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69
169
끼익.
비아느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멍한 표정의 네리가 보였다.
“언니…… 물어볼 게 있는데요.”
비아느는 몸을 그쪽으로 돌려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언제부터 이 좀비 소녀에게 마음이 쓰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래, 뭐든 물어 봐. 나 아는 거 많아.”
“나랑 같은 언데드들은…… 어떻게 살아요?”
“아? 그거, 그건…….”
비아느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네리의 손목을 붙잡고 방 밖으로 나섰다.
“일단 따라와.”
밖으로 이어지는 식당에는 여울과 진후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비아느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나, 얘 데리고 어디 좀 갔다 올게. 여기서 잠깐 기다려.”
워낙 과묵한 여울과 진후는 이유도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나온 비아느는 바닥에 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무형의 바람이 점점 모이더니 새하얀 형태를 만들 정도로 강한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녀는 지름 1미터의 그 소용돌이에 발을 올리며 네리에게 말했다.
“꽉 잡아.”
파앙!
그것을 밟자, 비아느와 네리의 몸이 앞으로 쏜살같이 튕겨져 나갔다. 그녀는 가는 곳 중간중간에 그것을 미리 만들어 밟으며 가공할 속도로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이었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활기가 없이 축 처져 있으며,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배고파…….”
“배고프다. 굶은 지 몇 주나 됐지…….”
그들은 배를 문지르며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아이들은 뛰어놀고 있었다. 한 여인이 아이들을 보며 혼을 냈다.
“이놈들! 그렇게 힘 빼면 나중에 굶어 죽는다. 힘 아껴, 가만히 있어.”
“에이, 그러면 재미없어요~.”
아이들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다시 뛰놀았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네리는 시선을 돌려 비아느를 보며 물었다.
“이…… 마을은?”
비아느는 마을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처럼 죽었다 되살아난 사람들이야.”
“아…….”
어쩐지 얼굴색이 모두 파랗거나 검고, 결코 얕지 않은 상처를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나 싶었다.
네리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킁킁, 음? 이게 무슨 냄새지?”
“왜왜, 무슨 냄새 나는데?”
그때, 두 사내가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며 코를 벌름거렸다. 비아느는 바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네리의 입에도 검지를 댔다.
사내 둘은 점점 더 언덕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비아느는 그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네리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조금 더 몸을 낮추고 숨을 참았다.
‘이 거리면 냄새도 못 맡아야 정상인데……. 후각 특성인가? 젠장.’
둘과의 거리도 점점 좁혀지고 있다.
그때였다. 저 뒤쪽에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사냥꾼들이 왔다!”
“사냥꾼들이다아!”
“크하아!”
그 소리에 이쪽으로 다가오던 두 사내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뒤돌아서 달려갔다. 그들을 따라 시선을 돌려 보니 마을 초입에 열 명 정도의 사내가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구름 떼처럼 몰려왔다. 그들의 어깨에 메어 있는 것은 팔다리가 꽁꽁 묶인 ‘진짜’ 혈색이 도는 사람들이었다.
“크흐으…….”
“하악, 하악.”
“아…… 이 냄새.”
“미치겠구먼.”
민가 안에 있던 좀비들도 냄새를 맡고는 문을 거칠게 열고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너도나도 사냥꾼들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나도 줘, 나도!”
“나 먼저 줘! 나는 3주나 굶었단 말이야!”
사냥꾼 중에, 가장 선두에서 벌거벗은 여인을 어깨에 메고 있던 사내가 좀비들을 둘러보다가 한쪽에 확 던졌다.
“옛다!”
“캬하악!”
“크하!”
“내 거야!!”
여인이 좀비 무리 사이에 던져지자 순식간에 사지가 찢겨 나갔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부드러운 살덩이가 수십, 수백 조각이 나 버렸다.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아이들도 그 여인의 시체에 달라붙어 바닥에 떨어진 피를 핥고 살점들을 주워 먹었다.
아그작, 아그작.
쩝쩝.
그들은 고깃덩어리를 씹어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비아느는 네리가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하여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네리는 그곳에 눈을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무…… 섭네요.”
“음…… 저렇게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보통 인간과 똑같아. 그들끼리 정도 있고……. 가끔 몬스터도 먹는다고 해. 사람하고 식감이 비슷한 오크나 라칸…….”
그때, 네리의 중얼거림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저 모습을 보고 입맛이 도는 내가…… 무서워요.”
“아…….”
네리는 고개를 돌려 비아느를 보며 물었다.
“그럼…… 엄마는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지금 죽었는데 여기 있잖아요. 또 죽으면 엄마 만날 수 있어요? 거기도 여기예요?”
비아느는 그녀의 순수한 질문에 가만히 고민했다.
“음…… 육체에서 자유로워지면 너의 생각, 영혼이라는 것이 하늘 높이 올라가. 영혼들이 사는 곳은 여기가 아니야, 훨씬 멀어. 그곳은 아프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곳이야, 엄마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영혼의 나라…….”
“그래, 영혼의 나라.”
비아느의 설명에 네리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5분여 있다가 좀비들에게 들키든 말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결…… 정했어요. 엄마한테 가겠어요. 정말 간단한 거였는데…….”
비아느는 단호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그래. 그 결정…… 도와주지.”
그녀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쥐었다. 그녀가 힘을 주자 검신에 화르륵 불이 붙어 화염에 휩싸였다.
네리는 검지로 단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아플까요?”
그 물음과 동시에 비아느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소녀, 네리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가슴 깊은 곳에 뾰족한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비아느는 더욱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네리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하고는 속삭였다.
“아니, 아프지 않아. 따뜻할 거야.”
“따, 따뜨……. 끄으으.”
화르륵.
네리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심장에서부터 점점 불타올랐다. 비아느는 두 걸음 떨어져 온몸이 불타오르는 네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털썩.
네리는 살갗이 녹아내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한 손을 비아느에게 뻗으며 간신히 입을 벌렸다. 입술은 모두 녹아내리고 이만 보이는 상태였다.
“어, 엄마…….”
가만히 보고 있던 비아느는 그녀를 향해 마주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불 속성 마나를 더욱 돋웠다.
화아아악!
“끄, 끄아아…….”
애처로운 단말마와 함께 네리는 금세 재로 화했다. 비아느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공허한 눈으로 그 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 재는 저 멀리 좀비들이 인간을 뜯어 먹는 방향의 하늘로 멀리 흩어졌다.
“모두 거짓이야. 그곳에서 날 마음껏 저주해라.”
네리의 몸이었던 재를 가만히 바라보던 비아느는 자연스레 그 아래에 좀비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녀는 성인 몸통만 한 화염구를 만들어 그곳에 던지고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뒤돌아섰다.
“벌레 같은 것들…….”
* * *
머물렀던 폐가에 도달하자 여울과 진후가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비아느는 그들을 보며 평소보다 한 톤 높은 음으로 입을 열었다.
“둘 다 말 잘 듣네? 다 큰 어른들이.”
여울은 그녀의 뒤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네리는…….”
그때, 그녀의 눈빛이 오묘하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여울은 바로 발끝을 돌리며 말했다.
“가지.”
진후는 아무 말 없이 여울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에 비아느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그쪽 아니야, 바보야.”
이제 저레벨이 없는 여울 일행은 발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몬스터들이 나오면 스치듯이 처리하고, 굴곡진 지형이 나와도 거침없이 전진했다. 그렇게 하루 만에 그들은 프세하 대륙의 땅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바다만 보이는 곳에 멈춰 서자, 진후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항구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멈…….”
그때, 뒤에 있던 비아느가 진후의 등에 손을 대고 밀며 말했다.
“필요 없어. 몸에 힘 빼시고요.”
그 말과 동시에 앞에 있던 여울이 먼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향해 내달렸다. 비아느도 진후의 등을 밀며 바람의 마나를 바닥에 깔았다.
파앙!
“허읍.”
진후와 비아느의 몸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수십 미터 앞으로 나아갔다. 진후는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비아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힘 빼라니까, 짐덩어리야.”
그녀는 더욱 커다랗고 강한 바람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한 번에 백여 미터씩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사흘, 여울 일행은 격이 다른 방법과 가공할 속도로 2주는 걸리는 대해 횡단을 사흘 만에 달성했다.
그러고는 바로 뱀파이어들의 나라, 바헬 왕국이 있는 남쪽으로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이 나왔는데 언데드 마을과는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천여 가구가 모여 사는 도시급의 마을인데 매우 조용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눈에 보이는 것만 열 명이 채 넘지 않는다.
그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검은색 바탕 끝부분에 금색으로 수놓은 로브를 머리끝까지 푹 눌러쓰고 있다는 것이다.
“저들이…… 뱀파이어겠지?”
검지로 가리키며 확신하지 못하는 비아느를 보며 여울이 대답했다.
“그건 모르나?”
“몰라, 나도 뱀파이어는 처음 봐.”
여울은 바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확인해 보면 되지.”
그는 골목 구석을 지나가는 사내에게 귀신처럼 소리도 내지 않고 빠르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바로 손을 뻗어 사내의 후드를 벗겨 내었다.
“캬학!”
사내는 바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뒤돌아섰다. 검었던 눈동자가 붉게 변하며 손톱이 날카롭게 튀어나온다. 여울은 서슴없이 바로 손날을 휘둘렀다.
서걱.
손날 끝부분이 디카르로 인해 칼처럼 날카롭게 세워져 있어, 뱀파이어 사내의 목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촤아악.
뱀파이어는 언데드들과는 다르게 붉은 피를 분수처럼 쏟아 내며 쓰러졌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햇빛에 닿는 부분이 지글지글 타 버리기 시작했다.
여울은 손을 뻗어 그의 로브를 벗겨 내고는 진후와 비아느에게 가지고 왔다.
“뱀파이어가 맞다.”
비아느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으응…… 잘 알았어. 드비아르가 여기는 안 지나갔나 보네…….”
여울은 검은 로브를 가장 덩치가 큰 진후에게 넘기며 말했다.
“입어라.”
진후는 피가 묻어 있는 깃을 보고는 멈칫했다가 군말 없이 입었다. 그 모습에 비아느가 물었다.
“이건 왜? 잠입이라도 하게?”
“내가 그였다면 모든 뱀파이어를 다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왕을 직접 만날 때까지 최대한 감추겠지.”
“내 생각도 같다.”
진후는 재빨리 여울의 말에 동감했다. 비아느는 오묘한 눈빛으로 둘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잘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