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88
188
수색대는 사람들이 만든 길을 지나 본부 앞마당에 도착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짐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 바로 집으로 흩어질 시간이다.
그때,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은서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그러고는 우유 한 팩을 들어 그녀에게 뻗었다.
우유, 젖을 짤 수 있는 가축이 얼마 남지 않아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남게 하지 않기 위하여 정부는 열세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사흘에 한 팩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귀한 음료를 자신에게 내민 것이다. 은서는 왜 굳이 자신에게 이런 것을 주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 천진난만한 눈망울과 마주쳤다. 진심, 이런 것이 진심인가?
은서는 두 손으로 아이의 따뜻한 손을 감싸고는 우유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고맙다. 잘 마실게.”
“네, 다른 사람 말고 언니 마시래요.”
“그래, 나만 마실게. 고마워.”
“네, 안녕히 계세요.”
아이는 왔던 것처럼 쪼르르 달려 사라졌다. 은서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종이 팩을 뜯어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얼마 만의 음료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맛있다. 우유가 원래 이런 맛이었는지도 헷갈린다.
그때, 갑자기 속이 화끈거리며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왔다.
“우웨에엑!”
은서의 입에서 우유와 피가 섞인 연분홍색의 토사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여울이 다가가 은서의 몸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헌터 무리들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아이, 잡아 와.”
여울의 목소리는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차갑고 차분했다. 그는 한 손으로 은서의 허리를 받치고는 상태를 살폈다. 동공이 풀리고 손발이 차가워지며 피부가 더욱 창백해졌다.
마비나 수면이 아닌 생명을 잃게 하는 독이다. 여울은 은서의 손에 들린 우유를 빼앗아 단숨에 들이켰다. 우유는 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엇.”
“그…….”
그의 돌발 행동에 헌터들은 주춤했다. 하지만 여울은 은서와는 달리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레벨이 높으면 힘만 센 것이 아니라 내장 기관도 튼튼한가 싶은 헌터들이었다.
여울은 우유가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몸 안에서 독 내성 특성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느꼈다. 독이 확실하다. 감히 누가? 왜?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가라앉히고는 휴대폰을 꺼내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청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일…….
여울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어디야.”
-왜, 갑자기 내가…….
“어디야, 빨리.”
수화기 너머의 여인, 보라는 여울의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무언가 이유가 있겠다 싶어 바로 대답했다.
-지금 동문 14구역 헌터 센터요.
-뚜, 뚜.
여울은 바로 전화를 끊고는 은서를 안고 걸음을 옮기기 전에 서한과 눈을 마주쳤다.
서한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터졌을 때는 최대한 빠르게 대처해야 범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몸이 두 개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에 영리한 친구가 있는 것은 심적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여울은 서한을 믿으며 바로 바닥을 박찼다.
콰앙!!
여울이 디딘 콘크리트 바닥은 발바닥 모양이 찍힌 곳을 중심으로 반경 1미터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의 신형은 이미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짐을 풀던 헌터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 서한이 박수를 치며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짝, 짝.
“우리가 보는 앞에서 일이 터졌어. 암살 시도…… 그것도 저 친구의 딸이. 앞으로도 안전한 삶을 살려면, 지금 집 가서 씻는 것보다 뭐가 더 중요한지 알겠지? 나간 친구들이 늦네. 일단 그 아이부터 잡자.”
“예, 알겠습니다!”
백여 명의 헌터들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는 바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최근에 생사고락을 적어도 열 번은 넘겼을 헌터들. 그들에게 여울이라는 존재는 그저 헌터 한 명이 아니다.
서울, 아니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런 여울의 심경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딸이 암살 시도를 당했다. 그들은 은서가 피를 토하는 순간 자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지금 딱 쉴 타이밍에 구역 내부 수색을 한다고 불만을 가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여울의 딸 은서가 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동문 14구역 헌터 센터 정문 앞, 하늘색 브이넥 셔츠에 흰색 주름치마를 입은 여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 있다. 주보라가 여울의 싸늘한 목소리를 듣고 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는 정문으로 나온 것이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왜 그렇게 목소리가 변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여울의 기분을 그만큼 좌우할 수 있는 존재는 은서밖에 없다. 자신도 포함될까? 잘 모르겠다. 자신감이 들진 않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그래, 그러니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보라는 마비 작용을 하는 마녀 손톱을 안주머니에서 꺼내어 한 손에 쥐고는 여울을 기다렸다.
그로부터 1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하늘에서 보라 앞으로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후웅!
그것은 바닥에 닿기 직전에 큰 바람을 일으키며 천천히 내려왔다. 마치 바람이 완충 작용을 한 듯했다.
보라는 그 거친 바람에 뒤집어지려는 치마를 붙잡으며 가는눈으로 앞을 보았다.
“꺄압! 으, 은서야!”
눈앞에는 추측대로 여울이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은서는 눈이 뒤집혀져 있고, 입에는 피거품을 물고 온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보라는 전후 사정도 묻지 않고 마녀 손톱을 옆구리에 찍고는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바로 은서에게 손을 뻗었다.
‘홀리네스 큐어.’
따스해 보이는 노란빛이 보라의 손에서 뻗어 나와 은서의 몸 전체를 감쌌다. 여울은 동상이 된 것처럼 그 상태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로부터 5분 뒤, 은서의 얼굴에 점점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울은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사, 살았어. 은서, 우리 은서.”
그때, 보라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여울과 눈을 마주했다. 그러고는 어느새 검게 변한 입술을 살짝 열었다.
“어떻게 된…… 우욱!”
보라는 울컥하더니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해 냈다. 그러고는 눈이 풀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여울은 다급히 한 손을 빼내어 그녀의 몸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품에 눈을 감고 쓰러져 있는 두 여자를 번갈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감히…… 감히…….”
세상의 모든 인구보다도 더 소중한 사람들을 어이없게 잃을 뻔했다. 몬스터도, 스올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독살에 의해, 여울은 누군지 모를 존재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 * *
서한은 은서에게 우유를 건넸던 아이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그 아이는 누군가의 심부름을 한 것이었다.
“잘 몰라요. 그냥 우유 두 개 주면서 이거는 그 언니 갖다 달라고 했어요.”
서한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고는 질문을 이었다.
“잘 생각해 봐. 정말 중요한 일이야, 아이야.”
아이는 서한이 잡고 있는 손목을 뿌리치며 짜증을 부렸다.
“아, 정말 몰라요. 생각 안 나요. 나 집에 가고 싶어요.”
서한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집에만 간다고 떼쓰는 아이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그와 아이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스윽.
한 팔이 뻗어 나와 그 아이의 손목을 낚아채며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준 우유는 우유가 아니라 독이었다. 너는 지금 독으로 그 언니를 죽일 뻔했던 것이다.”
서한은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언에게 은서와 보라를 맡기고 온 여울이었다.
“빨리 왔…….”
여울은 서한의 어깨를 잡고 뒤로 물리며 대답했다.
“고맙다. 이 아이와는 내가 직접 얘기하지.”
“그, 그래.”
아이는 여울의 말에 적잖이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 채 얼음이 되어 있었다. 여울은 아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 살인범이 되고 싶어?”
“흐응, 으응.”
아이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기억해 내라. 누가 그 우유를 줬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여울의 몸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아이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검게 변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아이라고 해도 마지막 원인 제공자다. 알고 있지만 여울은 자신도 모르게 이 아이가 미워졌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헌터들은 열 살 남짓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말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 역시 여울의 살기에 몸을 떨며 뒷걸음칠 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무시무시한 협박은 먹혀들어 갔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눈동자를 위로 올린 채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어, 그…… 그러니까 키는 이만했던 것 같고, 이렇게 둥근 모자에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울과 헌터들은 아이에게 들은 행색을 토대로 구역을 폐쇄하고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얻은 정보는 두 개였다. 남자라는 것과 키가 180 부근이라는 것. 그 외에는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은서에게 준 우유와 아이가 얻은 우유에는 둘 다 독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니 아이에게도 측은지심이 생겨났다. 아무런 잘못도 없었던 아이는 심부름을 해내고 기뻐하며 우유를 마시다가 세상을 떠날 뻔했던 것이다.
두 개의 우유에는 아무런 지문도 찾을 수 없었다. 심부름을 시킨 아이도 서슴없이 죽이려는 철두철미한 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니 치안도 좋지 않고 범죄율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찰 쪽에서도 수사팀만은 아직 제대로 꾸려져 있다. 전원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는 수사팀이다.
여울은 우유에 담긴 독의 성분 감식을 맡기고는 의심되는 자를 찾는 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왜, 대체 왜…….’
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 은서를 죽이려고 했는가? 여울은 수사팀의 질문이었던 그것부터 떠올려 보았다.
예전에 청부로 처리했던 자들 친인척의 복수? 케라브에서 죽였던 자들의 복수? 한성그룹 임원진의 복수? 아니면 은서에게 직접적으로 원한이 있는 자? 떠올리다 보니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복수할 자들이 차고 넘친다.
원한의 대상을 찾지 못하도록 증거를 완벽히 없앴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했다.
여울은 사나운 표정으로 살기를 뿜어내며 허공을 주시했다.
‘그게 누구든, 얼마나 되든지…… 모두 먼지로 만들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