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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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불안정한 마나 결정체
「대지에는 수많은 속성의 마나들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흐르고 있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특정 부분이 아무렇게나 엉켜 정체가 되는 구간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풀어지지만 우연히 그곳에 한 겹이 더 엉키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수천만분지 일의 확률로 두 번 연속으로 엉키게 되면 불안정한 마나는 논리 세계에서 물리 세계로 구현되게 된다. 직접 만질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불안정한 마나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고 오로지 숨을 쉬는 행위밖에 하지 못한다. 숨을 쉴 때마다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여 아주 미세하게 덩치를 키워 나가고, 대략 500년이 넘어가면 그 질량이 증가하여 다른 물질로 변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제야 비로소 도플갱어라고 불리는 몬스터의 준비 과정이 끝난 것이다. 」
나는 수백 년간 봐 오면서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동물은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폴리모프의 능력을 얻게 된 지금, 처음으로 마주한 인간의 모습은 썩 마음에 들었다.
이 세계의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흑발에 흑안을 지니고 있고 그 눈빛에서는 섬뜩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하고 그를 쫓아다녔다. 수개월 동안 뒤를 밟으며 봐 온 그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무한하다. 볼 때마다 배울 점이 생겨난다. 그를 닮아 갈수록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선택을 정말 잘했다.
그를 방해하고 싫어하는 존재는 지워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냄새가 끊겼다. 바닷물 외에는 냄새를 방해할 수 없다. 바다를 건넌 것이 확실하다. 나는 그가 동쪽 대륙으로 건너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만난 그는 또 새로운 능력을 선보였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으…… 음?”
이상하다. 그를 따라 할 수가 없다. 그의 새로운 능력은 단 하나도 따라 할 수가 없다.
“왜, 왜 안 되지?”
불안하다. 그를 이제는 따라 할 수 없다. 그로 인하여 나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나는 죽게 될 것이다. 나는 살아야 한다. 내가 살려면…….
“너를 죽여야 해.”
그를 따라 하지 못하게 된 후에 그를 만났던 존재들은 모두 죽여서 흔적을 없애야 한다.
그…… 숲 마을로 가야 한다.
나는 숲에 사는 인간들을 보이는 대로 베어 죽였다. 그들은 약했다. 역시 폴리모프할 인간을 잘 선택했다.
그들을 죽이는 중에 한 사내가 그의 배를 꿰뚫은 나의 검신을 부여잡고 희한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치, 친구…… 너, 너…… 아니지?”
진실을 꿰뚫는 눈? 기분 나쁜 놈이다. 나는 그의 배를 갈라 내장을 모조리 끄집어내었다. 그러고는 목을 잘라 마을 입구 쪽의 넝쿨에 매달았다.
탁탁.
한 시간쯤 걸렸나? 보이는 인간들은 모두 죽였으니 그의 흔적은 사라졌다. 그의 뒤를 쫓을 때다.
그를 따라 북쪽으로 향한 지 이틀이 지났을 때였다. 익숙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찾았다, 나.’
나는 즐거워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
여울은 자신과 동일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도플갱어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묘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별별 몬스터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사람들은 도플갱어의 존재 자체를 거의 모를뿐더러 이놈은 그 먼 바다까지 건너서 자신을 쫓아와 죽이려 하고 있다.
그의 검기와 움직임은 지금 잠깐 보아도 자신을 능가하고 있다. 어떻게? 도플갱어는 대상자와 똑같은 능력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관찰.’
묵묵부답이다. 몬스터로 인식되지 않는 건가? 인간처럼 접촉을 해서 관찰을 시도해야 하나 의문이 들 때였다.
“미치겠군.”
그는 한 손에 디카르와 유사한 검을 들고 있었는데, 반대편 손에서도 동일한 검이 형성되고 있다. 검기뿐만 아니라 디카르마저도 복제한 것이다. 그가 방금 만들어 낸 검을 여울에게 뻗으며 입을 열었다.
“죽어야 해? 죽여야 해.”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여울은 다음 행동을 고민할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그의 두 검과 부딪쳤다.
쩌어엉!!
충격파와 함께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반탄력을 이용하여 뒤로 검을 한 바퀴 돌려 아래를 베어 온다.
여울은 디카르를 지팡이처럼 바닥에 꽂으며 두 발을 들어 그의 머리를 향해 뻗었다. 발끝이 그의 코에 닿기 직전, 목을 뒤로 홱 꺾어 피하며 검의 휘두름은 멈추지 않았다.
서걱!
‘잘렸어?’
아래에 지지대 역할을 하던 디카르가 잘려 나갔다. 다크네스 블레이드를 활성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두부처럼 쉽게 잘려 나갈 줄은 몰랐다. 처음이다.
후웅!
디카르를 자르고 두 검이 바로 올라와 공중에 떠 있는 여울의 등을 공격해 왔다. 여울은 마나 막을 치고 몸을 회전시켜 옆으로 피했다.
스걱!
“큽.”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결국 어깨에 검상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의 검을 보니 어느새 검은화염이 둘러져 있다. 그것을 사용한 것을 보고 복제한 것이다. 아직 다크네스 버서커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복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울은 뒤로 물러서며 그의 공격을 정신없이 받아 냈다. 디카르의 잘린 부분을 다시 형성시키는 동안에도 그의 폭풍 같은 공격은 이어졌다.
채쟁! 챙! 채재재쟁!
허공에서 네 개의 검은 검이 가공할 속도로 부딪친다. 그것은 웬만한 레벨의 동체시력 특성자들도 잡아낼 수 없는 속도였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마치 반투명한 검은 막이 둘러져 있는 듯했다.
‘크흑, 젠장!’
손가락과 손목이 얼얼하고 팔뚝과 어깨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그의 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자신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몇 번의 부딪침으로 깨달았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지는 몰라도 속도나 힘, 품고 있는 마나도 그 어떤 것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아주 작은 실수만 해도 목숨이 날아간다. 아니, 지금 상태를 지속만 해도 결과는 뻔하다.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도플갱어가 유일하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은 마나를 보고 만지는 것이다. 그 능력이 승부수이다.
여울은 그의 이동 지점에 작은 마나 막을 만들고, 그쪽으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때, 그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츠즈즈즈.
계속해서 맞받아치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검을 흘리며 반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 다른 검으로는 옆에 설치한 마나 막을 깨트리고 있었다. 보지 못해도 기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가? 큰 실수다. 자신이 마나를 깨닫지 못했더라도 마나 막 정도는 기운으로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검을 흘리고 다가오는 그 일련의 과정이 자신의 행동과 매우 흡사했다. 여울은 알고 있다. 이렇게 가까운 지점에서 반격을 하면 피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자신 역시 예외는 아니다.
푸욱!
그의 검 끝이 도달하기 전, 최대한 몸을 비틀었지만 옆구리 부분을 길게 베였다. 갈비뼈는 물론 폐 끝부분까지 잘려 나가 순간 호흡에 무리가 왔다.
“끄으.”
여울은 다급히 마나 막을 치며 뒤로 물러섰다. 이때를 놓칠세라 그는 바로 날아올라 여울을 향해 두 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쿠웩!”
여울은 그 충격에 저 멀리 날아가며 피를 토해 냈다. 바위에 부딪친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다크네스 큐어, 다크네스 버서커, 다크네스…….’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그가 따라 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 검은 기운이 몸을 두르며 몸을 치료하는 시간이 천년같이 길었다. 검은화염을 두른 그의 검이 한 치 앞으로 다가왔다. 몸은 아직도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여울은 온 힘을 다하여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콰직!
그의 검이 이마 옆을 스치며 뒤쪽 바위에 박혔다. 디카르도 잘라 내는데 바위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검을 옆으로 휘두르기 전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아직 뇌의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기기기긱!
그의 검이 바위를 가르며 자신의 머리통을 잘라 내기 위해 옆으로 이동한다. 그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 어떠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여울은 그것을 끄집어내었다.
콰아아아앙!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고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르며 여울과 도플갱어의 신형이 정반대로 날아갔다.
터덕, 턱.
그는 나무에 부딪치기 전에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그것을 박차고 다시 튀어 왔다. 여울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질 때 누군가가 받아 내었다.
후우우웅.
흙먼지가 걷히고 여울의 몸을 받아 낸 주인공의 모습이 드러났다. 도플갱어는 검을 뽑으며 그에게 날아가다가 눈이 빠질 듯이 크게 놀라더니 발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멈추었다.
“다, 당신은!”
여울을 받아 낸 존재는 이글거리는 푸른 눈에 노란머리의 호첸이었다. 그의 양옆으로 사와코와 리치언, 검기를 쓰는 왕치학이 서 있었다. 드디어 사대천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기사들을 소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플갱어는 호첸을 발견하고는 부들부들 떨며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뒤를 쫓으려는 사와코를 보며 여울은 의식으로 멈춰 세웠다.
‘멈춰, 위험하다.’
위기의 순간에 그들을 불러낼 수 있게 되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레벨 한계가 깨지고 레벨업을 했다고 해도 그들만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몸 상태까지 완벽하면 도전해 볼 만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그가 갑자기 물러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우득, 우드득.
한 시간쯤 되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그가 무슨 이유로 그리 급히 물러섰는지는 몰라도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
여울은 검은기사들을 물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모든 능력이 사용 가능하다.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사대천왕도 불러낼 수 있으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다.
‘도플갱어…….’
그가 자신을 찾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바다 건너까지, 아니, 그 전에도 자신의 감각에 걸리지 않게 계속해서 지켜본 것을 보면 분명하다.
당분간은 레벨이 낮은 검은기사들로 경계를 세워 그를 견제해야겠다. 마나를 깨닫고 12레벨이 되어서도 정신없이 밀리는 힘이라니……. 이곳은 잠깐이라도 자만심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 라칸 왕 드비아드는 그보다 강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 *
타다다다닥! 타다다닥!
수풀이 우거진 숲, 그곳을 하나의 검은 인영이 가공할 속도로 거칠게 지나가고 있다. 그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수풀, 나뭇가지, 나무마저도 피하지 않고 일자로 달리고 있다.
파방! 팡!
그가 지나간 자리는 수풀과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고, 나무는 가운데가 사람 크기로 뚫려 있다.
그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며 계속해서 뭐라 중얼거렸다.
“그, 그자야…… 그자, 용의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