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78
178
미국 워싱턴 시티, 그 가운데에 거대한 원형 철갑 판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곳은 미국의 정상이 거주하는 벙커이자 미국 전체에 퍼져 있는 방어기지를 주관하는 상황실이다.
그곳 중앙의 회의실, 미국 정상 크레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쪽 벽면에 붉은색으로 뒤덮인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회의 중이 아니기에 그곳에는 정상과 경호원 둘, 헌터부 장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똑똑.
“각하, 제이드입니다.”
제이드는 새로 부임한 헌터부 외교부관 크레인은 고개를 돌려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러자 경호원이 빨간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이제 갓 마흔이 된 것 같은 젊은 사내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은 긴장이 가득하여 많이 굳어 있었다.
“그래, 한국의 지원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아, 예, 현재 한국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가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 그래! 잘 되었군. 그런데?”
“지원 병력이 오기는 하는데……. 단 한 명이라고 합니다.”
그의 대답에 크레인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 표정이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뭐?! 한 명? 흠…… 혹시, 그자의 이름이 여울인가?”
미국의 정상이 다른 나라 헌터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것에 되려 더욱 놀라는 제이드였다.
“아 넵! 맞습니다만…….”
그의 대답에 크레인은 박수를 치며 말을 끊었다.
“오! 그자가 돌아왔군! 좋아! 그 한 명이면 충분하지! 한국이 배포 한 번 크군.”
“그, 그렇습니까? 아하하”
제이드는 크레인이 반어법을 쓰는 건지 가늠되지 않아 어물쩍 넘기고 말았다. 그의 표정은 분명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하여 더욱 헷갈렸다.
“그래,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군. 수고했어, 가 보게.”
“예,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제이드는 고개를 절도 있게 숙이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그의 뒤를 따라 나선 헌터부 장관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네는 유일무이한 R랭크 이름도 모르나 보군.”
“아…… 아!”
제이드는 그제야 여울이라는 자가 2년 전에 UST에서 R랭크를 받은 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래도 의문이 풀어지지 않아 고개를 돌려 장관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아무리 R랭크라고 해도…… 혼자서 그 많은 몬스터들을 어찌 처리한단 말입니까? 각하는 마치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장관은 그의 어깨를 두 번 툭툭 치고는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다려 보세, 곧 알게 될 것이니.”
잠시 후, 워싱턴 벽 내외부에 있는 모든 CCTV를 볼 수 있는 상황실, 수백 대의 거대한 모니터가 벽면 둥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는 미국 정상 크레인을 포함하여 각 기관의 장관들, 군사부, 헌터부 고위급 인사들까지 대략 스무 명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가만히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직원 중 한 명이 벌떡 손을 들며 외쳤다.
“찾았습니다! 확대하겠습니다.”
크레인은 보기 드물게 그 직원처럼 흥분하여 대답했다.
“그래! 얼른 확대 해 봐요.”
직원이 기기를 조작하자 가운데 네 대의 모니터가 합쳐져 한 화면씩, 총 열 두 대의 모니터가 합쳐져 세 개의 화면을 만들었다. 그것들은 각각 다른 각도에서 한 곳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떨어지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헌터부 장관은 헌터부 외교부관 제이드 옆에 서서 그 화면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자의 특기는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지.”
그때, 그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바닥에 도달하며 화면이 하얗게 물들었다. 곧이어 스피커가 터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과과과과광!
상황실에 있는 몇몇 중년인이 두 귀를 틀어막으며 인상을 썼다. 헌터부 장관은 미간 한 번 좁히지 않고 씨익 미소까지 지으며 제이드에게 설명을 이었다.
“그리고 혼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것이 취미고.”
“이, 이럴수가…….”
빛이 사라지고 화면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터져 나갔고, 그 가운데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몬스터가 더 많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이 찢어져라 쩌억 벌리고 있었다.
개인의 힘이 어찌 저렇게 강대한지 모르겠다. 그의 범위 공격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한 인간의 힘으로 단숨에 수백 마리의 정예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다.
그를 지금까지 중에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염력이었다. 그 힘 역시 한 번에 일곱, 여덟 마리를 죽이는 것이 한계였다.
‘정말…… 인간이 맞나?’
그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동안에 워싱턴 앞마당에 있던 몬스터들이 금세 정리되었다. 그가 활약하는 모습은 판타지 영화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한 절대적인 힘이었다.
그가 걸어오는 모습에 크레인이 뒤돌아서며 말했다.
“입국 인사 한 번 쿨하게 하는군. 자, 다들 그를 맞이하러 가지요.”
그의 목소리에 몇몇의 고위급 인사들이 넋을 놓고 있다가 다급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크흠, 큼.”
“저, 저런 자가 여기 온다고……?”
그들의 눈동자에는 경외심 또는 온전한 두려움을 담고 있었다.
크레인은 벙커 입구까지 그를 맞이하러 갔다. 곧이어 그곳으로 R랭크 헌터, 여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레인은 그를 향해 두 손을 펼치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크하하! 여전히 화통하군 그래! 한국의 자랑, R랭크 헌터 여울! 와 줬군. 정말 고맙네.”
여울은 정상 크레인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고는 통역사를 통해 그와 몇 마디하고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직접 지원을 요청했던 헌터 외교부관인 제이드와는 눈빛 한 번, 말 한 번 섞을 기회가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여울이 크레인과 함께 제이드의 옆으로 지나갔다. 그 순간 제이드의 시간이 주욱 늘어졌다.
인간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반신에 가까운 존재.
그런 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제이드는 그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찌릿해 오는 기운을 느꼈다.
‘멋지다…….’
그를 본 지 기껏해야 2시간이지만 이미 마음속 깊이 팬이 된 제이드였다.
벙커 회의실 안, 여울은 미국의 정상 크레인과 마주했다. 그는 바로 이곳에 오자마자 든 의문점에 대해 물었다.
“미국의 전력으로 충분히 정리가 가능해 보였는데 왜 한국에 지원 요청을 했는지 궁금하군요.”
가운데에 검은 투피스에 깔끔하게 넘긴 갈색 머리, 뿔테 안경을 쓴 여인이 그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그녀의 말에 크레인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지금 전 세계에서 초대형 게이트가 다시 열렸으니 한국도 바쁘겠지. 하지만…… 이걸 먼저 보게나.”
그가 손짓하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사내가 무언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회의실 한쪽 벽면에 거대한 화면이 떴다. 그곳에는 엄지손가락처럼 작거나, 손바닥처럼 큰 붉은 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것은 점점 움직이고 있었다.
여울은 가장 아래쪽에 표시된 파란색 깃발 모양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가 지금 이곳입니까?”
크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곳으로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모든 몬스터가 몰리고 있어. 케나다, 멕시코, 심지어 브라질에 있는 몬스터들까지. 자네 덕분에 잠시 끊겼을 뿐이지 하루 이틀 내에 진짜가 시작될 것이네. 몬스터들의 끝나지 않는 진군이……. 우리는 이 많은 몬스터를 감당할 수 없어.”
“놈들도 아는 거군요.”
“안다고? 뭘?”
여울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는 크레인과 눈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미국이 끝나면 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 더 수월해지는 걸 말입니다.”
그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는지 크레인의 표정은 급격히 심각해졌다.
“정말…… 자네의 말이 맞는다면 지금보다 더 무서워해야겠군, 지성이 세계의 정세를 읽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거니까…….”
여울은 다시 그 거대한 화면을 보며 질문했다.
“어느 정도 예상 하십니까?”
화면만으로 보면 많다는 생각만 들 뿐, 어느 정도인지 대충도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1억 마리는 넘어갈 것으로 보네. 아마도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는 끊이지 않고 오겠지”
“어마어마하군요.”
“그래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자네가 필요한 것이라네.”
여울은 그의 낯간지러운 칭찬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정도 기간이라면 조건이 있습니다.”
“뭐든 말해 보게.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들어줄 테니.”
그는 눈을 과도하게 그는 과도하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말하기도 전에 정말로 뭐든지 수락할 것 같은 모습이다.
“한국의 상황이 나아져 이곳으로 지원을 왔지만 우선순위는 언제나 그곳입니다. 제가 원할 때에 언제든지 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준비해주십시오. 가장 빠른 비행기 편도”
“당연하지, 그렇게 준비하도록 일러두겠네.”
가볍고 빠르게 약속하는 크레인을 보며 여울은 조금 더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덧붙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 약속을 어기는 장난이 가미되면, 그 시간부로 저는 미국의 적이 될 것입니다.”
“끔찍한 말이군, 그런 말은 농담이라도 하지 말게, 절대로 그런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야”
“믿겠습니다.”
크레인은 그에게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말했다.
“그래, 자네가 있으니 든든하군, 오늘은 이만 쉬게, 예상하기로는 내일 새벽쯤부터 긴장해야 할 거야, 오늘 푹 쉬어두게”
“알겠습니다.”
여울은 통역사이자 안내원인 갈색머리 여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가 안내해준 숙소는 벙커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별장이었다. 벙커 안임에도 인공 햇빛이 존재하고 앞마당에 푸르른 잔디와 꽃이 심어져 있는 이층집이다. 1층은 앞뒤로 문이 있어 복도 형식으로 뚫려 있는데 뒤쪽은 벙커 밖, 평범한 워싱턴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1미터 두께의 방탄유리임에도 티끌 하나 없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는 것처럼 깨끗하게 볼 수 있었다.
집안을 대충 둘러보고 침실로 들어왔는데 통역사 여인이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그를 맞이했다. 여울은 아직 가지 않은 그녀를 보고는 의문을 느껴 물었다.
“왜 가지 않지?”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리며 부드러운 어투로 대답했다.
“여울님을 즐겁게 해드리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뭐?”
그녀는 그 말과 함께 검은 재킷을 벗었다. 안에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서양인답게 단추가 튀어나올 정도로 가득한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그 아래로 잘록한 허리에 커다란 골반이 도드라진다.
모래시계가 생각나는 아찔한 몸매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 두 손을 조심스레 여울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붙으니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뭐 하나 모난 데 없이 완벽에 가까운 미모였다. 여울은 그 아름다운 여인이 가까이 다가와 수줍게 안기려고 하니 없던 음욕도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탁
그녀는 한 손을 여울의 가슴에 얹히고 조심스럽게 밀쳤다. 여울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밀려 침대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