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63
163
163. 고다의 최후
높이 200미터, 폭 1킬로미터의 위압적인 거대한 절벽.
그곳에 폭포수가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처럼 힘차게 흐르고 있다.
쿠우웅, 쿠웅.
커다란 굉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폭포수가 수면에 부딪치는 소리도 뚫고 들려왔다. 지면이 흔들리면서 폭포 줄기도 요동친다. 곧이어 그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에 그슬린 것처럼 검은 피부, 거대한 송곳니, 거대한 절벽을 초라하게 만드는 40미터에 육박한 몸집.
이그리트 왕 고다였다. 그의 뒤에는 못지않은 크기에 위협적인 기운을 풍기는 이그리트 열한 마리가 서 있었다.
고다는 폭포수 중앙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르르…… 드비아드여, 차원 이동사 비아느를 받으러 왔다.”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못으로 강철판을 거칠게 긁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도 폭포수 안은 잠잠했다.
고다는 그 거대한 덩치에 비해 성격이 급하다. 몬스터 여섯 왕 중에서 오크 로드 크사카를 제외하고는 수위를 차지하는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크사카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도 불만이 많은 고다였다.
그는 한쪽 앞발을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드비아드!!”
그때, 라칸 다섯 마리가 폭포수를 뚫고 튀어나와 지면에 내려섰다. 그들 중 가운데에 서 있는 라칸, 드비아드는 고다를 보며 이죽거렸다.
“여전히 성격이 더럽군. 그런다고 내 부하들이 겁이라도 집어먹을 것 같나?”
그 말과 동시에 고다의 온몸에서 살갗을 찢을 것 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건방져졌구나, 드비아드. 부하들 앞에서 찢기고 싶은가? 어서 그 꼬맹이나 데리고 와라.”
드비아드는 한 손을 들어 까닥거리며 말을 이었다.
“농담이 심하군……. 비아느를 데려와라.”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한 라칸이 폭포수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조용했다.
기다리는 시간을 참지 못하는 고다가 다시 발끈하여 소리쳤다.
“대체 언제 나오는 건가?!”
그때, 때마침 들어갔던 라칸이 비아느와 함께 나왔다. 여울은 그 바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나지 않고 다른 라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적, 척, 처적, 처저저적.
하나둘씩 튀어나오더니 이내 수십 마리가 연이어 나왔다. 그 수는 대략 팔십여 마리쯤 되었다.
고다는 관심 없다는 듯이 대충 둘러보고는 비아느에게 다시 시선을 주었다. 그는 자유로워진 비아느의 손목을 보며 말했다.
“뭐냐? 마나 제어 팔찌는 왜 풀려 있지?”
그 물음에 드비아드가 비아느를 한 번 보았다가 다시 그를 보며 대답했다.
“그녀가 원해서.”
“뭐? 주제에 자비로운 행세를 하는군……. 저 뒤에 있는 검은 인간은 뭐냐. 꼬맹이의 시중인가?”
그 말에 드비아드는 양손에 손톱을 길게 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네놈을 저승으로 데려갈 사신이다!”
드비아드는 외침과 함께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의 행동을 기점으로 이그리트들을 둥글게 둘러싼 팔십여 마리의 라칸도 손톱을 빼 들고 공격을 시작했다.
여울 역시 두 손에 디카르를 빼 들며 바로 직전에 드비아드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고다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빠르다. 너와 내가 동시에 그를 공략한다.”
콰아앙!!
드비아드가 위로 솟구쳐 오르며 고다의 턱을 향해 서슬 파란 손톱을 휘둘렀다. 손톱은 놈의 턱 바로 한 뼘 앞에서 튕겨 나갔다.
놈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두 앞발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그 큰 입을 쩌억 벌렸다.
하나하나가 1미터가 넘는 죽창과도 같은 끔찍한 이빨이 두려움을 자아냈다.
“그아아아아! 드비아드, 네놈! 감히 그분을 배신하는 것이냐!!”
드비아드는 염력으로 고다의 머리보다 더 위로 올라가 바짝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그분? 정말 모르겠느냐, 고다! 우리가 개처럼 따르던 그는 결국 이 세계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그는 외침과 함께 두 손을 교차시켜 휘둘렀다. 고다는 그의 공격을 무시하며 앞발을 위로 올려 쳤다. 중간에 그의 염력이 놈의 앞발을 막으려 했지만 우습게 깨지며 그대로 덮쳐 왔다.
그때, 날카로운 기운이 놈의 옆구리를 찔러 왔다.
쩡!
여울은 바람의 마나를 활용하여 가공할 속도로 다가가 두 검을 뻗었다. 놈의 몸 주변에는 강력한 보호막이 쳐져 있는지 닿기 직전에 강한 반탄력이 일었다.
그는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동안 아래에 마나막을 만들어 다시 박차고 올라가 두 개의 검기를 휘둘렀다.
쩌정! 파앙!
두 번째 검기에 보호막이 깨지며 놈의 피부에 생채기가 났다.
그와 동시에 위에서 드비아드가 놈의 공격을 피하고 되레 앞발에 상처를 남겼다.
여울은 이때다 싶어 더욱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때, 고다가 고개를 추켜올리며 포효했다.
“크으으아아아아아!”
쾅! 쾅! 쾅! 콰앙!
놈의 입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마나의 파장이 보였다.
여울은 다급히 마나막을 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 충격파가 몇 배는 더 빨랐다. 위쪽에 드비아드 역시 충격파에 휘말린 것이 보였다.
첫 번째 충격파가 여울을 덮쳤다. 여울이 뒤로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마나막 덕분인지 처음 베헤모스의 충격파를 맞이했을 때와 같은 내장 파열은 없었다.
하지만 전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때보다 훨씬 더 컸다.
쿠구구구구궁!
남은 세 번의 충격파가 주변에 있던 생명체들을 쓸어버렸다. 고다와 같은 종족인 이그리트도 네 마리나 공중분해되었고, 라칸도 반수 가까이 터져 나갔다.
놈의 충격파에는 날아가거나 쓰러지는 것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부딪치는 즉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150킬로가 넘는 속도의 덤프트럭에 작은 동물이 부딪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사지가 찢겨 나가는 것처럼.
놈은 성난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그분을 배신하는 놈에게는 파멸뿐이다아!”
염력을 방어막 삼아 뒤로 물러난 드비아드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하나 없었다. 오로지 고다에게만 고정되어 있다.
그는 이번 충격파로 인한 피해는 하나도 없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드비아드는 바로 놈에게 날아갔다.
후우웅!!
놈은 사람처럼 두 앞발을 지면에서 떼고 일어서서는 박수를 치듯이 그를 향해 휘둘렀다.
그는 놈의 앞발을 무시하며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러다가 놈의 앞발에 닿기 직전, 염력으로 방향을 틀어 미세한 차이로 위로 올라서서는 발가락 끝에 두 손톱을 찍었다. 그러고는 아래로 길게 내리그었다.
촤아아아악!
“크하아아!”
그의 손톱이 거의 1미터는 넘을 정도로 깊게 파내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친다.
그사이 여울이 마나의 눈으로 보니 놈의 몸에 보호막이 다시 생기려고 하는 듯했다.
여울은 재빨리 놈의 뒤로 날아가 뒷목을 향해 디카르를 내리꽂았다.
푸욱!
놈의 보호막이 아직 생성되지 않았다. 공격이 적중한 순간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 바로 회심의 일격을 날릴 때였다. 여울은 이때를 위하여 꺼내지 않고 있던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검은 기사들이여, 모두 일어나 검을 들어라.’
훙훙훙, 후웅.
여울의 양옆, 뒤로 백여 명의 검은 기사가 생겨났다.
그들은 허공에서 소환되었어도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대 천왕들부터 여울을 따라 검을 내리꽂았다.
푸욱! 퍼버벅!
그에 따라 나머지 검은 기사도 고다의 몸에 흑빛의 검을 쑤셔 넣었다.
푸푸부부북!
그사이 드비아드가 놈의 턱 아래에 두 손을 깊이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이내 양쪽으로 벌리며 뒤로 빠졌다.
촤아아악!
그러자 놈의 목젖이 뜯겨 나가며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헥, 쿨럭.”
놈은 비틀거리며 끝까지 앞발을 드비아드에게 휘둘렀다. 마지막까지 여울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단순한 놈인 만큼 상대하기는 쉬운 일이다.
여울은 두 개의 검을 합쳐 창처럼 길게 늘어트렸다. 그러고는 놈의 목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퍽! 퍽! 서걱!
둘레만 6미터는 될 것 같은 놈의 목에 세 번 휘두르자 드디어 잘려 나갔다.
놈의 머리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도 몇 번이나 이빨을 딱딱거리며 혐오감을 주었다.
드비아드는 놈의 머리 위에 올라서 크게 소리쳤다.
“이그리트의 왕 고다는 죽었다!”
그 외침에 다른 이그리트들이 반응했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아 있는 놈들은 다섯.
여울은 드비아드와 눈을 마주치고는 바로 놈들에게 달려 나갔다. 여울의 뒤에는 백여 명의 검은 기사가 따랐다.
쿠우우우웅.
여울과 드비아드가 투입된 지 5분. 드디어 마지막 이그리트가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촤아아아아악.
그제야 잊고 있던 폭포수 소리가 들려온다. 전장에는 육십여 마리의 라칸의 시체와 고다를 포함한 이그리트 열두 마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저벅, 저벅.
고다의 충격파가 이쪽에 가장 큰 피해를 줬다. 드비아드는 찢긴 라칸의 시체들에게 다가갔다. 시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잔해들뿐이다.
그 모습에 살아남은 다른 라칸들이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그에게 천천히 모여들었다.
털썩.
그는 그곳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흙바닥에 깊이 넣었다. 그러고는 흙과 피와 살덩이가 묻어 있는 그것을 들어 올려 세수를 하듯이 얼굴에 천천히 묻혔다.
“기억하겠다, 나의 아들들아.”
다른 라칸들도 그와 동일하게 조심스럽게 동족들의 피를 얼굴에 묻혔다.
여울은 신성한 의식과도 같은 그 모습을 넋 놓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드비아드가 설득당했는지 알 것 같다. 왜 이곳에 지배력이 강한 드비아드의 왕국이 세워져 있지 않은지 알 것 같다. 왜 비아느가 그를 죽어라 설득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인간보다도 더 의를 중시하는 존재였다.
드비아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라칸들을 바라봤다.
“이제 드비아드 숲도, 왕국도 사라졌다. 너희들은 자유다. 모두 나에게서 벗어나 전처럼 자유롭게 이 땅을 누비며 살아라.”
그의 말에도 라칸들은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며 다시 입을 떼었다.
“뭐야, 가라니까?”
그때, 가장 앞에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라칸이 대답했다.
“무얼 하시든지 드비아드 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를 따라 다른 라칸이 또 말을 이었다.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해가 되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드비아드는 그들을 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자유를 주고자 했는데 그것이 자신에게 버림받는 것이라고 느끼는 그들, 무엇을 해 줬다고 목숨까지 바친다는 그들.
드비아드는 그들을 보며 결심했다.
“그래, 너희들이 날 버리기 전까지는 버리지 않으마.”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스무 마리의 라칸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드비아드 님.”
드비아드는 고개를 깊게 한 번 숙이고는 여울에게 시선을 돌렸다.
“덩치도 처리했으니 이제 움직여야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