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05
205
서울 방어기지 북쪽, 세 명의 남녀가 지상에서 1미터 뜬 채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다. 그들이 북문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반겨 주었다.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R랭크 헌터님이다!”
여울은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리 도착한 서한과 지연을 발견했다. 서한은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려 흔들었다.
“왔어?”
지연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여울은 그들에게 짧게 목례를 취하고는 보라가 입원한 병원으로 바로 이동했다.
끼이익.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라와 승희가 함께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울은 성큼성큼 걸어가 보라의 이불을 걷고 상의를 들어 올려 환부를 살폈다. 배꼽 바로 윗부분에 손가락 하나만 한 크기의 구멍이 나 있고, 그 주변은 아기처럼 새하얗고 깨끗한 새살이 차지하고 있다.
워낙 큰 상처이기는 했지만 원래 보라의 재생력이라면 하루 만에 새살이 가득 차고, 이틀이면 깨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나흘이 지났는데 아직도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면 스올의 공격이 재생력을 억제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그래도 얼굴에 혈색도 정상이고 맥박도 안정적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여울은 보라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가 발끝을 돌려 승희에게 갔다.
“그런데 이 여자는 누구야? 토벌대도 아니던데.”
여울은 승희의 상의를 들어 올리며 은서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빠가 주워 온 애. 이교도들에게 살가죽이 벗겨지고 있었어.”
“아…….”
승희는 보라와 같은 재생력이 없다. 환부를 보니 당연하게도 어린아이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장이 없는 것이다. 의료진이 그 주변 혈관을 인공 혈관으로 잇고, 바깥으로 인공 내장 기관을 연결해 놨지만 그녀의 안색은 거무튀튀하고 눈은 퀭했다.
“끄…… 끄…….”
인공호흡기를 대고 있음에도 맥박은 매우 불안정하고 호흡도 곧 끊길 듯이 헐떡이고 있었다. 지금 숨이 넘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행색이다.
승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녀가 당한 것보다 더한 일을 해 왔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여 왔지만, 딸과 비슷한 나이에 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눈동자에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동정심이 일었던 것 같다.
불쌍한 아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그때였다.
“끄, 끄…… 끄어, 어, 어!”
승희의 상체가 들썩거리며 숨을 제대로 뱉어 내지 못했다. 맥박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반쯤 뜬 눈에는 눈알이 뒤집어져 있다.
여울은 눈을 부릅뜨고는 머리맡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빛과 같은 속도로 병실 밖으로 나가 복도에 대고 소리쳤다.
“의사!”
그의 목소리는 병동과 병실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크고 우렁찼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챈 의사가 어떤 병실 문을 세차게 열고 다급히 튀어나왔다.
“무, 무슨 일…….”
후웅!
여울은 바로 의사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고는 승희 앞으로 끌고 왔다. 비상 버튼을 누른 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의사가 승희의 상태를 보는 동안에 다른 의료진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여울과 관련된 사람들이니 특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것이다.
“끄어, 끄으, 끅.”
두 명의 의사와 세 명의 간호사가 승희에게 달라붙었다. 먼저 도착한 의사는 승희의 목 아래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 호스 같은 것을 집어넣고, 다른 의사는 승희의 환부를 살폈다.
“끄으…… 끄.”
가슴을 펄떡거리던 승희의 움직임이 잦아들고, 호흡이 안정되었다. 아니, 안정이 아니었다.
삐, 삐, 삐, 삐이, 삐―
맥박이 정지되며 의사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환부를 살피던 의사는 여울과 눈을 마주쳤다. 이 순간에 자신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거슬렸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살려 주십시오. 꼭.”
여울의 차분하면서도 굵직한 힘이 담겨져 있는 말에 의사들은 물론 간호사들의 표정과 손놀림이 달라졌다. 급박함이 느껴졌다. 목 아래에 호스를 집어넣었던 의사는 입 밖으로 마음속 말까지 내뱉었다.
“젠장, 제발, 제발.”
그사이 심장 제세동기가 들어오고 의사가 거침없이 승희의 윗옷을 벗기고 그 조그마한 몸 위에 큼지막한 네모 판을 올려놓았다.
“120줄! 샷!”
파앙!
그 마른 몸이 기역자로 꺾일 만큼 크게 들어 올려졌다. 환부에 있던 인공 혈관이 끊어지고 인공 내장 기관이 바닥에 떨어졌다.
―파앙! 팡!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그녀의 심장은 다시 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굳어지는 여울의 표정에 의사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금 그녀의 가슴에 제세동기를 가져다 대었다.
“안 돼, 안 돼.”
그 목소리의 떨림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 환자의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어 있겠지만, 여울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클 것이다.
여울도 의사가 무의식중에 내뱉은 말과 같은 마음이었다. 여울은 뒤돌아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만 정상이라면 살릴 수 있을 텐데. 그녀만…….
저벅, 저벅.
“아빠……?”
여울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바로 보라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주보라! 일어나!”
워낙 소리가 커서인지 보라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삐이―
뒤에는 승희의 맥박이 멈췄음을 나타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은 갑자기 보라의 멱살을 잡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쫘아악!!
“허업!”
“꺄읍!”
보라의 목이 부러질 듯이 홱 돌아갔다. 성인 남성이 멀쩡할 때 맞아도 기절할 정도의 따귀였다.
상식적으로 죽을 위기를 간신히 벗어난 환자에게 할 행동은 절대 아니었다. 의료진은 물론 은서까지도 입을 쩌억 벌리며 그 돌발 행동에 놀라워했다. 그러나 여울은 다시금 손을 들어 한 대 더 후려치려고 자세를 잡고 있다.
사람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은서만이 여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빠, 그러다가 보라 언니까지 잡…….”
그때 여울의 손이 다시금 휘둘렸다.
턱.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의 손목이 가느다랗고 하얀 손에 잡혀 있는 것이다. 그 손의 주인공은 여울을 째려보며 턱을 돌리고 있는 보라였다.
“어, 으, 아…… 아파. 턱 빠지는 줄.”
“어, 언니…….”
여울은 기적적으로 깨어난 보라에게 얼굴을 얼굴을 가까이 했다.
“승희가 죽어 간다.”
그 말과 함께 검지로 옆에 침대를 가리켰다. 보라는 그 손끝을 따라 바로 고개를 홱 돌리고는 이불을 박차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휘청.
여울은 보라가 비틀거릴 줄 알았다는 듯이 미리 손을 뻗어 붙잡아 줬다. 보라는 아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무리하여 걸음을 옮겨 승희의 침대까지 다가갔다.
승희의 얼굴은 검고 가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손목을 잡으니 죽은 자의 그것처럼 차가웠다. 승희의 상태를 체크하는 보라의 표정은 차분하고 냉철했다.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검지를 들어 승희의 머리를 가리키며 의료진에게 말했다.
“산소 계속 공급해 주세요.”
보라는 그 말을 던지고는 승희의 뻥 뚫린 배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의사는 잠시 끊었던 CPR을 다시 시작하여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이.
노랗고 따뜻한 빛이 보라의 손에서 새어 나와 승희의 배에 닿았다. 그러자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새살이 돋아나 그 구멍을 채우기 시작했다.
“허…….”
“와…….”
그 기적적인 능력의 발현을 눈앞에서 보는 의료진은 마치 신을 보듯이 경외의 눈빛으로 보라를 바라보았다.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상처를 단숨에 치료하는 광경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승희의 배에 뚫려 있던 구멍을 완전히 메우고 아기처럼 보드랍고 새하얀 새살이 생겨난 것을 확인한 보라는 손을 떼고는 살짝 고개를 돌려 여울과 눈을 마주했다. 그러고는 검지를 들어 그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너, 기억해 두겠…….”
턱.
여울은 다시 혼절하며 쓰러지는 보라의 몸을 재빨리 받쳤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그녀의 침대에 다시 눕혔다. 그녀의 배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여울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다가 머리칼을 살짝 쓸어내렸다.
“미안하다. 잘했다.”
그는 승희의 피가 묻은 그녀의 따뜻한 손을 꼬옥 붙잡았다.
“샷!”
뒤에서 제세동기를 발동시키는 의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다시 돌렸다. 이제는 정말 하늘에 맡겨야 할 때다. 내외부의 상처를 치료하는 보라의 능력은 기적과도 같지만 멈췄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 때, 다시는 듣지 못할 뻔했던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 삐, 삐, 삐, 삐.
의사는 그제야 제세동기를 놓고는 팔뚝으로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후우…… 우승희 환자, 맥박, 호흡 안정되었습니다.”
“휴우…….”
“후―”
그 말과 동시에 병실 안에 안도의 한숨 소리가 가득 찼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만 승희가 살아났기 때문인 것은 공통적이었다.
여울은 다시 눈을 감은 보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병실을 나섰다. 그를 따라나선 은서가 바짝 붙으며 물었다.
“아빠 되게 박력 있더라. 내가 그렇게 됐으면 어떻게 했으려나……?”
귀여운 질투심이다. 여울은 피식 웃음 짓고는 은서와 눈을 맞추고 대답했다.
“염라대왕을 죽여서라도 살려 내야지. 은서 없으면 아빠도 없어.”
은서는 두 손으로 양 팔뚝을 비비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후, 살벌해. 아빠는 참 무서운 사람이야.”
말은 그렇게 해도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 옆에 수언이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응, 정말 무서운 아저씨지.”
수언의 말에는 왠지 진심이 느껴진다.
여울은 그렇게 은서, 수언과 함께 밖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중간에 옆구리를 붙잡으며 벽에 기대었다.
“흐읍.”
그런 약한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은서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아, 아빠! 왜 그래?!”
은서는 억지로 여울의 팔을 치우고 겉옷을 걷어 내어 옆구리를 확인했다. 그곳은 은서의 얼굴만 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허억! 아빠!!”
“아저씨!”
여울은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쉬이, 아빠 괜찮아, 은서야……. 수언아, 북문 1구역으로 가자”
“아…… 예, 아저씨.”
은서는 자신의 어깨에 올린 여울의 팔을 뿌리치고는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 이게 뭐가 괜찮아……. 이러다가…….”
여울은 은서의 머리 위에 그 두터운 손을 턱 올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하여 눈을 맞추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은서야, 걱정 마. 아빠는 강하다.”
“흡, 흡, 흐읍.”
은서는 그 강렬한 눈빛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여울이 다시 수언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가 모두를 공중에 띄우고는 북문을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