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30
130
130. 데프 백인대
“좋아, 잘 생각했어. 내가 직접 스카우트하는 건 흔치 않다고. 자, 그럼 마나 측정하러 가 볼까?”
“마나 측정?”
리디는 앞장서서 걸어가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영지군에 들어오면 기본 봉급을 정해야 해. 그러려면 마나를 측정해서 네가 얼마짜리 병사가 되는지 판단해야 하지. 너무 걱정은 하지 마. 그거랑 상관없이 50실버 더 쳐줄게. 어휴 파격 대우다, 진짜. 넌 정말 운 좋았어.”
“그렇군요…….”
여울은 그를 따라 집무실을 나와 맞은편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안은 5평 남짓의 작은 크기의 부동산 느낌이 나는 사무실이었다. 리디가 들어서자 책상에 한쪽 팔을 괴고 졸고 있던 안내원이 벌떡 일어나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대었다.
“로드!”
리디는 한 손을 위아래로 휘적거리며 말했다.
“아아, 됐어. 얘 마나 측정 좀 하게.”
“아, 그렇습니까? 처음 보는데…… 신입입니까?”
안내원은 말을 하며 책상 아래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볼링공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 같은 모양새에 가운데에는 큰 손자국이 나 있었다.
“그렇지 뭐, 너 여기에 손대 봐.”
“예.”
여울은 그 반원형 구슬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안내원이 그 뒤쪽에 네모난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자, 편안히 받아들이면 돼, 신입.”
차가운 기운이 팔에서부터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여울은 언제든지 없앨 수 있는 미약한 기운이기에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시 후, 측정 기계의 네모난 버튼에 로디스 숫자로 17이라는 글씨가 떴다. 안내원은 그것을 보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부장님이 직접 데리고 온 신입치고는 너무 낮은데요?”
“왜, 얼마나 나왔는데?”
안내원은 기계를 돌려 리디에게 보였다. 그는 17이라는 숫자를 확인하고는 확 인상을 찌푸리며 여울을 보았다.
“뭐, 뭐야? 이건 거의 2레벨 수준인데?”
리디는 여울의 옷깃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너, 그때 전장에서 무서워서 도망갔던 거 맞지?”
여울은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문제 있습니까?”
“문제 있지, 그럼! 마나량 17가지고 어디다 써? 오크나 잡을 수…….”
그때 여울이 그의 팔을 치우며 말을 끊었다.
“그럼 아까 한 약속은 어기시는 겁니까?”
“야, 약속을 어긴다니? 그건 아니고……. 에효! 내 주둥이가 망정이지. 마나량부터 측정하고 말하는 건데…… 내 생각이 맞았어. 역시…… 대장 눈이 잘못됐던 거야…….”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집고는 좌절한 듯이 흔들다가 안내원에게 말했다.
“야, 네가 주민증이랑 자대 배치해 줘. 난 간다.”
“아, 예. 알겠습니다.”
여울은 안내원을 통해서 양피지에 자신의 이름과 특정 번호, 영주의 인장이 찍힌 주민증을 만들었다.
그에게 왜 관찰로 능력을 측정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개개인의 특성은 목숨과도 같은 비밀이기에 알아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어 있다고 한다.
공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본인이 원할 때만 극비리에 관찰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모든 업무가 끝난 후, 안내원은 리디의 집무실 바로 옆에 쭉 늘어선 건물 중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숫자 보이지? 가장 끝이 너네 백인대야, 거기 들어가서 오늘 처음 온 신입이라고 하면 알아서 방 배치해 줄 거다.”
“알겠습니다.”
건물의 번호를 보니 1부터 4까지 있었다. 한 건물에 100여 명이 머무는 듯했다. 여울은 바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마치 군대처럼 약 3미터 폭의 복도가 쭉 늘어져 있고 중간중간에 문이 없는 큰 방이 다섯 개 있었다. 한 방당 20명이 생활하는 곳인 듯했다.
방 맞은편 복도 끝에는 약 20센티 높이 정도의 낮은 의자가 주르륵 놓여 있다. 몇 명의 사내들이 그곳에 앉아 자신의 무구를 정비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턱수염이 수북하고 부리부리한 눈을 한 사내가 여울을 보며 말했다.
“뭐야?!”
“신입입니다.”
“신입?”
그는 여울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다시 물었다.
“마나량은.”
“17입니다.”
“에잇, 퉤! 야, 꺼져. 안 받아.”
여울은 허리를 숙여 신발에 묻은 그의 가래침을 손으로 쓱쓱 닦아내고는 다시 허리를 세우고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
“리디 님에게 명 받았습니다.”
그 말에 털보는 인상을 확 찌푸리고는 한 손을 들어 대충 허공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리디 부장이? 이런 썅…… 아무 데나 빈자리 찾아 들어가.”
“네.”
여울은 그의 말대로 복도를 거닐며 방을 훑어보는 중에 뒤에서 털보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겉멋만 잔뜩 든 놈이 들어왔구먼. 짐이 하나 더 늘었네. 제기랄!”
여울은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려보내며 가장 끝 방의 빈자리에 찾아 들어갔다.
예전 군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ㄷ자 구조의 방이었다. 다른 자들은 본체만체하고는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낮은 레벨의 백인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활기가 없는 느낌이다.
여울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초입에서 아까 보았던 주근깨 소년이 자신을 발견하고는 말을 걸어왔다.
“어, 금방 오셨네요?”
여울은 대답 대신 방금 만든 주민증을 보여 주었다. 소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야, 금방 만들었네요? 내가 신고한 거 아닌 건 아시죠?”
“알았다. 이 세계의 역사에 관한 책은 어디 있지?”
“역사요? 여기는 일반 도서관이라서 세밀한 기록은 없을 거예요. 세이에라성의 군 도서관에는 가야 있으려나…… 저기 왼쪽으로 들어가서 끝이요.”
“알겠다.”
여울은 소년의 말에 따라 그곳으로 가서 역사에 관한 책을 찾았다.
케라브의 기억이 세밀하지도 않고, 특히 게이트를 만드는 존재에 관해서는 조그만 힌트도 없었기 때문에 비아느를 찾기 전까지는 직접 이 세계를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 로디스는 세 개의 커다란 대륙으로 나뉘어 있고, 몬스터와 인간의 비율은 8:2로 인간이 현저히 적었다.
몬스터는 두 종류로 나뉜다. 인간처럼 집단을 이루고 왕을 세워 땅을 차지하는 몬스터, 그리고 자유롭게 대지를 거니는 몬스터들이다.
자유 몬스터들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중립으로 살아가지만 몬스터 집단이 레벨업을 목적으로 끊임없이 사냥하고 있다.
동쪽의 프세하 대륙이라는 곳은 자유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자유 몬스터가 거의 대부분이기에 인간이나 몬스터에게도 살기 좋은 땅이라고 불린다.
인간도 두 종류로 나뉘었다.
몬스터 집단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인간들, 그리고 몬스터들에게 복종하여 노예로 살아가는 ‘마인’이라는 인간이다.
지금 이곳은 세잎 대륙이라는 곳으로 마치 세잎클로버처럼 작은 대지를 중심으로 물방울 모양의 땅 세 개가 붙어 있는 대륙이었다.
대륙에는 세 땅을 절반씩 가지고 있는 왕국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나가 여왕 레시아가 지배하는 레시아 왕국이었다.
이 세계에는 몇몇 몬스터 왕이 있는데 북쪽의 가장 넓고 기름진 드비르 대륙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오크 로드 크사카의 크사카 제국이 가장 강대국이다.
이곳은 세잎 대륙의 동쪽 땅 끄트머리에 인간의 왕국 지프센이라는 곳으로 세이에라라는 곳에 포함된 영지였다.
현재 동방의 라칸 바스크라고 불리는 자가 영주라고 했다.
세잎 대륙과 드비르 대륙, 프세하 대륙은 케라브의 기억에도 남아 있다.
그러나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제국이나 왕국 이름은 전혀 달랐다. 케라브가 살아 있을 적과는 역사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보면 단 한 명의 힘으로 역사가 뒤바뀌었다는 것, 새삼스레 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게이트의 수만 해도 백여 개가 넘는데, 대체 어떤 곳에서 게이트를 열고 몬스터들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명령을 받고 움직이듯이 게이트 밖으로 줄지어서 나왔으니 자유 몬스터들은 아닐 것이다.
여울은 일단 나가 여왕의 레이사 왕국, 그곳을 첫 번째 목표로 잡을 생각이었다.
여울은 도서관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밖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 주근깨 소년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문 닫아야 해요. 나도 가서 자야죠.”
“아, 그렇군. 수고했다, 소년.”
“니르윈입니다, 니르윈. 책을 많이 좋아하시는군요.”
“그건 아니다. 그럼.”
“가세요, 아저씨!”
여울은 뒤에서 손을 흔드는 그를 힐끔 보았다가 걸음을 재촉했다.
* * *
숙소로 돌아가니 몇 개의 촛불만 켜져 있고 모두 잠들어 있었다.
가장 끄트머리의 방으로 찾아가는 중에 뒷문이 열리며 아까 보았던 털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신입. 이제 들어오냐?”
“예.”
“그 모자란 실력 메우기 위해 수련이라도 하고 왔나? 땀 냄새가 안 나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니군.”
여울은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는 여울의 뒤통수에 대고 이죽거렸다.
“첫날부터…… 싸가지하고는.”
여울은 자리에 가만히 누워 생각을 정리하다가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다급히 씻고는 방에 각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여울은 그들을 따라서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제 보았던 털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리예프 산맥 동남쪽으로 탐색을 하러 간다. 아픈 사람 있으면 손 들어라.”
그가 이곳의 백인대장인 듯하다. 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털보는 그들의 얼굴을 대충 훑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너넨 빠지고, 제크.”
“옙, 대장.”
그의 말에 여울 바로 옆에 있는 남색 머리의 청년이 잽싸게 한 손을 들며 대답했다.
“거기 신입은 네가 챙겨라, 죽을 거 같을 땐 그냥 버리고.”
“알겠습니다.”
털보가 뒤돌아서 나가자 제크가 바로 옆에 붙으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가 신입? 그 실력에 그 나이 먹고 입대는 왜 신청했대요?”
여울은 가만히 듣다가 살짝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마치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다는 말투, 털보에게 마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다.
여기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별 볼 일 없는 실력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백인대 평균 레벨이 몇이지?”
“3~4레벨이죠, 나는 열아홉이라서 괜찮지만 아저씨는 이제 꿈꿀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신경 쓰지 마라.”
“신경을 어떻게 안 써요. 대장이 시켰는데, 검은 있…… 컥.”
여울은 한 손을 뻗어 그의 아래턱을 잡고 눈앞으로 끌어왔다. 그는 갑작스런 기습에 매우 당황한 얼굴이었다. 여울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경…… 꺼.”
그는 과도하게 눈을 깜빡이며 긍정의 의미를 비추었다. 턱을 놓아주자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면서 눈치를 보았다.
전처럼 쓸데없는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 * *
그때, 복도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데프 백인대!! 마당으로 집결!!”
“집결!!”
데프, 털보의 이름이다.
그의 외침에 방 안에서 각을 잡고 대기를 하고 있던 대원들이 복명복창하며 재빠르게 튀어 나갔다.
백 명이 모두 가죽 갑옷을 차려입고 무기를 들자 제법 기세가 사나웠다.
데프는 찌푸린 얼굴로 그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남쪽으로 걸음을 옮긴 지 반나절, 산길을 걷는 중에 위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날아왔다.
채앵!
데프는 검을 휘둘러 그것을 쳐 냈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조잡한 쇠로 된 손도끼였다. 데프는 날아온 곳을 바라보며 외쳤다.
“젠장, 전투 준비! 트롤 무리다!”
“전투 준비!!”
트롤 무리, 트롤은 웬만한 네임드일지라도 지금 힘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울은 양손에 디카르를 형성시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제크가 눈이 화등잔만 해져서 물었다.
“허업! 뭐예요, 그 검은?”
여울은 무시하며 바닥을 박차고 위로 달려갔다. 그 모습에 데프가 소리쳤다.
“신이입!”
수풀을 가르고 달리며 생각했다. 지금 실력은 감출 만큼 대단한 실력도 아니었다.
오히려 마나 때문에 과소평가된 상태였으니, 실력을 보여 자신에게 알맞은 부대에 배치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독점하는 것이 나았다.
여울은 다시 한 번 손도끼를 던지려는 트롤과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검은색 검이 공간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