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17
117
117. 케라브
케라브는 지구에서 살았던 인간이다. 프랑스 출신의 학자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게이트 너머의 세상, 로디스라는 곳으로 건너가게 된다.
로디스는 지구의 70배 크기로 마물 군단과 인간들이 끊임없이 싸우는 곳이다. 그곳은 지구와 아주 흡사하지만 마군단들에게 밀려 인간들은 숨어 살며 게릴라 전투로 마물들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케라브는 그곳에서 0.1퍼센트의 존재들만 볼 수 있다는 마나를 보게 되고 마법을 배워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용들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반신에 가까운 대마법사가 된다.
그는 우연히 위기에 처한 소녀 비아느를 구해 주고는 그녀도 마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제자로 받아들인다.
케라브의 힘으로 인간들은 조금씩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에 의해 지구로 넘어가는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들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케라브는 그것이 자신이 살던 137행성,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같이 넘어갔다.
게이트가 지구에 처음 나타나고 사람들이 죽고 디스토피아가 되는 광경이 케라브의 눈앞에 펼쳐질 때, 여울은 자신과 은서가 죽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케라브는 동분서주하며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 대었다. 하늘에서 얼음창을 내리게 하고 산을 뒤집으며 지진을 일으켰다.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정말 신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케라브의 힘으로도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3년째 되던 날,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그는 막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컸고 닫히지가 않았다. 케라브는 그것을 인피니티 게이트라고 불렀다.
95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인류는 멸종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몇 날, 몇 달을 돌아다녀도 사람들의 시체만 보였다.
케라브는 선택을 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는 인피니티 게이트를 통해 다시 로디스로 넘어가서 시간 역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케라브 훈련소를 만들고 각성자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강제 소환시킬 마법진과 마나석을 예비해 두었다.
그 후에 제자 비아느에게 기억을 전수시키고, 진원 마나를 소모하여 금지 마법인 시간 역행을 시전함과 동시에 소멸되었다.
시간의 비밀을 아는 인간은 그 소녀, 비아느가 유일한 것이었다. 여울이 졸업했던 케라브 훈련소 안은 로디스라는 세계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이제 알았다.
케라브, 그는 인간의 몸으로 전 세계를 회귀시킨 것이었다.
* * *
번쩍.
여울은 깊은 잠을 잔 듯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앞에는 세상을 물바다로 만들 것 같은 기세의 장대비가 여전히 쏟아져 내리고 있다. 자신의 허벅지에는 서인교의 시신이 머리를 대고 있다. 벌려진 입에 빗물이 넘치고 있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 않다.
여울은 누운 상태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여울의 다섯 손가락이 주욱 늘어나더니 마치 우산처럼 타원형으로 넓게 펼쳐졌다. 그제야 서인교의 시신이 비를 맞지 않게 되었다.
밤의 왕이 되면서 얻은 능력은 세 가지다.
첫째는 케라브의 기억으로 인해 이 세계의 미래와 로디스 세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두 번째는 다크니스 스텐…… 아니, 이제는 디카르라고 부르기로 한 자아가 있는 물질이다. 카르의 지식을 받아들여 이해해 보니 이것은 광물이라기보다는 생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한 물질이었다.
이것은 자신과 의식이 완전히 동화되어 뇌에서 전달한 명령이 손으로 도달하기까지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한 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동안 특성자와 마족들을 잡으며 모은 디카르의 질량은 얇게 피면 가로세로 50미터 정도의 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때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기도 하지만 무기로 형성시켰을 때의 강도는 현존하는 가장 단단한 광물, 블랙 미스릴보다 한 단계 높다.
세 번째는 밤의 왕이 되면서 가장 큰 변화이자 전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검은 기사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죽였던 107명의 다크니스 특성자들로, 전투력은 죽었을 당시의 전투력과 동일하다. 마족의 영혼이 있더라도 그것을 담은 껍데기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힘은 내지 못한다.
그 이상의 힘을 내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여울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 여울이 강해지면 마족을 담은 육신이 강해지고, 마족 본래의 힘은 더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UST를 습격했던 사내처럼 마족에게 먹히지 않은 특성자는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변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은서의 환상처럼 자유자재로 불렀다가 다시 보낼 수 있는데, 한 번 부르면 유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강함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반나절, 강한 놈들은 하루, 호첸과 사 와코는 사흘 동안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마치 휴대전화의 배터리처럼 회복 시간은 불러낸 시간의 세 배만큼 밤의 세계에서 영혼들이 안식을 취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항상 가장 약한 자들을 부르고 호첸과 사 와코는 아껴야겠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스윽.
여울은 상체를 일으키고는 이제 완전히 붙은 오른팔의 검지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검은 가죽옷을 입고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서인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는 생전에 쓰던 것과 동일한 태도가 들려 있었다.
여울은 바닥에 누워 있는 서인교의 시신을 한 번 보았다가 한 손을 휘둘렀다. 휘두름과 동시에 손끝에서 가느다란 실검이 만들어지며 그의 목을 베었다.
서걱.
깔끔하게 잘린 그의 절단면에는 붉은 피 대신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자신의 머리를 찾아 다시 붙이려는 순간, 여울은 두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러고는 양쪽으로 펼쳐 그의 몸을 완전히 찢었다.
촤아아악!
그의 육편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이내 불에 타듯이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아무리 부하로서의 효율이 좋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죽인 서인교의 얼굴을 계속 볼 수는 없던 것이다.
여울은 서인교의 시신을 들어 산의 양지바른 곳에 묻고는 도시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케라브의 기억을 통하여 ‘전’의 미래를 보고는 확고한 목표가 생겼다.
그가 용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도 실패한 이유는 자기 자신만 강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닫히지 않는 인피니티 게이트는 수백 개가 열렸었다.
그래서 그 실책을 정확히 깨닫고 케라브 훈련소를 만들었지만 여울이 보기에는 지금 이 정도 전력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그곳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력한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뱉어 냈다. 라칸의 상위 개체로 보이는 몬스터들도 다수 있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레벨업시켜야 한다. 지금 그 절망적인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다수가 강해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일을 찾아야 한다.
* * *
저벅저벅, 저벅저벅.
수원도시 동쪽 문, 신장이 190이 넘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어깨 위에 진녹색 몬스터 가죽을 가득 메고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그는 바로 여울 전담 채굴꾼 이세진이다. 그의 옆에는 삐쩍 마른 중년인이 검을 돌려 가며 같이 걷고 있다.
그들이 입은 코트는 정부 헌터를 상징하는 짙은 남색의 방어복이었다.
퍽!
성문은 열 명이 한꺼번에 지나가도 될 만큼 넓었는데 한 사내가 굳이 그의 옆으로 바짝 지나가다가 어깨를 강하게 부딪쳤다. 덕분에 가죽이 바닥에 모두 지저분하게 널브러졌다.
이세진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미간을 찌푸리며 뒤돌아서 어깨를 부딪친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턱을 추켜세우며 이죽거렸다.
“뭐, 뭐? 보면 어쩔 건데?”
그 사내의 옆에 있는 여인이 그를 잡아끌며 말렸다.
“왜 그래요, 힘들게 일하고 온 사람들한테.”
사내는 여인의 이끌림에 못이기는 척 뒷걸음질을 치며 중얼거렸다.
“재수 없으니까 그렇지,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내 세금 처먹고 사니까. 아마 내가 내는 세금이 저런 놈들 열 명은 먹여 살릴걸?”
“어머, 정말? 오빠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내?”
“당연하지, 내가 길드에서 받는 월급만 얼만데? D랭크 따위랑 비교가 되겠어? 많이 받아도 문제지.”
여인은 세진의 팔뚝에 붙어 있는 알파벳을 검지로 가리키며 작게 물었다.
“아…… 저기 저게 랭크야?”
“그래, 정부에서 별별 개돼지 같은 헌터들이 몰려드니까 전력 파악 빠르게 하려고 저렇게 만들었다지 아마.”
“아하…….”
세진은 몬스터 가죽을 주워 어깨에 걸치다가 중간에 창피한 듯이 한 손으로 팔뚝을 가렸다.
대형 길드 소속으로 보이는 남녀가 멀어지고, 세진은 투덜거리며 몬스터 가죽을 들고 다시 일어났다.
“어휴, 내가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이걸 왜 한다고 했는지 원…….”
그의 말에 옆에서 그를 돕던 중년인이 말했다.
“네가 그렇게 찬양하는 사람이 하라고 했다며? 내가 보기에 너는 헌터가 천직이야. 그 사람이 잘 본 거지, 나 같은 놈이랑은 다르게 금방 치고 올라갈 거다.”
“됐습니다. 그 사람 얘기는 꺼내지도 마십쇼.”
세진은 여울이 진지하게 헌터로 전향하라고 추천했으니 돌아오면 자신을 키워 줄까 싶어 길드도 안 들어가고 이렇게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왜 이렇게 연락이 안 오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섭섭한 마음만 드는 것이었다.
“큭큭, 또 주둥이 튀어나온 거 봐. 덩치랑 안 어울리게 귀여운 구석이 있어~ 아, 헌터등록소에 측정 기기도 새로 들어왔다는데 너도 재검사나 한번 해 봐. 내가 보기엔, 너 적어도 B랭크는 받을 거 같은데.”
“흠…… 형님도 같이 가실 겁니까?”
“나? 난 토끼 같은 마누라가 기다려서, 어떤 노총각과는 다르게.”
“요즘 세상에 서른셋이면 아직 한창이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쇼.”
“그려~ 고생했어, 퇴근하고 내일 봅세.”
중년인은 손을 흔들며 그와 멀어졌다.
이세진은 그의 말대로 헌터등록소를 찾아가 재검사를 받았다. 일을 하고 와서 지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하여 시험을 치렀다.
세 번째 측정 장치를 나왔을 때, 안내원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32세 이세진, 총점 188점, B랭크입니다.”
세진은 주먹을 꽉 쥐고 아래로 내리며 조용히 좋아했다.
“앗…… 싸!”
월급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D랭크에 대한 창피함도 사라질 것이다. 예전에는 헌터라는 것만으로도 우러러봤는데 이렇게 헌터 세계에 직접 뛰어들고 나니 D랭크 헌터도 창피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세진은 바로 정부가 운영하는 세탁소로 가서 D랭크 오버로크를 없애고 B랭크 오버로크를 박도록 맡겼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에 문자가 울렸다.
띠띠띠띠.
붉은색 문자다. 불안한 마음이 스쳤다. 붉은색은 정부에서만 보낼 수 있는 긴급 문자로 보통 게이트가 열렸을 때나 군대급 몬스터가 벽 밖에서 쳐들어올 때 울린다.
B랭크라고는 하지만 아직 그렇게 큰 규모에 고위험의 전장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세진은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문자를 열어 보았다.
-수원시 헌터 조합장
-내일 낮 12시까지 남쪽 월드컵경기장으로 해당 문자를 받은 헌터 집결. 불이행 시 연봉 5퍼센트 감봉 및 3일 근신 처분.
“후우…….”
일단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일이다. 긴급 문자가 아니라면 스팸이라고 의심될 만한 내용이다. 연봉 감봉에 근신 처분,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그런데, 뭔 일인데 이렇게 불이익이 커?”
다음 날, 이세진은 안도와 함께 의문을 품은 채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헤엑?”
수원도시의 헌터는 총 7532명, 그들 중 3분지 1이 현장에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는 의무적으로 사냥을 나가서 레벨업을 한다. 그리고 한 주마다 업무가 체인지된다.
그런데 그중 절반이 빠진다면? 모든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 수원도시 시민들은 확 줄어든 정부 헌터들을 보고는 불안감에 빠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지금 세진의 눈앞에 남색 방어복을 입은 정부 헌터들이 적어도 3,000명은 모여 있는 것이다.
“뭐야, 대체…….”
다른 헌터들도 영문을 모르는 듯하다.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팔뚝을 보니 C랭크 이상만 모인 것 같았다.
“진짜 이렇게 많은 헌터는 또 처음 보네.”
“어, 저기도 왔네.”
“많이도 모였네. 진짜로 헌터들 다 모이는 거 같은데?”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 난리지?”
헌터들의 불만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세진의 파트너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에 세진의 랭크와 같은 D랭크여서 불리지 않은 것 같다.
잠시 후, 남색 코트가 아닌 남색 수트를 입은 네 명의 남녀가 등장했다. 그러자 많은 헌터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주목되며 수군거렸다.
“와, 저기에 포민 헌터분들도 왔다.”
“포민?”
“왜 그 있잖아, 민우, 민혁, 민수, 민아였던가…… 넷 다 A랭크 헌터인데 고위급 경호원들로 유명해.”
“난 또…… 별거 아니구먼.”
세진도 포민은 알고 있다. 여울의 미국행 때 경호팀으로 갔기 때문에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와…… 저분들도 오고…… 진짜 뭔 일이지?”
포민이 입구에 멈춰 서더니 이쪽을 바라보며 각을 잡았다. 한 손에는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부 헌터 조합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저벅.
그의 등장과 함께 도떼기시장 같던 장내가 순간 적막해졌다. 그의 발소리가 그의 존재감처럼 마치 수십 배는 더 크게 울리는 듯했다.
그의 방어복은 정부 소속을 의미하는 짙은 남색의 코트였다. 그의 팔뚝에는 랭크를 의미하는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지금 이 3,000여 명의 정부 헌터들 중, 그 알파벳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진은 입을 반쯤 벌린 채 그 남자의 어깨에 적힌 알파벳을 읽었다.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