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01
201
필드 밖 폐백화점, 여울이 다녀가기 전에는 오큘러스의 지부였던 이곳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그들은 오큘러스 단원들 시체의 배를 갈라 파랗게 빛나는 무언가를 꺼내고 있다. 마석이다. 헌터들은 열에 둘은 몸 안에 마석을 지니고 있고, 몬스터의 마석보다는 인간의 마석이 한 단계 높은 가격을 측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필드를 돌아다니며 시체를 뒤져 마석을 채취하는 도둑 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이 단발머리 여인의 배를 갈라 뒤적거리다가 손을 신경질적으로 털었다.
“아우 씨, 이번에도 꽝이네.”
그 말에 위층에서 마석을 한 손에 들고 있는 사내가 그를 보며 말했다.
“쯧쯧, 운도 없는 놈. 너는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가겠구나. 큭큭.”
“닥쳐라, 네놈 배때기 쑤셔서 마석 꺼내기 전에.”
“그럴 실력은 되고?”
아래층 사내는 단검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지금 보여 줄까?”
금세 둘 사이에 살기가 일었다. 그때, 꼭대기 층에서 어깨까지 닿는 긴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데 힘 빼지 말고 일해라. 오늘 여기만 털고 끝낼 거야?”
그의 말에 사내들은 살기를 거두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장.”
“저놈이 먼저…… 후, 알겠습니다. 대장.”
그때였다. 입구 쪽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작업 중 들어오는 침입자에 대해 민감한 도둑들. 그들은 동시에 소리가 들리는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끼이익.
문을 천천히 열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몸에 근육이 빈틈없이 자리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사내였다.
도둑들은 몸을 웅크리며 검을 들어 올려 공격 자세를 취했다. 1층에 있던 사내는 덩치 사내에게 검 끝을 들이밀며 위협했다.
“뭐야, 여긴 우리가 먼저 작업 중이니까 꺼져.”
덩치 사내는 목젖에 날카로운 검이 닿아 있는데도 앞의 사내가 안중에도 없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칼 든 사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검을 더욱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너도 작업당하고 싶…….”
그때 덩치의 시선이 사내에게 향하며 오른손으로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솥뚜껑처럼 거대한 손이 사내의 손목과 단검을 같이 우그러트렸다.
“아아악!”
사내가 고통에 울부짖는 사이 덩치가 왼손으로 그의 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손목과 목을 서로 반대쪽으로 잡아당겼다.
“끄아아아!”
푸화아악!
사내의 쇄골 쪽 살이 점점 찢기더니 이내 머리가 완전히 뽑혔다. 그의 머리에는 척추뼈까지 길쭉하게 달려 있어 징그러움을 더했다.
“허읍!”
“헉!”
그 어마어마한 괴력에 도둑들이 화들짝 놀랐다. 덩치는 고개를 들어 꼭대기 층에 있는 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내려와 내 앞에 줄을 서면 한 방에 죽여 주지.”
도둑 대장은 덩치 사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좌르르 돋아나며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7레벨밖에 되지 않지만, 그가 지금까지 필드를 누비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다. 그런데 지금,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기운이 느껴졌다. 위험하니 피하라는 신호가 아니었다.
‘무조건 죽는다…….’
도둑 대장은 여태까지 의지해 왔던 감각을 애써 부정하며 부하들에게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모두 도망쳐!”
도둑 대장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눈에 보이는 창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귓가에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부하들의 비명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달렸다. 어차피 이득만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고 뭉친 집단. 애초에 의리 따위는 없었다.
쾅! 콰직! 쿵!
“끄아악!”
“아악!”
비명 소리가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대장은 더욱 발에 힘을 주며 3미터 앞의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와장창!
창문이 깨지며 그의 몸이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중이었다.
대장은 바깥공기를 맡으며 그 감각이 이번만큼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고 해도 도망치는 것만큼은 자신을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와 같이 거대한 덩치는 절대로 자신을 잡지 못할 것이다.
팍!
그렇게 생각할 때, 도둑 대장의 발목이 무언가에 의해 우악스럽게 잡혔다.
콰앙!
자연히 그의 몸이 아래로 쏠려 백화점 바깥벽에 부딪쳤다. 거의 동시에 발목이 빠질 듯이 강하게 잡아당겨졌다.
촤아악!
도둑 대장은 그렇게 다시금 강제로 백화점 안으로 끌려왔다. 안은 불과 몇 초 전과는 달리 고요했으며, 눈앞에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덩치가 보였다. 덩치의 얼굴에는 붉은 피까지 묻어 있어 더욱 험악해 보였다.
대장은 자신의 발목이 이미 꺾이지 못할 방향으로 꺾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덩치를 보며 두 손을 빌었다.
“제발, 살려 주십…….”
그때, 덩치는 입을 벌려 누런 이를 보이며 말했다.
“싫어.”
그, 우황의 몸을 차지한 스올은 바로 도둑 대장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퍼석!
워낙 커서 머리통만 한 주먹이 대장 사내의 머리를 형태도 남지 않게 터트려 버렸다.
스올은 그제야 조용해진 장내를 한 번 쓰윽 둘러보다가 어딘가로 발을 옮겼다. 바로 오큘러스의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목도 잘리고 몸도 여기저기 관통된 오큘러스의 시체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중얼거렸다.
“다크니스, 다크니스라…….”
스올은 예언에서 언급되었고, 로디스에서도 육체가 파멸되기 전에 마주쳤던 여울을 떠올렸다.
“그놈이…… 넘어왔구나.”
스올은 피 묻은 손을 털어 내며 걸음을 옮겼다.
***
무너진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 그곳의 4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거대한 미노타우로스가 백여 명의 헌터와 대치하고 있다.
대치는 하고 있지만 정작 앞에서 싸우는 헌터들은 스무 명도 되지 않는다. 민첩 특성을 지니고 있거나 레벨이 7 이상인 A랭크 헌터들만이 근접하여 치고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마저도 미노타우로스의 패턴이 까다로워 부상자들이 계속해서 생기는 중이었다.
주보라는 가만히 두고 보면 부상자만 늘 뿐, 미노타우로스는 잡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앞으로 달려 나갔다.
“조장님!”
“위험합니다!”
‘뒤에서 소리만 치는 부하 놈들의 말은 가볍게 씹어 주시고.’
분명 뒤로 빠질 때 마녀 손톱으로 인해 한쪽 발을 절었다. 저 거대한 놈도 마녀 손톱의 마비 독이 통하는 것이다.
후웅, 쾅!
보라는 사선으로 내리찍는 놈의 도끼를 옆으로 굴러 피하고는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놈의 발목에 꽂혀 있는 마녀 손톱 두 개를 뽑아냈다.
촤아악!
구멍 난 놈의 발목에서 검붉은 피가 조금 새어 나오다가 금세 멈추었다. 그만큼 재생력이 뛰어난 것이다.
츠즈즈증!
놈의 뒤쪽으로 몸을 옮기며 발목을 검으로 베어 봤는데 마치 철판을 베는 것만 같았다. 찌르기밖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면 철갑 같은 가죽으로 둘려 있지 않은 곳을 공략해야 한다.
먼저 그곳을 찾기 위해 마녀 손톱을 이곳저곳에 찔러 움직임을 최대한 제한시켜야 했다.
푸슉, 푹.
보라는 다람쥐처럼 놈의 공격을 피해 가며 허벅지와 팔뚝에 마녀 손톱을 하나씩 꽂았다. 놈은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빠른 보라를 보고는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쿠하아아아!”
훙! 훙! 후웅! 훙!!
그러고는 아무렇게나 걸리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둘러 댔다. 그 탓에 다른 대원들도 가까이 붙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어?”
그런데 놈이 절뚝거리던 발목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라는 이를 악물며 고운 미간을 좁혔다.
“칫, 재생력이 마비 독도 치료하는 건가.”
그러면 여러 군데에 꽂을 수도 없다. 가장 효율이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가장 효율이 좋은 곳…….
그때 한 곳이 줌인되듯이 확 눈에 들어 왔다.
“어깨다!”
양쪽 어깨에 한 방씩 꽂으면 발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발목만 집중 공략하면 아무리 철갑 같은 가죽이더라도 잘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압!”
목표를 정한 보라는 놈에게 다가가 허벅지와 팔뚝에 꽂혀 있는 마녀 손톱을 빼내었다. 그러나 어깨에 박는 것이 또 다른 문제였다. 워낙 거대하다 보니 어깨까지 올라가려면 놈의 몸을 타고 올라가든지 아니면 주변 건물 위로 올라가 점프를 해야 하는데, 오래 공중에 떠 있으면 놈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콰앙!
보라는 마침 자신의 바로 옆을 내리치는 도끼를 보고는 놈의 팔을 타고 위로 뛰어올라 갔다.
푹!
어깨에 마녀 손톱 하나를 깊이 꽂아 넣고는 바닥을 박차고 반대편 어깨로 날아가는 순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순간 보라는 냉철하게 머리를 굴렸다. 한쪽 팔은 바닥을 찍고 있고 다른 한쪽은 반대편으로 휘두르고 있다. 자신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놈이 박치기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팔로 휘두르는 것보다는 약하겠지만, 자신은 목표 지점까지 도착하지는 못할 것이다.
보라는 놈의 어깨에 마녀 손톱을 조준하고는 그 견고한 가죽을 뚫고 박히기를 바라며 강하게 던졌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보라의 온몸을 덮쳐 왔다.
콰앙!
“꺄앗!!”
놈의 이마에 제대로 받친 보라는 내장이 터져 나가는 것만 같은 고통과 함께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팟!
그때 마침 가까운 대원이 나서서 보라의 몸을 받았고, 다른 대원들이 미노타우로스를 집중 공격하여 시선을 돌렸다.
“허억, 허윽…….”
“조, 조장님 괜찮으십니까?!”
보라의 몸을 받아 뒤로 물러난 대원이 소리쳤다. 보라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들어 휘휘 저으며 말했다.
“개, 개 아파. 말 걸지…… 아흑.”
“아, 알겠습니다!”
보라는 그 대원과 함께 안전하게 뒤로 빠졌다. 그 뒤로 남은 대원들이 보라의 활약으로 인해 네임드 미노타우로스를 금세 공략할 수 있었다.
공략 완료 후, 의무팀이 부상자들에게 바삐 다가가 치료하고 몸을 보살폈다. 그러나 보라에게는 의무팀 중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옷을 들어 안쪽을 보니 배에 파랗다 못해 검은 피멍이 들었다. 그녀는 피멍이 든 배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칫, 나도 아프다고…….”
그러나 아무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자신을 그렇게 걱정하던 사내놈들은 힘들다고 다들 쓰러져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질감이 느껴진다. 항상 치료만 하다가 이렇게 다치니 다친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만 그러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하다. 그녀는 의무 침대에서 내려와 아무도 없는 차량 뒤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홀로 버티며 이겨 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오늘따라 왠지 더 처량하게 느껴졌다.
“우욱, 우웩.”
그녀는 갑자기 뜨거운 것이 올라와 피를 토해 냈다. 입을 닦는 그녀의 눈가에는 살짝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