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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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2레벨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수백 미터 크기의 몬스터가 배를 뒤집어 까고 누워 있다. 그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크흐으으아악!”
여울은 온 신경을 집중하여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전신 레벨업의 고통을 느꼈던 2레벨 때도, 레벨 완성 단계인 10레벨에 도달했을 때에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지금은 조금만 방심해도 팔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마나막을 두 팔에 감싸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며 레벨 동기화에 돌입했다.
“크흐, 크흐, 흐으…….”
폐활량 레벨이 4가 되고 나서부터는 근육이 파열 직전까지 가지 않는 이상 숨이 차지 않던 여울인데, 지금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눈을 감고 동기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두 팔을 들어 올려 보니 가뭄 때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손으로 만지니 그것들이 쉽게 벗겨지며 새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언젠가 레벨 동기화를 했을 때 몸 안에 있던 탁한 요소들이 배출되어 전신에 역한 냄새가 났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허물을 벗은 것은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다.
‘대체 얼마나 달라졌기에 허물까지 벗겨진 것인가?’
여울은 그 힘을 당장 시험해 보기 위해 해룡의 비늘을 잡아 위로 올렸다.
우드득!
비늘이 허무하리만치 손쉽게 뜯긴다.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전에는 양손에 디카르를 두껍게 감싸고 하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거의 반절의 힘을 주어야만 뜯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새우의 껍질을 뜯는 것처럼 쉽다.
10에서 11레벨로 올라갔을 때는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12레벨에는 갑자기 너무 격한 차이를 보인다. 마나를 볼 수 있게 되어서 그런가?
여울은 머리 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관찰.”
-레벨: 12 (최초의 머더러)
-경험치: 1퍼센트
-특성:
-Lv. 11 다크네스 – 어둠의 힘이 깃든다
……
……
-마나 – 마나를 움직일 수 있다
마나를 보게 되면서 마나라는 특성이 생겼다. 특이하게도 특성 레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레벨 여하에 관계없이 능력의 증가폭이 자유롭다고 해석된다. 늦은 레벨에 마나를 보게 된 셈이니 반가운 정보다.
그리고 예상대로 레벨이 12로 올랐다. 그런데…….
‘레벨 옆에 (max)라고 적혀 있던 글씨가…… 사라졌다.’
단순한 관찰 시스템 착오인가? 아니,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거니와 레벨 완성이 풀렸다면 지금의 이 힘이 설명이 된다.
‘마나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나의 한계가 깨졌다.’
여울은 두 팔에서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힘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바다를 건너는 중에 해룡과의 만남, 그것은 행운이었다. 그로 인해 목표에 크게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후우…….”
여울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이를 악물며 다른 부분을 동기화시키기 시작했다. 바다를 건너는 도중에 통증이 발생되면 꼼짝없이 빠져 죽을 것이다. 이 해룡의 배 위에서 전신을 동기화시키고 난 뒤에 움직인다.
프세하 대륙으로.
* * *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밝은 대낮인데도 숲 안쪽에는 밤처럼 어둡게 우거져 있다. 그곳과는 대조되게 마치 줄을 그어 놓은 것처럼 어느 지점부터 백사장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케룩케룩.”
머맨 두 마리가 바닥을 뒤적거리며 코를 킁킁대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바닷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키헤에엑!”
그들이 바라본 곳에는 마치 서핑보드를 타듯이 파도를 타고 가공할 속도로 날아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머맨들은 그를 보고는 본능적으로 창을 들어 겨누었다.
그때, 그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크렉?”
“켁?”
머맨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품은 순간.
콰앙!
놈들의 머리 위로 그 남자가 떨어져 내렸다. 강한 충격파를 동반하여 두 머맨은 그 자리에 터져 나갔다.
남자, 여울은 깔아뭉갠 머맨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육지인가.”
해적선을 만난 시점에서 이틀이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길을 잃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륙인지, 신체를 레벨 동기화 시킨 후에 일주일이나 수면 위를 달렸다. 동기화까지 합치면 육지를 다시 밟기까지 거의 한 달은 걸린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출발 전 플랜을 짤 때 프세하 대륙에 도착하면 레벨업을 위한 세 달이라는 기간을 정해 놨었기에 오히려 시간을 번 느낌이다.
이제 이곳이 프세하 대륙이 맞는지 확인할 때다. 정보 길드 시드의 말에 의하면 동쪽에 인간들이 사는 도시가 있다고 했다. 여울은 태양이 언제 떴는지 시간과 위치를 계산하며 동쪽이라고 추측되는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웅, 후웅, 후웅.
가공할 속도로 달리는 그가 디딘 땅에는 신기하게도 발자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 빨리 달리는데도.
마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케라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처럼 산을 쪼개고 바다를 뒤집는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그 세세한 기억은 없을뿐더러 가끔 보이더라도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환상으로만 보였기 때문에 마나의 수식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겉모습으로 대충 짐작하여 바로 쓸 수 있던 것은 ‘마나 흡수’ 하나뿐이다. 현재 마나로 부릴 수 있는 마법은 감각으로 바람의 마나를 만져 빠르게 이동하는 것과, 자연의 모든 속성의 마나를 압축시켜 막으로 만드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도 수많은 응용을 할 수 있다. 여울은 후에 시간을 내서 마법에 관하여 연구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울은 바람을 밟고 달리는 신선처럼 유영하듯이 숲을 내달렸다. 그렇게 몇 분 지나지 않아 동남쪽에서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
“그어어어어!”
낯익은 포효 소리다. 여울은 그쪽으로 바로 방향을 틀어 전속력으로 달렸다. 레벨업을 한 후에 힘을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놈이다.
턱.
그는 몇 걸음 가지 않아 우뚝 멈춰 섰다. 눈앞에는 수십 미터 크기의 이그리트가 두 앞발을 휘두르며 위협을 하고 있고, 주변에는 오십여 마리의 리자드맨들이 각종 무기와 도구들로 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이 땅에서 보니 새로웠다. 뒤쪽에 있는 리자드맨들은 밧줄 끝에 갈고리를 달아 놈에게 내던지며 움직임을 압박했고, 정면에 방패를 든 거대한 리자드맨은 이그리트를 도발하고 있었다.
“키헥키헥!”
“크헤아!”
그들이 레시아 왕국의 몬스터들과 다른 점은 인간의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과 마주치면 무조건 목숨을 건 싸움만 하고, 그들을 길들이거나 노예로 삼지 않으니 인간의 언어를 배울 틈이 없었던 것이다.
리자드맨이 이그리트를 둘러싸고 사냥하고 있는 모습은 지구의 하이에나가 사자를 상대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로디스의 모습이다. 이곳이 왜 자유의 땅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대륙이 세잎 대륙처럼 한 왕이 몬스터와 인간들을 압박하고 있다면, 이곳은 그런 압박이 가장 덜한 대륙인 것이다.
여섯 왕들이 생겨난 시점부터 비정상적으로 돌아갔다. 레시아가 말했던 ‘그’라는 자의 소행이 분명하다.
여울은 발끝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자연에 순응하는 동물들과 비슷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들에게 쉽게 검을 뻗지 못할 것 같아서다.
동쪽으로 다시 달리며 보이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그냥 지나쳤다. 어차피 다른 몬스터 왕국을 칠 때가 되면 한없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곳의 생태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달린 지 이틀째 되던 날, 드디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긴…….”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거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그 중턱에 나뭇가지를 엮고 잎사귀를 지붕 삼은 집들이 수백, 수천 개가 보였다. 나무를 오르는 사다리까지 넝쿨로 만들어져 있는데, 대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들도 수십 미터 위를 놀이하듯 쉽게 오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모두 가죽이나 잎사귀를 엮어 만든 것이, 마치 전설에서나 나오는 엘프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매우 얇고 딱 달라붙는 옷, 검은 재킷을 걸치고 신발을 신고 있는 여울을 발견한 사람들은 모두들 한마디씩 던졌다.
“우와, 우와! 저기 저 아저씨 옷차림 봐.”
“다른 대륙에서 온 사람인가?”
“위험해, 애기야. 가까이 가지 마.”
“실프, 실프들 어디 있지?! 낯선 사람이 왔어요!”
자신을 보고는 실프를 외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여울은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비아느는 이곳에서 마법사로 꽤 유명하다고 했다. 성향도 호전적이지는 않은 것 같으니 잠시 틈을 둘 생각이다.
휙! 휘익! 휙!
그때, 저 멀리서 굵은 덩굴을 잡고 타잔처럼 날아오는 몇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의 옆구리에는 다들 하나씩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검이 달려 있었다.
턱, 터덕.
그들이 여울을 중심으로 사방에 내려섰다. 정면에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검을 들어 그에게 겨누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왔지? 이곳에 온 목적이 뭔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호전적이다. 여울은 앞뒤 다 자르고 바로 목적을 밝혔다.
“비아느를 찾으러 왔다.”
“비아느?”
“비아느라니…….”
“그 언니 말하는 거 맞지?”
“저 사람 대체 뭐지?”
그의 말에 대장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검을 든 손을 조금 더 앞으로 뻗었다.
“비아느를 왜 찾지? 너는 그녀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여울은 어린아이까지도 그녀를 알고 있는 눈치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이제 드디어 중요한 열쇠인 비아느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그녀는 어디 있지?”
턱.
그의 물음에 사내는 검을 그의 목에 대며 으르렁거렸다.
“다시…… 한번 묻겠다. 그녀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여울은 목에서 느껴지는 금속 특유의 싸늘한 기운에 눈을 번뜩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
* * *
칠흑같이 어두운 언데드성 내부.
알현실의 왕좌에 한 남자가 언데드 왕국의 리치 여왕 베사린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
푹! 푸슉!
베사린의 등 뒤에는 서슬 퍼런 검이 경쾌하게 뚫고 나왔다. 그녀의 눈을 노려보는 남자의 눈동자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해 내며 중얼거렸다.
“커흑! 네, 네놈이…… 예언의 그놈인가…….”
남자는 그녀의 심장을 꿰뚫은 검을 비틀며 입을 열었다.
“예언이라…….”
그는 그녀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는지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우드득!
그가 손을 놓자 그녀의 목은 꺾이지 못하는 부분으로 축 처졌고, 숨소리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촤아악!
그가 검을 뽑자 그녀의 몸에서 선명한 붉은 기운이 탐스럽게 넘실대며 남자에게 옮겨 가기 시작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며 강하게 움켜쥐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 힘이라면……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