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9
19
19. 낯선 자들
진후 일행은 무기를 들고 그들을 맞이했다.
진후는 굳은 얼굴로 들고 있던 방패를 바닥에 내리찍었고, 지연은 인상을 찌푸린 채 검을 만지작거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때 민철이 그들을 보며 대놓고 말했다.
“뭐야 저건, 더럽게.”
노란 머리 사내는 민철의 말이 들렸음에도 피식 웃으며 가까이 다가와 진후 일행을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중간에 지연에게 살짝 시선이 멈췄다가 다시 진후를 보며 말했다.
“벌써 11층으로 올라온 것을 보니까…… 소문의 김진후라는 분인가?”
진후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한 표정으로 줄에 묶인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노란 머리는 그녀들을 한 번 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아, 이 여자들…… 사람을 죽여도 경험치가 오르는 것을 아시는가? 1레벨 사람 한 명이 오크 열 마리의 값을 하지요. 이 년들은 바로 남자를 유혹하고 죽여서 이득을 취한 년들이에요. 저는 이런 년들 잡고 다니는 이한진이라고 해요.”
지연은 놀란 눈빛으로 여인과 사내를 번갈아 보다가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순간 한진이 그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진후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지연이 하는 바를 지켜보았다.
“관찰해 보죠. 살인자는 표시가 되니까.”
“흐음…… 당사자가 원치 않은 관찰은 좀 그렇지 않나?”
지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밝히지 못하시겠습니까?”
한진은 귀찮다는 듯이 턱짓을 두 번 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지연은 수락의 뜻으로 알고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까락. 까락.
그녀의 행동에 한진의 일행이 병기를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에 진후는 방패를 살짝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행동 하나에 공기가 순간 살벌하게 얼어붙었다. 한진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지연은 한 명의 손목을 잡아 관찰을 했다. 머리 위에는 머더러 표시가 있었다. 지연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을 굳인 채 손목을 잡고 있는 여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겁먹지 말고 말해 봐요. 우리는 여기서 당신을 구해 낼 수 있어요.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이에요?”
그녀는 한진에게 눈길을 돌릴 듯 말 듯 하다가 다시 지연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모두…… 사실이에요. 제가 경험치에 눈이 멀어서…….”
지연은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과정을 지켜보던 한진이 이죽거렸다.
“일 처리가 확실한 여자구먼, 마음에 들어.”
지연은 한진을 흘겨봤다가 뒤돌아섰다.
한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진후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검증은 끝났고, 정보 공유 좀 해 주시겠습니까? 해골 놈들이 약해 빠지긴 했지만 왠지 느낌이 싸해서, 케라브가 원래 만만한 곳이 아니잖아?”
감이 좋은 자다. 그의 말에 일행 모두가 진후에게 시선을 돌렸다.
* * *
사십여 명의 인원이 사막을 횡단하고 있다.
진후 일행은 한진 일행과 같이 다니기로 결정했다.
질이 좋지 않아 보이지만 제압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죽게 놔둘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밤을 모른다. 그리고 아직 의심을 하기 때문에 정보를 알려 주지 않은 것이다.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신용이 쌓이면 알려 준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진후는 그들과 미스릴을 구할 때까지만 같이 다니다가 그것을 구하면 일부를 나눠 주고 그들과 떨어지기로 계획을 세웠다.
진후가 앞장을 서고 여울이 가장 뒤에서 따라왔다. 그 뒤로 한진 일행이 붙은 순서다.
진후 일행과도 거리를 두고 혼자 걷는 여울에게 한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당신, 당신도 머더러지?”
여울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시선을 고정시킨 채 걸어갔다.
“진해. 당신에게는 진한 피 냄새가 나. 반갑군.”
여울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 검의 손잡이에 손도 가져가지 않았지만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그의 몸을 옥죄었다.
그는 황급히 두 손을 들어 올려 손바닥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아, 알았어, 민감한 부분 건드려서 미안. 패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멀어졌다.
여울은 이런 유형의 인간들을 잘 알고 있다. 전에도 같은 업계의 작업자 중에 이런 부류가 꽤 있었다.
살인을 자랑스러워하는 자들.
그런 자들은 의뢰 도중에 일반인이 끼어들어도 같이 처리해 버리는 악들이다.
진행을 고민하던 여울의 마음이 조금씩 기울었다.
그때, 뒤쪽에서 뒤늦게 해골들이 모래를 헤치며 나왔다. 한진은 기형검을 번쩍 들고 달려가며 외쳤다.
“어어어, 내가 처리할 거야, 아무도 건드리지 마!”
한진은 기형검을 돌려 가며 해골들의 중앙으로 파고 들어갔다. 일부러 아슬아슬한 일 대 다수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움직임이다. 둔기도 아니면서 해골들을 잘 잡는 모습이 진후 일행에게 깊게 각인되었다.
“휘유…….”
모두 끝내고 자신의 팔뚝에 난 피를 혀로 핥는 중에 진후와 눈이 마주쳤다. 진후는 그의 눈을 5초 정도 더 바라보다가 눈길을 거뒀다.
‘만만치 않은 실력이다. 3레벨임은 분명하고, 특성도 무언가 특별할 것이다.’
밤이 다가오자 진후는 한진에게 밤과 라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밤을 준비했다.
진후는 한진 일행도 경계하고 해골도 경계해야 하니 이중으로 심력이 소모될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한진 일행은 라브가 안전 장치 역할을 해 주지 않기에 밤에는 해골보다 더 경계해야 할 자들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에 한진이 먼저 다가와 말했다.
“우린 당신들에게 아직 신용이 쌓이지 않았으니 좀 떨어져서 자리를 잡겠소. 아침에 봅시다.”
그들도 불편한지 먼저 알아서 떨어지려는 한진 일행이었다. 진후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진후 일행은 라브 두 개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울은 옷을 걷어 자신의 어깨를 보았다. 검은 숫자는 56이라고 바뀌어 있었다.
“나갔다 오지.”
여울의 말에 지연은 흐릿해진 하늘을 한 번 보고는 그의 옷깃을 잡았다.
“어, 어딜요? 이제 곧 밤이 될 텐데.”
그 모습에 진후는 지연과 여울을 번갈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울 님은 밤에도 무사하실 겁니다.”
“네? 그게, 아…….”
지연은 그가 특성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여울은 성큼성큼 자리를 벗어났다. 진후는 그가 어디를 가는지 묻지 않았다.
낮처럼 돌봐야 할 사람들이 없을 때 마음껏 경험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스슥-
여울은 한진 일행의 뒤를 쫓았다. 진후 일행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보였다. 여울은 모래에 몸을 파묻고 그들을 지켜봤다.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해골들은 철저히 시력으로만 사람들을 쫓는다.
소리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일 때만 쫓아온다.
그래서 밤이 되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때에도 직접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우…… 후우…….”
여울은 한진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푸른 눈이 지정한 첫 의뢰이니만큼 이것을 완수하면 제대로 계약이 성사되는 느낌이 있다.
그만큼 진행에 있어 신중해진다.
한진 일행은 진후와 떨어져서 자리를 잡자마자 밧줄로 묶어 놨던 여인들을 거칠게 유린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여인이 열여덟 명의 사내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녀들의 눈동자는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이미 체념한 지 오래인지 저항 비슷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이 깔리고 붉은 안광의 해골들이 나왔다.
한진 일행은 두려워하며 라브에 더욱 바짝 붙었고, 한진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해했다. 그러고는 유린당하고 축 처져 있는 여인 중에 한 명의 머리칼을 쥐어 잡아 일으켰다.
“어흐윽…….”
“야, 앞으로 한 걸음 가 봐.”
여인은 비틀거리며 눈물을 쥐어짰다.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한진 님…….”
“닥치고 빨리 가 봐.”
한진은 기형검의 끝으로 여인의 등을 쿡쿡 찔렀다. 꽤 깊이 들어갔는지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아흑, 허읍!”
여인은 아픔에 못 이겨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주변을 서성이던 해골들이 점프를 하며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여인은 뒤로 넘어지며 해골들에게 두 다리가 잡혔다.
동시에 한진도 그녀의 팔을 잡아서 당겼다.
“아앗. 안 돼, 내가 구해 줄게.”
“까으아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여인의 두 다리가 뜯겨져 나갔다. 해골은 낮과는 다르게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한진은 자연스레 뒤로 엎어졌다가 재빨리 상체를 일으켜 여인을 살폈다.
두 다리를 잃고 정신을 잃어 가는 여인의 모습에 한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아, 죽으면 안 되는데! 걔네한테 죽으면 안 돼! 조금만 참아 봐!”
그렇게 말하며 한진은 서슴없이 기형검을 들어 여인의 목을 내리쳤다.
퍽, 퍽, 서걱-
세 번의 휘두름에 여인의 목이 완전히 잘렸다. 한진은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것을 보며 웃음 지었다.
얼굴과 상체에는 붉은 피가 잔뜩 묻어 있다.
환상으로 봤던 그 모습이다.
“흐으…… 안 늦었다.”
그를 보고 있는 여울의 입가에도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 * *
낮이 되어 진후 일행에게 한진 일행이 다시 합류했다.
진후는 그들을 차분히 둘러보다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한진을 노려보았다.
“한 명은 어디 있습니까?”
그의 말에 한진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밤에…… 붉은 안광의 해골들에게……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주지 그랬소?”
그의 말에 진후의 미간이 좁혀졌다. 의심이 되지만 그의 말대로 전부 말해 주지 않은 자신의 탓일 수도 있으니, 더 이상 캐묻지 못하는 것이다.
“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해 주시지요. 자, 출발하겠습니다.”
진후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미스릴을 찾기 위해 출발했다.
지연은 한진에게서 의심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 틈이 날 때마다 그를 힐끔힐끔 지켜보며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지 지켜봤다.
그러다가 한진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의 혀로 윗입술을 느릿하게 핥았다. 지연은 능욕당한 기분에 고개를 홱 돌렸다.
미스릴도, 위층이나 아래층 입구도, 아무런 소득 없이 다시 밤이 되었다.
여울은 다시 무리에서 벗어나 한진 일행이 머무는 곳으로 찾아갔다. 멀리서부터 귓가로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언제 저것들 재낍니까? 그년만 보면 침 나와서 죽겠습니다.”
“어딜 넘봐, 이 새끼들이? 그 앙칼진 년은 내가 질릴 때까지 아무도 맛 못 본다.”
“하루면 되겠구먼? 크큭.”
여울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들은 여울을 발견하고는 반사적으로 무기를 잡았다.
그리고 한 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 사내가 일어나 턱을 추켜들고 물었다.
“뭐냐? 들었냐?”
누워 있던 한진은 부하의 발목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 임마, 상대를 잘 보고 나대, 그러다가 모가지 날아간다.”
부하는 앉으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대장님…… 제가 어떻게 이런 비리비리한 놈한테…….”
한진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여울에게 시선을 주었다.
“왜, 거긴 성향이 안 맞지? 여기로 오고 싶나?”
여울은 건들거리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묶인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진은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가 멍청한 얼굴을 했을 때, 여울이 입을 열었다.
“여자를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