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48
148
148. 허락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넓은 연회장.
그 중앙에는 카스터 백작의 기사 부단장이 바닥에 카펫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그 앞에는 여울이 고고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충격적인 장면에 연회장은 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이, 이게 어찌 된…….”
“나는 보지도 못했어.”
“역시, 역시 제레스인가…….”
크레멘트 백작은 코를 찡긋거리며 자신의 기사단장에게 말했다.
“저런 치사한 방법을…… 네가 보기에는 어떤 것 같으냐, 이길 수 있겠나?”
기사단장은 여울을 보고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저놈은 실력이 되지 않으니 저런 술수를 쓴 것입니다. 방심만 하지 않았다면 카스터 백작님의 부단장도 저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쓴맛을 보여 주고 오겠습니다.”
“그래, 가라.”
크레멘트 백작의 기사단장은 처음부터 검을 빼 들며 여울에게 다가갔다. 여울은 그에게 바로 마주 검을 뻗었다.
챙! 채앵! 츠즈즈증!
기사단장은 쾌검으로 여울을 압도하려고 했다. 그 속도나 힘이 최소 8레벨 이상은 되는 듯했다. 여울은 그의 검을 흘려 보내며 안쪽으로 파고들어 어깨로 그의 가슴을 밀쳤다.
퍽!
뒷걸음질을 친 그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흥분하여 힘 조절을 못 하고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여울은 그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검 끝을 돌려 손잡이 부분으로 옆구리를 찍었다.
푹!
“커흑!”
여울은 자연스레 몸을 숙이는 그의 턱을 손바닥으로 올려쳤다.
쿠웅!
그의 몸이 살짝 들썩였다가 내려앉으며 방금 전에 쓰려졌던 부단장과 같은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이번에는 이상한 술수나 방심을 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검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렵지 않게 이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빌보르 백작의 기사단장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빌보르 백작이 직접 사냥을 나선 지 오래되었으니 그가 이곳에 있는 자들 중에 가장 강한 자임이 분명했다. 그는 검을 천천히 뽑으며 입을 열었다.
“숨어 지내면서 천한 짓만 배웠군. 기사의 진짜 검술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지.”
“입으로 보여 주나?”
“감히……!”
단장은 검을 겨누고는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여울은 생각 이상으로 빠른 움직임에 다급히 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받아쳤다.
챙! 챙! 채앵!
여울은 몇 번 검을 섞고는 강하게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그의 레벨은 최소 9에서 10레벨은 되는 듯했다.
지금 승부에서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차이로 꺾어야 앞으로 다시 넘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울은 조용히 다크네스 버서커를 활성화시키며 다시금 바닥을 박찼다.
쾅!
여울의 신형이 순간 흐릿해지며 기사단장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당황하여 다급히 검을 들어 올렸다.
채앵!
여울은 그의 검을 강하게 올려쳐 날려 보내고는 뒤로 가서 목에 검을 대었다. 그가 다시 붙을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속도와 힘이었다.
“대, 대체 어떻게…….”
“패배를 인정하는가?”
기사단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빌보르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이, 인정한…….”
그때, 빌보르가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이건 무효야! 분명 무슨 더러운 술수를 썼어! 저놈을 잡아!”
스릉! 스릉! 스르릉!
빌보르의 기사단은 그의 외침에 동시에 검을 빼 들고는 여울을 둘러쌌다. 그 돌발 행동에 장내는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헤레인은 드레스 차림으로 여울 앞에 나서며 당차게 말했다.
“너희들의 주인은 지금 부당한 행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부터 제레스 님을 공격하는 자는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귀족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들 잘 알고 있겠지?”
그녀의 말에 기사단원들이 주춤했다. 그사이 헤레인은 지버리스 자작과 눈이 마주쳤다. 지버리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빌보르는 주춤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백작가 한 곳에서 천 명씩 군사를 주는 것은 사실상 빌더성을 다시 살리고 백작들의 힘은 전보다 약화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 왔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안 된다. 절대로 줄 수 없다.
빌보르는 헤레인을 검지로 가리키며 사납게 외쳤다.
“뭣들 하시오! 저 여자가 이상한 남자를 제레스라고 내세우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소! 모두 처단하여 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오!”
크레멘트와 카스터는 빌보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병력이 훨씬 더 많으니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 버려 흔적을 없애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버리스의 눈치를 보며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에 빌보르는 지버리스 자작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자도 헤레인의 유혹에 넘어가 우리를 위협하니 카스터 백작이 처치하시오!”
“제, 제가요?”
카스터는 검지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특유의 고지식함만 아니었으면 후작감이라는, 뛰어난 검술의 소유자인 지버리스를 공격하기는 싫은 것이다.
빌보르는 눈에서 불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에잇! 빌보르 기사단! 지버리스 자작을 귀족시해 미수범으로 처단하라!”
“처단하라!”
빌보르의 기사단은 검 끝을 지버리스에게 돌렸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검을 천천히 빼 들었다.
“지금이라도 그 더러운 낯짝을 보이게 돼서 다행이군요.”
그는 먼저 빌보르의 기사단에게 달려들어 싸움을 시작했다.
여울은 자신과 헤레인의 기사단을 둘러싸는 백작들의 기사단을 보며 생각했다. 다크네스 버서커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100대 30, 쉽지 않은 싸움이다. 강한 자들부터 선공을 하여 전세를 기울여야 한다.
지이잉!
여울은 한 손에 빌더 가문의 검을, 다른 손에는 디카르를 형성시켜 빌보르 기사단장에게 달려들었다. 그 역시 여울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검을 추켜들며 여울을 맞이했다. 여울은 그의 검과 마주 부딪치는 척하며 아슬아슬하게 안으로 들어가 그의 양쪽 손목을 그었다.
촤아악!
“크흡!”
그는 더 이상 검을 쥐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울은 바로 다음 상대를 찾아 떠나간 후였다.
서걱서걱! 스윽!
여울은 헤레인과 지버리스 기사단이 버티는 동안 낮은 자세로 전장을 휘저으며 적들의 손목을 그어 버렸다. 그와 지버리스의 활약으로 싸움은 10분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여울은 백작들도 가차 없이 손목을 베어 버려, 그들이 더 이상 검을 들지 못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빌보르 백작의 뒷덜미를 잡아 헤레인 앞으로 끌고 왔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버럭버럭 소리쳤다.
“이노옴!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듯싶으냐! 이건 반역이다 반역!”
그때, 여울이 엄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눌러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고는 다른 손으로 혀를 빼내었다. 그러고는 헤레인을 보며 말했다.
“이자의 이 더러운 혀는 있어 봐야 득이 되지 않으니 잘라 버리겠습니다.”
“에, 에에에에! 에에!”
그 단호한 말에, 빌보르 백작은 순간 얼굴색이 새하얗게 변하여 발악했다. 그때 여울의 검이 움직였다.
촤아악!
“끄라야야아아야!”
그의 혓바닥 앞쪽이 잘려 나갔다. 말려 들어가지는 않을 정도의 길이다. 헤레인은 그 잔인한 모습에도 눈을 똑바로 뜨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도 붉은 피가 튀었다.
여울은 피를 흘리는 그를 바닥에 거칠게 내팽개치고 손을 축 늘어트린 채 이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또 혀가 필요 없는 분 있습니까?”
그의 말에 장내가 급격히 조용해졌다. 손목의 통증도 입술을 깨물며 참아 내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헤레인은 붉은 피를 토해 내며 누워서 펄덕거리는 빌보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지버리스 자작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멋대로 자작님을 보증자로 세우고 위험에 처하게까지 했습니다.”
지버리스는 다급히 그녀를 일으키며 대답했다.
“일어나십시오. 제 영지 부근에 있는 자들이 이렇게 추악한 자들인지 이제야 알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저에게 그 더러운 마수를 뻗었겠지요. 그동안 눈을 감고 있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이제, 어떻게 이들에게 합당한 벌을 주고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을 해 보지요.”
“감사합니다…….”
* * *
지버리스 자작의 보증으로 왕은 빌보르, 크레멘트, 카스터 백작의 작위를 빼앗고 영지는 헤레인에게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헤레인은 거부하고는 그들의 병사 3천 명만 지원을 받기로 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영지만 받고, 낙후된 빌더성을 다시 되살리고 싶은 것이다.
왕은 허락하였고, 그녀에게 정식으로 후작이라는 작위를 내렸으며, 백작들의 영지는 영지가 없는 다른 귀족들에게 통치하도록 명했다.
여울이 보기에 세브렐 왕국의 왕은 권태로워 보이지만 아직 그 백작들처럼 썩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번 사건의 향후가 결정되자 헤레인은 조심스럽게 왕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일을 순조롭게 끝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습니다.”
세브렐 왕국의 국왕, 이즈 드 세브렐은 그녀의 뒤에 있는 여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헤레인 후작의 뒤에 있는 그자를 말하는 거요?”
“맞습니다. 이자는…… 지프센 왕국 사람입니다.”
“지프센? 동쪽의 그 지프센? 레시아 왕국 너머에 있는?”
“지, 지프센이라니…….”
“그곳 사람이 어떻게…….”
왕은 몇 번이나 확인하며 물었고 그의 양옆에 있는 최측근 조언자들도 말을 더듬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헤레인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여울은 직접 왕의 휘장을 보여 주며 이즈 드 세브렐 국왕의 믿음을 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믿는 눈치일 때 여울은 본론에 들어가 레시아 왕국 협공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왕의 조언자들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여울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거짓입니다! 왕의 휘장은 충분히 가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행세를 보면 더더욱 믿을 수 없습니다!”
“만약 거짓이 아니더라도 너무 위험합니다. 나라의 존폐가 달린 일입니다. 저자를 잡아 레시아 왕국에 보내어 조금이라도 더 평화를 유지시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여울은 뱀 같은 혀를 나불대는 조언자들을 보며 고개를 미세하게 내저었다. 저런 자들을 조언자랍시고 세워 놓고 아직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왕이 새삼 대단해 보일 정도다.
그때, 국왕이 한 손으로 왕좌를 강하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시끄럽소! 언제까지 몬스터 놈들의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이오? 당신들은 그것을 조언이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오?”
“그, 그것이…….”
“전하, 하지만…….”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울을 보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감한 사신은 발을 돌려 지스타드 왕국으로 가거라. 우리는 내가 어떠한 결단을 내리더라도 이 일을 진행시킬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미래를 위하여!”
여울은 고개를 짧게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전하의 선택이 인간들의 미래를 밝힐 것입니다.”
그때, 그의 얼굴을 보고 있던 조언자 한 명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지프센 놈이 우리 왕국으로 넘어왔다면 마인으로 잠입한 것이 분명하다. 어서 왕국에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