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둥둥에게 한 걸음 다가가 똑같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말고는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깨도 자신의 눈높이와 비슷했다.
“둥둥도…… 음, 몸이 더 좋아진 것 같군.”
그세 은서가 둥둥 옆에 붙어 서며 자랑하듯이 말했다.
“둥둥 엊그제 레벨업해서 7됐어! 나도 7레벨이고.”
7레벨, 은서는 사기적으로 레벨을 빨리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있다지만 둥둥도 7레벨이라면 이제 S랭크로 올라갈 때가 아닌가 싶다. 애초에 A랭크가 등록한 헌터의 1퍼센트이기에 곧 S랭크의 기준도 올라갈 것 같다.
여울은 반년 만에 집으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담은 욕조 안에 몸을 담갔다.
“하아…….”
몸이 나른해지며 정신은 맑아졌다. 미국으로 가서 지냈던 전쟁 같은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 특성자를 죽이고 나서 레벨업을 했기에 오른팔을 제외하고는 아직 레벨동기화를 시키지 않았다.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힘을 비교해 보면 10레벨 완성은 맞는 듯했다. 전에 10레벨로 레벨업을 했을 때보다는 훨씬 적은 능력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근력 특성을 얻었기 때문에 10레벨 완성 때의 대폭 상승과 비슷한 체감이었다. 이제 천천히 부위별로 레벨동기화를 시키며 은서와 보라, 둥둥과 지연 등 주변 인물들의 레벨업을 적당히 도와서 그날을 대비해야겠다.
어서 그 날이 지나가고 은서와 함께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은서가 좋아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면서 평범하게, 조용히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울은 그날을 꿈꾸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 * *
쏴아아아.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한 치 앞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시침은 2를 가리키고 있어 화창한 대낮이어야 하건만, 어두운 구름들로 인해 초저녁처럼 어둡다.
홀로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길거리는 귀신이 나오는 폐교라도 온 것처럼 을씨년스럽다. 죽창이 꽂히듯이 내려오는 비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파묻었다.
저벅저벅.
여울은 저 멀리서 느릿하게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에 걸음을 멈춰 세웠다.
치직, 치지직. 파지직, 파직.
내리는 비가 합선이라도 된 듯이 그의 몸에 닿기 전에 타 버리며 수증기를 일으킨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주변을 밝히고 있던 가로등이 터져 나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가죽 후드를 뒤집어쓴 그림자 속 그의 얼굴은 검은 핏줄이 반쯤 뒤덮고 있다. 그의 눈은 고장 난 신호등처럼 파랗게 변했다가 다시 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도망…… 도망쳐,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