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40
140
140. 3골드
사회자는 관중들을 향해 한 손을 높이 뻗으며 외쳤다.
“오늘의 방어자는 지난 회의 챔피언! 미드예르의 신창 칼라스!”
“와아아아! 칼라스 칼라스!”
“신들린 창술 또 보고 싶다!”
“그와 막상막하를 이루었던 날카로운 검술의 빌레드!”
“우우! 그냥 도전자로 나오지 왜 또 방어자냐.”
“그리고 견습 방어자! 주먹으로 미노타우로스도 때려잡는다! 투신 모리드!”
“너클을 쓰는 사람도 있네.”
“저건 그냥 쓰게 두려나? 날을 죽인 무기도 없잖아.”
사회자는 관중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 말을 이었다.
“너클은 대체 무기가 없으므로 그곳에 헝겊을 두르고 싸울 겁니다. 도전자는 방어자를 지목해 주십시오!”
도전자들은 다섯 명은 모리드, 두 명은 빌레드, 나머지 다섯 명은 챔피언인 칼라스를 지목했다.
판돈이 큰 판일수록 이기면 얻는 금액도 많고 자신의 주가도 많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련은 모리드의 방어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가벼운 몸놀림과 초근접전으로 도전자들을 가볍게 꺾고 3연승을 차지하여 방어자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방어자들은 괜히 방어자가 아니었다.
두 명의 지목을 받은 빌레드와 신창 칼라스 역시 모든 도전자들을 꺾어 챔피언의 위엄을 다시 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선수들이 모두 떨어진 후, 대련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즉석해서 도전자를 받는 시간이 왔다. 그 이후 해가 질 때쯤에 방어자들끼리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련을 해서 챔피언을 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칼라스에게만 두 명의 도전자가 즉석으로 더 도전했고, 그들을 가볍게 꺾으며 그는 7연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전적을 거머쥐게 되었다.
사회자는 칼라스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도전자를 받습니다! 무패 연승의 신창 칼라스를 멋지게 꺾을 용사를 구합니다!”
“저 사람을 어떻게 꺾어…….”
“와, 몇 레벨인 거지, 대체.”
“칼라스! 연승 행진 이어 가라!”
장내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아무도 도전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여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었다. 사회자는 그를 가리키며 냉큼 소리쳤다.
“오오 드디어 용기 있는 도전자가 나왔습니다!”
여울은 고개를 저으며 검지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아니, 저 사람에게 도전하겠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모리드에게 향해 있었다.
“에이…….”
“우우-.”
“근데 저 너클도 아직까지는 불패 아니야?”
“그래 봤자 칼라스한테 안 되잖아, 겁쟁이인 거 보니까 시시하겠네.”
사람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컸다.
지금 이 상황에는 사람들의 심리가 두 개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연승을 이어 가며 자신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 주는 칼라스의 불패, 그리고 어마어마한 역배율로 그를 꺾어 줄 역전의 용사, 그러나 둘 다 아닌 장면이니 실망감이 따라온 것이다.
사회자는 여울의 이름과 출신, 지금 쓸 무기를 물어보고는 둘 사이에 서서 외쳤다.
“자, 가세브의 권왕 여울 대 너클 투신 모리드의 경기를 곧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베팅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가 사람들을 돌며 돈을 받고 구리 동전이 달린 끈을 건넸다.
그 끈 하나가 10실버로 교환이 가능했다. 칼라스의 연승으로 달궈졌던 분위기가 내려앉았는지 이쪽도 저쪽도 베팅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베팅하는 사람들은 열에 열 전부 모리드에게 베팅했다.
더 이상 베팅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이자 사회자가 둘 사이로 다시 다가와서 말했다.
“죽이는 거 당연히 안 되고, 불구로 만드는 것도 일부러 그랬다는 판정이 나면 앞으로 대련은 못하게 될 겁니다. 그 외에 다른 규칙은 없고요. 질문 있으십니까?”
“없다.”
“빨리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자! 가세브의 권왕 여울 대 너클 투신 모리드!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외침과 함께 여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두 주먹을 들었다.
권투 자세였다.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이 권투를 알 리가 없었다.
여울의 자세를 보고 한껏 인상을 찌푸린 모리드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후웅!
헝겊이 너클의 뾰족한 부분만 빼놓고 감싸고 있어 살상력은 그대로였다.
여울은 자신의 얼굴을 함몰시키기 위해 뻗어 오는 너클을 보고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피하며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으득!
“큽.”
가볍게 쳤지만, 갈비뼈에 금이 가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 왔다. 그는 이를 악물며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탁! 타닥, 탁!
여울은 뒤로 물러서며 그의 손등을 손바닥으로 쳐 냈다. 이 정도 주먹을 섞었으면 된다.
기대가 될 정도로 강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을 정도로, 여울은 몸을 틀어 그의 너클을 옆으로 흘리며 이번에는 왼쪽 옆구리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쾅!
이번에는 좀 아플 거다. 그의 몸이 비틀거리며 한 손으로 옆구리를 감쌌다. 여울은 반걸음 더 들어가 손바닥으로 그의 턱을 올려 쳤다.
콰앙!
그의 몸이 3센티미터쯤 떴다가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눈알은 흰자만 보이고 입은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들시들했던 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런 젠장.”
“오오!”
“와아아!”
“여울! 여울!”
“꽤 하는데? 그것도 맨손으로.”
모리드에게 판돈을 건 사람들이 많은데도 여울의 승리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승패를 제대로 점칠 수 없는 만큼 판돈을 적게 걸었으니 잃은 돈에 대한 아픔이 적은 것이다.
그저 새로운 루키의 등장에 호기심이 더할 뿐이다.
사회자는 모리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여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오오! 깔끔한 기절! 가세브의 권왕 여울 승!”
“와아아아!”
“멋있었다!”
“기대된다!”
“칼라스랑 붙어라!”
사회자는 규정대로 판돈의 10프로를 여울에게 건넸다. 사회자는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1프로를 먹었다. 그리고 남은 돈은 구리 동전이 걸린 검은 줄을 산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
여울은 200실버를 받았다. 원화로 따지면 대략 200만원, 작은 판이라고 생각했는데도 꽤 짭짤한 수익.
여울에게 베팅을 했다는 것을 뜻하는 검은 줄을 산 사람은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으흐흐! 12배다, 12배.”
“아…… 좀 더 걸걸, 아깝다.”
“생각지도 못한 거에서 얻네, 버린 셈 치고 걸었는데.”
여울은 자신의 승리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사회자의 물음에 다시 검지를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이번에는 검을 든 전사, 빌레드였다.
“이건 뭔가요! 한 명씩 차근차근 깨겠다는 건가요?! 가세브의 권왕 여울! 날카로운 검술의 소유자 빌레드를 지목했습니다!”
전판은 쉬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다들 소량이라도 돈을 걸기 시작했다. 여울과 빌레드의 베팅 비율은 7대 3이었다.
맨손으로 너클은 상대했을지라도 검을 든 빌레드를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이다.
비율이야 베팅을 하는 관중들에게만 중요할 뿐, 선수에게는 판돈만 많이 걸리는 것이 이득이다.
여울은 판돈을 높이기 위해 계획대로 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자, 갑작스레 나타난 신성 권왕 여울 덕분에 장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권왕 여울 대 날카로운 검 빌레드! 시작합니다!”
빌레드는 지목을 받은 이후부터 똥이라도 씹은 표정이다.
‘주먹 조금 쓴다고 감히 검사한테 덤벼?’
그는 지목당한 것 자체에 모멸감을 느꼈다. 사회자의 시작 소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가공할 속도로 튀어 오며 검을 앞으로 쭈욱 뻗었다.
촤악!
여울은 오른발만 뒤로 빼며 몸을 틀어 그의 검을 피했다.
뒷걸음질을 치지 않으니 달려오던 빌레드의 몸이 순식간에 가까이 붙었다. 그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과 맨손의 대결에서 검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거리다.
한데, 검의 유리한 점을 순식간에 잃은 것이다. 그러나 여울은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밀치며 다시 거리를 벌리게 해 줬다.
“이익.”
봐준 게 명백한 그 행동에 빌레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더니 흥분한 상태로 검을 거칠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저 검에 맞으면 그와 비슷한 레벨의 소유자도 중상을 면치 못하리라.
훅! 훅! 휙!
여울은 그의 검이 찌르면 몸을 비틀고, 휘두르면 몸을 낮추거나 발을 바꾸며 현재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신창 칼라스의 눈빛이 점점 변해 갔다.
여울과 빌레드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읽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빌레드 본인은 이성을 잃어 판단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기에 관중들 대부분은 자신이 산 구리동전을 한 손에 꽈악 쥐고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이 정도면 됐다.’
여울은 오른발을 앞으로 옮기며 찔러 오는 빌레드의 검신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어엇.”
“헙!”
누가 봐도 위험한 수였다. 아무리 날이 뭉툭하다고 해도 뼈가 부러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여울의 손이 교묘하게 검신을 타고 내려가 검을 쥐고 있는 빌레드의 엄지손가락을 잡아채 손목이 닿을 정도로 꺾었다.
우득!
“크하악!”
그 후에 여울은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한 번 더 밀었다.
그러고는 검을 놓친 채 비정상적으로 꺾인 엄지손가락을 부여잡고 있는 빌레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손으로 검을 잡을 텐가?”
빌레드는 전투 중에 머리만 차갑게 가라앉힌다면 칼라스도 이길 수 있는 실력자였지만, 워낙 불 같은 성격에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을 스스로 알아채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충격 요법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선택은 그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졌소!”
빌레드는 오른발로 바닥을 한 번 구르고는 항복을 선언했다.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왼손으로 다시 검을 잡고 덤비려고 했다면 두 손을 모두 불구로 만들 생각이었다.
빌레드의 항복 선언에 사회자가 다급히 나와 손을 들어 올렸다.
“가, 가세브의 권왕 여울 승!”
“와아아아!”
“여울! 멋지다!”
“권왕! 권왕!”
이번에는 정산금으로 800실버를 받았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판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얼굴이라도 가리고 출전할 걸 그랬나? 조금 부담스럽다.
여울은 마지막 상대를 지목했다.
“우리들의 신성 권왕 여울! 그의 마지막 상대는 챔피언이자 신창 칼라스!”
“와아아아아아!”
“이걸 보고 싶었다!”
“기대된다!”
“신창! 신창!”
이미 7연승을 기록한 챔피언답게 함성 소리도 급이 달랐다.
이미 팬층도 생겨난 듯하다. 그러나 정작 칼라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맴돌았다.
여울과 칼라스, 둘이 마주하고 있는 동안에 베팅이 시작되었다.
이번이 가장 재미있는 판이라고 생각한 관중들은 너도나도 돈을 걸었다.
원래부터 항상 베팅을 하던 사람들은 더 큰 금액을 걸었다.
“오오!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상한 금액까지 베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걸고 싶으셔도 못 걸어요!”
사회자의 발표에 이미 많은 줄을 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암표처럼 더 비싼 금액에 파는 사람들도 나왔다.
“자, 모두의 기대가 한껏 쏠려 있는 대련! 권왕 여울 대 신창 칼라스! 대련 시작하겠습니다!”
척!
칼라스는 바로 창을 앞세워 여울이 달려들지 못하도록 견제했다. 한시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안하군.’
어차피 판돈은 걸릴 대로 다 걸렸다. 이제 연기는 끝났다.
여울은 바로 바닥을 박찼다. 칼라스의 당황한 듯 떨리는 창끝이 미간을 찔러 왔다.
간단하게 창을 피하며 안으로 파고들어 턱에 주먹을 짧게 뻗었다.
퍼석!
“큽.”
묵직한 느낌이 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들어갔다.
스르르.
그렇게, 전회 대련의 챔피언, 신창 칼라스는 대련이 시작된 지 3초도 되지 않아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
장내에 적막이 흘렀다. 아무도 지금의 상황을 예측한 이는 없었다.
“카, 칼라스가…….”
“한 방에…….”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사회자도 정신이 나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다. 여울은 그에게 손을 뻗고는 입을 열었다.
“돈.”
* * *
칼라스와의 경기에서 얻은 금액은 2골드로 대련에서 얻은 돈은 총 3골드였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정보 길드에 줘야 할 돈도, 이곳저곳에 돌아다녀야 할 여비도 충분하다.
여울은 남은 기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약속된 날이 찾아왔다.
검술 실력 덕분에 위상은 높지만 작위는 낮은 바스크가 여울, 리디와 함께 먼저 회의실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귀족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울이 알 리가 없는 귀족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슈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