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72
172
크사카의 도끼가 왕좌의 계단 아래를 강력하게 내려찍었다.
그곳을 중심으로 눈에 보일 정도의 파란 파동이 터져 나갔다. 그것은 여울의 검기를 무력화시키고, 진후의 데가베르를 튕겨 내며, 백여 명의 검은 기사를 천장으로 날려 버렸다.
쿠구구구구구궁!
그 첫 번째 파동에 이어, 후폭풍이 근접해 있던 자들의 몸을 강타했다. 검은 기사 수십여 명은 소환을 해제할 새도 없이 찢겨 나갔고, 진후와 여울도 피를 토해 내며 뒤로 날아갔다.
“쿠웩!”
“쿨럭!”
여울은 입가에 피를 닦아 내고는 고개를 들어 크사카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 한 마리 잡았다고 유세는……. 너희들에게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마!!”
그는 파란 불꽃이 이글거리는 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 불이 여울과 진후를 향해 검기처럼 뻗어 나갔다. 진후는 재빨리 냉기를 담은 방패를 앞세웠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죽은 드리카온과 진후 사이에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흐트러져 있다. 마치 둘 사이를 마나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잇고 있는 것처럼.
드리카온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던 때에 진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로!”
여울은 그의 말보다 먼저 뒤쪽으로 몸을 굴렸다. 동시에 진후의 방패와 파란 불길이 충돌했다.
파아아앙!
온도 차가 극심한 두 개의 기운이 부딪치며 강렬한 폭발이 일었다. 진후의 몸이 몇 걸음 뒤로 밀려났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역시나 이전에 모두를 물러나게 한 충격파보다는 훨씬 약한 것이었다.
아무리 몬스터 왕 중에서도 최강이라는 크사카라고 해도 그 정도의 힘을 연달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여울은 바로 진후를 뛰어넘어 방패를 박차며 그에게 튀어 나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진후는 타이밍에 맞춰 방패를 밀어 주었다.
콰앙!
공기를 찢으며 여울의 신형이 가공할 속도로 날아갔다. 혼자가 아니었다. 크사카의 머리 위에는 열댓 명의 검은 기사가 다시 내려오고 있었다.
크사카는 자세를 금세 다잡고 도끼를 아래에서 위로 추켜들었다. 그러자 그 파란 불길이 세로로 그어졌다. 여울은 마나막을 치고 두 검을 교차시키며 그대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광, 쾅, 쾅!
그 기운에 부딪치자 마나막이 바로 깨지며 불길이 몸을 덮쳤다. 그러나 한층 약해진 불길의 공격은 검으로 막을 만했다.
여울은 그 불길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싶을 때 검을 뻗었다. 크사카는 자신의 공격을 뚫고 들어오는 호첸과 사와코를 향해 도끼를 다시 휘두르고 있었다.
여울은 공격 성공을 예감했다. 실제로 검 끝이 크사카의 복부에 닿아 있었다. 그때, 그의 전신에서 빛이 번쩍였다.
터엉!
검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나머지 하나의 검을 휘둘러도 같은 결과다. 그의 몸은 마치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는 것처럼 검은 화염이 감싸인 검을 튕겨 냈다. 그의 도끼를 비스듬하게 흘리며 어깨를 찌른 호첸의 검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덕션이다.
“크하아아!!”
그가 그 상태로 포효하며 한 발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눈에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다시금 가까이 붙어 있던 자들을 날려 버렸다.
콰앙!
여울은 뒤로 날아가는 중에 그가 바닥을 박차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오른손에는 꺼지지 않는 파란 불꽃을 두른 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여울은 손을 뻗어 앞에 마나막을 형성시키며 바람의 마나로 자신의 몸을 더욱 뒤로 물러나게 했다.
채쟁!
그러나 마나막은 크사카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도끼를 휘두르지도 않고 맨몸으로 쉽게 깨트린 그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타악.
여울의 신형이 뒷벽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그가 도끼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바로 피할 수 없는 상황, 여울은 두 검을 교차시킨 채 그의 도끼를 맞이했다. 큰 부상이 예상되는 수였다.
그때, 검은 코트를 입은 커다란 덩치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몸도 반짝 노란빛을 내며 리덕션이 활성화되었다.
진후의 두 눈은 마녀에게 정신을 제어당할 때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쩌저저어엉!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과 함께 진후의 방패가 산산이 깨져 버렸다. 크사카의 도끼는 방패를 부수는 것으로도 모자라 진후의 왼쪽 어깨에 깊숙이 박혔다.
리덕션이 없었다면 잘려 나가고도 남았을 괴력이었다.
“하압!”
진후는 강하게 기합을 외치며 왼팔로 도끼 손잡이를, 오른팔로 크사카의 오른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두 눈이 이번에는 점멸하는 신호등처럼 붉은빛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감히! 더러운 언데드 놈이!”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자는 지금 이곳에 없었다.
여울은 리덕션의 시간이 끝났기를 빌며 재빨리 진후의 옆구리 사이로 두 검을 힘껏 뻗었다.
크사카는 진후에게 잡힌 오른팔을 강하게 뿌리치고는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퍼억! 퍽, 퍼벅, 퍽!
크사카의 손이 진후의 왼쪽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그 순간, 여울의 두 검이 크사카의 옆구리에 깊게 파고들어 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등에 호첸과 사와코의 검이 꽂혔다.
“크흐…… 크아!”
크사카는 강하게 두 손을 휘둘러 진후를 내던지고 여울과 호첸, 사와코를 뒤로 물리게 했다. 그들의 검은 여전히 그의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아, 안 돼애!”
여울은 뒤늦게 보았다, 줄 끊어진 연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진후와 크사카의 왼손에 들려 있는 검은 심장을.
여울은 재빨리 다시 달려 나가며 베아를 꺼내어 놈의 팔뚝을 향해 세로로 그었다. 놈의 굵직한 팔뚝이 단번에 잘렸다.
그러나 크사카의 왼팔이 몸에서 떨어진 그 순간에 들고 있던 심장을 강하게 쥐었다.
파악!
진후의 검은 심장이 여울의 눈앞에서 터져 나갔다. 여울의 얼굴에 그의 피가 묻어났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그것을 바라보다가 다급히 조각난 덩어리들을 손으로 끌어 모아 쓰러져 있는 진후에게 다가가 구멍 난 심장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진후, 진후, 일어나라. 다른 곳이 재생되는 것처럼 심장도 다시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여울은 확신한 듯이 말했다.
눈동자에 붉은빛이 사라진 진후는 크사카가 심장을 뽑는 순간 같이 튀어나온,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마녀 디므린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킥킥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며 네 발로 진후에게 기어 오다가 이내 완전히 바닥에 엎어졌다.
그때 진후의 귓가에 여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일어나라, 지구는…… 나는, 아직 네가 필요하…….”
턱.
진후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자신의 심장 피가 묻은 여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 이미…… 케라브에서 죽은…… 목숨이다. 이제 알, 알겠다……. 나는 그 후로…… 괴로웠다. 잘…… 된 거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동공의 흔들림이 멈췄다. 입술의 떨림도 사라지고 몸에 힘도 완전히 빠졌다.
죽음, 죽음이다.
죽은 상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상태가 되면 절대로 다시 일어나 걷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수없이 많은 목숨을 자신이 직접 앗아 가기도 했고, 많은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자신의 심장이 아래로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 기분이다.
스윽.
여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진후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의 강직한 심성처럼 눈도 한 번에 감기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마네킹처럼 가만히 서 있는 크사카가 보였다. 여울은 성큼성큼 놈에게 다가가 몸에 꽂혀 있는 두 개의 디카르를 뽑아내어 미친 듯이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슥, 슥, 스윽!
한동안 장내에는 크사카의 몸이 잘려 나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렇게 놈의 몸을 수백 조각으로 잘라 낸 여울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은 돌을 보고는 베아를 충전하여 힘껏 들어 올렸다가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앙!!
그 주변에 있던 크사카의 살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바닥이 넓고 깊게 파였다. 그러나 그 검은 돌, 카오스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쩌저적.
그때, 검을 들어 올리자 꽂았던 곳을 중심으로 정확히 네 등분이 되어 쪼개지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버렸다.
여울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돌아서 진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를 안아 들고는 천천히 알현실을 나왔다. 살아남은 검은 기사 스무 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
내성 문으로 가는 길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이곳으로 찾아온 비아느와 마주쳤다. 그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울의 시리도록 차가운 표정과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진후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어?”
여울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그대로 지나쳤다. 그녀는 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가 상황을 대충 확인하고는 다시 그에게 찾아가 물었다.
“뭐야, 어, 어떻게 된 거야? 드…… 드비아드가 죽은 거야? 크사카가 나타났었어?”
그녀의 질문에 여울은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드비아드는…… 이미 당한 후였다. 크사카에게 스올에 관하여 들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울의 대답에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꽤 긴 시간 동안 드비아드를 설득하며 정이 들었던 것이다.
여울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위로하는 것보다는 ‘친구’의 몸을 안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 *
터벅, 터벅, 터벅.
여울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있다. 그의 손에는 진후가 들려 있었다. 그는 봉우리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뚫어 진후를 넣고 마나막을 친 후, 그만한 돌로 입구를 막았다.
여울은 그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진후는 언데드를 택했지만 삶에 큰 애착이 있는 자였다. 언데드를 택했던 이유도 결국 살아서 케라브를 나가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밤, 그 도시에서 악인들을 심판하던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살아 있다.’
그는 그만큼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 주기 위해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언제나 멈추지 않고 뛰었다. 지연이나 케라브 내에 다른 많은 자가 그의 사상을 반대했지만 그처럼 남을 위했던 자도 없었다.
자신은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을 했던 자. 그가 없었다면 지구는, 아니 케라브를 빠져나가지도 못했을 터이다.
여울은 이제 싸늘한 주검이 된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그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돌아갈 때, 꼭 데리고 가마.”
그는 코를 한 번 찡긋거리고는 뒤돌아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