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94
194
올림픽 경기장, 수천 명의 사람이 무리 지어 서 있다. 그들은 허리춤에 검을 달고 있거나 등에 창 또는 옆구리에 총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보내는 50개의 토벌대였다. 그 옆에는 1개 토벌대당 한 대씩 화물 차량이 붙어 있다. 새롭게 개조된 저소음 저진동 차량으로, 7레벨 헌터 기준으로 청각 특성자가 아니면 3백 미터 밖에서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특수 차량이다.
차량에는 헌터들의 식량과 천막, 침낭이 들어 있었다.
여울은 어깨에 R이라고 붙어 있는 검은 방어복을 입고는 올림픽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아는 얼굴이 간간히 보였다. 토벌대는 은서와 수언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서와 수언 역시 마중을 위해 나와 있었다.
처적, 처저적!
여울의 등장에 정부 소속 헌터들이 그를 알아보고는 각 맞춰서 경례를 했다. 수백 명이 갑자기 하던 일을 집어던지고 경례를 취하자 멀리서 보고 있던 길드 소속 헌터들이 수군거렸다.
“뭐야, 쟤네 왜 저래?”
“저기 봐 봐. 멍청아.”
“저기? 아…….”
“R랭크 헌터다.”
“여울 님이다…….”
“오오…….”
헌터들은 여울을 신기한 눈 또는 경외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울은 그들의 눈길을 받으며 강단 위에 올라섰다.
“오셨습니까. 이거…….”
미리 올라와 있던 토벌대 사령관이 마이크를 건넸으나, 여울은 한 손을 들어 거절을 표하고는 헌터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가 입을 열었다.
“지구에 남아 있는 몬스터들은, 오로지 살육 본능만 지니고 있다.”
여울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쓰지 않았음에도 장내 구석구석에 크게 울려 퍼졌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찾아내어 진멸하라. 나는 그대들을 믿는다. 알았나?”
힘주어 끊어서 말하는 여울의 목소리에는 위압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그의 무거운 기운에 정부는 물론 길드 헌터들도 반사적으로 크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여울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단을 내려갔다.
길드 헌터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금 수군거렸다.
“어우, 말만 하는데 왜 내 몸이 떨리냐.”
“너도 느꼈냐? 나만 그런 줄 알았네.”
“그런데 저분은 토벌대 참가 안 하나?”
“안 하니까 사령관이 다른 분이지.”
“아니,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왜 안 가?”
그때, 어떤 여인이 끼어들며 아는 척을 했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따로 가는 거다. 혼자 간단다. 우리랑 같이 다니는 게 짐인 거지. 너 같으면 안 그러겠냐?”
“이야, 역시 클래스가 다르기는 하네.”
“그치, 우리랑 같이 다니면 자기 딴에는 답답하겠지.”
“잠깐, 그런데 누구…… 응?”
사내는 방금 전에 같이 말을 하던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미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 보라는 바로 구석에서 은서, 수언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여울에게 다가갔다.
포옥.
은서는 여울에게 포옥 안겨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남들이 보면 다 큰 처녀지만, 그녀의 마음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빠아……. 빨리 와야 해.”
그런 은서를 수언이 힐끔힐끔 쳐다봤다.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보라는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은서를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아마 나보다 빨리 올 걸. 나는 세 달인데 오빠는 두 달 걸린다고 했으니까.”
여울은 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들렀다가 바로 또 떠날 수도 있다.”
“아, 뭐야, 그럼 난 계속 못 보는 거야?”
보라의 말에 여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가 수언과 눈을 마주쳤다.
“자, 잘 다녀오세요. 아저씨.”
여울은 수언의 어깨에 손을 얹히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보라는 그 모습에 괜히 심술이 생겼다. 회사 테라스에서의 일이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전처럼 대하는 것 같아 서운한 것이다.
“칫, 빨리 가 버려.”
여울은 미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았다.”
그는 정말로 은서를 떨어트리고는 바로 뒤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히…… 잉.”
은서는 당차게 떠나보내고 싶었지만 눈물이 맺혔다. 수언은 그런 은서를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보라가 갑자기 뛰어가 여울의 팔을 잡아 돌려세웠다.
쪽.
그러고는 남들이 보든 말든 그의 볼에 입술을 댔다. 서운해하고 바라지만 말고 자신이 먼저 나서서 쟁취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흡.’
급히 뒤돌아서 가려는데 여울의 손에 막혔다. 여울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입술을 잠시 포개었다가 떼었다.
“날 기다려라. 금방 올 테니.”
“아, 알겠어요.”
여울은 당황해하는 보라를 향해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여긴…… 지옥이야.’
민서는 한 달 전에 이곳으로 왔다. 엄마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몬스터들을 피해 안전한 나라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오큘러스들을 만났다. 그들은 먹을 것을 주며 안전한 피난처가 있다고 사람들을 꾀었다. 계속되는 여정에 지친 사람들은 대부분 의심도 하지 않고 바로 그들을 따랐다.
드디어 전처럼 안전하게 발 뻗고 잘 수 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칭 오큘러스라고 하는 자들은 악마들이었다.
그들은 성벽이 온갖 고물로 둘려 있는 기지에 들어오자마자 무기를 꺼내고 본색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컨테이너 박스 크기의 철창에 가두었다. 한 곳에 스무 명씩, 일렬로 쭉 나열되어 있는 철창의 수는 열 개가 넘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흐으, 흐으…….”
하늘 위로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었다. 전에는 저것만 보면 안심이 되고 포근했었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온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민서의 귓가에 점점 더 커졌다. 그의 발소리에 민서가 갇혀 있는 철창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쇠못으로 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쭈, 이놈들 봐라.”
목소리의 주인공은 머리를 뒤로 묶은 근육질의 사내로 오큘러스의 단원 사완이었다.
탕탕!
그는 오른손에 쥐고 있는 쇠막대로 철창을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나랑 눈깔 안 마주치는 놈 데리고 나간다.”
스스스슥.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고개를 번쩍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사완은 잔인하게 씨익 웃으며 쇠막대로 한 중년인을 가리켰다.
“아주 젓같이 생겼네. 너 나와.”
철커덕, 철커덕, 철컹.
철창문이 열렸다. 그는 한 명이고 안에 사람들은 스무 명이지만 아무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목된 중년인은 절망 어린 표정으로 뒷걸음쳤다. 그 모습에 사완이 말을 이었다.
“알지? 저놈이 늦게 나오면 여기서 오늘 한 명 더 뽑는다.”
퍼벅, 퍼버버벅!
그의 말에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일어서서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광기가 뒤섞여 있었다.
“악! 아악! 제발, 제발 밀지 마! 김 씨! 진오 동생! 크학!”
“미, 미안혀! 우리도 어쩔 수 없잖아!”
중년인은 미친 듯이 악을 썼지만 성인 대여섯 명의 힘을 이겨 내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사완의 앞에 선 중년인은 갑자기 뒷목을 잡힌 고양이처럼 가만히 있었다.
“제발…… 저는, 저는 처자식이 있고……. 으흑.”
퍽!
“커헉!”
그가 흐느끼자 사완이 쇠막대로 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머리 한쪽이 터지며 피가 튀었다. 그는 상처 부위를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사내새끼가 재수 없게 울고 지랄이야. 이리 와.”
사완은 그의 머리채를 붙잡고는 질질 끌고 갔다. 그가 끌고 간 곳은 철창 바로 맞은편에 있는 높이 2미터, 폭 10미터의 강단이었다. 강단 위에는 피 칠갑이 된 철 십자가 하나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머리통 한쪽이 터져 정신을 못 차리던 중년인은 그것을 발견하자 미친 듯이 몸을 바둥거리며 외쳤다.
“제바알! 싫어!! 이거 놔!!”
퍼석!
사완은 짜증 난다는 듯이 그의 머리를 강단 계단 모서리에 박았다.
“끄으으…….”
신음이 들리자 사완은 다시 한 번 강단 바닥에 그의 얼굴을 박았다.
퍼억!
그제야 중년인의 몸이 완전히 축 처졌다. 사완은 기절하여 눈을 감고 있는 그를 끌어다가 철 십자가에 올리며 말했다.
“그 새끼, 지랄은.”
사완은 그의 목부터 두 팔, 다리를 쇠사슬로 고정시키고는 뒤돌아서서 철창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니네 잘 봐 둬라. 이 새끼처럼 나오는 데 지랄하는 놈은 어떻게 되나.”
사완은 강단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녹슨 단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서슴없이 그것으로 중년인의 살가죽을 벗겨 내기 시작했다.
“아악!”
그 어마어마한 고통에 중년인은 금세 깨어났다. 사완은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 일어났어. 이 작업은 비명을 질러 줘야 제맛이거든.”
“사, 살려…… 끄아아아악!!”
사완은 자신만의 법칙이 있는지 마치 예술 작품을 조각하는 것처럼 천천히 섬세하게 그의 가죽을 벗겨 냈다.
“아악, 으아악!!”
철창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끔찍한 모습에 대부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었다. 민서는 그 충격적인 장면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엄마의 친구가 손으로 민서의 눈을 가렸다.
“끄으으…….”
중년인의 비명 소리는 한 시간 만에 잦아들었다. 그의 얼굴과 상체 반쪽이 살가죽이 뜯겨 나가 있었다.
사완은 땀인지 중년인의 피인지 모를 것을 얼굴에 묻힌 채 집중하며 작업하다가 고개를 들며 중얼거렸다.
“어, 뭐야. 벌써 뒤졌어? 아, 이런 젠장. 약해 빠진 새끼.”
그는 무슨 예술혼이 있는지 중년인의 발가락 끝까지 살가죽을 완전히 벗겨 내어 작업을 마쳤다. 그러고는 손을 털고는 강당 구석에 준비되어 있는 통을 가져와 중년인의 몸에 뿌렸다.
“휘유, 재밌었다. 잘 가라.”
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중년인의 시체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석유를 뒤집어쓴 중년인의 시체는 확 불이 붙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철창 안 사람들은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읍, 흡…….”
“흐…… 으…….”
그들의 흐느낌에는 언제 자신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중년인의 시체에 붙은 불은 삼십 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새까맣게 타 버렸다.
퍽! 퍽!
“흐으응, 흐응, 살가죽을 벗겨서 그런지 이번에는 잘 익었네.”
사완은 장갑을 끼고는 검으로 그의 팔다리를 토막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 조각으로 자르고는 그것을 하나씩 철창 안에 던져 주었다.
턱.
민서 바로 앞에 중년인의 팔뚝으로 보이는 고깃덩어리가 떨어졌다. 민서는 그것이 예전에 보았던 동물들의 고기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는 것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민서가 있는 철창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뒷걸음쳤다. 그런데 다른 철창은 그렇지 않았다.
퍼벅! 퍽! 퍽!
“내놔!”
“이거 놔!”
“아악!”
그들은 그 고깃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먹 다툼을 하고 있었다. 민서가 오기 전부터 있었던 사람들이다. 배고픔이 저들을 저렇게 만든 것이다.
스윽, 스윽.
그 모습에 민서가 있는 철창 사람들도 하나둘씩 다시금 고깃덩어리를 향해 다가갔다. 민서는 옆에서 밀치는 거친 손들에 저 뒤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녀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짐승들처럼 그 고깃덩어리를 찢어 먹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곳은…… 지옥이야.’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죽는 것도 두렵다. 민서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는 상상을 하며 길고 긴 밤을 보냈다.
까악, 까악.
다시 죽음의 아침이 되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에 사람들은 고개를 들었고, 민서 역시 눈을 뜨고 사완을 쳐다보았다.
‘헙.’
그런데, 그의 눈이 민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지옥의 막대기가 자신을 가리켰다.
“꼬맹이? 나와 볼래?”
“네에?”
민서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