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98
198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들이 보인다. 여울은 손을 뻗어 엄지와 검지로 가장 가까운 총알을 집었다.
탁.
잡힌 총알이 손가락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그것이 채 멈추기 전에 여울은 다시금 손을 뻗었다.
턱! 턱! 터더더덕!
우레와 같은 발포 소리가 잦아들고 적막이 찾아왔다. 총알을 쏟아 부었던 사람들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울의 상태를 살폈다.
치이이익.
여울은 여전히 오른손을 뻗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의 얼굴, 몸, 옷깃 하나 총알에 스친 흔적은 없었다. 손 안에서는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다 쐈나?”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레벨이 높은 헌터들이라도 대부분 이 일점사에 벌집이 되거나, 큰 상처를 입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런데 이렇게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바닥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가장 위층에서 산발 머리에 덩치 큰 사내가 외쳤다.
“다시 쏴!!”
그가 이곳의 ‘진짜’ 대장인 듯하다. 대장의 말에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다시금 총을 겨누었다. 그때 여울이 오른손을 안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가 위로 촥 뻗었다.
퍼벅! 퍼버버벅!
구겨진 총알이 여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것은 왔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의 몸을 관통했다.
콰직!
6층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대장은 자신의 볼을 스치고 천장에 박힌 총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등에 메고 있는 대부를 꺼내어 난간 아래로 뛰어내리며 외쳤다.
“이런 멍청한 것들! 다 따라와라!!”
서슴없이 뛰어내리는 대장의 모습에 살아남은 다른 헌터들이 주춤거리다가 같이 뛰어내렸다.
여울은 양손을 아래로 뻗어 디카르를 검 형태로 바꾸고는 바닥을 박찼다.
파앙!
여울의 신형이 중력의 힘을 더하여 떨어져 내리는 사람들보다 수십 배는 빠르게 날아올랐다. 그가 있던 대리석 바닥은 반경 2미터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허업”
“무, 무슨…….”
여울을 맨 처음 필드에서 만나 데리고 왔던 긴 생머리 여인과 단발머리 여인은 기겁을 하며 뒷걸음쳤다. 그러고는 계단 안쪽 구석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몸을 숨겼다.
그때부터였다.
쾅! 콰앙!
위에서 머리가 사라진 시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정확히 입구에 쌓였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를 하는 것이다.
쾅! 쾅! 콰앙!
무섭게 떨어지던 시체는 대부를 든 대장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상체가 사선으로 절단 난 대장의 시체를 보며 두 여인은 입을 쩌억 벌리고는 손을 덜덜 떨었다.
여울에게 머리가 깨진 흉터 사내는 다급히 기어가 시체들을 치우며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썼다.
콰앙!
“흐앗!”
사내는 바로 앞에 여울이 내려서자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울은 시체의 언덕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사내에게 말했다.
“이야기…… 계속해.”
“그, 그 무슨…….”
사내는 두려움에 뒷걸음치며 머리를 재빨리 굴렀다. 그러고는 바로 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눴었는지 기억해 냈다.
“아, 아, 그러니까…… 사실은 공격할 생각이 없었는데 헌터님은 너무 강하니까 공격한 거고…… 우리는 사람들을 납치해서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는…….”
거기까지 들은 여울은 사내의 말을 끊었다.
“오큘러스인가?”
그 말에 사내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허업, 마, 맞습니다. 저희는 공포의 화신 오큘러스님의 현신을 위해…….”
여울은 사내의 머리 위에 손을 얹히며 말했다.
“본진이 사라진 건 못 들었나 보군.”
“보, 본진이 사라지…….”
퍽!
사내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여울이 그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터트린 것이다.
“꺄읍.”
“흡.”
그 잔혹한 모습에 두 여인이 비명을 내지르다가 이내 제 입을 막았다. 여울은 고개를 들어 여인들을 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저벅.
“흐으으…….”
“허읍…….”
여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여울을 맞이했다. 긴 생머리 여인은 두 무릎을 꿇고 손을 싹싹 빌며 말했다.
“저, 저희도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단발머리 여인은 갑자기 자신의 원피스 앞섶을 찢어 가슴을 보였다.
“제, 제발 살려 주세요. 뭐든지 다 할게…….”
푹.
그때, 여울의 검이 단발머리 여인의 배를 꿰뚫었다.
“커헉!”
여울은 그 상태로 천천히 검을 위로 올렸다.
찌지지지직!
“끄으으으!”
여인의 살이 찢어지며 결국 상체가 세로로 반토막 났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긴 생머리 여인은 입술을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시, 시, 시, 시연아…….”
여울은 검을 털어 내며 말했다.
“두려운가? 너희가 좋아하는 거잖아?”
“사, 살려 줘. 살려, 살려아아아악!”
여인은 갑자기 미친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돌고래와도 같은 초고음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여인의 입은 매우 크게 벌려져 있었다.
찌직, 지직.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입이 정상적인 크기를 넘어섰다. 입꼬리 부분이 찢겨 피가 나오는데도 입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촤아아악!
그때 입꼬리가 쫙 찢어지며 입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붉은 피로 흠뻑 적셔져 있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 본래의 얼굴은 마치 고개를 뒤로 젖힌 것처럼 뒤통수에 있는데 턱은 없고 눈동자는 움직이는 것이 아직 살아 있었다.
새로 입 안에서 생겨난 얼굴이 입을 열었다. 그 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새까만 암흑이 보였다.
—그어어어어.
“끄아아아아!”
여인의 목소리와 또 다른 존재의 소리가 겹쳐서 들리는 괴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울룩, 울룩, 푹, 푹.
그때 여인의 팔 한쪽이 풍선에 바람을 넣듯이 갑자기 커졌다.
푸확!
그러더니 이내 갈기갈기 터져 나가고 그곳에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새로운 팔이 생겨났다. 매우 가늘고 길며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팔이었다. 반대편 팔과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촤아아아악!
이윽고 여인의 몸이 완전히 찢겨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눈앞에 새로 생겨난 것은 호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괴물이었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길고 손톱이 칼처럼 날카롭고, 목은 30센티는 되어 보이는데 위쪽으로 향한 게 아니라 앞쪽으로 향해 있다.
얼굴은 방금 전 여인과 비슷한 얼굴에, 긴 생머리에는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있는데도 키가 3미터가 넘었다. 점도가 강한 피를 뒤집어쓴 것처럼, 주욱 늘어지는 피가 지속적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매우 그로테스크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혐오스러운 검지를 들어 올려 여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배가…… 고파……. 배가…….’
로디스 언어다. 성대의 떨림으로 내는 소리가 아닌 마나의 파장으로 귀에 전달하는 음성이다. 바로 옆에서 귓가에 속삭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매우 불쾌했다.
여울은 그 존재에게 검 끝을 들이대며 로디스어로 물었다.
“네가 오큘러스인가?”
그녀는 여울에게 뻗은 손을 흐느적거리며 대답했다.
‘배가…… 고파……. 널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그녀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흐느적거리던 검지를 가공할 속도로 뻗었다.
슈욱!
여울 바로 뒤로 빠졌으나 어깨가 스쳤다. 그녀의 손톱은 카르의 재킷과 디카르를 찢고 맨살에 상처를 남겼다. 어마어마한 속도에 상상을 불허하는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감…… 히…….’
우드득, 우드득, 우득.
그녀는 두 손을 바닥에 내리더니 이내 관절을 반대로 꺾었다. 네발로 바닥을 짚고 있는데 관절이 모두 앞 방향으로 꺾이도록 되어 있는 아주 괴이한 형태였다. 그녀는 그대로 네발로 빠르게 기어 오며 날카롭게 외쳤다.
‘인간 따위가…… 대가리부터 씹어 먹어 주마!’
후웅!
그녀는 개구리처럼 네발로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그 흉측한 모습이 눈앞에 급격히 커졌다. 여울은 다급히 몸을 옆으로 틀며 바닥을 찼다.
촥!
어느새 복부에 긴 상처가 남았다. 그녀에게 당한 상처는 마치 칠을 해 놓은 것처럼 붉게 달아오른 채 출혈이 계속되었다.
‘다크니스 버서커.’
‘다크니스 큐어.’
눈으로는 따라가도 몸으로는 반응하기 힘든 가공할 속도. 사전에 움직임을 예측해도 피하기가 어렵다.
‘버서커 상태일 때 잡지 못하면…… 잡히는 것은 나다.’
화르륵.
여울은 두 검에 화염을 두르고 그녀를 향해 바로 휘둘렀다.
후우웅!
화염 검기 두 방이 오큘러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갑자기 멈춰서 두 손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입을 쩌억 벌렸다.
—까아아아아!
파앙! 파앙! 팡! 팡!!
비명과도 같은 초고음의 소리에 화염 검기가 눈앞에서 허공으로 산화되었고 백화점의 모든 창문이 일제히 터져 버렸다.
“크흑.”
귀에서 피가 나고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지만 마나막으로 감싸지 않았다. 검기와 함께 달려와 그녀에게 초근접한 상태다. 지금은 그녀가 아무리 빨라도 얼굴을 향하는 검을 피하거나 팔로 막지 못할 것이다.
써엉!
여울의 검이 공기를 찢고 뻗어 나갔다. 그녀는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검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눈을 좁히며 오히려 얼굴을 들이댔다.
촤아아악!
그 돌발 행동 때문에 검은 목표했던 미간이 아닌 볼을 스치고 어깨에 깊게 박혔다.
콰악!
“큭!”
그사이 가까이 붙은 그녀가 입으로 여울의 목덜미를 강하게 물었다. 인간의 골격인 것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지 그녀의 치악력은 어마어마했다. 철판보다 두꺼운 여울의 살가죽과 근육을 단숨에 뚫고 뼈까지 으스러트린 것이 느껴졌다.
여울은 오큘러스의 어깨에 박힌 검을 놓고는 그 팔로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잡았다.
—으응?
그녀는 물어뜯으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당황한 듯한 소리를 내었다. 그때, 여울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끝이다, 오큘러스.”
푸욱!!
—키하아아!
여울의 말과 동시에 오큘러스의 아래턱에 검은 화염이 둘려진 검이 박혔다. 그것은 턱을 뚫고 얼굴을 관통하여 정수리로 튀어나왔다.
오큘러스는 입을 쩌억 벌린 채 검은 눈에서 피눈물을 뿜어냈다. 여울은 그사이 그녀의 얼굴을 떼어 내고는 다크니스 큐어를 외쳤다.
—키헥, 키헥, 끄아아아!
그녀는 정수리에 튀어나온 검신과 턱 아래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버둥거렸다.
공포의 화신 오큘러스, 이렇게 수많은 인간의 공포를 먹고 현신한 괴물인 만큼 목이 뚫린 정도로 죽진 않을 것이다.
여울은 다시 바닥을 박차며 한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검고 긴 창이 생겨났다. 그녀는 뒤늦게 여울의 창을 확인하고는 입을 쩌억 벌렸다. 그녀의 칠흑 같은 입 안에는 관통하고 있는 검신이 보였다.
바로 그때, 여울의 창이 그녀의 입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푸우우욱!!
창은 안에 검신을 부수고 긴 목을 지나 등 뒤로 툭 튀어나왔다. 여울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턱에 박힌 검을 뽑아내어 다시 휘둘렀다.
서걱! 딱딱, 따닥.
그녀의 목은 완전히 잘려 나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도 이를 딱딱거리며 부딪치고 있었다. 여울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대화를 할 수 있겠군. 스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나?”
번뜩.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이를 딱딱거리던 그녀는 스올이라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