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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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추적
여울은 형광색 액체가 흘러나오는 눈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슈레인이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여 우정의 증표라고 했던 눈알을 밟아 터트리고 갔을 확률은? 그녀의 성격상 제로다. 그 전에도 납치를 당할 뻔했던 일이 떠올랐다. 지금 이 상황, 왕궁으로 돌아가서 뮤탈 공작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끝이다.
터벅터벅.
하지만 그는 두 걸음만에 다시 뒤돌아섰다. 터져 버린 눈알이 마음에 걸린다. 슈레인이 그것을 꺼내어 들고 있었던 모습이 상상된다. 자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둘만의 추억거리라고 할 수 있는 눈알을 꺼내어 보고 있다가 갑작스레 납치를 당한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트롤 눈알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여기서…… 기다리게 한 내 탓이다.’
그는 터진 눈알을 집어 들었다.
여울은 감각을 곤두세우고 바닥을 살펴보았다. 미세한 형광색 물질이 묻은 발자국이 사창가와는 반대쪽으로 다섯 걸음 정도 이어져 있다.
정보 길드에 일을 보고 온 시간은 대략 15분. 최대 15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럴 때 후각 특성이 있었다면 그녀 특유의 냄새를 찾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발자국이 끊긴 후 가장 처음 보이는 곳은 정육점이다. 앞에는 한 사내가 고기를 썰고 있었다. 여울은 그에게 다가가 100실버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어 보이며 말을 건넸다.
“방금 전에 노란 머리의 여인을 본 적이 있나?”
사내는 시선이 동전에 손을 뻗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노란 머리 여인이라……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여울은 동전을 손안에 감추고는 다른 손으로 디카르를 뽑아냈다. 그 까맣고 뾰족한 검이 사내의 눈동자 한 치 앞에 멈춰 섰다.
“거짓을 말하려면 네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사내는 뻗어 가던 손을 접고는 그 검을 바라보며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그, 그게…… 저도 안에서 이제 막 나와서…… 그런 여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요.”
“나온 지 정확히 얼마나 됐지?”
사내는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하, 한…… 3분쯤 되었습니다.”
그 말에 여울은 그에게 100실버 동전을 튕겨 넘기고는 바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 그에게 물었을 때 아주 찰나의 순간도 눈동자가 흔들리거나 경계의 기운을 뿜어내지 않았다. 오로지 돈에만 관심이 있었으니 이 집은 아니다.
최소 3분이 지났다는 것, 큰길로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가녀린 여인이라고 해도 6레벨, 그녀를 조용히 데리고 가려면 기절시키는 수밖에 없으니 이 부근에 숨겨 두고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사창가 쪽이 아니면 이곳 정육점과 도박의 골목길이다.
스윽.
저 멀리 대각선으로 길이 꺾이는 곳에서 한 사내가 어떤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그 보폭이나 발걸음이 자못 조급해 보인다. 자신이 정육점에서 슈레인의 행방을 묻는 것을 본 것 같다.
여울은 바로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간판은 미용실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문을 꽉 채우는 덩치 큰 사내가 앞을 가로막았다.
“넌 뭐야? 어딜 들어가려고?”
“방금 들어간 사내와 아는 사이다.”
“방금? 아무도 안 들어갔는데?”
여울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덩치 사내를 바라보았다. 오만한 눈빛, 여울은 살짝 미간을 좁히고는 검은 손을 뻗어 그의 목울대를 움켜잡았다.
“커허억!”
여울은 목뼈를 뽑을 듯이 잡아당겨 자신의 얼굴에 그의 얼굴을 가까이 하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 좀 바빠. 말 길게 하지 말고, 그놈 어디로 갔어?”
“끄륵, 끄르르…… 크, 저, 저쪽…….”
덩치 사내는 거의 눈이 돌아간 상태로, 살기 위하여 검지를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가게 안에는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미용실처럼 꾸며져 있으나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 된 듯했다. 분명 어딘가로 이어지는 뒷문이 있을 터였다. 여울은 그를 구석에 던지고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뒷문으로 나가니 한 사람이 간신히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좁은 길이 나왔다. 저 먼 곳에는 갈림길이 하나 있고, 그곳에는 세 명의 사내가 담배를 태우고 있다. 방금 전에 봤던 사내는 그들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여울은 발에 힘을 주어 바닥을 박차고는 그들을 무서운 속도로 덮쳤다.
“저 새끼 뭐야?!”
“죽여!!”
그들이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에 손을 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검을 완전히 뽑기 직전, 여울이 먼저 그들에게 당도했다.
여울은 달려오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내의 얼굴을 팔뚝으로 강타했다. 그러자 그는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 뒤의 사내는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밀어 벽에 머리를 박아 넣고, 마지막 사내는 주먹으로 턱을 짧게 끊어 쳐 기절을 시켰다.
쾅! 빠직! 쿵!
순식간에 세 명을 쓰러트린 여울은 다시금 벽을 박차고 도망치는 사내에게 날아가 뒷덜미를 낚아채었다. 그러고는 바로 바닥에 얼굴을 내리찍었다.
콰직!!
여울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를 줄줄 흘리는 그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슈레인 어디 있어?”
“그, 그게 누군지…….”
콰앙!
여울은 가차 없이 한 번 더 그의 얼굴을 바닥에 찍은 후, 다시 들어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끝까지 말하지 마라. 난 지금 널 죽여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여울은 탄력을 받기 위해 그의 얼굴을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내려트리는 순간, 그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여울은 그의 얼굴을 바닥 한 치 앞에 멈춰 세우고는 말했다.
“말하지 말라니까.”
“시, 십일 번! 십일 번 방 손님이 어떤 여자를 기절시켜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게 슈레인이라는 여자인지는 잘…….”
“십일 번 방?”
사내는 떨리는 손을 뻗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문이 아닌 문이…….”
가만히 말을 듣던 여울은 그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앞장서.”
“네, 넵.”
“달려.”
“넵!”
그는 시야를 가리는 피를 닦아 낼 틈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100여 미터 정도 가 보니 우측으로 꺾는 길이 나왔다. 그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다른 길이었다.
사내는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기더니 막힌 벽 앞에 서서 왼쪽에 조그맣게 나온 줄을 잡아당겼다.
기기기기기.
그러자 벽이 반으로 뒤집히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사내는 계단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자신이 달리라고 해서 달리는 느낌은 아니다.
그의 뒤를 쫓아 내려가 보니 랜턴 하나가 조그맣게 밝히고 있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검을 들고 살기를 내뿜는 열 명의 사내들이 천천히 걸어 나와 여울을 둘러쌌다. 그들 중앙에는 얼굴이 피투성이인 사내가 있었다.
“저, 저 자식을 죽여 버려! 십일 번 방 년을 찾는 놈이야.”
“십일 번이면 특급이잖아? 여기까지 데리고 오면 어떡해?”
“내 꼴을 보면 몰라? 꼬리 안 붙었어, 저놈 하나야. 무조건 죽여.”
“애들아, 들었지? 손님맞이 하자.”
여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두 손을 양쪽으로 뻗었다. 사내들은 그가 검도 들지 않고 갑자기 손을 뻗으니 무슨 짓인가 싶어 경계하며 그 손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게 뭐…….”
촤아아악!
그때, 검은 장갑을 낀 듯한 손가락 끝이 쭉 늘어나더니 그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열 개의 손가락이 정확히 열 명의 머리통을 뚫어 버린 것이다.
7레벨만 되어도 통하지 않을 수지만 이 정도의 하수들은 조그마한 운용으로도 한 번에 학살할 수 있다.
투둑, 투두둑!
미간을 뚫은 손가락이 천천히 줄어들며 정상적인 손 모양이 되었다. 홀로 남은 사내는 마치 악마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여울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턱!
“사, 사, 살려…….”
여울은 그의 아래턱을 잡고 얼굴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고 앞장서.”
“네, 네, 네, 앞장, 앞장…….”
여울이 턱짓을 하자 그는 네 발로 기어가며 앞장을 섰다.
* * *
“흐으, 흐으…….”
슈레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여울을 기다리며 우정의 증표를 꺼내어 보던 중에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덮쳤고 그대로 기절했다.
그러고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얼굴에는 무언가를 씌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어 혀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퀴퀴한 냄새가 나고 습한 것이 지하인 듯하다. 그때, 치마 밑으로 두꺼운 손이 느껴졌다.
“읍, 으읍!”
그녀의 발버둥에 어떤 사내의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공주님, 재미 보려고 정신이 들었나 보네?”
“타이밍도 잘 맞추는군. 벗겨 봐.”
목소리를 들어 보니 사내 둘이다. 곧이어 머리에 씌워져 있던 검은 보자기가 벗겨지고, 눈앞에 검은 의복에 가면을 쓴 자들이 보였다. 4평 남짓한 작은 방이고 창문 하나 없었으며, 구석에 위쪽에는 랜턴 하나만이 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역시 얼굴이 보여야 맛이 나지.”
“하……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슈레인은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들의 눈빛에는 음욕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전에는 나쁜 자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하여 납치를 하려고 했다면, 공작의 위엄을 잃어버린 지금은 몸을 탐하는 자들이 납치를 한 것이다.
“이 세상은 레벨이 높아야 한다. 유명할수록, 아름다울수록 더.”
아버지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이 이제야 후회가 된다. 제때 사냥을 다니고 착실히 레벨을 올렸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후회해 봐야 늦었다.
“흐으으…….”
뱀의 혓바닥 같은, 소름 돋는 감촉이 발목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한 사내는 자신의 두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서 목에 얼굴을 파묻고 있고, 다른 사내는 다리를 더듬는 것이다.
“읍, 읍! 으읍!”
그녀는 몸을 비틀고 다리를 버둥거리며 강하게 저항했다. 그들은 그 모습이 더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 웃어 대며 더욱 거칠게 제압을 하기 시작했다.
“큭큭, 앙칼지구먼.”
“이러니까 아랫도리가 더 불끈거리네, 어우.”
아래쪽의 사내는 슈레인의 두 발을 잡아 발목을 묶고는 무릎을 몸으로 눌렀고, 위쪽의 사내는 한 손을 들더니 그녀의 얼굴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짜아악!
두꺼운 손으로 따귀를 제대로 맞으니 그녀의 고개가 반대로 휙 돌아갔다. 볼이 불에 덴 듯이 뜨겁고 수치스러웠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지?’
그때, 자신의 옷섶을 헤치고 속옷 안에 손을 넣으려는 이 사내의 머리칼이 낯익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허벅지를 쓰다듬는 사내를 보니 그의 머리칼과 체구, 얼굴형도 낯익었다.
‘설마…….’
가까이 있는 사내의 검은 옷 안쪽을 살펴보니 붉은색의 고급스러운 옷감이 살짝 보인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들은 왕궁에서 보았던 귀족들이다.
“으읍!! 읍!!”
막무가내 범죄 집단도 아니고, 이 나라를 지키고 운영하는 요직에 앉아 있는 귀족들이 자신을 납치하고 범하려는 것이다. 슈레인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눈이 돌아갈 듯이 화가 나 더욱 몸부림을 쳤다.
“뭐, 뭐야 갑자기! 이년이 미쳤나?!”
“잘 잡고 있어. 이년이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나 본데, 제대로 알려 줘야겠어.”
방금 전에 따귀를 때렸던 사내는 다시금 손을 높이 추켜올렸다.
짜악! 짝! 쾅!
그는 세 번 연속으로 슈레인의 따귀를 때렸고, 마지막 따귀에 그녀의 머리가 벽에 부딪치며 의식이 끊겼다.
따귀를 때리던 사내는 손을 털며 말했다.
“하,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아쉽네…… 수치스러워하는 그 표정 보는 거 진짜 흥분되는데.”
한 사내는 그녀의 상의를 양쪽으로 찢어 가슴이 드러나게 하며 말했다.
“이 몸은 흥분 안 되고?”
그의 말에 다리를 만지던 사내는 혓바닥으로 윗입술을 핥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차고 넘치지…… 흐흐.”
사내는 더욱 과감하게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다른 사내도 뱀처럼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그녀의 가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쿵!
“뭐지?”
“뭐긴 뭐야, 누가 또 어디서 딴 년 납치했나 보지.”
쿵!
“음?”
가까운 소리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이 방을 두드리는 소리임이 분명했다. 두 사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콰직!!
검은 장갑을 낀 손이 강철판으로 된 문을 종잇장처럼 찢고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그 손은 문을 더듬더듬하더니 잠금장치를 해제하고는 사라졌다. 두 사내는 정지 화면처럼 가만히 멈춰 있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옷이 다 찢어져 가슴을 드러내고, 볼이 붉게 달아오른 채 기절해 있는 슈레인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