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86
186
지이이이이잉.
육중한 강철 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악을 쓴다. 그 뒤로는 지옥에서 이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찢어 버리고 있었다.
“젠장, 젠장!”
백일권은 후퇴 명령과 동시에 배는 늘어난 피해를 보며 탄식했다. 아무리 천천히 조심스럽게 후퇴한다고 해도 맞서 싸울 때보다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피해를 늘리지 않는 방법은 후퇴하지 않는 것밖에 없다.
일권도 그것을 알기에 욕을 하며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뒤로 빠지고 있었다.
두 번째 북문마저 함락당하며 마지막 벽으로 향하는 마음은 참담했다. 마지막 3차 벽은 가장 견고하고 방어 시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막지 못해도 거미줄 형태이기에 더 뒤로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방어 시설이 더 취약하여 실질적으로는 이곳이 마지막 방어기지라고 할 수 있다.
퍼벙! 퍼버벙!
높이 5미터 지점부터 5미터마다 층층이 설치된 마력기관총과 마력포가 순차적으로 울려 퍼진다. 웬만한 몬스터는 접근을 불허하지만 그것도 시체가 쌓여 시야가 막히니 무용지물이다. 놈들은 바로 전에 북문을 점령했던 것처럼 점점 넘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무리 견고한 방어진도 어마어마한 숫자에는 감당하지 못한단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상황이 다시 펼쳐졌다.
‘이젠 우리 모두 죽을 거야…….’
‘결국, 이렇게 되나.’
‘어차피 죽는 거. 한 마리라도 더 데려가 주지.’
사람들은 좌절하여 몸에 힘을 풀고 몬스터에게 머리통이 터지거나, 세상의 마지막 전투처럼 더욱 처절하게 싸워 댔다.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 버티며 싸우는 사람들은 악귀와도 같이 악착같았다.
“하압! 핫!”
환영 소환 시간이 다 된 은서도 혼자서 최전방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녀의 뒤쪽에서 수언도 모든 검을 뽑아 운용하며 자신의 손에 든 검으로도 근접한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있다.
파앙! 펑!
수언이 직접 들고 있는 검은 반탄력이 담겨 있어 몬스터들에게 닿기만 해도 날려 보내었다. 그때, 뒤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꼈다. 위험한 기운이다. 수언은 반사적으로 검을 뒤쪽으로 휘둘렀다.
콰앙!!
거대한 대검과 수언의 검이 부딪쳤다. 수언은 커다란 충격을 받으며 지금까지 자신이 날려 보냈던 몬스터들처럼 저 멀리 날아갔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자신이 있던 곳의 주변 사람들과 몬스터가 함께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강대한 힘이다.
5미터 크기에 강철 같은 근육, 긴 머리에 붉게 타오르는 것 같은 광기 어린 눈동자를 한 오크가 보인다. 디베오크다. 지금까지 봐 왔던 디베오크 중에 가장 강해 보이는 놈이다. 놈은 하늘을 쳐다보며 포효했다.
크라아아아악!! 디베!!
그 외침과 함께, 놈의 온몸을 붉은 기운이 감싸는 듯했다. 놈은 대검을 휘두르며 수언에게 달려왔다. 놈이 휘두르는 대검은 마치 세검처럼 매우 빠르고 가벼웠다. 그 덩치에 그런 속도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콰직! 파앙!!
사람들 모두 그 대검에 부딪치면 어김없이 터져 나갔다. 막아도 막는 것이 아니다. 무기나 방패는 부서지고 갑옷을 맞으면 안에 살덩이도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난공불락, 접근을 불허하는 탱크다.
수언은 모든 검을 가져와 놈을 향해 쏘아 보냈다. 놈은 크게 한 번 휘둘러 검들을 모두 쳐 내고 이번에는 어깨를 앞세우며 몸통 박치기를 하듯이 달려왔다. 놈에게 걸리는 몬스터와 사람들은 모두 그 어깨에 치어 저 멀리 날아갔다.
수언은 정면 대결이 불가하다고 생각하여 염력을 이용하여 공중에 높이 떠올랐다. 그러자 놈도 바닥을 박차고는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 속도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놈은 대검을 위로 올려 쳤다. 수언은 피하지 못할 것을 직감하곤 검을 들어 올리며 충격을 대비했다.
콰광!!
강타와 동시에 내장이 흔들리는 충격과 함께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 순간의 충격으로 시신경이 전부 마비된 듯했다. 수언의 신형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수평에서 놈의 얼굴이 보였다. 놈이 수언의 신형이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사이에 다시 뛰어오른 것이다. 놈은 대검을 추켜들고 있었다. 검면으로 찍어 내리려는 것이다.
저 무식한 공격에 맞으면 무조건 터져 죽을 것이다. 단번에 죽을 것 같기는 하다. 이 상황에서 단번에 죽는 것도 축복인가?
“안 돼애!!”
수언은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은서가 기겁을 하며 소리치고 있다. 수언은 은서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은서를 위해서라도 죽지 말아야 하는데. 은서를 지켜야 하는데…….’
그러나…… 그럴 힘이 없다.
금속 특유의 싸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쩌엉!!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몸을 덮쳤다. 수언은 날아가며 의식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이 느껴지고 소리와 중력도 느껴진다. 죽은 게 아니다. 죽었다면 이런 것들이 느껴질 리 없다. 바람으로 추측해 보니 날아가는 방향도 예상과는 다르다.
수언은 눈을 뜨고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 반대편에 붉은 눈의 디베오크가 날아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있던 곳에는 검은 옷의 남자가 있다.
“허업.”
그를 본 순간 수언은 가슴이 벅차올라 숨이 턱 막혀 왔다. 이제는 평생 느끼지 못할 것만 같았던 안정, 안도감이 온몸에 퍼져 나가며 눈물이 차올랐다.
‘아, 아저씨.’
아래에 있던 은서도 여울을 발견했다.
“아빠…….”
큰 충격파에 고개를 돌렸던 다른 사람들, 서한과 원팀, 지연과 보라, 둥둥과 사라도 그를 발견하고는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막았다…….”
“살았다.”
그들의 입가에 드디어 희망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츠즈즈즈.
여울의 전신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검은 힘줄이 굵직하게 튀어나온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크니스 버서커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지금 눈앞의 디베오크 네임드는 지구에서 상대했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강력하다. 디베오크들의 왕으로 추측된다. 만만치 않은 놈이지만 전투를 길게 끌기에는 주변 상황도 많이 좋지가 않다.
여울은 날카로운 눈으로 놈을 노려보며 두 검을 들었다.
‘전력으로 빠르게 끝낸다.’
훙! 후웅! 훙!
여울은 놈을 향해 검기 세 방을 연속으로 날리며 바닥을 박차고 달려갔다. 놈은 빠르게 대검을 휘두르며 검기를 완벽하게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놈 주변의 다른 몬스터들은 검기에 휩쓸려 몸이 몇 조각으로 잘려 나갔다.
채앵!!
그사이 가까이 붙은 여울은 놈의 심장을 향해 검을 뻗었다. 놈은 다급히 검의 손잡이를 틀어 검면으로 막아 냈다. 그는 다시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으며 왼손으로는 허벅지를 베었다.
옆구리를 향한 공격까지는 막아 냈지만 허벅지를 베인 놈은 그 고통에 잠시 움찔댔다. 그 움찔거리는 순간이면 충분하다. 여울은 속도를 더욱 증폭시키며 두 검을 휘둘러 놈의 팔목과 목을 베고 마지막으로 심장에 두 검을 박아 넣었다.
“클럭, 쿠륵…….”
놈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진녹색 피거품을 내뿜었다. 여울은 싸늘한 눈빛으로 놈을 바라보며 가차 없이 검을 뽑았다.
푸슈슉.
검을 뽑으니 가슴에서 진녹색 피가 분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여울은 놈이 쓰러지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발을 옮겼다.
몬스터 한복판으로 뛰어든 여울은 베아를 바닥에 내려찍으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콰과과과광!!
충격파에 휩쓸려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터져 나갔다.
아무도 감히 뛰어들려 하지 못하는 몬스터 무리의 깊은 곳에서 대학살을 자행하는 여울을 보며 사람들이 작게 감탄했다.
“역시.”
“어마어마한 친구야.”
서한의 입꼬리에는 이제야 여유를 되찾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질질질.
이제 갓 초등학생을 벗어난 것 같은 소년이 하체밖에 없는 사람의 시체 조각을 끌고 있다.
휙.
소년이 힘을 주어 그 시체 조각을 던진 곳에는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독한 악취에도 소년은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다시 다른 시체들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소년이 지나가는 곳에 한 사내가 확성기를 들고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자! 빨리빨리 옮깁시다! 언제 몬스터가 떠 들이닥칠지 모르니 빨리 옮겨야 내가, 내 가족이 삽니다!”
그의 말에 시체를 옮기던 한 소녀가 우뚝 멈춰 서고는 대꾸했다.
“가족들 다 죽었는데요.”
사내는 소녀의 어깨를 잡아 돌리고는 가던 길을 다시 가도록 밀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도 다 죽었어. 나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자자 빨리 움직이자.”
사람의 감정은 정말 희한하고 신비롭다. 아빠가, 엄마가, 동생이 눈앞에서 몬스터에게 찢겨 죽었는데, 그 당시에는 자신의 가슴도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슬펐는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으니 무언가 슬픔이 나눠지는 듯했다.
가족들이 몰살당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흔하니, 그것으로 남에게 슬픔의 크기를 대며 이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희한하게 슬픔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소녀는 입을 한번 삐죽이고는 길가에 널브러진 시체를 찾아 다시 걸음을 옮겼다.
대략 5백 미터 단위로 몬스터와 인간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다. 이미 벽 입구에 있는 시체를 모두 옮겨 놓은 3차 북문 구역에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불로 태워 버렸다.
가장 많은 시체가 널려 있는 2차 북문 구역에는 아직도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곳에는 시체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후웅, 후웅, 훙.
서한은 하늘 위로 옮겨지는 시체 조각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우, 무서워. 편리해 보이기는 하는데…… 꿈에 나올까 무섭네.”
그의 시선 끝에는 염력으로 시체를 옮기는 수언이 있었다.
한쪽에서 초대형 몬스터 시체를 혼자서 끌고 있는 담덕이 서한의 혼잣말에 대꾸했다.
“저게 다 대장이 처치한 놈들이요.”
“그런가? 허허, 이제 안 왔으면 좋겠구먼. 질렸어, 정말…….”
“그러게 말이요.”
둘은 북쪽의 하늘을 바라보며 같은 염원을 빌었다.
여울과 은서, 지연과 보라, 둥둥과 진사라, 백일권의 대한길드도 모두 다시금 전투 태세를 갖추는 데에 일손을 도왔다. 지금만큼은 여울보다도 수언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무너진 벽은 임시로 복구하고, 시체들은 일단 최대한 벽에서 떼어 놓고 다음 전투를 대비했다. 대비는 하지만 아무도 그때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후웅, 턱. 후웅, 턱.
여울은 초대형 몬스터를 조각내어 저 멀리 내던지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은 여울 님에게 이런 일도 시키나 보네요.”
여울은 건조한 눈으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국에 있어야 할 여인, 통역사 레이였다.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 조각이 널브러진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딱 달라붙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몸매는 이곳에서도 확 도드라졌다.
그녀를 발견한 순간, 여울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콱!
“커헙!”
다시 나타난 여울은 그녀의 목을 한 손으로 쥐고 들어 올렸다. 그녀의 하이힐 끝이 바닥에서 떨어져 둥둥 떠올랐다. 여울은 그녀의 목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입을 열었다.
“번거롭지 않게 먼저 와 줘서 고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