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23
123
123. 처절하게
“우리도 가자!”
“와아아아!”
대한 길드와 정부 헌터들의 돌격으로 용기를 얻은 길드들은 같이 싸움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력총을 든 군인들은 시민들과 바짝 붙어 헌터들이 놓친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챙! 챙!
힘겹게 몬스터들의 진격을 막아 대등하게 전면전을 펼쳤지만, 끝없이 밀려와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들이 늘어났다.
지연이 상황을 살피고는 진후에게 다가가 외쳤다.
“진후 씨! 사람들이 대부분 대피했어요!”
진후는 방패로 막 이빨을 들이대는 리자드맨의 머리통을 부수고는 크게 대답했다.
“알았다! 모두! 천천히 뒤로 빠져라!”
“천천히 뒤로!”
정부 헌터들을 이끄는 서한이 곧바로 진후와 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조금씩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도 후퇴할 때 빈틈이 생긴다는 것을 아는지 더욱 공격이 맹렬해졌다. 그때에 일곱 개의 검을 운용하는 수언의 힘이 빛을 발했다.
그렇게 뒤로 빠진 헌터들과 군인들은 벽 위로 올라서서 벽을 넘지 못하도록 지키고, 진후와 백일권은 10미터 폭의 북문에 서서 방어했다.
가장 부상자가 많고 지친 대한 길드 대원들은 대부분 뒤로 빠져 상처를 급하게 치료를 받았다.
콰앙, 쾅!
진후의 방패와 검이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으깨고 심장을 꿰었다.
그의 앞에 몬스터들의 시체가 쌓여도 그것들을 끌어내며 다시 덤벼든다. 몬스터들에게는 두려움이 없는 듯했다.
놈들의 수는 줄어들 줄을 몰랐고, 수가 한정적인 사람들은 점점 지치거나 부상당하여 줄어들기 시작했다.
‘원군은…… 기대하기 힘든가?’
다른 단체에서 지원을 온다면 모르겠으나 2차 재앙 때처럼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 거대한 게이트가 생겨났을 가능성이 컸다.
누가 누구를 도울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크흡!”
“으윽!”
몬스터들의 무기에 배가 찔리고, 팔이 잘려 나간다. 벽 위를 지키던 자들은 이제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은서와 수언, 둥둥과 보라, 원팀과 지연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를 뒤집어쓰고 있다. 자잘한 상처들이 보이고 모두 많이 지쳐 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보자’
진후는 앞으로 몇 걸음 더 가서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지금 상황에서 지치지 않고 원기가 충전되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군인들이 시민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대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걸음은 헌터들이 더 빠른듯하니 도주했다가 어딘가로 숨어 들어가서 후일을 도모하면 된다.
“하압!”
쩌저정!
진후의 정면에서 달려오던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그것들을 일권이 조종하는 몬스터들이 무참히 부쉈다.
진후는 다시 힘을 내어 검을 뻗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놈들이 갑자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쿠궁! 쿠궁! 쿠궁!
그러더니 이내 아예 뒤로 돌아 달렸다.
후퇴하는 것이다. 하나, 놈들의 뒤를 쫓을 만한 힘이 남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크흡, 크흐…….”
“후욱, 후욱…….”
지친 헌터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할 말을 잃었다.
후우웅!
불어오는 바람이 피비린내를 흠뻑 담고 있었다.
북문을 기준으로 반경 1킬로미터에 피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사람의 시체와 몬스터들의 시체가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끄으으…….”
“사, 살려 줘…….”
고통에 찬 사람들의 신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끝이 없어 보였던 몬스터들이 갑자기 빠지자 불안한 마음에 침묵이 이어지는 것이다.
보라는 자신의 가슴과 배에 마녀의 손톱 찔러 넣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입가에 피를 계속 흘리면서도 치료를 강행하던 그녀는 결국 네 명째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어, 언니!”
그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은서가 다급히 달려가 그녀를 받쳤다.
옷을 찢어 상처를 대충 감던 일권이 진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글쎄, 만약…….”
그때였다.
진동과 함께 몬스터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을 발견한 헌터 한 명이 벽 위에서 소리쳤다.
“다, 다시 옵니다!”
뒤로 빠져야 하나, 계속 여기를 지켜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금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진후는 방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눈을 가늘게 뜨고는 놈들을 보았다.
가장 앞장선 몬스터가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케라브 최강의 몬스터, 라칸.
속도를 보면 케라브에서 봤던 놈보다 훨씬 빠르고 강해 보이는 놈들이 무려 열댓 마리였다.
저놈들을 기다렸던 것인가?
“젠장…….”
은서가 소환하는 사와코에 맡겨야 하나 생각하는 중에, 또 다른 쪽에서 어떤 여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여, 옆에서도 옵니다!”
“옆?”
“어디라고?!”
벽 위에 있던 헌터들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옆면도 아니고 벽 너머에서 양쪽으로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대피를 하던 시민들이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질러 댔다. 어느새 빙 돌아서 왔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벽을 넘은 것이 분명했다.
양쪽과 정면으로 몬스터들이 나뉘었음에도 그 수가 한 군데에 최소 1만 마리는 넘었다.
이제 뒤쪽밖에 도망칠 곳이 없었다.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헌터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 도망을 쳤다. 이제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인들은 같이 후퇴하며 뒤로 총을 쏴 댔다. 군인들 중에 마력 총기를 가지고 있는 자들은 채 5천이 되지 않는다.
타타다다다다당!
총을 미친 듯이 쏴댔지만 몬스터들은 맞으면서 진격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해일처럼 시민들을 뒤덮었다.
“꺄아아아!”
“크하아악!”
“살려 줘!”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사람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찢겨 날아다닌다. 몬스터들은 마치 양 떼에 뛰어든 늑대 무리 같았다.
은서는 멍하니 뒤에 붉게 물드는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사와코도 소환이 해제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2분의 공백이 찾아왔다. 자기 자신도 8레벨이나 되지만,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사와코를 부리다 보니 그녀가 없으면 무기력감이 찾아왔다.
“지옥이야, 지옥…….”
은서는 싸울 의욕을 잃었다. 아니, 이제 살아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때, 정면에서 덤벼들던 라칸 무리 중에 한 마리가 은서에게 달려들었다.
“은서야!”
저 멀리서 은서를 바라보던 한지연은 앞뒤 돌아보지 않고 그녀에게 뛰어들어 안고 굴렀다.
촤아악!
그 순간, 지연의 등이 라칸의 손톱에 의해 깊게 패였다.
“크흡!”
“지연…… 언니?!”
은서는 그제야 초점이 돌아와 자신을 안고 있는 지연을 바라보았다. 지연은 은서를 내려다보며 느리게 말했다.
“우, 우리 은서…….”
“어, 언니?”
은서는 지연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혈육이어도 쉽지 않은 행동을, 그것도 두 번이나 연속으로…… 평소에 같이 지낼 때는 오히려 자신을 피하고 불편해 하는 눈치였는데, 이렇게 결정적일 때는 언제나 자신을 보고 있고,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지연의 등은 피로 얼룩지고 너덜너덜해졌다. 그녀는 반쯤 감긴 눈으로 말을 이었다.
“미, 미안해…….”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지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언니이!”
은서가 그녀를 안고 소리쳤다. 그 위로 그늘이 생겨났다. 라칸과 몬스터 무리가 둘을 덮친 것이다.
채애앵!
라칸에 의해 나가의 목걸이 보호막이 깨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막아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라칸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은서의 얼굴에 닿았다. 피부가 찢겨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푸욱!
그때, 은서의 얼굴을 파고들던 손톱이 다가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뽑혀 나갔다. 눈앞을 가리던 그림자들도 걷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라칸이 검은색 검에 심장이 꿰뚫려 뒤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은서는 검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콰앙! 콰앙!
수 킬로미터 멀리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가 디딘 땅은 포탄이 떨어진 듯이 터져 나가고, 그의 몸은 미사일처럼 쭉쭉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그를 발견한 정부 헌터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 그분이다…….”
“단장님이다!”
“뭐? 단장님?!”
정부 헌터들이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활기가 차오르며 단장이라는 말을 미친 듯이 외쳐 댔다. 그렇게 난리를 치니 다른 헌터들과 군인, 시민들의 시선도 돌아갔다.
그들도 여울을 알아보았으나 정부 헌터들과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한 명이다. 시민들의 마음에는 R랭크의 여울이 최초 S랭크의 진후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시 희망을 품던 그들의 마음에 절망감이 더욱 깊어졌다.
그때, 여울의 등 뒤에서 백여 개의 검은 그림자가 일어났다.
스으으으으!
그들의 오른손에는 검은 무기가 생겨났다.
검과 대검, 낫, 창…… 무기도 다양했다.
“가라!”
여울의 명에 검은 기사들이 양쪽으로 넓게 퍼져 나가 몬스터들을 덮쳤다.
최소 능력 9레벨, 최대 능력치는 11레벨에 육박하는 그들은 순식간에 수많은 몬스터들을 압박했다.
“저, 저게 뭐야…….”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지……?”
하나같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압도적인 무위를 펼치는 그들을 보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중에서 호첸과 사와코, 리치언과 주인노가 특히 눈에 띄었고, 대검으로 검기를 날리는 마족 왕치학이 단연 돋보였다.
여울은 지연을 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은서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은서야.”
은서의 귓가로 한없이 따뜻한 그 온도의 목소리에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흑, 흐아아앙! 아빠아! 지연 언니가…….”
여울은 바로 손을 뻗어 지연의 목과 손목의 맥을 짚어 보았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다. 출혈도 당장은 심하지는 않다. 강한 쇼크로 인해 기절한 것으로 보였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근처에 기절해 있는 보라가 보였다. 여울은 은서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말고 여기서 기다려, 내 딸.”
“흐응…… 으, 응.”
여울은 보라를 데리고 와서 은서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 언니들은 은서가 지켜 줘, 할 수 있지?”
“응? 응!”
은서는 사와코를 다시 소환할 수 있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은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짓고는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다녀올게.”
여울은 바로 진후와 정부 헌터들이 힘겹게 막고 있는 북문을 향해 달려가며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단숨에 벽 위에 올라선 그는 한 번 더 바닥을 박차고 몬스터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왼손에는 허리춤에서 꺼내 든 베아가 쥐여 있었다. 그것이 하얀빛을 머금으며 바닥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여울을 중심으로 반경 60미터 내에 있던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그대로 비산했다.
진후는 여울의 가공할 능력을 보며 생각했다.
저 검은 케라브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검이다. 저 검만 있었다면 자신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 여울이 양손에 베아와 디카르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가며 안에서 바깥쪽으로 두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검 끝에 닿은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기에 뭐하는 행동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때.
촤좌좌좌좌좌좍!
마치 검이 바람의 칼날을 실은 것처럼 휘둘렀던 방향에 몬스터들의 허리가 잘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검기는 부채꼴 모양으로 거의 50미터를 나아갔다. 공격 한 번에 그렇게 애를 먹었던 몬스터들이 수백 마리씩 쓰러진 것이다.
후웅! 후웅!
그가 다시 몇 번의 도약 후에 다른 곳에 두 검을 휘두른다.
촤좌좌좌좌좍!
또다시 수백 마리가 쓸려 나갔다.
말 그대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여울이다. 두려움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던 몬스터들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아…….”
진후는 이 절망적인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허무해졌다.
그렇게 따라가려고 죽을힘을 다하여 애를 썼지만 결국 여울 앞에서는 초라해지는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