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3
13
13. 귀환
두 달 만의 숙련도 완성이다.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그 경험치 차이가 어마어마한 것 같았다.
그리고 기여도 보상,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자신에게만 수여되는 듯했다.
여울은 고민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보상 수령.”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에 갑자기 은은한 푸른빛이 생성되었다.
동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지름 20센티미터 정도의 푸른빛은 점점 잦아들더니 손바닥 크기의 검은색 가죽 주머니가 나타났다. 빛이 완전히 소멸되자 그 가죽 주머니는 중력에 힘에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여울은 그것을 손으로 받아들어 열어 보았다.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궁금해 하자 김진후가 다가와서 물었다.
“그게 뭡니까?”
여울은 주머니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대답했다.
“음…… 기여도 보상이라는데…….”
“아, 여울 씨가 오우거를 잡는 데 가장 기여를 많이 해서 받은 거군요. 뭐가 들어 있습니까?”
여울은 주머니 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손을 틀어 그에게도 보여 줬다. 진후는 고개를 숙여 살짝 안을 보더니, 금세 관심을 끄고 대원들에게 외쳤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게 모두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희생으로 얻은 승리임을 잊지 맙시다.”
다시금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주머니에 관심이 있던 대원들도 지금 당장은 물어볼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진후는 조금 더 높아진 톤으로 다시 외쳤다.
“자! 이제 부상자들 치료 먼저 하고 전우들 챙겨서 복귀합시다. 지연 씨는 오우거를 관찰해 주세요. 시작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네, 진후 씨.”
진후의 말에 대원들은 다들 일어서서 복귀 준비를 시작했다. 지연은 오우거에게 다가가서 몸에 조심스럽게 손을 댔다. 죽음이 확정된 상태라고 해도 두려움은 남아 있는 것이다.
“관찰.”
특성 시동어를 외치자 지연의 몸속에 있던 어떤 기운이 손을 통해서 오우거에게 옮겨졌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만, 관찰 특성도 많이 사용하면 기력이 빠졌다.
지연은 고개를 들어 오우거 위에 생겨난 글자를 보았다.
-종족 : 오우거
-이름 : 칼론
-레벨 : 3
-특이 사항 : 오우거의 피는 재생력을 높인다.
지금까지 봐 온 몬스터들은 이름이 없었다. 보스급 몬스터들은 이름이 존재하는 듯하다. 지연은 고개를 돌려 진후를 보며 말했다.
“피, 오우거의 피예요! 재생력을 높인다고 해요. 상처 난 곳에 발라 보세요.”
진후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가요? 제가 먼저 발라 보죠.”
진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녹색 피를 손바닥에 묻혀 팔뚝에 긁힌 상처에 발랐다.
그 모습에 지연은 생각했다. 신중할 때는 신중하고, 과감할 때는 이렇게 과감하게 행동하는 결단력이 사람들의 신뢰를 높인다고, 그는 행동 하나하나에 리더의 자격이 보였다.
“엇, 신기하네요.”
상처 부위가 부글부글 끓더니 이내 거품이 사라졌다. 진후는 진녹색 피를 씻어 내고 그곳을 확인했다. 벌어졌던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흉터가 남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진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연과 눈을 마주했다. 같은 감정이었다. 진후는 바로 고개를 돌려 대원들에게 외쳤다.
“외상이 심한 분들은 얼른 이쪽으로 오십시오! 오우거의 피를 담을 수 있는 건 뭐든지 가져오셔서 피를 챙기십시오!”
“오우거의 피를?”
“피를 챙기라고……?”
대원들은 긴가민가하며 오우거의 시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푹
“케켁.”
검 끝이 트롤의 턱을 뚫고 입으로 튀어나왔다. 서한은 거칠게 검을 뽑아내고는 위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해냈나 보군, 대단한 친구들이네.”
쓰러진 트롤의 심장에 검을 꽂아 확인사살을 하는 무영이 말을 보탰다.
“후……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 * *
쓰읍, 후우우!
새하얗고 몽골몽골한 연기가 앞으로 쭉 뻗어 나간다. 이곳에서는 좀처럼 구할 수 없는 한정 식품, 담배였다.
이도원은 손을 뻗어 쩍 벌린 채 죽어 있는 트롤의 입에 재를 털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김진후인가? 제법이군.”
도원은 꽁초를 트롤의 입에 넣고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일어났다.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수십 마리의 트롤 시체가 쌓여 있었다.
* * *
김진후의 베이스 굴 안.
띠링!
[10층 보스를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11층이 개방됩니다.]사람들은 돌연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10층이면…… 진후 님이 토벌대 이끌고 간 곳이잖아?”
“지, 진짜로 잡았어.”
“진후 님이 성공했어!”
“우린 살았다!”
“우와아아아!”
“진후 님이 10층 괴물을 잡았다!”
굴 안의 사람들은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케라브에 들어온 지 100일, 처절한 생존 게임에 웃음을 잃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굳어졌던 얼굴 근육을 풀었다.
* * *
“저기가 11층으로 가는 길인가 봅니다.”
일권은 원래 있던 마법진 옆에 새로 생긴 마법진을 가리켰다. 가운데 문양이 별 모양이 아니라 비대칭 삼각형 두 개가 살짝 겹쳐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후는 마법진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다른 층처럼 물리적인 방법이 아닌, 즉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니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일단 휴식층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같이 올라오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분들 의견 있으십니까?”
“음, 그게 좋겠네요.”
“나는 이 인원으로 바로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저는 진후 님만 따를 겁니다.”
“저도 진후 님을 따라갈 거요.”
극소수가 바로 올라가자고 했지만 대부분 김진후의 의견을 따르거나, 김진후를 따라간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중간중간 여울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후는 여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외쳤다.
“그럼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4조는 부상자가 많으니 5조가 대신 3조와 함께 후방을 맡아 주십시오. 출발하겠습니다!”
“갑시다!”
“출발합시다!”
여울은 부상자와 시체를 끌고 마법진 위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15층에 휴식층이 또 있다는 보장도 없고, 올라갈 때 사람들과 함께하면 잠을 잘 때 조금 더 나으니까 동행을 택했다.
* * *
김진후를 선두로 오우거 토벌대가 5층의 굴에 입장했다.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크게 소리쳤다.
“진후 님이다!”
“토벌대가 왔다!”
“토벌대가 귀환했다!”
“와아아!”
굴에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구로 몰려들어 박수를 치며 토벌대를 환영했다.
감격이라도 한 듯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망울을 적시는 사람, 손이 부러져라 박수를 치는 사람, 가까이 다가와 토벌대들을 안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들을 대신하여 목숨을 바쳐 싸워 준 사람들이니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울은 왠지 이런 환호가 어색하고 미묘한 감정에 걸음을 빨리했다.
진후는 사람들의 환호에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 뒤에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환영을 받아야 마땅한데 왜 그런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터벅, 터벅.
조금 더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풀로 얼굴부터 발끝까지 가린 시체들이 들것에 실려 왔다. 그 수는 13명, 2할이 넘는 인원이 사망한 것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에 굴 내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 한 중년인이 절뚝거리며 다가와 대원 한 명을 잡아 세웠다.
“수원이, 수원이는 어디 있죠?”
대원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얼굴을 피했다. 그 중년인은 천으로 얼굴을 덮은 시체들을 마구 뒤집었다. 그리고 세 번째에서 시간이 멈춘 듯이 정지했다.
“수, 수원아…… 크흑.”
세 달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생사고락을 같이 한 만큼 정도 많이 든 것이다. 같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죄스러운 중년인은 오랫동안 그의 시체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진후는 한쪽 구석에 시체들을 모시도록 지시하고 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숨을 한번 깊이 들이마셨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진중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우리는 목숨을 바쳐 싸우고, 열세 명의 희생을 통해 승리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요구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 외침에는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이게 끝이 아니라 11층이 열렸다는 것은 앞으로도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을 의미한다.
다들 이를 악물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한 번의 큰 승리를 이뤄 냈지만, 이 잔인한 생존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지한 것이다.
진후는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이 크게 손바닥을 두 번 부딪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다들 해산합니다. 원래 있던 굴로 돌아가셔도 좋고, 이곳에 남으셔서 같이 활동하셔도 좋습니다. 언제 11층으로 올라갈지는 주무시고 나서 내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진후가 해산을 외쳤지만, 다시 다른 굴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두 명만이 인사를 건네고 굴 밖으로 나갔고, 나머지는 모두 이곳에 남았다.
여울도 피곤함을 풀기 위해 구석에 가서 누웠다. 바로 잠이 오지 않아 뒤치다꺼리다가 주머니가 생각나서 꺼내 들어 살펴보았다.
‘이딴 게 기여도 보상?’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예 아무것도 주지 말든지, 식량 창고로 써야겠다는 생각에 라브를 하나 집어넣었다.
“음?”
사라졌다, 바로 눈앞에서.
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가죽만 보였다. 여울은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무언가 걸렸다. 그것을 빼내 보니 방금 넣었던 라브가 그대로 나왔다. 라브를 다시 집어넣으니 또 사라졌다.
거꾸로 들고 터니까 라브가 다시 나왔다.
희한한 일이었다.
그때, 근처에서 쭈뼛대고 있는 한지연을 발견했다. 여울은 그녀를 불렀다.
“저기, 잠시.”
지연은 검지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저요? 아 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성큼 다가왔다. 옅은 풀잎 향이 함께 다가왔다. 향수가 있을 리 만무하니 그녀 특유의 체취이리라.
여울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특성이 관찰이라고 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