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70
170
한낮에도 사람 몇 명 돌아다니지 않는 조용한 마을. 골목 어귀에서 한 남자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의 뒤를 덮쳤다.
남자, 여울은 뱀파이어를 잡자마자, 그것이 송곳니를 드러낼 새도 없이 바로 목을 뽑아 버렸다. 그러고는 로브를 찢듯이 벗겨서 다시 비아느와 진후가 있는 곳으로 가지고 왔다.
그것을 건네자 그녀가 엄지와 중지로 살짝 잡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아…… 왜 내 건 피투성이야.”
“그럼 내가 입지.”
여울은 바로 옷을 빼앗아 걸치고는 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 비아느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가 괴물인지…….”
이번에는 뒷모습을 보니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여울은 서슴없이 다가가 목덜미를 잡고는 후드를 벗겼다.
“캬하악!”
금발에 새하얀 얼굴의 여인 뱀파이어가 붉은 눈을 빛내며 위협을 했다. 그러나 목덜미가 단단히 잡혀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버둥거릴 뿐이었다.
치이이익.
“끼야아아악.”
그녀의 얼굴이 햇볕에 닿아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울은 피부가 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로브를 완전히 벗겨 냈다. 안에는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속살이 드러나는 곳이 많아 전신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손을 놓자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얼굴을 보지 않았어도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여울은 뒤늦게 디카르를 그녀에게 던졌다.
푸슉.
그것은 그녀의 등에 박혀 심장을 꿰뚫고 왼쪽 가슴으로 튀어나왔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뜨거운 태양 빛으로 인해 천천히 재가 되었다.
“입어라.”
여울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로브를 비아느에게 건넸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여 이곳저곳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사이즈도 작네. 누군지 몰라도 불쌍하다. 고마워.”
로브엔 원주인의 냄새가 배어 후각으로도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울 일행은 그 모습을 왕국의 수도가 있는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바헬의 수도 베르디안, 높고 뾰족한 건물들이 수없이 많다. 건물 대부분이 검은 것이 칙칙한 뱀파이어들과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고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끼이익, 끼익.
낮에는 그렇게 조용했던 곳이, 어둠이 드리워지자 여기저기 문이 열리고 화려한 복장의 뱀파이어들이 길거리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파티라도 가는 것처럼 대부분 슈트와 드레스 같은 연회복을 입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검은 로브를 입은 여울 일행이 튀어 보인다. 여울은 방금 막 주인이 나간 한 저택의 뒤쪽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 저택의 뒤쪽에는 잎이 풍성한 나무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곳에서 한숨을 돌리며 비아느가 입을 열었다.
“어떡하지? 아니, 드비아드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여기도 안 온 모양인데?”
“아니, 왕궁까지 가 보지 않는 이상 모른다. 드비아드의 정예군은 기껏해야 스무 명, 숨어들기 좋은 인원이다. 이 저택에 머물렀다가 낮이 되면 다시 움직인다.”
“이 저택?”
“그래.”
여울은 대답과 동시에 바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불이 꺼진 2층 창문에 매달렸다. 그 안쪽을 대충 훑어보고는 잠긴 창문을 한 손으로 손쉽게 열어 들어가고 아래에 있는 비아느와 진후에게 손짓했다.
“이거, 이거, 완전 전문가 같은데? 전직이 궁금해…….”
그녀는 바로 뛰어오르려다가 그 옆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후를 발견했다. 그는 어깨에 걸치고 있는 방패와 창문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확실히 창문보다 방패가 더 커 보이기는 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뒤쪽의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무 위에 두고 오지.”
그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금세 내려왔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불을 켜지 않아 깜깜했고,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퀴퀴한 냄새가 났다.
비아느는 거미줄이 쳐진 방 안을 둘러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서 밤 동안 뭐하지…….”
“쉿.”
여울은 검지를 입술에 대며 그녀를 조용히 시켰다. 그러고는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행동에 비아느와 진후도 따라서 청각을 돋웠다.
쿵, 쿵, 쿵.
청각 특성을 얻은 이후로 1층에서 5층 정도의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말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해졌다.
주기적으로 돌바닥을 찧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가 일부러 내는 소리다. 그 외에 다른 발소리나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비아느와 진후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조금 귀를 기울였다가 이내 자세를 풀며 의자에 앉았다.
여울은 천천히 발을 떼어 방문을 열었다. 뒤에서 비아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들키면 어떡…….”
그때, 여울은 설명 대신 검지로 그들이 앉은 의자를 가리키며 은신했다. 문이 닫히자 비아느는 옆에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고 행동도 하지 않는 진후를 바라보았다.
“뭐 하려는 걸…….”
그때, 진후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알아볼 게 있으니 조용히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뭐야, 왜 이렇게 잘 알아…….”
그녀는 여울의 손짓을 완벽히 해석한 진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창문가로 시선을 돌렸다.
쿵, 쿵, 쿵.
여울은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1층으로 내려왔다. 만약을 대비하여 은신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여전히 먼 곳에서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니 주방 한구석까지 왔다.
쿵, 쿵.
가까워졌지만 전보다 힘이 약하다.
아래쪽이다. 문은 없지만 분명 아래쪽이다. 손으로 바닥을 만져 보니 그 두께가 다른 곳보다 얇게 느껴진다.
“……려 줘, 살…… 려 줘.”
확실한 여인의 음성이다. 주방 기기를 옆으로 치워 보니 손잡이로 보이는 것이 나왔다. 그것을 잡고는 들어 올리자 진한 피비린내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나왔다.
그곳으로 들어가며 문을 다시 닫았다.
그와 동시에 바닥을 찧는 소리가 뚝 끊겼다. 대신 두려움 가득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지하실 문을 열면서 은신이 풀려 여울은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숨소리를 향해 갔다.
계단이 50개쯤 되는 것을 보면 지하 2, 3층 깊이인 듯하다. 그렇게 쭉 내려가다 보니 철문이 다시 나왔다.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여기서 결단해야 한다. 자물쇠를 부수는 것 외에는 들어갈 방법이 없고, 그러면 결국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으드득.
한 손으로 꽉 쥐자 자물쇠가 가루처럼 부서졌다. 고민은 짧았다. 어차피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움직인 일 자체가 관여하기 위해 온 것이니.
끼익.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긴 복도가 나오고 양쪽으로 감옥처럼 철창이 나왔다. 그 안에는 사지가 묶인 채로 죽어 있는 여인과 사내들이 있었다. 그들의 몸 이곳저곳에는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피 묻은 붕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두려움 가득한 숨소리는 가장 끝에서 나고 있었다. 그곳으로 가니 벌거벗은 여인이 다른 시체들처럼 벽에 딱 붙어서 사지가 쇠사슬로 묶여 있다. 그녀는 오들오들 떨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녀의 허벅지는 마치 숟가락으로 퍼낸 것처럼 듬성듬성 살점이 떨어져 있다. 몇 군데는 그렇게 떼어 낸 지 오래됐는지 진물이 터져 있거나, 피딱지가 붙어 있다.
“흠…….”
그녀 옆에는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아기가 싸늘하게 잠들어 있다. 아이 주변에는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허벅지 살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끼긱.
여울은 철창을 열고 그곳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기의 입에는 억지로 물려 준 듯한 살점이 걸려 있었다.
뱀파이어라고 해서 아기를 키우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낳을 때부터 우유가 아닌 피를 마시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들을 연구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여인이 임신했다가 아기를 낳은 것을 보고는 뱀파이어가 놀잇감으로 생각하여 어미의 살점을 억지로 먹이다가 굶겨 죽인 것이다.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인의 턱을 한 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다가 평소와는 냄새가 다른 것을 인지하고는 여울을 쳐다보았다.
“허업!”
그녀의 눈동자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인간인가요. 뱀파이어인가요…….”
그녀의 눈동자에는 마른 눈물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여울은 건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너의 간절함이 너를 살렸다.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
“하, 하아…….”
그녀는 온몸에 힘이 풀렸는지 축 늘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그때였다.
끼익.
지하실 문을 여는 소리다. 그녀도 청각 특성자인지 그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고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다다다다다닥.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진다. 철문의 자물쇠가 부서져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여인의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여울은 철창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콰앙!
철문이 활짝 열리며 붉은 눈동자에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뱀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인간이!”
그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가공할 속도로 달려와 두 손을 뻗었다. 여울은 그의 손톱이 한 치 앞에 있을 때 손을 마주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톱이 콧잔등에 닿기 직전, 여울의 손이 그의 얼굴을 먼저 덮쳤다.
콰직!
여울은 그의 얼굴을 돌바닥에 강하게 내리찍었다. 힘 조절을 했기에 머리통이 터져 나가지는 않았다.
여울은 그의 가슴을 발로 밟고 두 손목을 단단히 잡고 잡아당겼다.
지직, 지지직.
“끄, 끄, 끄아아악!”
촤아아악!
한 팔은 어깨 부분이 찢겨 나갔고, 한 팔은 팔꿈치에서 찢어졌다. 여울은 그것을 옆에 두고는 자리를 옮겨 그의 아랫배를 밟았다. 그러고는 그의 두 발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고통에 신음하던 그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제, 제발, 제발! 크하악! 카악!”
우드득, 우득, 촤아악!
“까으으으…… 으…….”
그의 두 다리는 무릎에서 뜯겨 나갔다. 여울은 그것을 철창 밖으로 던져 버리고는 그의 잘려 나간 팔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전부 뽑아내어 그의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끄륵, 꾹, 끄릅.”
여울은 그의 아래턱을 잡아 입을 억지로 벌리고는 열 개의 손가락을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컥컥거리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살려 주마.”
“끄, 끄륵! 주, 주뎌뎌! 카학!”
여울은 넋이 나간 눈을 하고 있는 여인의 쇠사슬을 풀어 주고는 철창 밖으로 꺼내었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뱀파이어의 목을 잡고 철창 안에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 * *
비아느와 진후가 머물고 있는 저택 2층.
오래된 방문이 열렸다. 비아느는 여울 뒤에서 겉옷 하나만 걸친 초췌한 여인을 보며 물었다.
“뭐야, 어디서 주워 왔어?”
여울은 그녀의 물음을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계획이 바뀌었다. 잠입은 끝났다. 이제부터 섬멸전이다.”
여울의 눈빛에는 깊은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