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6
16
16 다크니스 블레이드
탁!
금속과 뼈가 부딪치니 텁텁한 소리가 났다. 힘으로 뼈를 잘라 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단단했다.
근육도 없으면서 힘은 오크가 살아 있을 적과 비슷했다. 다섯 마리면 무시하지 못할 힘이지만 1:1로는 손쉬운 상대였다.
여울은 놈을 밀치고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서걱!
검신이 목뼈와 목뼈 사이, 원래는 연골이 자리해야 할 곳을 정확히 베었다.
어떤 물질로 붙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가 베였다.
딱! 딱! 딱!
한데, 잘린 머리는 이빨을 위협적으로 부딪쳤고, 머리를 잃은 몸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계속해서 공격해 왔다.
그사이 다른 놈들도 지척에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심장 부근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원형의 무언가가 조그맣게 붙어 있다. 손가락 두 개를 붙인 크기다. 여울은 검을 뻗어 그것을 찔렀다.
푸슉!
처음으로 검 끝에서 딱딱한 것이 아닌 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펌프질하듯이 검은 연기를 내뿜던 그것이 확 쪼그라들고 해골은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었다.
역시 그것이 해골들의 형태를 유지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듯했다.
약점을 파악하는 사이 네 마리에게 둘러싸였지만, 여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자신에게는 동체시력과 민첩이라는 특성이 있으니 훤히 드러나 있는 갈비뼈 사이에 있는 검은 심장을 한 수에 정확히 도려낼 능력이 있었다.
여울은 양손을 펼치고 그들 사이를 돌며 검은 심장에 검을 쑤셔 넣었다. 네 마리는 모두 거의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예상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개체수가 좀 많지만 9층보다도 더 자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스테이지에 온 듯했다.
“음…….”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햇볕의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태양과 동일하게 둥그렇고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레벨이 올라가서 그런 줄 알았는데 피부로 느끼는 온도까지 다르다는 것은 조금 의심이 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무언가 예전 하늘과 다른 느낌이었다. 아직은 느낌이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동일했다.
이제는 태양과 하늘마저도 의심할 지경에 이르다니, 케라브가 저주스러웠다.
모래로 된 언덕 하나를 넘어가니 저 멀리 나무들이 보였다. 앙상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 그리고 그곳에는 은은하게 빛을 품고 있는 라브가 있었다.
아래층보다 훨씬 줄어든 느낌이었다. 일반적인 사막에는 퍽이나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비상식적인 식량 라브와 비상식적인 몬스터, 케라브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여울은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희망을 버리고 현실에 집중했다.
‘이렇게 사방이 뻥 뚫린 황무지인데 위층은 어떻게 올라갈까? 마법진이 있는 건가?’
일단 가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타다다다닥!
여울은 바닥을 뚫고 나오는 해골들을 무시하며 달렸다. 그들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쫓아오지 않았다.
“훅, 훅, 후욱…….”
그렇게 달리기를 두 시간,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위로 올라가는 마법진은 물론 내려가는 것도 없었다.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아래층과 마찬가지로 이곳이 가로세로 20킬로미터 미만이라면 벌써 몇 바퀴는 돌았어야 했다.
하늘은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달이 뜨는 것이 아니라 해의 색이 바뀌었다.
점점 어두운 색으로 변색되던 해는 어느새 회색이 되었다.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낯선 곳의 밤은 언제나 위험했다.
그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인 진리였다.
여울은 숲을 찾아가 나무를 올라갔다.
5~7미터 남짓으로 그리 높지 않은 나무.
5미터쯤 올라가서 칼론의 주머니에서 수풀을 엮어 만든 밧줄을 꺼냈다.
그것을 나무에 계속해서 두르다가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워졌을 때 강하게 묶고 그곳에 앉았다.
이곳에서 밤을 보낼 것이다. 자면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허리도 나무에 한 바퀴 묶었다. 동굴에서 잘 때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라고 자위했다.
그곳에서는 감각을 최대로 넓히고 새우잠을 자야 했으나, 이곳은 적어도 전초 현상이 있을 테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사이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이러다가 완전히 사라지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예 검게 변했다. 하늘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검은 장막을 덮은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라브만이 노란빛을 냈다. 달빛 없는 새벽 밤 같았다.
‘그 나름대로 운치 있다고 해야 하나……’
그때.
투둑, 투두둑!
푸슉!
귓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은 안력을 돋웠다. 낮에는 발이 땅에 닿는 진동에만 일어났던 놈들이 밤이 되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투둑!
시야에 닿는 모든 해골들이 일어났다. 그 수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다.
낮과는 무언가 달랐다.
검은 심장은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고 두 눈에선 붉은 안광이 뿜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공간에 붉은 점이 수백, 수천 개 찍혀 있는 그림은 여울에게도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놈들 마치 사냥의 시간이 왔다는 듯이 돌아다니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울은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끼이익!
그때,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해골들이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여울을 발견했다.
다다다닥!
그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까도 놈들이 달렸던가?’
아니다. 낮에는 딱딱거리며 느릿하게 다가왔다. 밤에만 달리는 것이다.
한 놈을 시작으로 수십 마리가 자신에게 짓쳐 왔다. 여울은 고민했다. 내려가서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하지만 어둠 탓에 극도로 줄어든 시야에 보이는 곳은 모두 해골투성이였다.
탁! 탁! 탁!
해골들이 바로 날카로운 손가락뼈로 나무껍질을 찍어 대며 오르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놈들은 다닥다닥 붙어서 올라오고 있었다.
길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기에 여울은 허리에 맨 밧줄 풀고 검을 꺼내 들었다.
끼긱!
금세 올라와 입을 쩌억 벌린 해골은 마치 포효하는 듯했다. 여울은 놈의 얼굴을 발로 찼다.
빡!
놈은 목뼈가 옆으로 완전히 꺾였는데도 버텼다. 더 강하게 내리치자 목뼈가 부서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동시에 몸통도 같이 떨어졌다.
확실히 낮보다 힘도 강해졌다.
다른 해골들을 차고 있는데, 바닥에 떨어진 해골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스스로 움직여서 붙었다. 아무래도 그사이에 검은 연기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였다.
역시 검은 심장에 제대로 검을 꽂아야 한다.
으득!
여울은 두 다리를 나무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거꾸로 매달렸다. 그리고 두 검으로 놈들의 관절을 잘라 내며 심장에 검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놈들은 붉은 안광이 사라지며 나무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워낙 수가 많아서 팔뚝에 상처가 늘고 있지만 이제 서른 마리 정도만 남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기긱, 기긱!
그런데 그때, 그 특유의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심장이 꿰뚫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놈들의 눈에서 안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불과 5분 이내였다. 불사신인 건가?
아무리 특성이 돕는다고 해도 이렇게 9시간 이상을 버틸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먼저 올라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처음으로 놈들의 앙상한 손아귀가 죽음의 손아귀처럼 보였다.
“어쩌라는 건가…….”
그때, 귓가로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다크니스 블레이드를 활성화시키겠습니까?]‘다크니스 블레이드?’
이 메시지가 왜 지금 떴는지는 알 수 없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뭐든 필요했다. 여울은 허공에 대고 힘껏 외쳤다.
“시켜! 당장 활성화시켜!”
[다크니스 블레이드가 최초로 활성화됩니다.]“으읍!”
여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와 팔뚝을 지나서 손으로 쥐고 있는 중검으로 뻗어 나갔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발생하였다.
화르륵!
검은 화염이 두 개의 검신을 감싸며 불타오르더니 이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불길이 머물러 있었다.
여울은 길게 생각할 것 없이 바로 검을 해골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치이익!
매캐한 냄새와 함께 해골이 떨어져 내렸다. 심장이 타 버린 해골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손아귀에 달려 있는 것처럼 두근거리고 뜨겁다. 아니, 오히려 차가운 듯했다.
몸 안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뜨거움과 차가움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검은 불길을 보니 이가 악물리고 힘이 솟아났다. 무엇이든지 썰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해골의 팔에 그대로 휘둘렀다.
서걱!
거짓말처럼 쉽게 잘려 나갔다.
여울은 눈을 번쩍였다. 이 힘은 무영의 은신처럼 한정적일 것이 분명했다. 그 전에 올라오는 모든 놈들을 처리해야 살 수 있었다.
“하앗!”
여울은 검은 심장을 향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 * *
“허억, 허억, 허억…….”
앙상한 나무 아래, 백여 구가 넘는 해골의 잔해가 언덕을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는 두 개의 검을 바닥에 꽂고 있는 여울이 있었다.
밤이 되면 정찰 본능이라도 생기는지 해골이 계속해서 추가되어 팔뚝이 터질 듯했다.
세포 변이와는 또 달랐다. 마치 뜨거운 물을 고무호스로 내보내는데 호스가 녹아내리려는 느낌이었다.
여울은 아직도 일렁이고 있는 검을 보며 입을 열었다.
“비활성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여울은 정신없던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다크니스…….”
[현재 다크니스 수치는 41입니다.]“음?”
다크니스 수치라면 분명 2였다.
‘그런데 41?’
분명 다크니스 관련 스킬을 사용했는데 내려가기는커녕 올라갔다.
‘혹시 해골을 잡으면 올라가는 것인가?’
잡을 때 이 스킬이 필요한 것을 보면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전에 2뿐이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문득 8층에서 만난 사내 네 명이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 이곳에 올 때 들었던 메시지가 기억났다.
[당신은 최초의 머더러입니다.]최초의 머더러.
살인이 시스템에 무언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였다. 특성은 획득이 아니라 개화라고 불렸다.
처음부터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때 다크니스 수치를 획득했더라면?
그것이 본의 아니게 사용되어 2가 남은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한 명당 10을 획득한 것이고, 1을 방금 소모한 것이라고 보면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사람 한 명을 죽일 때마다 10의 수치를 얻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으로 강해지는 특성이라…….’
무언가 기분이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