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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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전투 훈련
R랭크 헌터 여울의 등장에 정부 헌터들은 저마다 놀람을 금치 못하며 쑥덕거렸다.
“R랭크…….”
“대박……!”
“여…… 울 님 맞지? 뉴스에서 본 그 얼굴 맞지?”
“맞아…….”
“이거 실화냐, 여울 님이 정부 헌터라니…….”
여울과 나란히 걷는 헌터 조합장은 강단 쪽으로 발끝을 돌렸다.
그런데 여울은 그를 따라가지 않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합장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합장도 그에게 말 한번 붙이기가 힘든 것이다.
여울은 헌터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본 헌터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난리를 떨었다.
“어머, 엄청 젊은데?”
“잘생겼어…….”
“역시, 그냥 걸어도 포스가 있다…….”
여울의 걸음을 어떤 덩치 사내의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전담 채굴꾼이었던 이세진이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자 세진은 당황하며 떨리는 눈으로 여울을 바라봤다.
구멍가게에서야 아는 사람이라며 자랑하고 떠들었지만 이런 곳에서 자신 같은 놈을 아는 체하면 그의 위신이 떨어질 것이다.
그때, 여울이 그의 어깨 위에 손을 턱 올렸다.
“잘했다.”
“크흡…….”
앞뒤 다 자른 그의 말에 세진은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의 설움이 모두 씻기는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로 자신이 모시는 형님이 돌아온 느낌이다.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여울은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드려 주고는 다시 뒤돌아서 강단으로 돌아갔다. 조합장이 먼저 마이크를 들고 그를 소개했다.
“아아, 바쁜 와중에도 연락을 받고 이렇게 모여 주신 헌터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지난밤, 우리 정부 헌터 조합에 큰 경사가 생겼습니다. 다들 이미 예상하시는…… 바로 전 세계 유일한 R랭크 헌터 여울 님이 우리 정부 헌터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와아아아!”
“휘유우!”
“여울! 여울! 여울!”
“진짜 경사다!”
조합장의 말에 많은 헌터들이 환호를 외치며 그를 반겼다. 그가 들어오면 정부 헌터의 위상도 같이 높아진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환호가 잦아들자 조합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오늘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여울 님이 말씀해 주실 겁니다.”
말을 끝내며 조합장이 여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여울은 한 손을 들어 마이크를 거절하고는 정부 헌터들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정부 헌터 전투 훈련 교관으로 부임하게 된 여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입 모양이나 톤을 보면 작게 말하는 것 같은데 경기장 저 끝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저와 함께 네 달간 레벨 업을 위한 합숙 훈련에 들어갑니다. 훈련은 레벨 업이 목적인 만큼 몬스터를 직접 상대하는 실전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네, 네 달?”
“지금 당장?”
“미, 미쳤어…….”
“이렇게 갑자기?”
“헐…….”
“합숙이 뭐 이렇게 길어?”
여울의 폭탄 발언에 헌터들이 그를 앞에 두고는 수군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조합장은 그 모습에 헌터들과 여울을 번갈아 보며 불안감에 떨었다.
그때, 갑자기 장내에 세찬 바람이 불었다. 아니, 그것은 바람이 아니라 기운이었다.
“헙!”
“컥…….”
헌터들은 동시에 가슴이나 목을 움켜쥐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들은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마치 중력을 몇 배로 올린 듯한 압도적인 기운이 누구에게서부터 발생되는 것인지…….
장내는 금세 조용해졌다.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던 여울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나는 네 달 뒤,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을 5레벨로 레벨 업 시킬 것이다. 선택권을 주겠다. 나와 함께 남을 것인지, 이곳을 나갈 것인지……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여울의 말투는 어느새 하대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것을 눈치채거나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헌터들은 그중 몇 명이 한 걸음 두 걸음 소심하게 발을 옮기다가 이내 경기장을 나섰다. 그 수는 총합 서른 명이 넘지 않았다.
방금 전에 여울의 힘을 직접 체험해 봐서인지 헌터들은 그의 눈치를 보며 아주 작게 중얼거리거나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여울은 그들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전투 합숙 훈련을 시작하겠다. 훈련 기간 안전을 책임질 부교관들을 소개하겠다.”
여울이 고개를 돌려 한쪽 문을 쳐다봤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하얀 방어복을 입은 일곱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하품하지 마, 가오 떨어지게…….”
“쉿, 쉿.”
“우와…… 사람 많다!”
원팀은 원팀답게 나오자마자 시끌시끌했다. 그들을 선두로 보라와 둥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한을 대표하여 지원을 나온 것이다.
한지연은 기타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신한에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직책이 되어 지원하지 못했고, 은서와 수언은 다른 토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 바로 훈련을 시작하겠다.”
여울은 바로 강단으로 내려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멀리서 매끈한 몸매의 한 여인이 여울의 뒷모습을 끈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붉은 입술에 짙은 눈 화장이 돋보이는 그녀는 이번에 여울이 합류하는 것을 미리 듣자마자 길드를 그만두고 정부 헌터로 적을 옮긴 진사라였다.
‘저 남자만 내 것으로 만들면…… 모두가 날 우러러볼 거야.’
* * *
여울이 이끄는 정부 헌터 합숙 훈련은 처음부터 실전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대한 길드를 필두로 강력한 헌터를 보유한 대형 길드들이 한국의 웬만한 곳은 벌써 토벌했기 때문에 3,000명이 몰려다니면서 레벨 업을 할 장소는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중국이었다. 인원이 워낙 많아서 차량으로는 이동이 불가하여 식량 보급만 차량으로 하고 걸어서 이동했다.
모두 C랭크 이상이기에 이동 거리는 하루에 150킬로미터 이상이었다.
첫 번째 베이스 캠프인 베이징까지 도착하는 데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은 일전에 몬스터 군단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막아 준 한국을 격하게 환영했다.
여울은 대원들을 랭크별로 조를 나누었다. 집단 생활을 하는 몬스터를 잡을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 10명 이하로 사냥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정부 헌터들은 수원 도시를 수호하기 위한 마음으로 들어온 헌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좋은 길드에 들어가지 못하여 이곳으로 들어온 자들이었다.
그래서 3,000명 중에서 A랭크는 30명도 되지 않았고, B랭크도 500명 내외, 나머지는 C랭크였다.
게이트가 열린 지 2년 반이나 지났는데도 케라브에서 6개월이 지났을 때와 레벨 분포 비율이 비슷한 것이다.
여울은 B랭크 3명, C랭크 7명을 한 조로 총 300개 조를 편성했다.
A랭크 30명은 민첩 특성을 지녔고 리더십이 강한 서한을 조장으로 넣고 대원들이 사냥을 갈 곳을 미리 탐색하고 5레벨 이상의 몬스터들과 네임드들은 정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나머지 원팀의 문솔과 이건수, 담덕과 무영, 그리고 둥둥은 비상시에 바로 달려갈 수 있도록 각 조들 사이사이에 넣어 대기하도록 했다.
여울은 각 조장들에게 직접 권총 모양의 조명탄을 나눠 주며 말했다.
“위험한 상황에는 붉은 조명탄을,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때는 파란색을 쏴 올려라, 가장 가까운 부관들이 가서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다.”
부관들을 지켜보던 한 사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물었다.
“저분들이 해결 못할 상황이면 어떡합니까?”
여울은 고개를 돌려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직접 부관이라고 칭했음에도 저분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을 믿지 못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여울은 다시 시선을 돌려 무영을 보며 말했다.
“무영, 레벨을 말해 줄 수 있나?”
무영은 여울에게 오랜만에 이름이 불려 화들짝 놀랐다가 금세 차분한 어투로 대답했다.
“아, 네 7레벨입니다.”
“우와…….”
“허얼?”
“7, 7레벨이면 S랭크 아닌가?”
“나 7레벨 처음 봐.”
그의 대답에 감탄사가 줄을 이었다. 솔직히 여울도 그의 대답이 의외였다.
알기로는 무영의 레벨 한계치가 5레벨로 들었다. 그렇다면 2레벨이나 오버 레벨이 되었다는 것, 그의 사냥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
여울은 다시 사내를 보며 물었다.
“대답이 되었나?”
사내는 뒤로 한 발 물러서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네, 넵!”
“더 질문 있나?”
그때, 한 여인이 몸을 앞으로 살짝 숙이며 한 손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여울이 턱짓으로 그녀를 가리키자 배시시 웃으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단장님은 솔로이신가요?”
“푸흡.”
“하핫.”
“저 여자 용감하네.”
진사라의 물음에 대원들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몇몇 여인들은 동감하는 듯이 다음 여울의 대답에 집중했다. 여울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솔로?”
그때, 옆에 있던 무영이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아내가 있냐는 물음이에요, 형님.”
무영의 말을 듣고는 여울이 바로 대답했다.
“훈련 이외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 다른 질문은 없나?”
“아이…….”
사라는 여울을 보며 몸을 배배 꼬며 콧소리를 냈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교태다. 여울의 반 발자국 뒤쪽에서 지켜보던 보라가 인상을 확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없으면 바로 출발한다. 조명탄을 아끼지 마라, 그럼 1조부터 출발한다. 출발!”
“출발!”
“출바알!”
복명복창을 하며 날다시피 뛰어가는 대원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안전이 보장된 훈련 겸 사냥에다가 그들의 뒤에는 헌터들이라면 누구든지 우러러보는 R랭크 여울이 있으니 마음이 들뜬 것이다.
직접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만큼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지만 전투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닌 레벨 업이 주목적인 합숙이다.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항상 긴장하고 있으면 지쳐서 나가떨어진다.
여울은 그들의 군기를 굳이 잡지 않고 지켜보았다.
3,000명의 헌터들이 베이징 성 앞마당에서부터 부채꼴로 쫘악 펼쳐져 나갔다. 그 모습과 기세는 가히 장관이었다.
대원들은 하루에 5시간만 수면을 취하고, 식사는 사냥을 나갈 때 나눠 준 전투 식량으로 대신하며 쉬지 않고 사냥을 했다.
식량은 정부의 다른 헌터들에게 지속적으로 조달을 받았다.
C랭크면 아직 3레벨밖에 되지 않았지만 5시간 수면으로 충분할 것이다.
여울이 그 레벨일 때는 상황도 여의치 않았지만 사흘에 한 번, 심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잠을 청할 때도 많았다.
11레벨이 된 지금은 잠시 명상의 시간만 가지면 특별히 수면 시간이 필요치 않을 정도였다. 4개월 안에 이들의 레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이런 무식한 방법밖에는 없다.
* * *
진사라는 며칠 동안 여울의 동향을 살펴보고 분석했다. 그는 붉은 조명탄을 쏴 올리면 가까이 있을 경우에는 직접 왔다.
하지만 자신의 조가 사냥을 가야 할 장소가 정해져 있으니 마음대로 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파란 조명탄을 쐈을 때는 그 옆에 예쁘장한 여자와 함께 온다는 정보를 들었다. 사실인지는 직접 확인해 보면 안다.
“사라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사라는 자신의 옆에 딱 달라붙어 주둥이를 터는 털보 사내를 보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공인의 아내가 되려면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서 별수 있나? 내가 나서야지, 바로 그냥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트롤 네임드의 대가리를 따악!”
사라는 반보 뒤에서 손짓, 발짓을 동원하는 털보 사내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같은 조가 되면서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단순무식한 사내다.
‘그렇게 몸부림 쳐 봐라, 내가 네깟 놈들한테 주나…….’
“캬하악!”
이야기를 듣는 중에 갑자기 수풀을 헤치고 트롤이 튀어나왔다.
미리 눈치챘던 사라는 이때다 싶어 과장되게 뒤로 몸을 날리며 엎어졌다.
“꺄악!”
“사, 사라 씨!”
털보 사내는 트롤을 다른 조원들에게 맡기고 바로 사라에게 달려들었다. 옆으로 넘어져 있는 사라는 매끈한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나가던 한 조원 여인이 중얼거렸다.
“아니, 그러게 누가 사냥하는데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입으래?”
중얼거림이 꽤 컸기에 털보 사내는 그 여인에게 소리쳤다.
“전장에서도 복장은 중요해! 전투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사라는 큰 외침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 그것보다 조장님…… 저, 너무 아파서 그런데 파란 조명탄 좀 쏴 줄래요?”
“파, 파란 조명탄이요?”
털보 사내는 살짝 당황하여 되물었다.
아무리 사라를 걱정해도 지금 이 부상이 조명탄을 쏴 올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민하는 모습에 사라는 남색 코트를 살짝 옆으로 당겨 새하얀 허벅지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아읏…… 아파라…… 저, 계속 아프게 할 거예요?”
“아, 아닙니다! 사라 씨가 아프면 안 되죠!”
털보 사내는 그 모습에 콧바람을 씩씩 내더니 이내 파란 조명탄을 꺼내어 쏴 올렸다.
피잉!
파바바바방!
그 모습에 다른 여자 헌터가 어이없는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조명탄이 터진 지 1분이나 지났을까? 짙은 남색 코트를 입은 여울이 하얀색 코트의 주보라를 안고 바로 앞에 나타났다. 여울은 보라를 내려놓고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
“누가 다쳤지?”
사라는 한 손을 들어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저, 저요…… 여기가…….”
그녀는 검지로 새하얀 발목을 가리키고는 손가락을 거두면서 자연스레 허벅지까지 쓸어 올렸다.
뭇 남성이라면 저절로 눈길이 따라가는 손짓이다.
그 여우 짓을 보던 보라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이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