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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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회자정리
“인교…… 형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푸른 불꽃이 반짝이는 눈빛, 여울은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서인교는 말과는 다르게 갑자기 바닥을 박차며 튀어 왔다.
콰직!!
“크하악!”
그가 디딘 바닥은 포탄이라도 떨어진 듯이 터져 나갔고 그의 몸은 쏜살보다 빠르게 덮쳐 왔다. 그리고 은서를 구해 줬던 그 손이 여울의 얼굴을 덮었다.
여울은 잠시 멈칫하다가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잡은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팔꿈치를 강하게 쳤다. 그러나 거대한 바위처럼 그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여울의 몸이 뒤로 넘어가 바닥에 강하게 내려찍혔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의 눈빛은 지금도 푸른 불꽃이 드렁왔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한다.
그는 한 팔로 여울의 얼굴을 짓누른 채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 제발 피…… 크아!!”
그는 갑자기 맹수처럼 포효를 내지르며 여울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려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울은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아 꺾으며 몸통을 비틀었다. 그의 날카로운 손이 가슴을 찢으며 지나간다. 여울은 그의 엄지를 잡은 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쳐 내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인교 형님! 정신 차리십시오!”
그는 한 손을 머리에 얹고는 비틀거리며 끈적한 침을 질질 흘렸다.
“크흐…… 크으…….”
지금 느껴지는 이 힘은 서인교의 힘이 아니다. 그의 레벨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 9레벨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인 듯했다. 9레벨의 몸을 마족에게 빼앗긴다?
자신이 카르의 힘을 빌려 호첸을 처리했을 때가 9레벨이었다. 카르는 호첸 같은 장로급이 아니었는데도 그의 힘을 아득히 초월했다. 그렇다면 서인교를 먹으려는 마족이 카르급이라고만 해도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도망쳐야 하나? 아니다. 은서의 존재, 자신의 집 위치까지 알고 있는 그가 마족에게 완전히 먹혀 버린다면 가장 위험한 적이 된다.
지금 이 불안정한 때에…… 처리해야 한다.
여울이 오른손에 디카르를 만들며 베아를 허리춤에서 뽑자, 그도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긴 태도를 꺼내어 쥐었다. 그러고는 손잡이를 뒤집어 역날로 도 끝을 여울에게 가리키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여울은 따끔한 감각에 디카르를 역수로 쥐고는 옆구리를 막았다.
콰아앙!!
강력한 충격과 함께 여울의 몸이 옆으로 날아갔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태도를 높이 추켜들고 세로로 그어 오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상대가 되지 않는 힘, 동체시력 특성을 가지고도 쉽게 잡지 못하는 속도, 기술적인 면으로 제압할 수 있는 격이 아니다. 여울은 두 검을 교차시켜 그의 태도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다크니스 버서커.’
콰직!!
베아와 디카르가 부러질 듯이 휘어지며 여울의 몸이 바닥에 다시 내려찍혔다. 숨이 턱 막혀 왔지만 직선으로 찔러 오는 태도 끝을 보며 억지로 몸을 옆으로 굴렀다. 도 끝이 여울의 팔뚝을 스치며 붉은 피가 튀었다.
여울은 누운 채로 그의 발목을 향해 디카르를 휘두르며 베아를 장전하여 그의 몸통을 향해 뻗었다. 둘 다 통하지는 않더라도 잠깐의 틈은 벌 수 있을 것이다.
콱! 콰악!
그는 디카르가 발목에 닿기 직전에 발을 살짝 올리더니 검신을 발로 밟았다. 동시에 베아의 검 끝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베아는 답답하게 터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충격파가 그대로 소멸되었다.
여울은 디카르를 놓고 베아의 손잡이 끝부분을 손바닥으로 쳐 그의 손이라도 베이기를 바라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는 그대로 손을 놓고 고개를 틀어 베아를 피하고는 여울을 바짝 따라왔다.
후웅!
여울의 몸을 두 동강 내려는 태도가 사선으로 그어졌다. 그 순간, 여울은 발끝을 멈춰 다시 뒷걸음질을 쳤다. 여울이 등을 보인 채로 그에게 붙는 모양새다.
촤아악! 푹!
여울의 몸통을 자르려고 휘두른 일도는 오른팔을 잘랐고, 여울은 그에게 등을 바짝 붙인 채로 왼손을 옆구리에 붙여 마녀손톱을 그의 가슴에 깊이 박아 넣었다.
“크흡!”
퍼억!
그가 여울의 등을 발로 차고는 가슴에 박힌 마녀손톱을 쭈욱 빼내어 던졌다.
추륵! 촤아아!
마녀손톱이 빠진 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다. 그는 비틀거리며 한 손으로 그 구멍을 막고는 태도를 비스듬하게 늘어뜨린 채 여울에게 다가왔다.
“크으…… 흐으…….”
그의 눈빛은 이제 완전히 푸른 불꽃으로 휩싸여 이글거리고 있다. 여울은 바닥에 누운 채로 그를 바라보며 하나 남은 손을 그에게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목숨을 구걸하는 듯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도를 하늘 높이 추켜올렸다. 그러고는 여울의 목을 향해 서슴없이 휘둘렀다.
훙! 푸욱!!
여울의 목에 태도가 닿기 직전, 검은 검신이 그의 등을 파고들어 가슴으로 경쾌하게 튀어나왔다. 디카르 회수를 역수로 돌린 것이다. 일반적인 상태라면 절대 먹히지 않았을 한 수였다.
쿠웅!
심장이 완벽하게 뚫린 그의 두 무릎이 바닥에 꿇렸다. 그러고는 그 상태로 몇 번을 비틀거리다가 뒤로 넘어갔다.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점점 푸른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인교 형님, 형님…….”
“큽, 쿨럭!”
인교는 검붉은 피를 한 번 토해 내고는 입을 열었다.
“어,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 이제야…… 가족들을 볼 수 있겠군, 고맙네, 동생…….”
그는 촉촉이 젖은 눈으로 여울의 눈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닫았다. 그의 입가는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
자신의 딸을 구해 줬던 사람의 심장에 자신이 무기를 찔러 넣었다. 그런데 그는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 어떤 승리도 지금처럼 기분이 우울하고 찝찝했던 적은 없다.
여울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처음 만났을 때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서인교는 부산 출생으로 성인이 되어 일본으로 가서 일을 하다가 아내를 얻고, 두 자식을 낳아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가장이었다. 그러나 케라브에 납치되고 일 년 반 만에 돌아왔지만 아내와 자식은 몬스터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전쟁터를 긍긍하며 마족들을 피하고 살다가 결국 지금처럼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가족한테 돌아간다…….
그는 지금까지 본 죽음 중에 가장 기쁜 죽음이었다. 어쩌면 그는 마족에게 먹히든, 먹히지 않았든 자신이 죽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서인교, 기구한 삶이었지만 지금 이 세상에는 흔하디흔한 사연을 가진 남자.
여울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해 주겠다. 서인교라는 남자를, 당신의 인생을…….’
질질질.
여울은 서인교의 시체를 끌고 힘없이 걸어가 자신의 잘린 팔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한 무너진 건물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의 머리를 자신의 다리에 올리고, 한 팔은 절단면에 붙인 상태로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크니스…… 큐어.”
그 순간, 갑자기 세상이 검게 변하였다.
* * *
사아아아.
빗소리와 피비린내가 사라졌다. 녹지 않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며 검은 장막이 거두어졌다.
짙은 푸른색의 돌로 이루어진 높은 천장, 벽면에 길쭉한 창문 옆에 세공사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조각품들이 눈에 띈다. 태양의 빛이 푸르른 창문을 뚫고 안을 은은하게 비춰 준다.
고대의 교회와도 같은 느낌이다.
“여울 님, 어서 오십시오.”
익숙한 목소리. 여울은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는 검은 카펫이 바닥에 길게 깔려 있다. 테두리는 금색으로 수놓아져 있어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양쪽으로는 검은 옷을 두르고 검은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는, 일반인들은 지나가다가는 열 발자국도 못 가 쓰러질 것만 같다.
그 길의 끝에는 카르가 서 있다. 여울은 그를 향해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철컥, 철컥.
여울의 걸음에 따라 양쪽에 나열되어 있던 자들이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한쪽 무릎을 꿇는다. 복종의 의미, 무기의 모양이 익숙하여 후드에 가려진 그들의 얼굴을 보니 모두 익숙한 얼굴이다.
그들은 바로 자신이 죽였던 마족들과 다크니스 특성자들이다. 가장 끝부분에는 호첸과 사 와코가 있고, 그 바로 전에는 서인교와 UST연구소에서 처리했던 사내가 있었다.
서 있는 순서를 보아 죽일 때 당시의 강함보다는 마족의 서열대로인 듯하다.
그들의 수는 총합 107명이었다. 그렇게 많이 죽였던가?
여울이 카르의 바로 한 발자국 앞에 멈춰 섰다. 여울을 바라보는 카르의 그 푸른 눈은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웃는 얼굴이다.
“정말로 해내셨군요, 여울 님.”
여울은 고개를 돌려 죽었던 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여울 님에게 굴복당한 마족들은 영혼이 인간의 몸에 구속됩니다. 인간의 몸을 이용한 죗값이지요. 그들은 다시 죽어야만 완전하게 영혼이 소멸됩니다.”
“나를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말이군.”
“맞습니다.”
“이제 밤의 왕이 된 건가?”
카르는 가슴에 모은 두 손을 공손하게 여울에게 뻗으며 대답했다.
“정확히는 곧 밤의 왕의 능력을 계승받게 됩니다. 지금 상태에서 이계의 능력이 조금 더 생기는 것이지요.”
여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원하던 밤의 왕이 되었다. 기쁜가?”
그는 여울의 눈을 마주 보고는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깊이 끄덕거렸다.
“여울 님의 이름은 137행성은 물론이고 내가 있는 13행성에서도 오랫동안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그동안에 나는 밤을 다스리는 용들의 로드가 됩니다. 수천 년의 숙원을 편법적인 방법이지만 여울 님이 들어준 겁니다. 나는 여울 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줄 마음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라…….”
여울은 고개를 숙이고는 고민했다. 힘이라면 원하지 않더라도 그가 줄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전수해 줄 것이다. 자신이 오래 살아남고 오랫동안 활약을 해야 그도 로드의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으니까. 여울은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케라브.”
그 이름이 나오자 세상의 균형을 맞춘다는 카르가 당황하는 얼굴을 비췄다.
“예?”
“케라브를 만나고 싶다.”
카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분은 과거의 존재입니다. 우리가 삶과 죽음을 관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기억은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기억, 딱히 그를 무조건 만나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단지 그가 겪었던 재앙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그의 기억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여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 기억을 보실 동안 왕의 능력을 계승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르는 두 손을 여울의 머리 위에 얹혔다. 동시에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하얀빛에 휩싸였다가 빠르게 걷히며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콘크리트 건물, 아스팔트 도로, 가로수,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아무리 봐도 지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