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07
207
여울은 공중에 떠서 언데드 군단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백일권을 선두로 소수인데도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검은 방어복의 헌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처음 보는 진녹색 방어복의 헌터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등에 거대한 더플백을 메고 있고, 허리에 검은색의 두꺼운 허리띠로 그것을 고정시키고 있다. 한 손에는 1미터가 조금 넘는 단창을 손에 쥐고 있다.
“와아아아아!!”
“못생긴 것들은 다 쓸어 버려!!”
“다 쓸어 버리자아!!”
백만 몬스터 앞에서 초라하기 그지없는 병력이지만 기세만큼은 하늘을 꿰뚫는 듯했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려 있는 자들 같았다.
오해의 여지가 생길 만한 말을 전장 전체가 울리도록 외치며 선두로 달려오는 한 여인이 눈에 띈다. 둔해 보일 수 있는 가슴, 잘록한 허리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 살기 가득한 눈빛. 그녀는 중국 지원 이후로 처음 보는 리안이었다. 그녀가 천안에서 재설립 한 ‘단창 투척 부대’ 리안길드를 이끌고 온 것이다.
푹! 푸욱! 푹푹!
그들이 던진 단창이 언데드 군단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몇몇 대원들은 두 마리를 한꺼번에 처리하기도 했다.
파바바바바박!!
한쪽에는 덩치가 큰 대한길드 방패조가 그에 걸맞은 거대한 방패를 들고 일렬로 서서 놈들을 날려 버렸다. 폭주 기관차처럼 눈앞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날려 버리는 그 모습은 로디스에 두고 온 진후를 떠올리게 했다.
백여 명의 방패조가 지나간 길을 타격조가 뒤따르며 엎어져 있는 언데드들의 심장에 검을 빠르게 쑤셔 넣었다. 신한길드가 같은 랭크 기준으로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해도, 역시 케라브에서부터 죽음의 전장을 함께해온 대한길드의 결속력은 특별한 힘을 지녔다.
두 길드의 수는 많이 쳐줘 봐야 천 명. 그러나 그들의 매서운 기세에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맞은편 북문 위에서 사투를 벌이던 헌터들의 사기가 올랐고, 언데드 군단의 진군 경로가 나뉘었다.
덕분에 정신없이 쓸리던 기존 헌터들은 숨통이 트였다. 기회가 주어졌다. 여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중에서 두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채찍처럼 긴 검이 벽에 달라붙은 언데드들을 세로로 잘라 내며 그 끝에서 발현된 검기가 뒤에 있는 놈들까지 한꺼번에 쓸어 버렸다. 그의 휘두름 한 번에 한쪽 벽면의 언데드 군단의 진격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콰직!
여울은 벽 난간 위에 올라서는 언데드의 머리통을 밟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검 하나를 강하게 내던졌다. 10미터 길이의 검은 부메랑처럼 휙휙 돌며 사선으로 날아가 걸리는 놈들의 목을 족족 잘라 버렸다.
그사이 옆구리에 달려 있는 베아를 꺼내어 디카르로 감싸고는 검 부메랑을 날린 곳과는 반대편으로 던져 버렸다.
콰아아아아앙!
어느새 충전을 시킨 베아는 언데드 무리가 빼곡히 모여 있는 곳에 꽂혀 강력한 충격파를 터트렸다. 베아 주변 70미터 이내에 있던 언데드들은 검은 심장이고 뭐고 간에 완전히 찢겨 버렸다.
후웅, 척!
여울이 손을 뻗자 베아가 다시 돌아와 손에 착 감겼다. 지구에서 베아의 충전 시간은 대략 20분. 스올과 싸울 때 회심의 일격으로 남겨 놓으려던 것이니 그 시간 안에는 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핫!”
여울은 난간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올라 다시 돌아오는 검 부메랑을 잡고는 백만 언데드 군단 가운데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양손을 넓게 펼치고는 몸을 휙 돌았다.
촤아아아악!
범인이 보았을 때는 분명 한 바퀴 돈 것 같은데 그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이 네 조각으로 나뉘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여울은 다시금 자리를 옮겨 휙 돌기를 반복했다. 한 번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 주변 언데드가 백 마리 넘게 쓰러졌다.
그 신기에 가까운 무위를 위에서 힐끗 보던 서한이 중얼거렸다.
“뭐, 뭐야 진작 저러지…….”
“힘이 없었던 것 아닐까요? 아니면 아끼고 있었거나.”
무영의 말에 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놈 때문에 그런가…….”
“그놈이요?”
“여울의 몸에 구멍 뚫은 놈. 아직 안 나타났잖아.”
“아…….”
무영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여울을 보다가 위로 날아오는 인간 좀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대한길드와 리안길드, 여울의 본격적인 활약과 기존 헌터, 군인들의 악바리 근성으로 전장은 균형을 되찾는 듯했다. 서로 피해는 많지만 거침없이 밀려나던 방어선이 다시 만들어졌다.
언데드 군단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무리를 떼어 뒤쪽 대한, 리안길드에게 보냈다. 그들은 폐빌딩 안으로 들어가 모든 창문을 방어했다. 초대형 몬스터가 없으니 빌딩을 부수는 놈들이 없어 서울 방어기지만큼이나 효율적으로 방어하는 그들이었다.
여울은 수언과, 은서의 사와코, 원팀에게 북문을 맡기고 대한과 리안길드가 있는 빌딩을 징그러울 정도로 빼곡히 둘러싼 언데드들에게 갔다.
촤좍! 촤좍! 촤아악! 서걱!
여울은 무아지경으로 채찍 같은 검을 휘둘렀다. 그의 얼굴과 머리카락, 옷에는 진흙 같은 검은 피가 진득하게 눌어붙었다. 그의 검에 잘려 나간 언데드는 벌써 십만이 넘어갔다.
스윽.
그때였다. 몰려드는 언데드들 사이로 검은 손이 하나 뻗어 나왔다. 여울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터엉!
그런데 검이 그 손에 닿는 순간 강철판에 부딪친 것처럼 금속음이 울리며 세찬 진동이 전달되었다. 여울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확 정신을 차리고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검을 잡아당겼다.
턱.
그 손이 더욱 앞으로 다가와 여울의 검신을 잡았다. 동시에 그 손의 주인공이 모습을 보이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이번엔 다르지?”
스올이다.
***
스올은 전과 달리 온몸의 피부가 마치 현무암처럼 새까맣고 작은 구멍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나 있었다. 스올은 검을 확 잡아당기며 더욱 가까이 따라붙었다.
긴 검으로 스올을 상대하기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여울은 스올이 잡은 검을 놓고는 다른 검의 검신 길이를 확 줄이며 검기를 날렸다.
파앙!
스올이 팔을 휘두르자 검기가 손쉽게 터져 나갔다. 여울은 그사이 그와 거리를 멀찍이 떨어트렸다.
‘혼자서는 안 된다. 혼자서는 안 돼.’
여울은 자신이 버린 검을 손에 쥐어 찌그러트리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스올을 보았다. 그러고는 휙 몸을 돌려 은서와 수언, 원팀이 있는 북문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북문까지 오는 동안 스올의 방해는 전혀 없었다. 여울은 북문 벽 위에 도착하자마자 소리쳤다.
“수언! 은서! 서한!”
여울이 초인적인 속도로 귀환하는 모습도 많이 튀지만, 그의 목소리 역시 이 사투 중에도 귀에 꽂힐 정도로 커서 불린 이들은 금세 모였다.
“아저씨, 찾으셨어요?”
“왜! 왜, 무슨 일…….”
그때,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은서가 검지로 정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뭐 때문에 불렀는지 알 것 같네요…….”
서한은 심각한 눈빛을 하고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저벅, 저벅.
북문으로부터 1킬로미터 떨어진 필드의 8차선 도로. 그곳에서 성인 남성보다 머리 두 개가 더 있는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터질 것 같은 근육질에, 피부는 인간이 지닐 수 없는 완전한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맨손인데도 그 어떤 커다란 무기를 든 자들보다 위협적으로 보였다.
치직, 치지지직.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그를 중심으로 스파크가 튄다. 그 주변에 있는 언데드들은, 광기 어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온순한 강아지처럼 몸을 움츠리고 붉은 눈을 깜빡였다. 그러더니 이내 픽 하고 쓰러지며, 시체에서 검붉은 연기가 새어 나와 스올의 피부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스며들어 갔다.
털썩, 털썩.
스올이 지나가는 길은 언데드들이 쓰러져 바싹 말라갔고, 그의 주변으로는 끊임없이 검붉은 연기가 휘몰아쳤다.
서한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끝까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건 대체 무슨 괴물이야…….”
아무리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존재감이었다. 사투를 벌이던 헌터들도 그에게 찰나의 시선을 빼앗기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서한은 이렇게 멀리 있는데도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다. 지금까지 봐 왔던 그 어떤 몬스터에게도, 케라브의 마지막 보스 마족 주인노에게도 이런 위압감은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어느새 옆에 붙은 이건수가 서한의 마음을 대변했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고…….”
여울은 스올을 힐끔 보고는 모인 자들을 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수언이는 검의 운용을 멈추고 오로지 염력으로 그를 적절하게 방해하며 나의 기동력을 증폭시켜라. 할 수 있겠지?”
“예, 옙. 아저씨.”
여울은 수언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눈을 마주쳤다. 이 싸움은 그 누구보다 수언의 역할이 가장 크다.
“가장 중요한 건, 절대로 네가 타깃이 되어선 안 된다. 타깃이 되느니 나를 돕지 않는 것이 낫다. 알겠나?”
수언은 여울의 검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맡겨 주세요.”
여울은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서와 서한의 원팀이 모여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아직 스올의 등장에 얼이 빠져 있는 듯했다.
화아악!
여울은 돌연 거대한 살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 모두 힘을 합치면 날 이길 수 있나?”
여울의 살기에 그들은 물론 홀린 듯이 스올을 바라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도 고개를 돌렸다.
“으, 응?”
“아, 아빠…….”
“그럴 리가…….”
여울은 그 반응에 살기를 천천히 거두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저 괴물과 싸운다. 너희들은 그저 옆에서 돕는 것이다. 나, R랭크 헌터 여울이 저놈을 필히 잡을 것이다. 너희는 뒤에서 신경만 쓰이게 하면 충분하다. 딱 그 정도만 하면 된다. 그뿐이다.”
여울과 나름대로 가장 친근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처음 느껴 보는 그의 어마어마한 살기에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그저 눈으로 여울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나다고만 생각했을 뿐, 직접 겪어 본 적이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아무도 어떤 대답도 하지 않자 여울 뒤에 있던 수언이 작게 대답했다.
“알겠습…….”
그때, 묵직한 진동과 함께 굉음이 울렸다.
쿠우우우웅!
‘다크니스 블레이드.’
‘다크니스 버서커.’
여울은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모든 증폭 스킬을 활성화시키고는 몸을 돌렸다.
‘응?’
스올이 있던 자리는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커다랗게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울의 감각도 순간 그를 놓쳐 버렸다.
콰아아아앙!
그때, 폭음과 함께 여울이 있는 그곳의 벽이 터져 나갔다. 어느새 여울의 눈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아가고 있는 은서와 수언, 그리고 원팀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