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50
150
150. 영광의 역사를 위하여
여울을 선두로 백 명의 검은기사들이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 나간다. 머릿수로는 수백 배가 차이 나지만, 그들에게 두려운 표정이라고는 없었다.
몬스터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덤벼드는 여울 일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크하아!!”
“검은 것들을 죽여라!”
놈들은 더욱 포악하게 소리치며 거칠게 달려들었다. 이윽고 선두의 여울과 놈들이 맞붙었다. 여울은 양쪽 검에 바람의 기운을 실어 바깥으로 넓게 펼쳤다.
콰과과과광!!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의 검에서 반투명한 하얀 기운이 나오더니 부채꼴로 펼쳐져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것이다. 그 엄청난 모습에 뒤쪽에 있던 몬스터들이 주춤했고, 그사이에 날쌘 움직임으로 검은기사들이 덮쳤다.
서걱! 서걱! 촤좌좍!
검은기사들은 마치 연체동물처럼 몬스터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며 옆구리와 다리를 베었다. 그들의 검은 쉽게 눈으로 쫓을 수 없었고, 그들의 움직임은 미꾸라지처럼 잡히지 않고 일자로 쭈욱 몬스터 군단을 돌파했다.
검은기사들이 돌파하는 중앙 부분은 절반에 가까운 몬스터들이 쓰러져 내렸다. 여울은 놈들의 머리를 밟고 날아오르며 갈퀴 나가와 미노타우로스를 집중적으로 처리했다.
저 멀리 요새의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지스타드 왕 그램은 검을 잡고 있는 손을 떨며 여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저건 무어란 말인가…… 지프센에 마법사가 있었다니…….”
“그, 그 귀한 마법사를 홀로 사신으로 보낼 생각을 했다는 것이…… 그곳의 왕은 정말 배포가 큰 듯합니다.”
호위기사는 말을 내뱉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가렸다. 그러나 그램은 그의 말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여울과 검은기사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는 병사들도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이거 어쩌면…….”
“막아 낼 수 있을지도…….”
그때, 여울과 검은기사들이 막아 내지 못한 몬스터들이 성벽을 두드렸다. 그들이 넓게 펼쳐서 돌진한 부분은 전체 면적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기에 그 수는 많이 줄지 않았다.
콰광! 콰과과광!
몬스터 군단이 성벽에 몸을 강하게 부딪치자 지진이 난 듯이 흔들리고 끝부분에서 화살을 쏘던 병사들 몇몇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아아악!”
“사, 살려 줘!”
아래로 떨어진 병사들은 몸이 땅에 닿기도 전에 몬스터들에 의하여 갈기갈기 찢겼다.
가장 먼저 벽에 도착한 놈들은 몸을 웅크리고 등을 하늘이 보이게 엎드렸다. 그러자 다른 몬스터들이 그 위로 올라가 또 동일한 행동을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성벽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 수십 개가 만들어졌고, 놈들은 가장 강한 갈퀴 나가와 미노타우로스를 앞장세우고 올라왔다.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는 그루브타드의 명성이 무색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였다.
“올라온다!”
“갈퀴 나가부터 집중사격!”
“저놈은 내가 맡겠다!”
지스타드 왕국의 병사들은 성벽을 넘어오려는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국왕 그램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한 놈도 요새를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라! 이곳이 우리의 마지막 전쟁터다!”
“와아아아!!”
“한 놈도 넘기지 마라!”
그램은 몸소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며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그의 호위기사들도 양옆에서 검을 열심히 휘둘렀다.
서걱서걱! 서거걱!
여울은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며 소환을 다시 한번 시도했다. 웬만한 영혼들은 대부분 소환되었지만 정작 검기를 쓰는 왕치학이나 10레벨 리치언, 폭발적인 힘을 보이는 장로급 마족 사와코와 호첸 등 상위 7명은 아직 소환이 되지 않았다.
강한 힘인 만큼 이 세계에서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더 오랜 시간이 소모되는 듯하다.
정신없이 몬스터들을 베는 중에 무서운 속도로 짓쳐 오는 거대한 기운을 느끼고는 검을 추켜올렸다.
쩌정!
강한 충격파와 함께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저 멀리 날아갔다. 여울은 자신에게 두 개의 검을 내려친 상대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시엘.”
“네 이놈……! 네가 감히!”
“아직도 나를 노예로 착각하고 있군. 깨닫게 해 주지.”
여울은 검을 든 손에 힘을 빼며 자세를 낮추고 바닥을 박찼다. 가공할 속도로 시엘을 지나치며 옆구리에 검을 휘둘렀다. 빠른 반응속도로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검이 여울의 검을 막았다. 그 순간 여울의 검이 교묘하게 돌아가며 그녀의 손가락을 자르고 옆구리와 등을 길게 그었다.
촤아아악!
“끼야아악!”
그녀가 비명에 경직의 마법을 담았다. 여울은 디카르로 두 귀를 덮고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무렇게나 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검을 피해 네 개의 팔을 모두 잘라 냈다.
“끄아아악!”
여울은 피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에게 말했다.
“인간은…… 너희들의 놀잇감이 아니다.”
서걱!
여울은 그 말과 함께 검을 휘둘러 시엘의 목을 잘라 냈다.
전장을 둘러보니 시엘과 비슷한 레벨로 보이는 놈들이 열댓 명 보인다. 놈들은 가공할 힘으로 지스타드의 병사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여울은 다시금 몬스터들의 머리를 밟으며 놈들에게 날아갔다.
푸욱!
“키헤엑!”
국왕 그램은 갈퀴 나가 한 마리의 배에 깊숙이 쑤셔 넣은 검을 사정없이 비틀었다. 그는 축 처진 갈퀴 나가를 성벽 바깥쪽으로 던져 버리며 상황을 체크했다.
방금 전보다 성벽 위에 몬스터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더 많아졌다. 성벽 뒤쪽에는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이 안타까운 표정, 또는 겁을 먹은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성벽 너머의 몬스터 군단은 줄이 매우 짧아졌다. 그 뒤꽁무니를 검은기사들이 열심히 쳐 내고 있다. 그램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직도 병사들의 수가 몬스터들에 비해 두 배는 적지만 검은기사들로 인해 줄어드는 숫자는 더 빠르다. 지금 사태에서 전환이 필요하다.
그램은 검을 높이 추켜올리며 뒤쪽의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지스타드의 아들들이여! 성문을 열고 나의 아내와 자식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들을 섬멸하라!”
“성문을 열어라!”
그램의 말에 성문을 굳게 닫고 있던 두꺼운 쇠막대가 들어 올려졌다. 그와 함께 성문을 열심히 밀던 몬스터들이 들이닥쳤다. 병사들은 창을 들이밀며 놈들을 맞이했다.
그때, 뒤쪽에서 전신 갑주를 입고 말을 타고 있던 기사들이 박차를 가하며 소리쳤다.
“지스타드를 위하여!! 돌격하라!!”
“지스타드를 위하여!”
“지스타드를 위하여!”
그 외침과 함께 파도처럼 양쪽으로 사람들이 갈라졌고 말을 탄 기사들 천여 명이 검과 창을 앞세우며 용감하게 돌진했다.
콰광! 콰광! 쿠구구구!
높은 레벨의 기사들이 길을 뚫고 그 뒤로 창을 든 병사들이 따라 나가 밖에 있던 몬스터들에게 징벌을 내렸다. 가장 뒤쪽에서 놈들을 차근차근 처리하고 있는 검은기사들이 보이자 병사들은 더욱 사기가 올라가 더욱 열심히 창검을 휘둘렀다.
푸욱!
난전 속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지스타드 병사들을 바라보던 그때, 국왕 그램은 등 뒤로 싸늘한 무언가가 깊게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크흐읍……!”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내려 보니 금빛 갑주를 뚫고 나온 서슬 퍼런 검신이 눈에 보였다. 그곳에는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기,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간신히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키 두 배만 한 거대한 갈퀴 나가가 건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반대쪽 검에는 호위기사 한 명의 얼굴이 꿰여 있었고, 뒤쪽에는 또 한 명의 호위기사가 다리가 잘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네놈이 왕이군.”
그는 그램의 몸을 꿰뚫은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램은 창자가 뒤틀리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끄으으으윽!!”
“저, 전하!!”
다리가 잘린 호위기사는 두 팔로 기어 오며 절규했다. 갈퀴 나가는 또 하나의 검을 그의 배에 집어넣었다.
푸욱!
“크하아악!!”
“보아라! 나 베그라가 네놈들의 왕을 잡았다!!”
갈퀴 나가 베그라는 그램의 몸을 꿰뚫고 있는 두 개의 검을 하늘 높이 추며올리며 손에 힘을 주었다. 몸을 양쪽으로 찢을 심산인 것이다.
“지스타드는 내가……!”
그때, 베그라의 앞으로 검은 인영이 스쳐 지나갔다.
서걱!
“으?”
베그라는 깔끔하게 잘린 자신의 두 팔의 단면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열댓 명의 검은기사들이 달려들어 그의 몸에 검을 무자비하게 꽂아 넣었다.
푹! 푸북! 푹! 푹푹푸욱!
베그라의 두 개의 팔을 잘라 낸 여울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국왕 그램을 받아 내었다. 그램은 반쯤 풀린 눈으로 여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 내, 내가 죽으면…… 우리 병사들이…….”
“말을 아끼십시오.”
여울은 그의 입을 막고는 의무병으로 보이는 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베그라는 입에서 푸른 피를 토해 내며, 몸을 돌려서 남은 두 개의 검을 검은기사들에게 휘둘렀다.
“끄으아아!”
이미 힘이 빠진 베그라의 검은 무디고 느렸다. 검은기사들은 손쉽게 공격을 피하며 배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푹! 푹! 푸북!
“크흐으…….”
베그라는 짧은 신음을 흘리고는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그램에게 성수를 먹이는 것을 확인한 여울은 성벽 위로 올라와 베그라의 죽음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이제 시엘급으로 강한 몬스터들은 일곱 마리가 남았다.
채쟁! 챙!
“크아악!”
“으악!”
“케헤엑!”
몬스터와 인간들이 한데 뒤섞인 전장에는 붉은 피와 푸른 피, 진녹색 피가 대지에 처참하게 흩뿌려지고, 귀를 잘라 버리고 싶을 만큼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여울은 두 검을 들고는 검은기사들과 함께 쉴 새 없이 몬스터들을 베었다. 아무리 동분서주하며 활약해도 이 전투가 끝나면 살아남은 사람은 3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였다.
부우우우! 부우우우우!
거대한 뿔 나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지스타드는 전장의 알림 소리가 뿔 나팔이 아닌 징 소리다. 하니, 이 소리는 레시아 왕국의 소리일 것이다.
“키헤엑!”
“케헥!”
절반 정도 남은 몬스터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력이 남은 병사들은 그 뒤를 쫓으며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 했고,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이 내려앉았다.
여울은 그들의 뒤를 조금 쫓다가 다시 몸을 돌려 국왕 그램에게 향했다. 그는 숨을 얕게 헐떡거리며 팔이 하나밖에 없는 호위기사에게 기대어 있었다.
다짜고짜 암살자 취급을 하며 죽이려고 했던 행동과는 비견되게 이 왕국의 사람들은 대부분 충성심과 왕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듯하다.
여울은 국왕 그램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마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까?”
그램은 천천히 눈동자를 돌려 여울을 보고는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거렸다. 긍정의 의미다.
“그러면 바로 대답을 듣겠습니다. 재정비가 되는 대로 레시아 왕국을 멸하기 위해 저와 함께 진격하시겠습니까?”
“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지금 전하는…….”
호위기사는 역정을 내며 반대를 했다. 그때 그램이 한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으며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지, 진격…… 하겠다…… 영광의 역사에…… 우리 지스타드는 함께할 것이다…….”
여울은 피 묻은 그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그램 드 지스타드는 여울과 눈동자를 마주하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손을 굳게 잡고는 고개를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