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06
206
북문에는 서한의 원팀과 지연, 그리고 수비 병력으로 대기하고 있던 모든 병력이 모여 있었다. 그 수는 헌터들만 3천 명 정도 되었다. 토벌대로 대부분 나간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인원이었다.
은서, 수언과 함께 공중에서 날아오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들에게 꽂혔다. 여울은 그들을 한 번 주욱 둘러보았다. 자신이 이곳으로 달려오며 머릿속에 담아 뒀던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모였다.
여울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긴급하게 모였는지 궁금할 겁니다.”
사람들은 대답하진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표정으로 이미 말하고 있었다.
촤라락.
여울은 그들 앞에서 겉옷 한 부분을 활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뻥 뚫려 있는 그의 옆구리 상처가 모두에게 보였다.
“헤엑!”
“헙.”
“R랭크 헌터님에게 누가 저렇게…….”
여울은 겉옷을 내리고는 그들을 향해 다시금 입을 떼었다.
“저를 이렇게 만든 자는 단 한 명입니다. 그자는 저를 찾아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혼자서는 그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 이기적인 제가 여러분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를 처치하기 위해 저를 도와주십시오.”
여울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여울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 어떤 일도 ‘같이’ 나간 적이 없었다. 남들도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는, 같이 있으면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것을 인정했고 불만도 없었다. 그저 여울이 이 지구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여울이 고개 숙여 도움을 요청했다. 먹먹하면서도 두려움이 앞선다.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힘을 지닌 존재가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한지 두려움부터 앞선다. 솔직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머리를 굴려 보면 여울 외에는 그 강력한 괴물을 감당할 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요청하니 왠지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겨난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머뭇거렸다. 그때, 날카로운 쇳소리가 적막을 깨트리고 울려 퍼졌다.
스르릉!
한 남자가 검집에서 검을 뽑아 높이 추켜들었다. 그는 원팀의 팀장이자, 신한길드의 제1돌격대장 서한이었다.
“허락도 없이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 주고 무슨 도움이냐! 남은 목숨 내놓으라고 해도 기꺼이 내놓겠다!!”
스릉!
그 옆에 있던 무영도 다급히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저, 저도요!!”
스릉, 스르르릉!
그와 동시에 원팀이, 대한길드가, 신한길드가, 정부 헌터들이 연이어 자신의 무기를 추켜들며 소리쳤다.
“은인께!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
“기꺼이 돕겠습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여울의 눈앞에 보이는 헌터들이 모두 무기를 하늘 높이 들고 함성을 외쳤다. 여울은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솟아오르는 것을 간신히 가라앉히고는 다시 눈을 들었다.
“그러면…….”
그때였다. 여울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운이 느껴져 말을 끊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그와 동시에 장내에 경보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지며 벽 위에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들이 빨갛게 빛을 냈다.
―코드 레드, 코드 레드. 모든 헌터와 군인들은 북문으로 집결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알립니다…….
‘다크니스 큐어―’
코드 레드는 아무 때나 부르는 것이 아니다. 몬스터의 수가 1만 단위를 넘어가 방어기지 전체가 큰 위험을 감수할 정도일 경우에만 코드 레드를 발동시킨다.
토벌대로 인해 주변에 몬스터를 일부러 찾고 싶어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1만 이상? 이건 스올이 힘을 쓴 것이 분명하다. 여울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박찼다. 그의 뒤로 수언과 은서, 서한이 따라서 벽 위로 올라갔다.
드드드드드―
웬만한 레벨의 헌터들은 느끼지도 못할 잔잔한 진동이 끊임없이 울렸다. 여울은 가만히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얼마 후 저 멀리서부터 흙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먹구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안에서 이동하고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는 육안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여울은 감각을 안력에 집중하여 그 많은 먼지를 뚫고 그들을 확인했다. 모두 어디 한 곳의 뼈를 훤히 드러냈거나 팔다리 하나가 잘려 있다. 인간, 몬스터, 지구의 동물 할 것 없이 가지각색의 종류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걸어오고 있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다. 스올은 마족이기 전에 죽음을 관장하는 용이었다. 그것은 죽은 생명을 강제로 일으키는 언데드의 힘이 그 어떤 네크로맨서보다도 강력하다는 말이다.
뒤늦게 확인한 서한은 입을 쩌억 벌리며 중얼거렸다.
“저, 저, 저런 숫자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방금 올라온 지연도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경악했다.
“이럴 수가…….”
땅속, 건물 속에 파묻혀 있던 시체들도 모두 일으켜 데리고 온 스올의 언데드 군단은 족히 백만은 되는 듯했다. 여울은 그것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스올의 힘이 예전보다 줄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여울에게는 저 시야를 꽉 채우는 끝없는 언데드보다 스올 한 명의 힘이 더 거슬린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떼었다.
“수언이는 염력 두 개는 항상 남겨 놓고, 은서는 그놈이 나타나면 바로 사와코를 붙여.”
“옙, 아저씨!”
“아…… 응.”
은서 덕분에 미리 모두 모여 있어 수성 준비는 5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군인과 헌터들 모두 각자 맡은 자리에 서서 다가오는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여울은 고개를 숙여 옷을 들추고는 옆구리를 확인했다. 검은 기운이 부글부글 끓으며 열심히 치료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도 재생되지 않았다.
뜯겨 나간 부분을 다시 붙이면 훨씬 빠르게 회복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재생은 본래 이렇게 오래 걸린다. 그런 데다가 스올의 기운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지 재생력을 두 배 이상 억제하여 더욱 느렸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이제 주변 집기가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심해졌다. 언데드 군단의 그 흉측한 얼굴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후우, 후, 저렇게 많은 언데드는 또 처음이네…….”
“언데드는 심장을 파괴하랬지. 심장…….”
“무조건 이긴다. 무조건 이겨. R랭크 헌터님이 처음부터 같이 있으니까…….”
헌터와 군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기 최면을 걸며 용기를 북돋았다. 수십 차례에 걸쳐 목숨 거는 전쟁을 해 온 사람들의 경험에 의한 행동들이다.
여울처럼 강하지는 않으나 그들도 자신의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워온 전사들인 것이다.
―마력포 발포 준비!!
“발포 준비!”
마이크에서 군인 총사령관의 명령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 마력포 담당 군인들이 크게 복명복창하며 언데드 군단을 향해 마력포를 다시금 조준하였다.
그사이 놈들이 5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였다. 사령관은 마이크를 잡아먹을 듯이 소리쳤다.
―발사!!
“발사!!”
“발사아!”
군인들은 혹여나 다른 전우들이 못 들을까 아주 목이 터져라 외치며 마력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콰과광! 콰과과과광!!
초대형 게이트의 마지막 전투 이후로 북문에만 더 추가가 되어 3백여 개의 마력포가 불꽃을 터트리며 파력 포탄을 힘차게 발포했다. 포탄이 쏘아져 나가는 소리가 하늘을 반으로 쪼갤 듯한 우레와도 같았다.
그런데 언데드 군단도 그 명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마력포가 불빛을 터트리는 것을 봐서 그런지 그쪽에서도 동시에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질렀다.
“끼야아아아아아!”
“키햐!!”
“캬하아아!”
놈들은 그렇게 사람이 낼 수 없는 주파수의 소리를 내뱉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놈들이 느릿하게 걷고 있어 사람들도 여유가 있었는데,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자 사람들의 자신감이 급격히 줄어들며 두려움이 찾아왔다.
파방! 파바바방!!
줄지어 날아간 마력 포탄이 언데드 군단을 덮치며 터져 나갔다. 놈들의 육편이 사방으로 찢어지며 검붉은 액체가 바닥을 더럽혔다.
“카하아아!”
“크레렉!”
그러나 바로 옆을 걷던 동료가 찢겨도 놈들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갔다. 눈동자 대신 차지하고 있는 그들의 붉은 안광에 광기가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파바바바방! 파바방!!
선두에 있던 언데드들은 순식간에 포탄의 유효 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 뒤로도 끝이 없기 때문에 마력포 발포는 멈추지 않았다. 거리가 바뀜에 따라 마력기관총도 총구에 불이 날 정도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다당!!
하지만 마력포와는 달리 기관총은 언데드 군단에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몸 이곳저곳이 꿰뚫려도 검은 심장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걸음을 몇 발자국도 늦추지 못했다.
“캬하아아!!”
금세 성벽 앞까지 들이닥친 언데드들은 맨몸으로 벽에 부딪쳤다. 그 뒤로 오는 언데드들은 서슴없이 서로를 짓밟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선택도 아닌 당연한 일이라는 듯, 모든 언데드들이 그와 같았다.
쿠구구구구!
“놈들이 올라온다!! 헌터들 모두 정신 차려!”
서한은 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크게 소리쳤다.
대형 언데드 몬스터가 없는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놈들은 굳이 대형 몬스터가 다리를 만들어 줄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푹 푹! 서걱!
여울도 이번에는 벽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 올라오는 놈들의 심장을 꿰었다. 아직 몸이 완벽히 회복되지도 않은 데다가 언제 스올이 나타날지 몰라 힘을 아껴 둬야 하기 때문이다.
푹! 퍼벅! 퍼버벅!
여덟 개의 서슬 파란 검이 사방에 날아다니며 놈들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언이 여울보다 더 눈에 띄게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촤아아악! 츄아아악!
단 한 명의 여인만이 벽 아래로 내려가 긴 일본도를 화려하게 휘두르고 있다. 자주색 코트에 붉은 원피스를 입고 늘씬한 각선미를 훤히 드러내며 날아다니고 있는 여인은 바로 은서의 환상 사와코다.
그녀는 한 번에 서너 마리씩 베어 버렸다. 일반적인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검로에는 정확하게 검은 심장을 자르고 있었다.
두려울 것, 거칠 것 하나 없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끄아아악!”
“아아악!”
“이, 이거 놔!!”
그들과 원팀, 지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넘어오는 언데드 군단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전처럼 대형 몬스터가 다리를 만들어 준 특정 부분에서만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벽의 이점이 사라진 형태였다. 놈들은 평지를 달리듯이 벽 위로 올라와 헌터와 군인들을 덮쳐 목을 물어뜯었다.
여울은 한 오크 좀비의 심장을 손으로 뜯어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절대 막을 수 없는 검은 해일처럼 언데드 군단이 덮쳐 사람들을 정신없이 뜯어 먹고 있다.
레벨이 몇인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든지 그런 기술 따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헌터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싸움과는 전혀 다른 전쟁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스올이 나타나기도 전에 서울 방어기지가 함락당하게 생겼다. 여울은 양손에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확 내려트렸다.
촤아악!
그러자 몸을 감싸고 있던 디카르가 양쪽 검에 붙으며 검신이 10미터 가까이 늘어났다. 여울은 그곳에 화염 속성 마나를 덧붙이고는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뒤를 안배할 힘 따위 남기지 못한다.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그때였다.
쾅쾅쾅쾅!
“와아아아아아!”
“전진하라!!”
“전진하라!”
“시체 따위 모두 쓸어 버려라!”
저 멀리서 마치 들으라는 듯이 악에 받친 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