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61
161
161. 드비아드의 영역으로
후웅! 후웅!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평야를 달리는 한 남자가 보인다. 구름 위를 거닐 듯이 부드럽고 빠르게 수풀 위를 넘어가는 그는 바로 여울이었다.
숲을 지나니 수백 킬로는 되는 것 같은 평야가 나왔다. 수풀도 허리보다 아래여서 몸을 숨기기 좋지 않은 곳이다. 여울은 자신의 감각이 닿지 않는 2킬로미터 거리에 뒤와 양옆에 검은기사들을 소환하여 경계하며 따라오도록 명했다.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혼은 마족이라 그런지 조금 쉴 때에 금세 따라붙기는 했다. 한나절이면 소환이 해제되는 검은기사들 세 명을 한 팀으로, 지금이 여섯 번 째다.
사흘을 라칸 왕 드비아드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도플갱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마나를 깨닫고 12레벨로 올라가며 레벨 한계까지 풀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강해졌다. 이제는 몬스터 왕들과의 싸움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지 채 며칠도 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상대를 만났다. 그것도 어떠한 왕도 아닌 도플갱어에게.
도플갱어는 원래 대상의 능력과 외모를 완전히 복제하는 것이 정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를 보면 아닌 듯하다.
그 전에 리디한테 전해 들었을 때도 검기를 연달아 썼다고 했다. 그때 자신은 검기를 한 방밖에 쓰지 못하는 상태였고, 마나에 따른 힘인지 검기의 위력도 리자드맨을 한 번에 잘라 버릴 수 없는 정도였다.
그때도 이미 자신보다 강했던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복제했다면 그런 강함을 보일 수 없다. 복제한 후에 밤낮으로 쉬지 않고 사냥했다면? 그래도 사흘 전에 보였던 능력을 보일 수는 없다.
결국 모든 이론이 부합하는 것은 본래부터 강하면서 외형과 기술만 복제하는 경우인 것이다. 처음 자신을 만나 복제를 했을 때부터 어마어마하게 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이번에 공격을 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금세 나왔다.
카르의 말을 빌리면 모든 것을 따라 하다가 완벽히 그가 될 수 있다면 죽인다고 했는데, 복제하지 못하는 기술이 생기니 완전히 따라 할 수 없다면 죽여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즉, 마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유추된다. 그러면 이번에 자신을 죽이는 데 실패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도주한 이유는 사대천왕 중 한 명을 보고 도망갔거나, 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것일 터. 하여 여울은 휴식을 취할 때마다 사대천왕을 짧게라도 불러내어 이들이 아직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을 보였다.
그렇게 도플갱어를 경계하면서 북쪽으로 가는 중에 갑자기 커다란 새들이 떼로 날아가는 것을 발견했다.
가르르르! 가르르!
날개 길이가 2미터가 쉽게 넘는 검은 새, 시체를 뜯어먹는 칼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들이 다급히 어딘가로 날아가는 모습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푸드드득!
그들 뒤로 또 다른 새들이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다. 형형색색에 모양도 다르고 날갯짓도 다른 것이, 다른 종의 새들인 듯하다. 새들마다 각자의 목적이 다를 텐데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다? 무언가 이상하다.
쿠구구구구구구!
대지에 잔잔한 진동이 인다. 그것은 점점 커지더니 이내 다리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이들이 범인인가?
저 지평선 너머에 뿌연 흙먼지가 넓게 피어오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철갑을 두른 것 같은 등껍질, 지름 1미터의 두꺼운 다리, 코에 달린 1.5미터 크기의 원뿔, 몸길이만 5미터는 되는 콘티아 무리였다. 지구의 코뿔소를 닮아 초식동물의 이미지가 강한 놈이었다.
드드드드드!
놈들은 무서운 기세로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이동 때문에 그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도망을 쳤다고 하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기 다른 현상인가?
쿠광쾅!
뒤쪽에 있던 콘티아 한 마리가 무리하게 앞으로 비집고 나오려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자 다른 콘티아들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놈의 몸을 짓밟아 터트리며 지나갔다.
다른 놈들도 힘이 있으면 뒤에서 놈들을 앞지르려고 한다. 이상한 현상이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눈빛과 행동에서 생존을 향한 치열함이 보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으어어어어-!”
그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 곳에서 위협적인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콘티아가 내는 소리는 아니다.
콰직!
그 괴음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콘티아 무리를 바짝 뒤쫓고 있는 초대형 몬스터 이그리트였다.
놈은 마치 양 떼 무리 안의 늑대처럼 휘젓고 다녔다.
“그아아아!!”
콰득! 콰악!
그때, 이그리트 또 한 마리가 콘티아 네 마리를 두 앞발로 낚아채며 나타났다. 이내 다른 이그리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마리 이상의 이그리트가 한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 본다.
그 날렵한 움직임이나 몸집의 크기를 보면 지구에서 봤던 놈들보다 훨씬 더 강해 보였다.
스윽.
여울은 몸을 낮추고 이그리트 무리의 수를 세어 보았다. 지금 육안으로 보이는 건 총 열한 마리다. 최소가 10레벨 이상이라고 보면 거의 한 왕국급 전력이다.
비슷한 크기의 베헤모스가 코끼리 같은 느낌이었다면 놈들은 사납고 거대한 호랑이의 느낌이다.
지금 저들에게 덤비면 이길 수 있을까? 호첸과 사와코를 꺼내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수많은 콘티아들을 잡으면 경험치도 많이 오를 것이다. 갑자기 이그리트들을 잡고 콘티아 떼도 잡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동물들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도 잡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여울은 두 손에 디카르를 뽑아내며 발끝을 이그리트 쪽으로 돌렸다.
그때, 중앙에 있는 이그리트 네 마리가 마치 길을 트듯이 몸을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뒤쪽에서 그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우웅!
“그르르르…….”
다른 놈들보다 1.2배는 더 덩치가 크고 거대한 송곳니가 입 밖으로 길게 나 있는 검은 이그리트였다. 놈이 나타나 낮게 울자 이곳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먼 곳에서도 놈의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놈의 주변에 있던 콘티아들은 공포에 몸이 굳었는지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여울은 그 검은 이그리트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여섯 왕 중에 하나, 이그리트 왕 고다는 다른 몬스터 왕들과는 달리, 세력을 정착시키지 않고 세계를 떠돌아다닌다고 했다.
여울은 놈을 보는 순간 이그리트 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정도의 기운을 내뿜을 수가 없다. 나가 여왕 레시아는 몬스터 왕들 중에서도 약한 편에 속한 것이었다.
‘관찰.’
‘…….’
아무런 정보도 뜨지 않는다.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간다면 놈이 눈치챌 수도 있다.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게이트도 만들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한다면 굳이 처리해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여울은 몸을 숙이고 콘티아 무리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지금 막 옆을 지나가는 놈에게 뛰어올라 뿔을 잡고 올라탔다.
“쿠웨에!!”
놈은 머리를 한 번 거칠게 털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이그리트 왕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콘티아와 같은 방향으로 반나절을 가다가 놈들의 등을 밟으며 북쪽으로 다시 이동을 한 지 이틀, 이그리트 왕 고다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큰 평야가 끝나고 다시 어둑어둑한 숲이 나왔다.
세이프가 보여 준 지도에 따르면 이제 곧 라칸 왕 드비아드의 영역인데 사악한 몬스터 왕의 왕국으로 보이는 곳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자유의 땅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자연 속의 몬스터들만 보일 뿐이다.
일단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 않았으니 더 가 봐야겠다.
그렇게 반나절을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멈춰 섰다.
후우우우웅!
숲이 적막하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만이 숲을 시끄럽게 울릴 뿐이다. 여울은 본능적으로 라칸 왕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았다. 여울은 경계를 하는 검은기사들을 영역 밖에 세웠다.
저벅저벅!
몇 걸음 가지 않아 강한 기운을 지닌 몬스터 한 마리가 뒤쪽에 붙은 것을 느꼈다. 먼저 공격도 하지 않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게 오백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수풀에 숨어서 다가오니 그대로 놔두고 걸음을 옮겼다. 마치 탐색을 하는 듯했다.
금세 몇 마리가 더 붙었다. 양옆에 하나씩 정면에 둘, 총 다섯 마리다. 정면에 느껴지는 놈들의 기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강인한 근육, 날카로운 손톱, 인간을 닮은 외형에 진청색의 피부……. 라칸이다.
“크르르…… 인간이…… 이곳에는 왜 왔지?”
‘음?’
라칸의 질문에 여울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손톱도 뽑지 않고 살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느낌에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았더니 정말로 그들도 선공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던 몬스터 왕의 수하들이라는 관념을 깨트리는 행동이다.
‘이거…… 어쩌면 쉽게 다가갈 수 있겠군.’
여울은 눈앞에 정찰조장으로 보이는 라칸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왕, 드비아드를 만나러 왔다.”
“키하악, 드비아드 님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돌아가라.”
그의 대답에 여울은 고민했다. 원래 계획대로 무력행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설득할 것인가.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쪽으로 택한다.
“나는 어느 왕국에도 속해 있지 않은 마법사다. 드비아드와 뜻이 맞으면 함께하려고 왔다.”
“마법사?”
“마법사…….”
놈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짓고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평생 마법사를 접해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까.
여울은 검지를 들어 불의 마나를 그 끝에 끌어모았다. 일정량 이상 모아지자 작은 불꽃이 만들어졌고, 이내 성인의 주먹만큼 커졌다.
화르륵!
“보여 줘도 못 믿겠나?”
“불꽃…….”
“마법사다…….”
뒤에 있는 라칸들은 놀란 기색도 없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불꽃을 유심히 바라보던 정찰조장 라칸은 손을 뻗어 불꽃을 맨손으로 쥐어 잡아 끄고는 뒤돌아서며 말했다.
“따라와라.”
여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쏴아아아아아아!!
그들을 만나고 두 시간쯤 이동을 하자 땅바닥에 잔떨림이 느껴질 정도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두 개의 풍성한 나무를 지나치니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여울은 고개를 들어 그 폭포를 바라보았다. 200미터 남짓한 높이의, 자로 대고 깎은 것 같은 판판한 절벽에, 폭이 50미터는 되는 듯한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
뒤쪽에 있던 라칸 한 마리가 갑자기 앞장서더니 판판한 벽을 타고 올라가 폭포수 한가운데로 쏙 들어갔다. 그곳에 이들의 거처가 있는 것이다.
비밀스러운 곳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쉽게 알려 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 때였다. 정찰조장이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인간이 먼저 들어간다. 우리는 그 뒤를 따른다.”
그 행동에 여울은 추측할 수 있었다. 마법사든 뭐든 간에 자신들의 거처를 알려 주고 퍼트리도록 놔두지는 않는다는 것을.
타다닥!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폭포수 중앙으로 뛰어들었다. 마나 막으로 몸을 감싸 몸에 물이 묻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지름이 15미터는 될 법한 동굴이 나왔다. 그곳에는 네 마리의 라칸이 손톱을 길게 빼고 서 있었다. 그 강렬한 기세와 기운에서, 그들 한 마리 한 마리가 정찰조장 못지않다는 것을 느꼈다. 최소한 9레벨 이상이다.
처적, 척.
금세 정찰조장이 들어왔고 여울은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중간중간에 야광석이 있어서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150여 미터쯤 걸어가니 지름 50미터쯤 되는 반원형의 공동이 나왔다.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삼십 분쯤 있으니 그들은 다시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를 찌를 듯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것은 분명…… 라칸 왕 드비아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