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39
139
139. 대련
여울은 손바닥 부분으로 경비병의 턱을 올려 쳤다. 그의 입이 강제로 다물어지며 바닥으로 스르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여울은 그의 머리가 바닥에 닿기 전에 머리채를 잡아 잘 보이지 않는 책장 안쪽으로 던져 넣고는 3층 계단에 발을 디뎠다.
3층에 올라서니 분위기부터 완전히 달랐다. 책장 중간중간에 앉을 수 있는 고급스런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말끔하게 갖춰 입은 하녀들이 돌아다니며 테이블 위에 마실 것과 과일들을 수시로 채워 주고 있다.
그 모습에 대충 느낌이 왔다. 이곳은 귀족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서민들에게는 알려 주고 싶지 않은 고급 정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로디스의 역사라는 책이다. 두께가 한 뼘은 되는 두꺼운 책으로 총 20권으로 되어 있다.
과거부터 현재의 정세에 관해 자세히 나와 있다. 지도 그림으로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고, 몇 년간 살아온 레벨 몇의 네임드가 어떤 총사령관의 지시 아래 몇 날 몇 시에 토벌되었는지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공을 기리며 네임드의 출현 기간 정보를 모으기 위한 것일 터.
자신이 원했던 기록들이기에 여울은 그것들을 빠르게 속독하기 시작했다.
마나 부족으로 인해 신체 능력은 떨어졌어도 기억력은 11레벨과 동일했다.
그는 사진을 찍듯이 빠르게 머릿속에 담으며 책장을 넘겼다.
쿵쿵쿵!
그때, 육중한 발소리가 여울의 귓가를 자극했다. 그는 바로 책을 꽂아 넣으며 은신을 하고 혹시나 모를 관찰 특성자를 대비하여 몸을 뒤쪽으로 숨겼다.
그와 동시에 무장한 열 명의 경비병들이 들이닥쳤다. 3층 입구를 지키던 문지기 경비병이 앞장서고 있었다.
“분명 여기 안에…… 어, 어라?”
문지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4층도 둘러보았다.
“뭐냐, 허위 신고인가?”
“아, 아닙니다. 분명히…… 으…… 그사이 나간 것 같습니다.”
“이런 멍청한…….”
경비조장은 문지기를 질책하다가 멈추고는 3층에서 책을 보던 귀족들에게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그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경비조장은 뒤돌아서 걸음을 옮기며 문지기 경비병에게 손가락질했다.
“네놈, 이따위로 일 처리하면 앞으로 편한 도서관 경비는 못할 줄 알아라.”
“그, 그런…….”
문지기는 울상이 되어 그 자리에 정지 화면처럼 멈춰 서 있었다. 여울은 멀리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이제 해가 저물고 손톱 모양의 달이 떠 있다. 낮에 슈레인과 거닐었던 길거리가 지금은 매우 낯선 모양새를 하고 있다.
여울은 천천히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저택 마당에서 자신의 마나를 관찰하던 여울은 어디를 다녀오는지 밤늦게야 들어오는 리디를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
“도서관 3층은 통제를 하던데 귀족들만 열람이 가능합니까?”
“아 그렇지, 나도 거긴 못 들어가…… 바스크 영주님이랑 동행해야 가능할걸.”
“그렇군요.”
“어쌔신처럼 생겨 가지고 도서관을 좋아하네.”
여울은 그의 농담 반 섞인 말에 조금 뜨끔하였다.
* * *
바스크 영주는 리디와는 달리 외출이 잦은 편은 아니다. 그도 우락부락한 몸과 어울리지 않게 저택 안에서 독서를 즐겨 했다.
여울은 바로 바스크의 서재를 찾아갔다.
똑똑.
“여울입니다.”
“어, 들어와.”
그는 서재 안에서 서서 책들을 고르고 있었다.
“웬일이야?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작자가.”
어느새 그런 이미지가 되어 버린 듯하다. 여울은 그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가며 바로 본론을 꺼냈다.
“중앙 도서관 3층을 출입하고 싶습니다.”
“아? 너 책 좋아하지? 뭘 알고 싶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보면 바스크도 외향적인 모습과는 달리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그는 품을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꺼내어 한 손으로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가지고 가.”
가까이서 보니 매우 귀해 보이는 것이다. 금으로 된 장식품인데 바스크의 가문 마크인 라칸의 손톱이 조각되어 있다.
노리개와 같은 느낌의 휘장이다.
“막 가져가도 되는 겁니까?”
“아니, 빌려주는 거야. 잊어버리지 마라. 나도 그거 없으면 난감할 때가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여기 있는 책들도 마음껏 봐도 돼, 알지?”
“알겠습니다.”
여울은 그의 눈동자를 몇 초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섰다.
바스크, 그는 따져 보면 자신을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거의 수십 년 된 충신처럼 대했다.
‘일단 믿음을 주는 것일지도…….’
비범한 행동을 보이는 그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그 특유의 진지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리디 역시 은근히 정이 들고 있고, 슈레인이라는 여인과의 이색적인 만남도 떠오른다.
이세계의 인간들과도 점점 엮이고 있었다. 금방 떠날 곳인데 마음이 복잡해졌다.
창문 밖은 별이 쏟아질 것처럼 많이 보인다. 여울은 그 수천, 수만 개의 별빛을 바라보며 오늘 읽은 역사서를 떠올렸다.
경비병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반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약 200년 전에는 인간이 가장 강대했다.
적수가 없었기에 그들끼리 경쟁했고 몬스터들은 그저 인간의 사냥감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몬스터들끼리도 종족을 넘어서 뭉치기 시작하더니 인간처럼 아예 왕국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인간들을 치며 모략도 서슴지 않았다.
대략 30년 전의 정보로는 인간들이 모든 대륙에서 구석으로 밀려나 있고 기름진 땅은 몬스터 다섯 왕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이곳 지프센 왕국과 가장 근접해 있는 나가 여왕 레시아의 레시아 왕국, 리치 여왕 베사린의 가브리아 왕국, 뱀파이어 왕 드리카온의 바헬 왕국, 라칸 왕 드비아드의 드비아드 숲, 오크 로드 크사카의 디마제국이다.
그들은 각 대륙의 패자로 근접해 있는 국가들은 지금처럼 그들의 위압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금 여울이 알고 있는 초기 레벨이 가장 높은 이그리트의 왕 고다라는 네임드도 있는데 그는 자신을 따르는 이그리트 몇 마리를 데리고 떠돌이처럼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이렇게 몬스터들은 ‘다섯 왕’이 있는데 그들을 본 사람들은 사람이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설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들로 인해 강대했던 인간들이 모두 구석으로 쫓겨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왕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여울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게이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지구의 동물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종족끼리는 거의 뭉치지 않던 몬스터들, 그들을 한데 뭉치고 통제한 것은 이 다섯 왕이다.
그리고 게이트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들도 누군가의 통제로 인한 움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곳 인간들은 지구의 헌터들보다 레벨 기준이 훨씬 높은데도 그들이 몬스터 왕들에게 ‘절대’라는 명사를 붙이고 있었다. 레벨을 복구해도 넘볼 수 있는 강자들이라는 뜻이다.
여울은 자연스레 지금의 한계보다 더 강해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능성이 희미하지만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마법사.’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대마법사라고 불리던 케라브는 이곳 로디스에서도 1:1로는 적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일은 중앙 도서관 3층으로 가서 마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볼 계획을 세웠다.
진짜 마법사가 쓴 내용이기를 기대하며.
* * *
다음 날, 3층 문지기 경비병은 여울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창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너, 너! 뮤츠! 뮤츠! 경비대 불…….”
그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누군가를 불러 댔다. 여울은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문지기는 무기인 줄 알고 뒷걸음질 치다가 계단에 다리가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 보던 여울은 바스크 가문의 휘장을 꺼내어 눈앞에 보여 주었다.
“이건 대체…… 커헉?!”
문지기는 눈알이 빠질 듯이 크게 뜬 채 그것을 받아 들지도 못하고 두 손으로 받치고는 바라보았다. 분명 저 라칸의 손톱 모양은 왕국 4대 기둥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실력자, 바스크의 가문을 뜻했다.
그것을 들고 온 자가 바스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것을 빌려줬다는 것 자체가 그만한 신용을 받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즉, 문지기는 이제 여울의 손에 목숨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그게, 정말 죄송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쿠웅! 쿵!
문지기는 바로 고쳐 앉아 무릎을 꿇고는 바닥에 이마를 계속해서 찧었다. 여울은 그의 이마를 손바닥을 잡아 멈춰 세우며 말했다.
“시끄럽다.”
“죄, 죄송합니다!”
여울은 그의 귀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머리를 들어 올려 얼굴을 가까이하며 작게 속삭였다.
“네 죄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 죄를 씻을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을 알려 주지.”
여울은 바스크 가문의 휘장을 눈앞에 흔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가 이걸 거추장스럽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지?”
문지기는 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채고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렸다.
“무, 물론입니다! 제가 아닌 다른 문지기들에게도 모두 얘기해서 불편함 없게 해 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수고하도록.”
여울은 그의 어깨를 두 번 툭툭 치고는 3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여울은 역사책의 나머지 반을 다 읽고 마나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확실히 일반 서민들에게 공개되어 있는 마나 이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마법사가 쓴 것임은 확실한데 아무리 읽어도 잘 모르겠다.
알 듯 말 듯 이해할 수 없는 말투성이였다. 핵심을 정리해 보자면 마나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데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마나를 볼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실해지면 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구절을 계속해서 머릿속에 되새기다 보면 마나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날의 독서를 접었다.
* * *
그렇게 도서관 3층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5일이 지나 내기 대련을 하는 날이 도래했다.
아침 일찍부터 이미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구경꾼들이 만든 인간 바리게이트 안쪽에는 열댓 명의 사람들이 사회자에게 가까이 붙어 어떤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자, 오늘 처음 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릴게요. 도전자와 방어자가 있어요. 도전자는 이기면 판돈의 10프로, 방어자는 이기면 판돈의 15프로를 가져가요. 그렇다고 방어자가 아무나 되는 건 아니에요. 방어자를 하고 싶다고 선포하고, 도전자들에게 지목받아서 3연승을 해야 자격이 주어져요. 지목해서 싸우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도전자만 하면 되는 거고, 다들 이해했죠?”
“예.”
“거참, 복잡하군.”
“대충…….”
사회자는 선수들의 등을 몇 번 두드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우리 귀한 손님들이 기다리니까 빨리 시작해 볼까요? 방어자 하고 싶으신 분들은 왼쪽으로, 도전자는 오른쪽으로 옮겨 주세요.”
그의 말에 세 명의 사내가 방어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나머지는 열두 명은 도전자 쪽으로 갔다.
방어자 쪽에는 전에 보았던 긴 얼굴의 추켜 올라간 눈을 가진 미드예르의 신창 칼라스와 그의 상대였던 네모진 턱에 험악한 인상의 빌레드, 그리고 양쪽 주먹에 너클을 끼고 팔뚝에는 철판을 두른 처음 보는 사내가 있었다.
사회자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출신을 물어보고는 날이 뭉툭한 무기들을 한곳에 세팅해 놓고 구경꾼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자, 살 떨리게 재미있는 구경거리 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