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42
142
142. 마인
스슥, 스슥.
매우 은밀한 움직임, 여울은 오감을 곤두세우며 두 손에 디카르를 빼 들고 은신을 했다.
휙!
그때 창문가에서 검은 인영이 들어오며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바늘처럼 길고 가늘며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어둠 속에서 식별하기가 쉽지 않은 암기였다. 그것은 은신한 여울이 보이는 것처럼 정확하게 날아왔다.
‘관찰 특성인가?’
여울은 암기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옆면을 손가락으로 튕겨 내며 암살자에게 디카르를 던졌다.
푸슉!
디카르가 암살자의 목젖을 꿰뚫고 나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자의 배에 깊숙이 꽂혔다. 그는 창문을 넘지 못하고 밖으로 떨어졌다.
여울은 한 손을 뻗어 디카르를 회수하며 창문 밖으로 나가 지붕 위로 올라섰다. 아직 십여 명의 암살자들이 지붕 위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스크가 있었다면 이들이 암살을 왔을까? 아니다. 이들은 그가 오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자가 보낸 암살자들이다.
“재미있군…….”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푸슉! 푸슉!
여울은 두 개의 디카르를 멀리 떨어져 있는 암살자들에게 던지며, 동시에 또 다른 디카르를 생성시켜 가까이 있는 자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러고는 그사이 회수되는 것들을 또다시 멀리 있는 자들에게 던지기를 반복했다.
멀리서 보기에 여울은 마치 디카르로 저글링을 하는 것만 같았다. 상황을 파악하고 뒤로 빠지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어김없이 죽창 같은 검은 검이 가공할 속도로 날아와 그들의 몸을 꿰뚫었다.
그렇게 폭풍 같은 1분이 지나가고, 여울의 눈앞에는 허벅지에 두 개의 디카르가 박힌 암살자 단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붉은 피가 얼굴에 한 방울 묻은 여울은 그의 어깨를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할 얘기가 많지?”
* * *
그날 밤, 제라틀 백작의 별장.
백작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자신의 집무실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이다. 보낸 지 한참 됐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들은 엄격하게 선별한 암살자들로, 바스크가 있더라도 쉽게 당하지 않을 실력을 갖추고 있다. 만에 하나 추격전이 이뤄졌어도 지금쯤이면 충분히 끝날 시간이다.
‘놓쳤나……?’
확인하기 위해 지금 움직이면 그들을 보낸 사람이 자신이라고 광고를 하는 꼴이다. 여울 그자가 만약 암살을 피하고 바스크를 찾아갔다면 다시 후퇴하여 귀환했을 것이다.
제라틀 백작은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보낸 암살자들은 다시 오지 않았고, 다시 회의를 재개하는 날이 돌아왔다.
저벅, 저벅, 저벅.
제라틀의 암살 목표였던 여울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모습으로 회의실로 들어섰다. 제라틀은 부릅뜬 눈으로 그를 보다가 혹여 의심할까 하여 급히 눈을 거뒀다.
“흡.”
“흐음…….”
뒤늦게 회의실로 들어선 뮤탈 공작과 샤르메 후작도 여울을 보고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제라틀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들과도 전혀 만남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정보를 말해 주지 못했던 것이다. 여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상석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뮤탈 공작은 제라틀 바로 옆에 앉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게…….”
제라틀이 변명을 하려던 찰나, 위풍당당한 왕의 친위대가 들어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국왕 전하 오십니다!”
이번에는 전보다 조금 더 빠른 등장이었다. 덕분에 뮤탈과 제라틀은 하던 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국왕을 맞이했다.
국왕 레기 드 지프센은 빠른 걸음으로 회의장에 들어서서 바로 상석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 자리에 앉고, 바로 회의를 시작하지요.”
처적. 처저저적.
국왕의 말에 모든 귀족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국왕이 첫마디를 시작하려는 그 잠깐의 침묵의 때에, 바스크 뒤에 기립해 있던 여울이 발을 한 걸음 앞으로 옮겼다.
국왕의 눈길은 자연스레 그에게 옮겨졌다.
“음? 여울 경,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여울은 귀족들을 한 번 쭉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회의가 있던 날 새벽, 저는 열댓 명의 암살자들에게 암습을 당했습니다.”
“허억!”
“흡.”
“누, 누가…….”
“크흠…….”
뮤탈 공작과 샤르메 후작은 헛기침을 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여울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마인들이었습니다. 가세브 마을을 습격당했을 때 보았던 마인 중 하나가 그 무리 안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들을 보낸 마인의 우두머리가 지금 이 안에 있습니다.”
“무, 무엇이?!”
“그게 누구냐?!”
“우, 우리들 중에 있다니…….”
“그럴 리가 없다!”
여울의 마지막 말에 이번에는 국왕도 흠칫하며 놀랐다. 아무리 마인들이 같은 인간이기에 첩자 노릇이 가능하다고 해도, 직접 작위를 주거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귀족들 중에 숨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바스크는 이미 들었는지 무서운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고, 뮤탈 공작과 샤르메 후작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제라틀 백작이 보낸 암살자들을 마인이라고 몰아세워 레시아 왕국을 치는 의견에 더욱 힘을 보태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귀족들 안에 마인이 있다는 것은 예상 밖의 진행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얼굴이 빨개져 여울을 다그쳤다. 귀족이 아닌 자가 귀족의 명예에 먹칠을 하려는 행위에 모욕감을 느낀 것이다.
여울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며 검지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같은 시각, 바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여울의 검지 끝에는 제라틀 백작이 있었다.
“바로 저자, 제라틀 백작입니다.”
백작은 눈알이 빠질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국왕이 옆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무엄하다!! 네 이놈!! 어디 족보도 없는 것이 귀족을 능멸하느냐!!”
여울은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유리병이었다. 그것을 본 백작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것은 살아 있는 나가의 비늘로 문지르면 검게 변하는 나가의 기름입니다. 첩자로 잠복해 있는 마인들이 서신을 은밀하게 보낼 때 쓰기 좋은 것이지요. 이 나가의 기름이 백작의 저택 뒤뜰에서 수십 병이 발견되었습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제라틀 백작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해 댔다.
‘언제 나의 영지에 있는 저택까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벽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 백작은 이를 악물며 국왕에게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전하! 이것은 모함입니다! 저놈이 이번 사항을 반대하는 저를 마인으로 몰아세우려는…….”
그때, 여울이 헝겊으로 된 작은 쪽지를 하나 더 꺼내었다. 그것을 본 백작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건 회의가 있던 날 밤에, 바스크 자작님이 잡은 까마귀의 발목에 묶여 있던 서신입니다.”
여울은 왕이 잘 보이도록 돌돌 말아져 있는 그것을 반듯하게 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나가의 기름은 살아 있을 때에만 배출이 된다. 그래서 인간들에게는 그에 대한 지식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울은 케라브의 지식을 통하여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여울은 제라틀 백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가의 기름도 기름, 나가의 비늘과의 접촉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지.”
그는 걸음을 옮겨 서신을 랜턴에 가까이 대어 천천히 가열했다. 그러자 기름이 묻은 부분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여울은 그것을 국왕에게 건넸다.
그곳에는 뜻을 알 수 없는 글씨들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하나만은 확실했다. 그것은 바로 백작의 필체였던 것이다.
“이런…….”
“이것이 무슨…….”
제라틀이 백작이 된 이후에 그의 명석한 두뇌를 칭찬하며 가까이 하던 뮤탈 공작과 샤르메 후작은 그의 필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지금까지는 그저 여울이라는 자의 계략에 역으로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실로 마인이었던 것이다.
국왕은 무서운 표정으로 제라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백작,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보시오.”
고개를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며 눈동자를 떠는 제라틀은 갑자기 품에서 작은 단검을 꺼내어 들며 외쳤다.
“이익! 레시아 님을 위하여!”
그는 살기 어린 눈을 번뜩이며 국왕을 향해 단검을 뻗었다. 여울은 중앙의 테이블을 밟고 단숨에 앞으로 튀어 나가 발끝으로 그의 턱을 걷어찼다.
퍼억!
그의 턱이 옆으로 휙 돌아가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는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귀족들의 호위기사들은 단숨에 그에게 달려들어 두 팔과 두 다리를 압박했고, 친위대와 다른 귀족들은 국왕을 둘러싸고 호위했다.
“이, 이거 놔!! 이거 놔라!! 내가 지프센의 백작이다!! 악!”
퍽!
여울이 귀족들 사이로 주먹을 뻗어 그의 뒤통수를 치자, 그는 단말마와 함께 그 자리에 축 처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국왕은 기절해 있는 제라틀을 보며 충격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나타나 몬스터 토벌에 공을 세워 그에게 귀족의 작위를 내려 준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가 처음부터 마인이었고 그 모든 것이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겁이 덜컥 나는 국왕이었다.
* * *
제라틀 백작은 작위 해제와 영지 박탈은 물론이고, 가장 견고한 지드성의 지하 감옥에 감금되었다.
이후, 그와 밀접한 관계였던 뮤탈 공작과 샤르메 후작이 그날 밤 제라틀 백작과 밀담을 가지는 것을 봤다는 신고가 뒤늦게 들어왔다. 그들은 지드성 안에 있는 별장에 감금을 당하고 공작령과 후작의 영지에는 조사가 들어갔다.
“바스크…… 바스크 자작 때문이었습니다.”
“바스크 자작에 대한 질투와 시기로 인해 그 뱀 같은 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전하…….”
그들은 중간에 귀족의 작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 가문대대로 지프센 왕국을 섬긴 점, 그리고 마인이라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점, 마지막으로 바스크에 대한 견제로 인해 밀담을 나누었다는 것을 인정하여 마인의 혐의는 벗어났다.
국왕은 그 둘이 왕국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가문들인 만큼 그들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리니 작위는 그대로 두고 군사권만 박탈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큰 것을 잃었다. 바로 왕의 신임이었다.
“아빠…… 흐읍.”
뮤탈 공작의 딸, 뮤탈 슈레인은 가문의 하락세에 크게 슬퍼하며 여울에게 원망의 시선을 보냈다. 공작의 시기와 질투로 인한 일이었고 마인을 잡은 것은 천 번 만 번 잘한 일이지만, 어찌 됐든 가문이 이렇게 된 원인을 제공한 여울이 미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레시아 왕국과의 전쟁을 위한 시발점인 여울의 잠입 건은 만장일치로 진행하기로 했다. 뜻이 같다기보다는 공작과 백작을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트린 여울과 바스크가 무서워 반기를 들지 않는 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왕, 레기 드 지프센은 왕의 휘장을 여울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부디, 세브렐과 지스타드 왕국을 설득하여 주시오. 당신에게 이 세잎 대륙의 모든 인간의 운명이 달렸소.”
“알겠습니다. 그럼 세 달 뒤에 뵙겠습니다.”
여울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왕실을 나섰다.
세 달 뒤. 레시아 왕국으로 가서 마인으로서의 자리를 잡고, 세브렐 왕국과 지스타드 왕국의 국왕을 설득한 후에 레시아 왕국을 협공하는 약속의 날이다. 빠듯한 기간이지만 그 이상은 여울도 허락하지 않는다.
비아느의 행방을 맡긴 정보길드에는 세 달치의 금액을 미리 치렀다. 이제 준비는 다 되었다. 여울은 바스크와 리디의 배웅을 받으며 북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마인이 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