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71
171
여울의 말에 비아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섬멸전? 그게 무슨…….”
여울은 두 손에 검 형태의 디카르를 형성시키며 대답했다.
“덤비는 자들은 모두 처리한다. 불가능한가?”
진후는 허리춤에서 데가베르를 빼 들며 말했다.
“잘 됐군, 이런 거 맞지 않았는데.”
전의를 불태우는 진후를 보며 비아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울은 뒤에 여인을 비아느에게 내밀며 말했다.
“너는 이 여인을 맡아라. 왕실까지 나와 진후가 뚫는다.”
“아니, 정말로 막무가내로 정면 돌파한다고? 자신 있어? 드비아드가 곤란해지면 어쩌려고?”
“그럴 일 없다. 만약 왕실에 있다면 시선을 끌어 더 이득일 것이다.”
여울은 비아느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 진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진후, 가자.”
진후는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는 들어왔던 창문으로 튀어 나갔다.
방패를 찾아 저택 앞에 선 진후와 여울은 검은 로브를 동시에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왕실이 위치한 내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뱀파이어들이 인간과 언데드의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 당당한 걸음에 헷갈려 바로 공격하진 않았다.
그중 키가 2미터는 되어, 진후보다 덩치가 더 큰 한 뱀파이어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이봐, 네놈들 잠시…….”
푸와악!
진후는 그 속도 그대로 유지하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패를 강하게 휘둘렀다. 방패에 정통으로 맞은 덩치 뱀파이어는 한 번에 상체가 공중분해되었다.
그 모습에 긴가민가하여 눈치를 보고 있던 수십, 수백 마리의 뱀파이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뱀처럼 하악거렸다.
“캬하!”
“키햐아.”
“인간과…….”
“언데드.”
“찢어 버리자!”
타닥, 타다다닥.
그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달빛이 순간 그들의 몸으로 가려졌다.
여울은 진후와 눈을 마주치고는 등을 맞대고 하늘을 향해 검기를 쏘았다.
촤아아악!
하늘에 떠 있던 뱀파이어들이 검기로 인해 몸이 토막 나며 피 분수가 바닥에 뿌려졌다. 여울은 핏빛 사이로 검지를 들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을 기준으로 저쪽은 네가, 이쪽은 내가.”
“알았다.”
대답하는 진후의 방패와 검에는 새하얀 서리가 생기고 있었다. 그는 뱀파이어들이 내려올 때를 기다리지 않고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여울도 두 검에 검은 화염을 감싸며 뛰어올랐다.
콰아아아앙!
한기를 가득 담은 진후의 방패가 하늘에 꽂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30미터 범위 안에 있는 모든 뱀파이어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그들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서걱, 서걱!
여울은 두 개의 검을 길게 늘어트리고는 채찍처럼 휘둘렀다. 하늘에서 수십 조각이 난 뱀파이어들이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그야말로 피의 향연이었다. 그렇게 피를 좋아하는 놈들의 피로 뒤덮이는 주변을 보자 여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둘의 압도적인 힘에 왕실까지 순식간에 뚫렸다. 내성 문을 뛰어넘어 안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처리하고 있으니, 갑자기 어디선가 하얀 머리의 뱀파이어가 나와 크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그 중후한 울림에 전투가 순간 마비되었다. 여울은 검을 양쪽으로 뻗고 한 바퀴 돌아 주변의 뱀파이어들을 물리치고는 그에게 튀어 나갔다. 그가 뱀파이어 로드 드리카온이거나 그의 최측근 실력자일 것이다.
후웅!
하얀 머리 뱀파이어가 다급히 몸을 옆으로 틀어 검을 피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검을 잡아 갔다.
“카학! 감히 인간…….”
서걱.
그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사선으로 올려 쳐진 검이 그의 얼굴을 반쪽으로 잘라 냈기 때문이다. 여울은 바닥에 쓰러지는 그의 오른손을 유심히 보았다. 그곳에 피가 묻을 상황이 없었는데 묻어 있다. 그것도 진녹색 피가.
뒤돌아보니 진후가 백여 마리의 뱀파이어를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다. 여울은 그를 놔두고는 중앙의 입구로 들어섰다.
진한 피 냄새가 확 풍겨 온다. 복도에 수십 마리의 뱀파이어 시체가 보였다. 라칸에게 당한 상흔이다. 피가 완전히 굳지 않은 것을 보면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라칸 왕 드비아드의 습격이 이미 진행되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 정도의 실력자가 나왔다는 것은, 실패인가?
아니, 드비아드는 그 어떤 몬스터 왕이더라도 손쉽게 당할 자가 아니다. 직접 두 손을 섞어 본 상대로서 보증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계속 되새겨도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문 한쪽이 열려 있다. 그곳에 목이 없는 라칸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문에서 왕좌까지 150미터 정도 거리가 되는 알현실이 나왔다. 중앙에는 굵은 레드 카펫이 깔려 있고, 여기저기에 라칸과 뱀파이어, 그리고 오크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오크의 시체가 보이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예감했다.
그 순간 중력이 갑자기 몇 배나 가중되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왕좌를 보니 두 명이 보였다.
턱을 들고 왕좌에 앉아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근육질의 오크, 그리고 그 옆에 서서 금색의 로브를 걸치고 있는 뱀파이어였다.
근육질 오크의 오른손에는 익숙해 보이는 라칸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오크는 여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여기는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군,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이 찾아오니.”
금색 망토 뱀파이어, 뱀파이어 로드 드리카온은 고개만 뒤로 돌려 여울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아, 대제국의 황제, 크사카 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나 봅니다. 제가 복이 많군요.”
휙.
오크 로드 크사카는 드비아드의 머리를 앞으로 내던지고는 드리카온을 보며 말했다.
“드비아드는 잡았으니 내가 나설 필요는 없지. 네가 처리해라.”
드리카온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아이고, 어디 감히 크사카 님 앞에서 이 미천한 힘을 보이겠습니까? 직접 나서 주신다면 이 왕국의 대대손손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크사카는 숫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드리카온에게 말했다.
“크릉……. 잔머리 굴리면 네 머리통도 떼어 주겠다.”
그 소리에 드리카온은 바로 몸을 돌려 여울에게 걸음을 옮겼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피 냄새를 풍기며 오느냐!”
여울은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 자신의 발끝에 닿은 드비아드의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아주 잠깐 만났지만……. 묵직하고 강단 있던, 올바른 사상을 가지고 있던 몬스터들의 왕.
만약 사람이었으면……. 아니, 이곳에 머물러 있었으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드비아드가 며칠 만에 머리만 남게 되었다.
그에 비해 크사카는 생채기 하나 없어 보인다. 아니, 목 아래에 3센티미터가량의 작은 상흔 하나뿐이다.
그의 힘이 두려워 다른 두 몬스터 왕을 먼저 치고 그를 치기로 했던 것인데, 드비아드는 죽었고 뱀파이어 로드 드리카온과 오크 로드 크사카가 한자리에 있다.
최악의 상황이다.
아니, 밖에 드비아드에 버금가는 진후가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맞붙어야 할 자다.
여울은 디카르로 검을 형성시키며 버서커와 블레이드를 동시에 활성화시켰다. 그 모습에 크사카가 흥미로운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호오…… 밤의 왕이었군.”
타앙!
그의 말과 동시에 여울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드리카온도 허리춤에서 피를 머금은 듯한 붉은 검을 꺼내며 마주 달려왔다.
채앵! 챙, 챙!
여울은 두 검을 빠른 속도로 휘두르며 드리카온을 압박했다. 그는 양손검이면서도 여울에게 힘으로 밀려 점점 뒷걸음쳤다. 여울의 공격은 폭풍처럼 몰아쳐 그를 궁지에 몰았다. 방심하고, 이렇게 크사카가 뒤에서 방관하는 사이에 한 명이라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그때였다.
드리카온의 검이 더욱 붉은 빛을 내며 강하게 휘둘러졌다.
콰앙!
그 검과 부딪치자 강력한 폭발과 함께 여울의 신형이 뒤로 날아갔다. 반탄력도 아니고 폭발력이 있는 검. 그는 자신의 어깨에 생긴 상처를 혀로 핥으며 입을 열었다.
“신나서 몰아붙이는 게 볼 만하더구나. 이제 제대로 한번 해보자.”
고개를 돌려 보니 크사카는 아직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울은 바로 검기를 두 방 뿌리며 그에게 튀어 나갔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콰앙! 퍼엉!
그가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손쉽게 무력화된다. 그러나 그사이에 여울의 검이 그의 턱 밑까지 다가왔다. 그는 목을 뒤로 확 꺾었다. 다른 검으로 옆구리를 노렸다. 그러자 옆으로 한 바퀴 돌며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실로 민첩한 움직임이다.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여 옆구리에 2센티 정도의 깊이로 파였다. 그는 코를 찡긋하고는 검을 들어 여울을 겨누며 도발을 했다. 여울은 바로 두 개의 검을 던지며 하나의 검을 더 꺼내었다.
챙, 퍼엉!
두 검이 허무하게 치이며 저 멀리 날아간다. 여울의 품에서 나온 하나의 검은 다른 검들과는 달리 하얀색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얀색에 검은색이 씌워지는 중이다.
그걸 본 드리카온은 조소를 흘리며 검을 마주 뻗었다.
“흥, 검이 바뀐다고…….”
콰아아아앙!
그는 가공할 폭발력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알현실 입구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충격파 2단계인 진 : 베아의 힘이다.
푸욱!
그때,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드리카온의 몸이 한 자쯤 공중에 떠 있고, 그의 심장에는 새하얀 검이 뚫고 나와 있었다. 그의 몸은 심장에서부터 천천히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쩌정!
그의 몸은 급속도로 얼어붙더니 갑자기 깨져 버렸다. 산산조각 난 그의 몸이 흩어진 그 뒤에는 데가베르를 들고 있는 진후가 있었다.
여울은 진후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크사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크사카, 스올은 어디 있지?”
크사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 달려 있던 거대한 도끼를 꺼내어 들며 말했다.
“그분을 찾을 자격을 증명하라.”
여울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검을 들어 그에게 겨누었다.
“그러지.”
여울은 바로 바닥을 박차고는 크사카를 향해 달려 나갔다. 진후도 그 뒤를 바짝 따랐다.
‘검은 사신들이여, 이곳에 나와 오크 로드 크사카를 진멸하라.’
여울의 소환과 함께 백여 명의 검은 기사가 공중에서 생겨나 크사카를 향해 검을 내리찍으려 했다. 그와 함께 여울의 검기 두 방이 그를 향해 쏘아져 나가고, 한기를 가득 담은 진후의 방패가 날아갔다.
크사카는 갑자기 생겨난 검은 기사들을 보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더니 한 손으로 도끼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 끝에 파란 불이 화르륵 타올랐다. 그것은 다크니스 블레이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불꽃이었다.
여울의 검기가 그의 몸에 닿기 직전, 그것이 바닥에 강하게 내려쳐졌다.
콰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