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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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바다를 건너며
사면이 모두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대해, 그 중심에 거대한 배 두 척이 서로 얽혀 있다. 하나의 배허리를 다른 뱃머리가 찌르고 있는 모양새다.
그곳에는 검은 두건을 두르고 무장을 한 수십 명의 해적들이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내와 대치를 하고 있다.
여울의 행동과 말에, 순간 장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적선장 제르칼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큭, 크하하핫! 오랜만에 간덩이가 부은 놈 하나 만나는구나!”
“끄, 끄하핫.”
“크흐흐흐흐흐.”
“푸하핫!”
제르칼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음을 터트리자 그의 부하들도 따라서 비웃기 시작했다. 제르칼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거대한 기형도를 여울에게 뻗었다.
“뭐 하냐? 저놈 입부터 찢어 버려!”
“예? 예!”
“그 말 기다렸습니다!”
여울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의 한 수로는 놈들이 겁을 먹게 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두 손에 디카르를 형성시켜 가장 가까이서 검을 휘두르는 자에게 마주 뻗었다. 그의 검은 교묘하게 놈의 검로를 틀고 손목을 베었다. 옆에서 창을 휘두르는 놈도 마찬가지로 경로가 뒤틀리며 손목이 잘려 나갔다.
푹! 찍! 촤악!
여울은 천천히 해적선장 제르칼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달려드는 해적들의 검은 그의 몸에 닿지 않고 손목이 망가져 나간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듯한데 그 타이밍이 매우 절묘하여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수였다.
절반 가까이 옷깃 하나 스치지 않고 당하자 해적들은 주춤대기 시작했다.
“으으…… 뭐야.”
“뭐 어떻게 된 거야?”
남은 자들은 달려들지 못하고 선장인 제르칼의 눈치만 살폈다. 그사이 여울이 선장의 앞에 도달하여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배는 이것보다 빠른가?”
제르칼은 한쪽 얼굴을 실룩거리다가 이내 기형도를 추켜들었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기형도가 가공할 속도로 내려쳐졌다. 그래도 한 무리의 장이라고, 민첩 특성이 아니라면 9레벨은 되는 듯했다. 여울은 디카르를 강하게 올려쳐 그의 도와 마주 부딪쳤다.
채앵!!
제르칼의 손아귀가 찢어지며 기형도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바다 저편으로 날아가는 애도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의 얼굴에 여울의 손이 덮쳤다.
콰직!
여울은 그의 얼굴을 잡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강철로 된 갑판 바닥이 얼굴 모양으로 움푹 파였다.
쾅! 콰득!
두 번 더 얼굴을 내리찍은 여울은 축 늘어진 그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그곳에 있는 누구도 여울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자는 없었다.
“죽지 마라. 운전해야 하니까.”
여울은 이미 기절한 듯한 그를 끌고 해적선 위로 올라탔다.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해적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 하나? 옮겨 타지 않고.”
“아, 옙!”
그중 눈치가 빠른 해적 한 명이 재빠르게 해적선 위로 올라탔다. 그를 따라 다른 해적들과 사람들도 다급히 배를 옮겨 탔다.
해적선은 안전성보다는, 뱃머리의 공격성, 그리고 군함을 따돌리기 위해 속력을 월등히 놓일 수 있도록 개조되어 있다. 그래서 원래 타고 있던 배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파도를 가르고 나아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더욱 압축시킨 격이다.
여울은 키를 잡은 선장 바로 옆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얼굴이 반쯤 뭉개지고 코뼈가 주저앉은 선장 제르칼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젠장, 나 제르칼이 운전기사나 되다니…….’
그때였다. 여울은 15킬로미터 앞에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파도면 수면보다 더 높아야 할진대 저 먼 곳은 절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갑자기 푹 꺼지는 듯 보이는 것이다. 바다 너머 바다이기에 얼핏 보면 알아차릴 수 없어, 선장도 아무런 말이 없는 듯하다.
그그그그그그.
그때, 기괴한 소리와 함께 그 현상이 이쪽으로 꺾였다. 가로로 되어 있다가 세로로 변한 모양새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어느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바다가 수십 미터 푹 파인 것이다. 그 덕분에 선장은 물론, 갑판 위에 올라서 있는 사람들도 모두 그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저게!”
“기이한 현상이로다…….”
“선장님! 저게 뭡니까!”
선장 제르칼은 당황을 금치 못하며 배 키를 있는 힘껏 돌렸다.
“나도 몰라, 이 새끼야!! 빨리 배 틀어! 우현으로!!”
“우현으로오!”
그의 외침에 따라 배의 방향이 급격히 틀어지며 사람들이 한곳에 쏠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장은 온 힘을 다하여 배를 돌리고 선원들을 보챘다.
“달려 달려! 전속력으로!!”
“전속력으로!!”
그때, 여울의 눈에 그 기이한 현상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배가 1킬로미터 움직이는 사이에 그것은 열 배는 더 빠른 10킬로는 움직인 것이다. 여울은 그것을 보고 깨달았다.
‘저것은…… 생물이 일으키는 현상이다.’
여울은 두 손에 디카르를 뽑아내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해적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휩쓸리게 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 현상이 눈앞에서 갑자기 꿈처럼 사라졌다.
“뭐, 뭐야?”
“사…… 라졌나?”
“휴우…….”
“대체 뭐였지, 저건?”
선원들과 탑승객들의 안심과 불안이 교차하던 그때, 갑자기 배를 거인이 잡고 흔드는 것처럼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드드드드드드!
여울은 중심을 잡으며 고개를 내렸다. 이 진동의 중심은 배 중앙의 아래쪽이다. 그가 뒷걸음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배 아래쪽에서 거대한 충격이 느껴지더니 이내 파랗고 거대한 무언가가 중앙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그것은 이내 배를 두 조각으로 쪼개 버리며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콰과과과과과과!!
둘레 40미터, 길이는 지금 하늘 위로 솟구친 것만 100미터는 넘는 초대형 몬스터다. 아니, 이 정도의 크기면 몬스터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이름을 붙여 줘야 할 것만 같다.
여울은 반으로 쪼개져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배의 위로 올라서 그 존재를 바라보았다.
길고 뾰족한 입, 날카롭게 찢어진 하얀 눈, 온몸을 감싼 매끄럽고 견고한 비늘……. 수백 미터 높이로 뛰어올라 꼬리 끝까지 보인 그 존재는 마치 악어를 연상케 했다.
선장 제르칼은 갑판 손잡이를 붙잡고 매달린 채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해, 해룡님이다…….”
“해룡님이 어찌 우리를…….”
그들의 눈빛에는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미 해룡이라고 불리는 저 존재의 타깃이 된 이상 죽음은 기정사실이 되었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물에 사는 용, 그 말밖에는 저 어마어마한 놈을 표현할 길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여울은 저런 놈과 마주쳤다 하여, 이들처럼 가만히 죽음을 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키헤에에에!!”
몸이 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그늘이 드리워졌다. 해룡이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배를 깔아뭉개려는 것이다. 그 몸이 워낙 거대하여 피할 시간이 마땅치 않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바닷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쿠과과과과광!!
두 동강이 난 배는 해룡의 몸에 짓눌려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배 갑판과 해룡의 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몸이 터져 나가며 붉은 피를 바다에 뿌렸다.
콰아아앙!
그 어마어마한 중압감은 수면에 닿고도 한참 동안이나 안으로 파고들었다. 바닷속으로 한 발작 먼저 빠져든 여울은 해일과도 같은 물살에 휘말리다가 갑작스레 둔탁한 무언가가 등을 강타했다.
“커허억!”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짓눌리는 충격이다. 놈의 몸통 박치기에 맞은 듯하다. 여울은 바로 다크네스 큐어를 외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휘몰아치는 물살 때문에 눈앞은 어지럽지만, 집중하면 미지의 감각이 놈이 어디 있는지 알게 해 준다.
그런데 등 뒤에 그놈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서진 배와 사람들의 시체만이 있을 뿐이다.
‘어디…… 헙!’
여울은 눈앞에 입을 쩌억 벌린 채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가오는 해룡을 발견했다. 그 거대한 입의 크기는 70미터는 되는 듯했고, 흡입력도 가지고 있어 그쪽으로 수많은 잔해들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속도, 피할 수 없는 크기다. 여울은 다급히 디카르를 얼굴까지 뒤덮으며 숨을 참았다. 동시에 놈의 입안으로 그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
후우우웅! 터엉!
끝없는 심해로 한참을 들어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물컹한 무언가에 막혔다. 그것은 늪처럼 천천히 몸을 삼켰다.
울컹!
그곳을 통과한 이후에는 저항력이 강한 공간에 들어왔다. 감각으로 보니 위장 안으로 들어온 듯하다. 약 30미터 둘레에 막이 있고, 주변에는 방금 같이 먹힌 사람들과 해적선의 자재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손발을 허우적거렸으나 마치 굳기 직전 시멘트 안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가 매우 힘들었다. 바닷물이 아니라 점성이 매우 강한 액체 안에 있는 것이다.
츠즈즈즈.
이곳에 들어온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는데 해적선 자재는 물론, 같이 들어온 사람들도 살갗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디카르로 눈까지 완전히 뒤덮어 위산이 침투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놈의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그것은 강제로 온몸을 둘러싼 디카르를 녹여 버리기 시작했다.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변형되어 다시 굳어지기 전 흐물거리는 액체의 모습으로 변하는 디카르였다. 덕분에 자신의 맨살이 고스란히 위산에 노출되었다.
‘끄으으으.’
살갗이 불에 덴 듯 뜨거워진다. 얇디얇은 눈꺼풀은 금세 녹아내려 강제로 눈이 뜨였다. 두 손을 펼쳐 디카르를 운용하여 놈의 속살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몸을 감싸던 것들도 해제되었는데 그 무엇이 가능하랴.
그때, 눈앞에서 작은 빛이 생겨나며 머리를 울리는 초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냐, 밤의 용인 줄 알았는데 인간인가? 네놈이 카르의 전신이더냐?
작고 푸른빛은 이내 작은 소년의 형상으로 변하였고, 그것은 입을 벙끗거리며 말을 했다. 여울은 직감적으로 그 소년이 이 거대한 괴물 해룡임을 알 수 있었다.
“너도…… 용인가.”
-용이라…… 용이면 내가 너를 잡아먹겠느냐? 네놈에게는 마족이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쉽겠지. 네가 나에게 죽은 줄 알면 카르 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나. 크하하!
용, 그들의 본체가 현신할 수 있는 이 로디스 세계에서의 용은 지금 이 해룡처럼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강함을 지닌 것이다. 자신에게 죽었던 백여 명의 마족들도 이처럼 강했을까?
여울은 천천히 녹아내리는 살의 감촉을 느끼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인간 따위가 용의 후원을 받는다고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죽기밖에 할 수 없겠지. 나는 네놈을 흡수하고 더욱 강한 마족이 되겠구나. 잘 소화되거라, 맛있는 것.
해룡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위산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그 산성이 더욱 강력해짐을 느꼈다.
‘이렇게 허무하게…….’
한 세계의 절대자였으며, 이곳에 넘어와 다시 약해졌어도 몇 달 만에 한 왕국의 최고가 되어 대륙의 지배자 나가 여왕 레시아를 무너트렸다. 그녀는 자신이 예언에도 나왔었다고 했다.
순조롭게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라는 원인 제공자를 찾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바다를 건너는 도중, 계획에도 없었던 몬스터에게 죽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울은 깨달았다. 이런 몬스터에게도 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죽는데 세계를 뒤흔드는 ‘그’라는 존재를 어떻게 없앨 수 있으랴. 오만한 생각이었다. 어쩌면, 평생 동안 그를 죽일 힘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손가락을 뒤덮은 살갗이 녹고, 손톱이 해체되고, 하얀 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은서와 보라, 수언과 지연, 둥둥과 진후의 얼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그들도 죽는다. 살아야 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다짐이 굳혀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멀 듯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