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0
20
20 다크니스 큐어
이한진은 상체를 일으키며 박수를 쳤다.
“아하하핫! 좋아! 역시 나랑 스타일이 맞아. 마음에 드는 형씨야. 그래 뭘 주고 사게? 알겠지만 돈은 거절이야.”
여울은 품에서 라브 네 개를 꺼내어 던졌다. 한진은 그것을 받아 들고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호…… 그런데 어쩌나? 보다시피 우리도 딸린 식구가 많아서 사는 건 좀 그렇고…… 한 시간 줄게. 마침 저기에도 라브가 하나 있네. 짧은가?”
그는 30미터 거리에 있는 라브를 검지로 가리켰다. 여울은 말없이 기력이 쇠하여 축 처져 있는 여인의 등과 무릎에 손을 넣어 안아 올렸다. 그리고 바로 라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진 일행은 그의 뒤통수에 대고 이죽거렸다.
“거 화끈한 친구야, 죽이면 안 돼?”
“큭큭. 어지간히 급했나 봅니다.”
“하긴, 얼굴 보니 세 달은 굶었을 텐데, 우리 년들 보고 불끈불끈했겠죠.”
턱-
여울은 여인을 모래 바닥에 눕혔다. 그녀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허우적거리는 것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다.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다.
라브를 하나 꺼내어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동공이 살짝 풀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먹어라.”
초점이 점점 돌아오는 그녀는 상황 파악을 할 새도 없이 황급히 삼켰다.
꿀꺽-
“하아…….”
그녀는 숨이 트이는 듯이 마른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기운을 차린 것이다. 여울은 바로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잡아 바닥에 거칠게 밀쳤다.
턱-
그러고는 그녀의 발목을 잡고 다리를 쩍 벌리고는 자신의 하체를 밀착시켰다.
“아흡!”
여울은 상체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소리를 내면서 들어라.”
여인은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두 번 깜빡이다가 진중한 여울의 눈과 마주했다. 그러고는 하체를 움직이며 소리를 전보다 크게 내기 시작했다.
“아흑!”
여울은 그녀의 박자에 맞춰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밤이 되어 해골들이 일어나면 라브를 꺾어라, 그리고 모래 속으로 몸을 숨겨라.”
여울의 말을 들은 여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라브를 꺾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젯밤을 겪었기에 확실하게 알고 있다.
자폭하라는 소리다. 여인은 놀라서 소리를 내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소리.”
“허읍.”
“죽지 않을 것이다. 해가 뜰 때까지 일어나지 마라, 그리고 낮이 되면 그들에게 가라. 너의 삶은 네가 노력해야 구원받는다.”
여인은 순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울을 바라보았다. 고민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여울은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멈춰 섰다. 아직 해골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울은 여인을 다시 안아 들고 그들에게 데려다 주었다.
“생각보다 심심한 친구구만?”
“크하하하…… 흡, 이거 실례.”
“푸흡, 이해해. 이해합니다. 얼마나 오랜만이면…… 헐렁한 년으로 이렇게…… 큽.”
여울은 그들의 조롱을 무시하고 말없이 돌아갔다.
한진은 그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이제 언제 해골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건만 가까운 라브가 아니라 자신의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고민 없이 돌아가는 그가 신경이 쓰인다.
그는 왠지……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 * *
끼릭- 기익-
검은 장막이 덮히고, 해골들이 일어나 붉은 눈을 빛냈다. 여인은 다시 한참 동안 유린을 당하여 축 처졌다.
마치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 않는 그녀였다.
깊은 밤이 되어 나머지는 잠이 들었고, 불침번을 서는 사내 두 명만이 깨어 있다. 여인이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건가? 여울이 움직이려는 찰나, 가느다란 손이 들어 올려졌다. 손끝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
그 여린 손이 라브의 빛을 부쉈다.
갑자기 어두워져 고개를 돌린 사내들이 그 모습을 발견했다.
“헛.”
“이런 개 같은 년이!”
그녀는 죽을힘을 다하여 몇 걸음 기어가 모래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사내들은 검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가려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끼이이익-
붉은 안광의 해골들이 바퀴벌레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악!”
“대장! 일어나십쇼!”
“뭐, 뭐야? 헙!”
한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가 어두워진 것을 확인하고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저쪽으로!”
“어서!”
아니 땐 난리에 한진 일행이 모두 일어났다. 여울과 여인이 밀담을 나누었던 30미터 거리에 있는 라브로 이동을 하려 했다.
불침번을 섰던 사내가 걸음을 옮기며 모래 속에 몸을 파묻은 여인에게 검을 내리찍었다.
“이 개년 먼저 죽이고…… 컥.”
푸슉-
사내의 목젖에 단검이 박혔다. 반대편에는 검신 끝이 툭 튀어나왔다. 한진은 검신의 방향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양손에 검을 펼치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여울이 보였다. 그는 뒤에 수많은 해골들을 이끌고 있었다.
“이런 미친!”
한진은 앞에 가던 부하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던졌다. 여울은 억울한 표정으로 뒤로 밀려난 사내의 배를 그으며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턱
여울의 신형이 이동하는 한진 일행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다크니스 블레이드’
화르륵-
검은 화염이 검신을 감쌌다. 여울은 자세를 낮추고 그들 사이로 들어가서 발목부터 자르기 시작했다.
슥- 스윽- 서걱-
도망치는 데 정신이 없는 그들은 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발목이 잘려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피를 흘리며 기어가는 그들은 해골들이 덮쳐 사지가 순식간에 찢겨졌다.
이미 라브에 도착하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울을 바라보는 한진의 모습이 보인다. 한 손에 기형검을 들고 이를 악물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넷이다.
후웅- 훙-
한진의 기형검을 포함하여 세 개의 검이 여울을 향해 휘둘러졌다. 여울은 검 하나를 한진에게 던지며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검신의 끝을 검지와 엄지로 잡아서 당겼다.
“커흑.”
한 사내가 앞으로 딸려 나오며 다른 자의 검에 등이 베였다.
여울은 동료를 베어 당황하는 사내의 목을 베고, 한진이 튕겨 내어 공중에서 돌고 있는 검을 낚아채어 그의 심장을 향해 다시 강하게 던졌다.
츠릉-
푸욱!
한진은 다급히 다시 검을 들어 올렸지만, 방향을 살짝 트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검은 그의 가슴에 깊숙이 박혀 등으로 튀어나와 뒤에 있던 다른 부하의 가슴에까지 박혔다.
그 둘이 뒤로 쓰러지니 홀연히 빛을 내고 있는 피 묻은 라브가 모습을 보였다. 여울은 검을 수평으로 휘둘러 라브의 가지를 잘라 냈다.
그때, 여울의 귓가로 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다크니스…… 큐어!”
“뭐?”
여울은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검을 뽑아낸 그의 상처 부위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보는 앞에서 상처가 아문다. 놀라운 치유력이다.
같은 다크니스 특성을 가진 자? 그래서 암살을 하라는 것인가?
한진은 이를 악물며 검을 들고 일어나고 있다. 여울은 복잡한 마음을 밀어내고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한진의 오른쪽 팔이 깔끔하게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절망, 허망함이 뒤섞여 있다.
여울은 그의 심장에 정확히 검을 박아 넣었다.
과연 심장이 잘려도 살아날 것인가?
그때, 시스템 음성이 울렸다.
[여섯 번째 머더러를 처치했습니다. 다크니스가 일부 상속됩니다.] [‘밤의 귀족’의 의뢰를 완수했습니다.]‘다크니스 상속?’
여울은 놀랄 새도 없이 검을 뽑으며 몸을 굴렸다. 원래 있던 자리에 해골들 여러 마리가 덮쳐 왔다.
여울은 몸을 낮추고 검을 양쪽으로 뻗은 채로 몸을 넓게 두 바퀴 돌았다.
해골들이 두부처럼 썰리며 그를 감싸려던 모양새가 우르르 무너졌다.
탁!
여울은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그 뒤로 짓쳐 오는 해골들의 머리를 밟으며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2레벨 평균과 비슷한 속도의 해골들이다. 반응 속도도 빠르니 자신이 3레벨이었으면 불가능했을 방법이다.
* * *
기웅은 자신이 불침번 차례가 되어 서성이는 해골들을 보며 밤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해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진후 대장을 깨워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
해골들이 어느 곳에 몰려가더니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그 중심에 낯익은 인물이 있다.
기웅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해골 수백 마리를 몰고 오는 여울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표정이나 발걸음에는 어떠한 조급함도 보이지 않았다.
진후와는 또 다른 그만의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이곳으로 거의 다다랐을 때 갑자기 멈춰 서더니 두 검을 쭉 펴고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이 맞는지, 보고 있어도 의심이 되는 움직임이었다.
터벅, 터벅.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해골들을 부서트리고 기웅이 있는 곳으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
기웅은 여울을 전부터 두려워했다. 그리고 나아지기는커녕 오늘 일로 더욱 가증될 듯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기웅은 고개를 잽싸게 숙이며 외쳤다.
“오, 오셨습니까, 크로우 님!”
여울은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걸어서 그를 지나쳤다. 그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웅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감히 숨도 쉴 수가 없었다.
“허업, 후우, 후우…….”
‘정말…… 무서운 분이야.’
여울은 기웅에게 얼굴도장을 찍고 일행들 근처의 다른 라브에 가서 모래에 몸을 파묻고 누웠다.
‘다크니스 큐어라…… 다크니스 큐어…….’
말하기가 무섭게 손등의 상처에 검은 기운이 거품처럼 올라왔다. 안개보다 조금 더 짙고 액체화된 느낌의 것이다.
그것은 금세 들어갔고 상처 부위는 말끔하게 나아 있었다. 이것이 다크니스 스킬인 것이 분명하다.
‘다크니스.’
[현재 다크니스 수치는 249입니다.]수치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올라갔다. 발목만 베는 행위처럼 간접적으로 죽여도 수치가 올라가는 것 같다.
그러면 원래 31을 가지고 있었고, 18명이 180에 나머지 38은 한진의 다크니스가 상속된 것이라고 계산된다.
일부라고 했으니, 그는 이것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다.
‘놈은 대체 얼마나 사람을 죽였던 거지?’
생각하고도 웃기다. 자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여울은 거북한 안정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사아아아-
삽시간에 공기가 차가워졌다. 여울은 마음의 준비를 하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안개가 가득하고, 바닥은 투명한 유리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그곳에 돌아왔다.
푸른 눈은 검은 돌에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자신을 오랫동안 기다린 것만 같다.
짝짝!
그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각을 잡고 박수를 쳤다.
“훌륭합니다. 남들의 이목까지 속이다니요. 전의 직업이 궁금한 처사였습니다.”
이자는 언제나 지켜보고 있는 건가?
“보상은?”
“드려야지요. 매우 만족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가 되자는 뜻으로 원래 준비했던 것이 아닌 다른 아이템으로 바꿔서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가 손을 뻗어 여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그에게서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흘러나와 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크흐읍.”
여울은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수천 개의 바늘이 팔을 찌르는 느낌이 든다.
검은 안개는 점점 잦아드는 것처럼 보였다.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압축되는 것이다.
검은 안개는 액체화되어 팔에 들러붙었다. 검은 액체가 손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여울은 손을 들어 검은 액체에 뒤덮인 손바닥을 보았다. 자신의 손이 아닌 것만 같다.
* * *
번쩍!
여울의 눈이 떠졌다. 눈앞에는 까만 하늘이 보인다. ‘푸른 눈’과의 만남을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여울은 오른손을 들어 보았다.
검은색으로 된 얇은 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손으로 그것을 만져 보았다. 촉감은 맨살과 동일하다.
마치 아무것도 끼지 않은 것 같다. 어떠한 얇은 장갑도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소매를 끝까지 걷어 보았다. 그것은 어깨 바로 아래까지 감싸고 있었다.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자세히 봐도 구멍이 뚫린 곳이 없는데 마치 피부와 한 몸 같다.
여울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자신은 이것의 형태 변환 방법을 알고 있다.
‘디카르.’
명령어와 함께 팔에 있는 검은 물질이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