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93
193
신한길드 서울 본부. 길드의 본부는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여 조그마한 성과 같다. 공권력이 무서워 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시대는 갔다. 마치 1970년대 조직폭력배들처럼 경쟁 길드의 본부를 헌터들이 쳐들어가 대량 살인을 저지르는 일도 가끔 일어났다.
그래서 길드 본부의 문지기로 무장한 네 명의 헌터가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검은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한 남자가 신한길드 본부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의 시선은 문지기들 너머에 있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그의 걸음에 문지기 한 명이 입구를 막아섰다.
“무슨 일이십니…….”
그때, 문지기에게 남자의 손이 올라갔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문지기가 그 순간 후드 안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문지기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다급히 앞을 막은 문지기를 끌어당겼다.
“어서 길을……!”
턱.
그때, 남자의 손이 막아선 문지기의 어깨에 올려졌다. 그러고는 얼굴을 들고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수고 많다. 지나가도 되겠나?”
“허업!”
“흡.”
그의 얼굴을 확인한 문지기들이 화들짝 놀라며 바로 길을 텄다. 그러고는 경례 자세를 취했다.
“R랭크 헌터님을 뵙습니다!”
“R랭크 헌터님, 오셨습니까!”
‘이, 이게 어찌된 일이지…….’
뒤쪽에서 다른 문지기를 말리려던 자는 두 눈을 끔뻑거리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전에 여울을 몰라보고 길을 막았다가 팔이 부러질 뻔했던 문지기였다. 여울이 이렇게 친히 허락까지 맡으며 평화롭게 지나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울은 그들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곳을 지나갔다. 딱 한 번밖에 와 보지 않았지만 보라가 어디에서 일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는 보라의 집무실로 서슴없이 걸음을 옮겼다.
“여울 님, 오셨습니까!”
“충!”
복도를 거니는 동안 여울을 알아본 헌터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거나 경례하며 충을 외쳤다. 여울은 그 모습이 부담스러워 다시금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걸음을 옮겼다.
보라의 집무실로 가는 길, 저 복도 끝에 간이 테라스에 흰색 블라우스와 하늘색 스커트를 입은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그곳으로 가서 테라스 문을 열자 그녀가 돌아보았다.
“어멋! 오빠가 여긴 웬일이에요? 설마 나 보러 왔어요?”
설마라는 말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에 그녀가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울은 일부러 고개를 더욱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보라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옆으로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이야…… 이거 의심스러운데. 무슨 일인데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셨어요?”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한다. 아직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어.”
그녀는 눈을 살짝 감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한 손을 들어 까닥까닥 거렸다.
“아아, 그거…… 그래요. 집에서 안 기다리고 여기까지 온 거 보면 되게 금방 가나 보네. 언제 가는데요?”
“내일.”
“내일?!”
보라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여울은 목을 살짝 뒤로 빼며 담담하게 대답을 이었다.
“그래.”
그녀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가 다시금 자신을 보는 여울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푸른 기운이 살짝 일렁이는 보라의 눈동자는 심해와 같이 두렵고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나는 오빠한테 어떤 사람이에요? 아니, 어떤 존재예요?”
“소중…… 한 존재다.”
여울의 대답에 건조해져 가던 눈동자에 생기가 조금 돌아왔다. 그녀는 얼굴을 앞으로 더 들이대며 되물었다.
“얼마나, 얼마나 소중한데요?”
여울은 약간은 격한 감정이 담겨져 있는 그녀의 물음에 무언가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떠나가기 전에, 이제 확신을 받고 싶은 것이다.
여울은 그 짧은 순간 자신의 마음에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되돌아온 답을 그녀에게 천천히, 절대로 다시 담을 수 없게 곱씹듯이 내뱉었다.
“나는, 그럴 자격이…….”
그때였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포개지며 입술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쪼옥.
촉촉하고 따뜻했던 그녀의 입술이 약간은 끈적거리며 떨어졌다. 다시 방금 전의 거리가 유지된 보라가 그 연분홍 입술을 열었다.
“그럴 자격 있어요. 없어도 내가 만들 거야.”
“그…… 흡.”
보라는 다시금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그 입술을 여울에게 포갰다. 여울은 얼빠진 듯이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저벅, 저벅.
또각, 또각.
신한길드 서울 본부 길드장 집무실이 있는 4층 복도, 두 남녀가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복도가 꺾이는 부분에서 남자, 서한이 레이의 손목을 잡아끌며 뒤로 옮겼다.
“아…… 흡.”
레이는 인상을 쓰며 뭐라고 하려다가 손으로 입까지 막히는 바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서한은 그 상태로 벽 끝에 머리만 빼꼼 내밀어 어딘가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뺐다.
‘저놈은 왜 남의 회사에서 연애질이야. 부럽게끔…….’
서한은 뒤돌아 레이를 보며 검지를 들어 조용히 하도록 일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하고 나서야 봉해졌던 입을 풀 수 있었다.
“흐읍.”
서한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레이의 하이힐을 벗겼다. 그녀는 당황하여 발을 다급히 뺐지만 그의 손놀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갔다. 그 복도를 지나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체력 단련실이었다.
“엇.”
“어라, 대장님.”
“그 미인은 누구십니까?”
체력 단련실에는 몇 명의 대원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서한은 그들에게 검지로 조용히 시키고는 레이를 한구석에 앉혔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러는 거예요?”
“저쪽에…….”
서한은 말을 끊고는 주변을 살피고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녀는 묘한 간지러움을 느끼며 그의 말을 들었다.
“그놈이 있어. 조용히 해. 걔는 이런 말도 다 들으니까.”
“그놈이라니. 혹시 여…… 흡.”
서한은 그녀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걸리기 전에 조용히 있어.”
레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감정이 올라온다. 그렇게 여울과 마주치려고 노력했는데, 막상 가까이 있는데도 간절하게 보고 싶지가 않다. 오히려 이 남자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 느낌이 묘하게 기분 좋다.
서한은 고개를 돌려 그곳에 있는 대원 중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 이리와 봐.”
“아, 넵.”
“밖을 나가 보면…….”
서한은 대원을 시켜 여울이 가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체력 단련실을 벗어났다. 그가 벗어나자 그곳에 있던 대원들이 중얼거렸다.
“야, 드디어 대장님도 여자 친구가 생긴 건가?”
“글쎄, 그나저나 대박이다. 몸매 봤어?”
“남의 여자 몸매는 평가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진짜 어마어마하긴 하더라…… 부, 부, 부럽…….”
“부럽다. 응, 개 부럽다.”
서한은 그렇게 대원들의 부러움을 사며 레이를 길드에 가입시켰다.
그렇게 어렵게 길드 가입을 시킨 후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레이는 신한길드 서울 본부 건물을 나서자마자 서한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울 씨가 왜 여기 있어요?”
“왜긴, 지 애인이 여기 있으니까.”
“아하, 애인이라…….”
딸이 있으니 유부남일 텐데 애인이라. 그렇게 철벽을 치더니 본처를 두고 바람까지 피는 남자였다. 그런 사람이 왜 자신을 그렇게 밀어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그 말을 들으니 급격히 여울의 매력이 떨어진다. 레이는 자연스럽게 서한에게 팔짱을 끼고는 걸음을 옮겼다.
푸욱.
‘아…….’
서한은 다시금 자신의 팔뚝에 그녀의 물컹한 곳이 닿자 솜털이 쭈뼛 서며 걸음걸이마저 어색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솔은 편한데, 이 여자는 어딘가 위험하다.
‘특히 저곳이…….’
서한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에 향해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니 쭉 빠진 새하얀 각선미가 보인다.
‘안 돼, 정신 차려야 해.’
고개를 털고는 시선을 들어 올리니 푹 파인 쇄골도 보인다. 더 위로 올리니 묘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 여자는 모든 게 다 위험하구나. 위험투성이야…….’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싱긋 웃으며 입술을 열었다.
“왜요?”
“아, 아, 아무것도 아니…….”
푹.
그때였다. 레이는 서한을 벽에 확 밀어 붙였다. 그러고는 몸을 가까이 밀착시켰다. 얼굴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아찔한 향기가 서한의 코를 자극했다. 그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입 냄새가 날까 봐 숨을 참았다.
스으윽.
레이의 다리 한쪽이 서한의 두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바지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 감촉으로 인해 음욕이 솟구쳐 오른다. 10레벨인데도 불가항력의 힘을 만난 것처럼 점점 다리가 벌어졌다.
서한 마비 독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슥.
레이의 허벅지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도착하여 그곳을 자극했다.
“우웃.”
서한은 화들짝 놀라 반쯤 감았던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때, 레이의 입술이 덮쳐 왔다.
“흡.”
둘의 입술이 삽시간에 포개졌다. 서한은 바로 통나무처럼 경직되었다. 준비할 새도 없이 돌진해 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그것이 서한의 입 안을 들쑤셨다. 서한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그 황홀함에 취했다.
“흐읍, 흐…….”
난생처음 느껴 보는 것이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분명하다. 길거리에 가끔 보이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봐도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이 끝나지만 않으면 좋겠다. 38년 인생에 이렇게 즐거운 일을 왜 모르고 살았나 싶다.
서한은 애매하게 들어 올렸던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 순간 올라갔던 그녀의 다리가 내려오고 서한의 입 안을 휘젓던 것이 빠져나왔다. 그때의 상실감은 나라 잃은 사람이 이렇겠구나 싶었다.
레이는 허리를 감싸고 있는 서한의 손을 부드럽게 내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고는 그 특유의 묘한 미소를 지으며 타액이 묻어 있는 입술을 열었다.
“이건 선물, 착각은 금물이야. 안녕.”
“어, 어……?”
서한은 멍한 눈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다. 아직 자신의 몸에 맴돌고 있는 그녀의 향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또각, 또각.
그냥 지금 알고 있는 건 그녀의 뒷모습이 전보다 더 예뻐졌다는 것이다.
“흐…….”
서한은 몽롱한 표정으로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술을 살포시 매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