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80
180
미국 워싱턴 남서쪽 벽. 벽 너머로 수천, 수만 마리의 몬스터가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고, 그 맞은편에 단 한 명의 사내가 그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의 발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후우우웅!
그 사내, 여울은 몬스터와 충돌 직전에 두 검을 양쪽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대지를 뒤덮을 것 같은 화염이 수십 미터 크기로 넓게 펼쳐져 몬스터들을 덮쳤다.
촤좌좌좌좌좍!
화염 검기에 뒤덮인 몬스터들은 허리나 머리가 잘림과 동시에 불길에 휩싸였다. 뒤쪽에 방패나 몸으로 검기의 날카로움을 막은 몬스터들도 달라붙는 불길에 온몸이 타올랐다.
타다다닥!
여울은 마나막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화염 속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며 더 깊은 곳의 몬스터들에게 화염 검기를 선사했다. 한 번에 천 마리 가까운 머릿수를 처치하는 여울의 화염 검기는 연속으로 네 번이나 계속되었다.
“저, 저게…… 사람인가?”
헌터외교부관 제이드는 뒤늦게 벽 위로 올라와 여울의 활약을 모니터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바로 어제 모니터로 보았던 방법과는 또 다른 방법이다. 도저히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능력을 가진 그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 제이드였다.
“우, 우와…….”
“미쳤네, 정말.”
“저런 사람 하나만 더 있으면 우주 정복도 가능하겠는데?”
“저자 혼자 가능한 거 아니야?”
“역시 R랭크…….”
벽 위에서 몬스터들을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던 군인과 헌터들은 그 충격적인 능력에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덕분에 긴장감은 조금 풀어진 듯했다.
그때, 군인 지휘관 한 명이 검지로 정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다들 정신 차려! 놈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력 화기 준비!”
“마력 화기 준비!”
“마력 화기 준비!”
지휘관의 외침에 군인들이 복명복창하며 마력포와 마력기관총에 달라붙어 조준했다. 헌터들도 연달아 검을 다잡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아무리 강한 헌터도 저 수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여울처럼 벽 밖으로 나가서 싸우는 것은 금했다.
여울처럼 절대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를 제외하고는, 헌터들은 언제나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강함을 뛰어넘는 놈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네임드급의 기습에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구두구두두두두.
여울이 불바다로 만든 중앙의 폭 200미터 범위를 제외해도 양쪽으로 수 킬로미터는 되는 몬스터 군단의 줄이 이어져 있다. 놈들은 여울의 어마어마한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워싱턴의 벽을 향해 돌진해 갔다.
대략 2킬로미터 가까이 접근하자 군인 총사령관이 허리춤에서 진검을 높이 추켜들며 외쳤다.
“발포 준비!”
“준비!”
“준비!”
처적, 처저저적!
마력포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군인과 헌터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지금 잡담을 나누는 사람은 없었다.
“포격!”
“포격!”
콰아앙!! 콰앙! 콰아앙!
벽 중간, 위에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는 수백 문의 마력포가 포구를 빛내며, 포탄이 강력하게 쏘아져 나갔다.
크레에엑!
쿠훼엑!
지름 0.5미터, 길이 1.5미터의 마력포탄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몬스터들의 정수리에 박혔다. 포탄의 끝이 놈들에게 닿는 순간 포탄이 터지며 만 개의 강철 구슬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사지를 관통했다.
콰광! 콰과광!
마력포의 강력한 힘에 진격해 오던 몬스터들 수천 마리가 쓰러져 내렸다. 그러나 놈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듯이 동료의 시체를 밟으며 더욱 빠르게 접근해 왔다. 마력포가 한 번 더 발사되는 사이 놈들은 기관총의 최적 거리에 근접해 왔다.
군인 총사령관은 바로 검을 앞으로 뻗으며 크게 외쳤다.
“마력기관총! 발사!”
“발사!”
타당! 타다다다당!!
남문에 배치되어 있는 마력기관총의 수는 총 3천 정, 그것들이 일제히 총구가 빛을 발하자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사방이 노랗게 반짝거렸다.
투두두두두두두!
기관총 하나하나가 유효 사거리 2킬로미터, 마석이 없던 시절의 저격총이 연사로 바뀐 것이나 마찬가지로 개발됐다. 탄알은 몬스터들의 미간과 심장을 꿰뚫고 지나갔다.
마력포와 마력기관총으로 인해 무섭게 치닫던 몬스터군단의 진군이 주춤거렸다. 그 모습에 힘입어 군인들은 더욱 마력탄을 퍼부었다.
“후우.”
“흠…….”
검을 다잡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헌터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력탄은 차고 넘칠 정도로 있다. 중요한 것은 마력 화기의 화력이 놈들의 진군을 뛰어넘느냐가 문제였다.
포탄을 퍼부어도 진군이 뒤로 밀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벽에 닿고, 벽 위로 오르면 그제야 헌터들의 차례가 되지만, 그때가 되면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진군을 막아 세울 수 있는 화력임을 입증했으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헌터들이었다.
몬스터들은 거친 파도처럼 들이닥쳤지만 일정 선을 넘지 못하고 사지가 뚫려 바닥에 쓰러졌다.
키헥, 키헥, 케헤엑!
가흐라, 투하!!
그때, 두려움 없이 마치 기계처럼 전진하던 놈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뭐라 소리치더니 뒤로 몇 걸음 더 물러나 대기했다. 마력기관총의 최적 거리에서 100미터정도 더 떨어진 곳이었다.
콰광! 콰과광!
쿠훼엑!
놈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포탄을 맞으면서도 가만히 서 있었다. 사람들은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이때다 싶어 포탄을 계속 퍼부었다.
그때, 놈들은 가만히 있는데 대지에 진동이 느껴졌다.
쿠궁, 쿠궁, 쿠구구궁.
그 진동은 놈들이 달려올 때보다 중간 텀이 더 넓고 깊이감이 있었다. 진동을 통해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초대형 몬스터의 울림이라는 것을.
크허어어엉!!
몸이 떨릴 정도의 포효와 함께 흙먼지를 뚫고 회색의 베헤모스가 튀어나왔다. 놈은 10미터 크기의 뿔 두 개를 앞세우며 네 발로 달려왔다. 놈의 몸집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접했던 그 어떤 베헤모스보다도 더 컸다. 네 발을 바닥에 디뎌 몸을 숙이고 있는데도 아파트 20층 크기의 벽 높이에 버금갈 정도였다.
쿠구구궁!
놈의 뒤로 수십여 마리의 베헤모스가 튀어나와 따랐다. 놈들은 발밑에 있는 다른 몬스터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밟아 죽이며 돌진해 왔다. 놈들이 디디는 발로 인해 지축이 흔들리고, 놈들의 포효 소리에 하늘이 찢겨졌다.
베헤모스 무리의 등장에 사람들은 잠시 잊고 있던 두려움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군인 총사령관은 괜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바로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모두 정신 차려! 마력포는 모두 놈들에게 집중 포격해라!”
콰광! 콰과과광!
마력포가 놈들의 몸에 꽂혀 안을 터뜨렸다. 그러나 워낙 몸집이 커서 마력포 몇 방을 맞고도 절뚝거리며 달려오는 놈들이었다. 가장 선두에 있는 대장급 베헤모스의 몸은 얼마나 단단한지 마력포가 박히지도 않고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이런, 이런 젠장!”
“이러다 우리 모두 죽을 거야.”
“빌어먹을, 빌어먹을!”
마력포를 있는 대로 쏟아부어도 베헤모스 무리의 진격은 늦춰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놈들이 진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소형의 몬스터들도 진군을 다시 시작했다.
“기관총은 작은 놈들에게만 사격하라!”
“기관총 소형!”
“기관총 소형!”
투두두두두!
남서쪽 벽에 배치되어 있는 모든 마력 화기를 총동원해도 베헤모스를 포함한 몬스터 군단의 진군은 멈출 수 없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육지의 모든 곳이 몬스터들로 꽉 차 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헌터부 사령관, 크레크가 오른손의 도끼를 높이 추켜올리며 외쳤다.
“헌터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드디어 우리가 나설 때가 되었다!”
“와아아아아!”
“크하아아아!”
“가자!”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던 그들은 크레크의 외침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청이 터져라 외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만큼 크레크의 목소리와 기운은 헌터 사나이들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곧 세상 끝이 다가올 것만 같은 분위기도 한몫했다. 크레크는 코앞으로 다가온 베헤모스들을 보며 소리쳤다.
“오늘! 나의 가족들은 너희들로 인해 편안한 밤을 보낼 것이다! 저 이계의 돼지들을 남김없이 쓸어 버리자!”
“쓸어 버리자!”
“싹 다 죽이자!”
“우와아아아아!”
벽 위의 열기는 금세 뜨거워졌다. 한껏 추켜 올라간 사기에 두려움 가득했던 군인들도 덩달아 마음을 가라앉히며 사격에 집중했다.
그와 동시에 베헤모스 무리가 벽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했다.
쿠구우우우웅!
“끄아아아!”
“으아악!”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벽에 부딪치자 그 두꺼운 벽이 휘청거리며 마력포와 기관총의 고정쇠가 부서지고 사람들은 앞뒤로 떨어졌다.
선두에 있던 대장 베헤모스는 뒷걸음치며 2차 몸통 박치기를 준비했고, 다른 놈들은 뒷발을 굽히며 중소형 몬스터들이 등을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다리를 만들었다.
크헥, 크헥, 크헤엑!
크루케!
앞줄에 보이는 몬스터만 해도 수천 마리다. 놈들은 광기 어린 눈을 번뜩거리며 미친 듯이 달려왔다. 크레크는 두 개의 도끼를 양쪽에 들고 놈들을 기다렸다.
“으아아아! 다 와라!!”
콰앙! 콰앙!!
크레크는 무섭게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도끼 옆면으로 몸통째로 날려 보내며 헌터들의 사기를 돋웠다. 헌터들도 그를 따라 벽 앞을 딱 가로막고 놈들을 저지했다.
쿠궁! 쿠궁! 쿠궁!
그때였다. 심상치 않은 진동에 크레크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곳에는 뿔을 앞세우며 달려오는 대장 베헤모스가 있었다. 놈의 뿔에는 새하얀 빛이 굵직하게 감싸고 있었다.
“이런 젠장!”
크레크는 저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주변 100미터 이내를 초토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충격파. 저 역대급 덩치 베헤모스의 충격파는 그보다 배는 더 강할 수도 있다.
그는 이를 악물고는 난간 위로 올라가 바닥을 박차고 놈을 향해 날아올랐다.
“젠장맞을 자식아!! 같이 죽자!”
놈의 뿔이 크레크의 코앞에 다가왔다.
그때, 머리 위로 무언가가 번쩍였다. 검은 망토에 안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시원한 각선미를 드러내며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에게 그 순간은 마치 슬로비디오가 재생되는 것처럼 느릿하게 보였다.
그녀는 대장 베헤모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긴 일본도가 놈의 정수리에 정확히 꽂힌다. 상급 마력포도 아이 장난감처럼 튕기던 놈의 가죽이 두부처럼 손쉽게 꿰뚫려 손잡이 부분 직전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콰과아아아앙!!
놈은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앞으로 대가리를 박으며 고꾸라졌다. 동시에 놈의 뿔에 담겨져 있던 충격파가 터져 나와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을 초토화시켰다.
대장 베헤모스가 넘어지며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흙먼지가 걷히자, 놈의 머리 위에 붉은 하이힐을 신고 도도하게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크레크는 눈을 비비며 그녀가 어디서 나타난 누구인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양쪽으로 길게 째진 것이 동양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