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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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양동작전
드비아드는 자신을 따르는 라칸들을 한번 둘러보곤 여울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서쪽 바다 건너 디마 제국이 있는 드비르 대륙으로 가겠다. 그곳 끄트머리에 있는 간사한 뱀파이어 로드 드리카온을 치겠다.”
드비르 대륙 동남쪽에 뱀파이어들이 사는 바헬 왕국이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다.
드비아드는 그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여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밤의 왕, 너는 북쪽의 리치 여왕 베사린을 쳐라. 그 검은 놈들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울의 옆에서 같이 듣던 비아느도 말을 이었다.
“맞아. 스올이 눈치채면 바로 왕들이 알 테니, 그 전에 나뉘어서 양쪽을 치는 것이 좋을 거야.”
“스올?”
처음 듣는 이름에 여울이 되묻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이 ‘그’라고 알고 있는 자. 모든 몬스터 왕의 왕, 죽음에 관여하는 용이자 만 년의 장로.”
“결국 또 용이라니…….”
그녀는 여울의 어깨에 그 가녀린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 세계에서 사악한 마음을 먹고 인간의 일에 관여하는 용들, 즉 마족들을 지겹게 봤겠지만 이 세계에서는 매우 희귀한 일이야. 마족으로 돌아서는 순간 다른 수많은 용에게 공공의 적이 되거든.”
여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새롭게 알게 된 마족 스올에 관하여 생각할 때, 드비아드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 스올…… 에 관한 이야기는 가면서 들으라고.”
그는 여울과 비아느의 등을 떠밀며 걸음을 보챘다. 비아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일단 가자.”
“비아느, 이건 너에게 맡기지.”
그때 드비아드가 자신의 가슴팍에 손톱을 푹 찔렀다.
꽤 깊이 들어간 손톱은 아주 검고,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전혀 반사가 되지 않는 돌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피가 잔뜩 묻은 그 묵색의 돌을 비아느에게 건넸다.
“이게 바로……. 이걸 빼면 당신은 어떻게?”
드비아드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보이며 대답했다.
“그딴 돌에 의지하지 않아도 돼. 이게 내 힘이 맞는 거고.”
그의 다짐 어린 말에 비아느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그럼, 우리 먼저 가지. 가자!”
그는 발끝을 돌려 바로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그 행동에 라칸들은 상처도 돌보지 않고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여울은 드비아드와 라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비아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드디어 둘이 남았군.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며 싱긋 미소 지었다.
“정말 의외였어. 이 세계로 넘어온 것도 놀라운데 나를 이렇게 찾아오다니.”
“거기서 막고만 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지, 똑똑하네. 나도 그 뒤를 찾고 있었어. 막 찾았을 때 바로 저놈에게 잡혔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건가?”
비아느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할 얘기는 움직이면서 하자고. 일단 아래 숲 마을부터 들러야 해, 내 지팡이가 거기 있거든.”
“지팡이라…… 알았다.”
그녀는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앞장섰다. 모습은 산책을 나온 듯했지만 그 속도는 범인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
‘10레벨…… 쯤인가?’
전에 케라브에서 만났을 때는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 보면 마법사라는 특별한 능력만 있을 뿐 그다지 레벨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여울은 혹시나 도플갱어가 다시 기습할까 하여 그녀에게 바짝 붙어서 가며, 검은 기사를 소환하여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고는 어느새 옆에 나란히 달리는 그녀를 보며 공간을 가르고 나타나던 때를 떠올렸다.
“마나 제어 팔찌도 풀렸는데 왜 순간 이동을 하지 않지?”
“나라고 아무 곳이나 공간을 가를 수 있는 게 아니야, 균열이 있어야지 균열. 137 행성과 로디스가 이어진 균열은 게이트였고, 케라브 훈련소는 스승이 직접 만든 균열 덩어리고. 하…… 그때가 편하기는 했지.”
비아느의 별칭은 이그리트 왕 고다가 불렀던 것처럼 차원 이동사다. 그녀는 세상의 균열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균열을 낼 수는 없기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녀는 속도를 더욱 높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팡이가 필요한 거야. 그건 딱 한 번 균열을 직접 낼 수 있거든. 공식이 반대가 되니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는 거지, 네가 사는 세계로도.”
“그렇군.”
여울과 비아느는 그 이후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가장 큰 소득은 그녀를 찾았던 바로 그 이유, 게이트를 만들어 열고 몬스터들을 보내는 자신의 최종 타깃이 어떤 자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도 아직 두 눈으로 보질 못하여 추정이라고는 하지만 드비아드에게 들었으니 확실할 것이라고 한다.
그, 스올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족은 죽음을 관장하는 용으로 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로 자리에 앉아 수십 명의 로드를 세웠던 자다. 그리고 죽음을 다루는 용들은 용종 중에서도 강한 편이라고 한다.
즉, 단일 개체로는 용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백 년 전 강력한 몬스터 네임드 여섯 마리를 찾아가 자신의 능력이 담긴 카오스라고 불리는 그 검은 돌을 주며 그들을 종으로 삼았다.
카오스는 레벨의 한계를 높이고 특성을 강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는 그 이후에는 다른 용들을 경계하여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카오스를 통해서 머릿속에 울리는 신탁만 내려왔다.
비아느의 가설에 따르면 카오스가 스올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니 드비아드가 그것을 뽑은 것이나, 고다가 죽은 것을 아마 금방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여섯 왕을 세워 137 행성에 힘이 닿는 대로 몬스터들을 보내서 인간의 기를 밀어 내고 마기를 많이 퍼트려 자신의 본체로 강림하려는 거라고 생각해. 그 세계는 신과 용이 관여하지 않으니 그 세계의 신으로 우뚝 서려는 거지.”
여울은 밤을 관장하는 용의 로드 카르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때 카르는 지금 이 일을 진행하는 자가 용이라면 처단하겠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스올은 그렇게 강한데도 다른 용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만큼 지구에 마기를 퍼트리는 일을 다른 용들이 알지 못하도록 극도로 철저하게 자신의 몸을 숨기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드비아드는 드러난 왕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오크 로드 크사카에게 스올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올이 눈치채기 전에 다른 왕들을 먼저 치고 그를 치려는 것이다.
그렇게 철두철미한 스올이 크사카를 친다고 몸을 드러낼지는 미지수이나 그가 그렇게 공들였던 여섯 왕이 모두 사라지면 최소 몇 백 년간은 지구가 안전할 것이다.
여울은 목적이 정확해지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것을 위해서 비아느를 찾았고, 그녀는 정답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드비아드라는 강력한 아군을 끌어들였다. 그들이 지금 정보의 대부분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좋다, 스올…… 그자만 처치하면 되는 것이군.”
여울은 주먹을 말아 쥐며 굳게 다짐했다.
비아느는 길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숲 마을 인근까지 도착하는 데에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 눈앞에 숲 마을의 초입이 보였다. 그런데…….
후우웅.
바람을 타고 코끝에 피비린내가 스쳤다. 비아느도 느꼈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여울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며 양손에 디카르를 형성시켰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웬만한 일로는 눈썹도 꿈쩍이지 않는 그녀가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막았다.
“세상에…….”
그 평화로웠던 숲 마을의 정경이 사라졌다. 나무는 붉은 피와 검상, 사람들의 손톱자국으로 상처가 났다.
팔다리, 허리, 머리가 잘려 나간 사람들의 시체가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다. 아이와 여인, 노인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찢겨 있다.
불과 일주일 전에 봤던 안정감과 사람들의 순수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그곳은 이미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누가…… 누가 이런 거지? 벌써 스올이 알아챘나? 아니, 그가 이곳 사람들을 죽일 필요가…….”
여울은 대답 없이 어딘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 세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갈라져 있는 시체가 있었다. 그는 그 시체의 얼굴을 한 손으로 천천히 매만졌다.
이자가 주었던 유난히 상쾌했던 차가 떠오른다.
상념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그는 절단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곳의 피를 찍어 가까이 보았다.
‘내가 출발하고 거의 바로…….’
자신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던 것인가?
어찌 됐건 여울은 이 수많은 시체의 절단면을 보며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플…… 갱어.”
분노가 차올랐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났던 그 얼굴이 눈앞에서 조소를 짓는 것만 같다.
그가 왜 이 사람들을 죽였을까? 나무뿌리 사이에 숨은 세 살배기 아이마저도 찾아서 철저하게 처리했다. 자신을 미워하여 복수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강한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은 뒤처리다.
그때, 비아느가 가까이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아…… 세이프, 가여운…….”
그녀는 여울 앞에 있는 시체의 반쪽을 만져 댔다. 세이프는 그녀와도 특별한 연이 있었던 듯하다.
그녀는 조금은 붉어진 눈으로 여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도플갱어?”
“그렇다.”
“갑자기 도플갱어라니……. 그가 지금 이 짓을 했다는 거야?”
그녀의 눈빛에는 화가 담겨 있었다. 여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절단면을 보면 한 사람의 짓이다. 검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그가 확실하다.”
“도플, 도플갱어라니……. 그래, 그래서 이렇게…….”
그녀는 무언가 아는 듯이 중얼거렸다. 가만히 혼자 생각을 하던 그녀는 여울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당신 도플갱어를 두 번 본 거야?”
“그렇다. 처음에 한 번, 너를 만나기 며칠 전에 한 번.”
“대단하네, 도플갱어를 다시 만나고도 살아남다니. 당신 도플갱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 몬스터로 분류할 수도 없는 특별한…… 저주받은 놈이야. 왜냐하면…….”
그녀는 도플갱어에 관한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그 거대한 도서관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지식을 그녀는 한 무더기 쏟아 내고 있다.
각인되어 있는 케라브의 기억 속의 그 17살이 맞는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도플갱어가 이들을 공격한 이유로 그가 여울을 더 이상 따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이후에 만난 자들의 흔적을 모두 없애기 위해서라고 추측했다.
도플갱어는 고대의 불완전한 마나 덩어리.
수백 년간 정순하고 견고하게 진화하여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 부류이기에 어느 정도 강한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다음 타깃은…… 드비아드가 위험한 건가.”
비아느는 고개를 내저으며 검지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아니, 여기 있잖아, 여기. 내가 위험한 거야, 그 거지 같은 놈한테…….”
그때였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울의 감각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