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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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대전쟁의 전초
쿵! 쿵! 쿠쿵! 쿵!
레시아의 몬스터 군단에게 점령당했던 피레프라 평원.
그곳에 이만여 명의 지스타드 병사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진군을 하고 있다. 여울도 그 선두에서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스타드의 국왕 그램 드 지스타드는 성수와 오우거의 피를 들이부었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고 호위기사 칼로스의 증언으로 국왕의 유언이 전해져 레시아 왕국으로의 진격을 명했다.
이 소식을 레시아 왕국에 보내던 마인들은 여울에게 덜미를 잡혔다. 귀족 중에만 일곱 명의 마인이 있었고, 그중에는 후작위를 받은 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칼로스는 그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직접 처형하였다.
여울은 밀도가 높은 천에 아주 작게 글씨를 썼다. 정체를 제대로 들킨 이상 레시아 왕국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은신을 하더라도 위험부담이 크다. 지프센으로 자신이 직접 가지 않고 소식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는 그 천을 작게 잘라 두루마리처럼 말고, 그것을 왕의 휘장 끝부분에 달려 있는 붉은 실을 하나 떼어 묶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시이 앞에 내밀었다.
“삑삑?”
시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르는 체를 했다. 단언컨대 시이는 세상의 모든 새 중에서 가장 똑똑할 것이다. 여울은 그 노란 부리를 톡톡 쳤다.
“이걸 꼭, 바스크에게 전해 줘라.”
“삑!”
시이는 강하게 한 번 소리치고는 두루마리를 덥석 물었다. 아무리 작게 만들었어도 시이의 몸집과 비슷한 크기였다. 그러나 시이는 그것을 문 채로 가뿐히 날아올라 전과 다름없는 속도로 날아갔다.
레벨 값을 하는 것이다. 저 조그마한 몸으로 특수 방탄유리도 깨는 새니까.
쪽지에는 두 왕국과의 거래가 성공적으로 성사되었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이제 군대를 움직일지 말지는 바스크에게 달려 있었다.
* * *
세잎 대륙의 중심, 레시아 왕국을 향해 진군한 지 사흘째.
처음으로 맞닥트리는 놈들의 영지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후우우웅!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적막한 바람만이 불고 있다. 집집마다 문이 모두 열려 있고, 가축들과 사람들은 잔인하게 찢겨 있다. 상흔에서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죽였음이 느껴진다.
“이…… 개자식들.”
전직 왕의 호위기사이자 현재 진멸군의 총사령관 칼로스가 그 사체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는 우직하고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것이, 정치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자다. 왕이 어째서 검술이 뛰어난 그를 천인대장이 아닌 최측근 호위기사로 두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울은 집기가 모두 뒤집어져 있는 마을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급히 후퇴한 것 같군요.”
“그러면 못 데려갈 만한 자들은 두고 갈 것이지 아무리 급해도 저렇게 죽이고 가다니…….”
“그대로 두면 우리의 전력과 식량이 되니…… 불태우지 않은 게 다행이군요.”
“크흐…….”
칼로스는 레시아 왕국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여울은 급하게 떠난 흔적들을 뒤져 가며 무슨 상황인지 예측해 보았다.
합공하기로 한 약속 날짜가 다 되어 가니 다른 왕국에서 레시아 왕국을 총공격한 것인가? 그렇다면 아마도 세브렐 왕국일 것이다. 지프센은 아직 설득을 성공했다는 소식을 못 들었으니 듣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여울은 칼로스에게 생각한 바를 전달했다.
“……그러니, 은신 특성이 있는 제가 조금 더 빠르게 달려가 앞의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위험하지 않겠소? 아…… 하긴, 홀로 레시아 왕국을 누비며 세브렐과 우리 왕국까지 온 분이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알겠소이다.”
파앙!
여울은 그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포탄이 떨어진 듯 땅거죽이 터져 나가며 여울의 신형이 쏜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칼로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프센의…… 아니, 세잎 대륙의 축복이구나. 저렇게 고레벨의 마법사라니…… 어쩌면 정말, 정말로 레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지스타드 군대에서 떨어져 나와 레시아 쪽으로 이동한 지 이틀째. 거대하고 견고한 성벽으로 이루어진 성이 나왔다. 그곳의 성벽 위에는 여타 다른 성들과는 달리 몬스터들이 빼곡하게 지키고 있었다.
성문은 아직 외부에서 들어오는 몬스터들과 물자 때문에 활짝 열려 있다. 여울은 은신을 하고는 성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레시아의 몬스터 군단들과 인간 노예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울은 한 집의 지붕 위에 올라서 청각을 돋웠다.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인간 놈들에게 우리 레시아 님의 힘을 보여 주자!”
“크하아!”
전쟁 준비다. 지스타드 왕국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몇 개의 영지를 건너뛰고 견고한 성에서 방어 준비를? 아니다. 지스타드를 무너뜨리려고 했으면 그 상황에서 후퇴가 아닌 증원을 했을 것이다.
분명 세브렐 왕국이 온 것이 확실하다. 빠져서 총사령관 칼로스에게 알리고 더욱 진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크렉, 크렉.”
“빨리빨리 움직여!”
그때, 저 멀리서 손이 묶인 채로 어디론가 이동 중인 사람들 한 무리를 발견했다. 그들 중에는 자신과 싸웠던 검투사 우승자 크레멘드도 있었다.
나가 한 마리와 리자드맨 몇 마리가 그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인적이 드물고 좁은 곳으로 들어갔다. 기회다. 여울은 잽싸게 몸을 날리며 오른손에 디카르를 형성시켜 던졌다.
촤좌좍!
죽창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된 디카르는 리자드맨 세 마리의 머리통을 한 번에 꿰뚫었다. 그것을 알아채고 뒤돌아선 나가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때, 놈의 벌린 입 안으로 검은색 검이 지나갔다.
푸화악!
턱부터 정수리까지 뚫린 나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여울은 무리 뒤쪽에 있는 크레멘드에게 다가가 서슴없이 쇠사슬을 잘라 냈다.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여울을 보며 말했다.
“뭐, 뭐냐?”
여울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힘을 풀어라. 지금이 바로 그때다.”
여울은 바로 발끝을 돌려 은신도 하지 않고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 몇 마리를 베어 넘기고는 빠르게 도주했다.
“뭐야! 저놈 잡아라!”
“저놈이다! 저놈이 바로 마인을 사칭한 놈이다!”
“잡아 죽여라!”
장내는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어 여울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크레멘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라…….”
성벽에 몬스터들이 아무리 빼곡하게 서 있다고 해도 세 줄이다. 고작 그 정도로 자신의 발목을 묶을 수는 없다. 여울은 손쉽게 성벽을 넘고 등 뒤로 날아오는 화살과 죽창을 피하며 지스타드 본대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딜레이가 끝나도 은신을 하지 않아 추적자 몬스터들은 꽤 오랫동안 그의 뒤를 쫓다가 떨어져 나갔다.
여울은 대전쟁 전초의 기운을 한껏 느끼며 발에 힘을 주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레시아, 기다려라.’
* * *
레시아 왕국의 남서쪽 국경.
수많은 몬스터들의 시체가 성벽 위에 널브러져 있고 그 위에 붉은 머리를 휘날리는 여인이 올라서 있다.
그녀는 몬스터의 목 뒤에 꽂아 넣었던 검을 뽑아 하늘 위로 높이 추켜올리며 소리쳤다.
“교만해지지 마라. 긴장의 끈을 놓지 마라. 세브렐, 아니, 인간의 복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
그녀, 후작의 외침에 성벽 안에 있는 수만 명의 병사들이 하늘 위로 검을 추켜올리며 몸이 떨릴 듯이 함성을 내질렀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레시아 왕국이 소유한 성을 함락시킨 세브렐의 군대였다.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대레시아 진멸 전쟁의 총사령관은 이번에 네임드 미노타우로스 불레크를 처치하고 후작의 작위를 정식으로 임명받은 빌더 헤레인이었다.
그녀는 검 끝을 북동쪽으로 돌리며 크게 외쳤다.
“세브렐의 용사들이여! 나가 여왕 레시아가 사라질 때까지! 진격하라!!”
“진격하라아!!”
“진격하라!”
세브렐의 병사들은 그녀의 명을 큰 소리로 복명복창하며 북동쪽으로 진군했다.
같은 시각 지프센 왕국과 레시아 왕국의 국경.
군사용 천막들이 끝없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바스크는 대검을 바닥에 꽂고는 손잡이 끝에 턱을 괸 채 북서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여울…… 이제 하루 남았다. 어떻게 된 것이냐…….”
그때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롭게 걸어오던 한 사내가 그에게 말을 붙였다.
“이놈 정말 마인이 되어 버린 거 아닙니까? 아예 못 나올 것 같으니까.”
바스크는 리디의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절대 그럴 리 없다. 나는 그를 믿는다. 그는 레시아와 한 하늘 아래에 살 수 없는 자야.”
“나도 몇십 년 동안 못 믿었으면서 몇 달 봤다고 그렇게…… 응? 저건 뭐지?”
투덜거리던 리디는 바스크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도는 새하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질을 했다. 그의 반응에 바스크도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보았다.
새하얗고 앙증맞은 새였다. 그 새와 눈이 마주치자 빠른 속도로 날아와 머리 위에 앉았다.
“어랏, 이놈은 뭐냐.”
리디는 바스크의 머리 위에 앉은 새, 시이를 잡으려고 팔을 휘적거렸다. 그러나 시이는 개구리처럼 껑충껑충 뛰며 잡히지 않다가 갑자기 리디의 이마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했다.
퍼억!
“크흐윽!”
“그놈 참 재빠르구나. 보통 레벨은 아닌 듯한데…….”
그를 멀리 떨어트린 시이는 바스크 앞에서 날갯짓을 하며 노란 부리를 벌렸다. 바스크는 그 안에 아주 조그맣고 새하얀 두루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한쪽 손을 손바닥이 보이게 올려 시이가 앉도록 했다. 그러고는 다른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 두루마리를 꺼내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붉은 실을 풀었다.
‘이것은…… 왕의 휘장의 실인가?’
바스크는 단번에 그것을 알아보며 여울의 생각을 읽었다. 여울이 보낸 것임을 알리기 위해 그 실로 감싼 것이다. 두루마리를 펼치니 아주 작게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삼 국 협 공
그 글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두 왕국이 건재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쪽지를 보내는 방법이나 이 신비로운 새를 길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여울이 분명하다.
바스크는 망설임 없이 그쪽지를 들고 왕이 머무는 막사로 갔다.
“전하, 바스크입니다.”
“다 보이는데 뭘 말해? 들어와요. 그 사람이라도 왔어요?”
바스크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쪽지를 보이며 대답했다.
“그가 이 쪽지를 보냈습니다. 이것은 전하가 주신 휘장에 붙어 있던 것으로 추측되옵니다.”
국왕 레기 드 지프센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쪽지를 읽어 보고는 바스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엄청난 말을 이 작은 쪽지 하나만 보고 믿는다고? 믿어요?”
“예, 믿습니다.”
레기는 그 쪽지를 가지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스승이 믿는다면 그런 거지. 갑시다. 레시아 여왕 엉덩이 걷어차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