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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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회
아파트 3층 높이의 덩치를 지닌 오우거 앞에 한 남자가 가만히 서 있다.
“크하아아!”
오우거는 잘린 손목을 추켜올리며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는 반대편 손으로 주먹을 쥐고 일권에게 휘둘렀다.
그는 주먹을 바라본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곧 저 주먹에 피떡이 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백일권은 다급한 마음에 그에게 외쳤다.
“크로우님!”
그 순간 여울이 뒤로 한 걸음 움직였다. 그를 지나치는 주먹의 후폭풍으로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그 상태로 여울은 반쯤 고개를 돌려 일권을 보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아…….”
전보다 더 차분하고 중후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주변의 공기에 압도되는 것만 같다.
여울은 왼발을 크게 앞으로 옮기고, 검을 든 손을 뒤로 확 젖히더니 투포환 던지듯이 앞으로 검을 던졌다.
피슝!
검은색으로 빛나는 검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퍼석!
검은 오우거의 눈에 깊숙이 박혔다. 여울은 그사이 다가오는 주먹을 보고 뛰어오르며 한 손을 뻗었다.
신기하게도 박혀 있던 검이 다시 빨려 왔다. 여울은 또다시 같은 포즈로 검을 던졌다. 그러자 검이 나머지 하나 남은 눈에 정확히 박힌다. 검은 바로 회수되고, 오우거의 두 눈에서는 진녹색 피가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쿠호오오오!”
오우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과 잘린 손목 사이로 진녹색 피가 흘러나온다. 여울은 그제야 움직였다.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발을 굴렀다. 한 번에 4미터 가까이 뛰어오르는 신기를 보였다.
그는 오우거의 배를 밟고 한 번 더 도약하고는 목 언저리에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검은 선이 오우거의 목에 길게 그어지고 여울은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촤아아악!
오우거의 목이 크게 벌어지며 피가 쏟아져 나왔다. 오우거는 그 자세 그대로 비틀거렸다.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흔들거리는 오우거를 지켜봤다. 곧이어 그 큰 몸집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적막하다. 사람들은 오우거를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워 있는 오우거는 부들대다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와, 와아아아!”
“우와아아!”
“사,살았다!”
“허억, 허억, 진짜 죽다 살았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었다.
백일권은 고민에 빠진 듯한 여울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여, 여울 씨, 어떻게 된 겁니까?”
여울은 뒤돌아서 그를 보며 물었따.
“모르겠습니다. 여기가…… 어디죠?”
“예?”
* * *
여울은 짜증이 났다. B구역이라는 것이 뭔지 알아보려고 그 파란빛의 마법진을 선택한 것인데 여긴 B구역이 아니었다. 왜 미리 예상하지 못했을까? 자신의 머리를 질책했다.
이곳은 지나쳐 왔던 10층, 그러면 별 모양 열 개는 10층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층에서만 유일하게 10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 21층까지는 또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언제 올라가나 싶어 인상이 찌푸려진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다가와서 감사 인사를 건넸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가와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여인들도 있었다.
“예.”
여울은 오묘한 기분에 고개를 대강 끄덕이며 죽거나 다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얼굴을 확 찌푸리며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이딴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시체들을 세어 보며 다크니스 수치로 계산을 했던 것이다. 여울은 머리를 털며 마법진으로 갔다.
마법진 위로 올라서기 바로 직전, 백일권이 따라와 말했다.
“같이 가실 거죠?”
여울은 일권을 마주 보았다. 두 달 전보다 훨씬 수척해진 얼굴이다. 사람들을 위해 남기를 선택했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일단 올라갑시다.”
후우웅.
11층에 올라서고 조금 기다리자 뒤늦게 일권이 윤진섭을 챙겨서 올라왔다. 진섭은 여울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가리켰다.
“어엇! 그때 그분!”
여울은 진섭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예전에 자신에게 2층과 라브의 존재를 알려 줬던 사내다.
“살아 있었군.”
“다, 당연하죠! 이렇게 또 만나네요. 역시 위층에 계셨군요?”
진섭은 기절해 있어서 여울이 오우거를 처리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일권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아이, 그럼요! 제가 맨날 얘기했던 분이 이분이에요!”
여울은 신나서 얘기하는 그를 보며 그 짧은 인연을 뭘 그렇게 자주 얘기했나 싶은 생각을 했다.
여울은 그의 말을 끊고는 나무를 검지로 가리키며 일권에게 말했다.
“저 나무를 베어 내면 미스릴이 나올 겁니다. 그것으로 밤을…….”
여울이 일권에게 설명하는 도중, 한 여인이 크게 외쳤다.
“엇! 저기…….”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지평선 너머에서 한 무리가 보였다.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니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진, 진후 님이다!”
“진후 님!”
“역시 살아계셨어!”
“앗, 잠시!”
사람들은 반가운 마음에 진후에게 달려 나갔다. 일권은 그들을 만류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바닥에서 해골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으며 튀어나온 것이다.
“허엇!”
“아악!”
그때, 여울의 디카르가 해골들을 갈랐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뒷걸음치며 여울에게 재차 꾸벅였다.
“허억, 허억, 감사합니다.”
진후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는 달려왔다. 진후는 일권에게 가장 먼저 다가갔다.
“백일권 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무겁고도 진중한 말에 일권이 눈가를 적셨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지연은 방금 해골들을 처리하는 여울을 발견하고는 다가와서 물었다.
“여울 아저씨!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여울은 설명하자니 복잡하여 한 가지만 말했다.
“20층에는 10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마법진이 있다.”
“네? 10층으로요?”
그 말에 일권은 이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여울은 20층에서 단번에 10층으로 이동된 것이다. 하여 그때 오우거 앞에 나타났을 당시에는 여울 자신도 잘 몰랐던 것이다. 진후도 옆에서 그의 말을 듣고는 물었다.
“20층의 보스는 여울 씨가 처치하신 겁니까?”
“음, 운이 좋았습니다. 그럼…….”
여울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진후 일행은 그런 여울을 붙잡지 않고 그저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이미 적응이 된 것이다. 오히려 연이 짧은 진섭만이 그에게 다가가려다가 부상 때문에 못 따라갔다.
그런데 여울이 멈칫하더니 뒤돌아서서 다시 무리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지연에게 수줍은 듯이 작게 말을 건넸다.
“이걸 감정하고 싶은데…….”
그의 손에는 한 줌짜리 검은색 원피스와 반지가 들려 있었다.
“앗, 아아, 네.”
지연은 살짝 당황하였다. 상남자 같은 그의 주머니에서 여인의 원피스가 나올 줄 몰랐던 것이다. 지연은 손을 뻗어 그의 물건을 감정해 주었다.
-이름 : 실리아의 원피스
-특이 사항 : 매우 질기다.
-이름 : 실리아의 반지
-특이 사항 : 10분 이내에 사망한 자의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대면 영혼을 구속할 수 있다.(해체 시 24시간 후 작동)
지연은 여울에게 작은 목소리로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였다. 일권에게 전에 충고 아닌 충고를 받은 덕이다.
“무섭네요, 영혼 구속이라니……. 그런데 이 원피스는 어디서 구한 거예요?”
지연은 갑자기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원피스가 나와서 물은 것인데, 여울은 그녀의 말을 오해했다.
“갖고 싶나?”
“네?”
여울은 턱을 살짝 들고는 큰 선심을 쓰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원피스를 건넸다.
“가져라, 관찰비다.”
“에? 아…….”
얼떨결에 받아 든 지연은 원피스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한 부분을 검지로 가리키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데 이거…… 가슴이 뚫렸는데요? 등도?”
여울은 당황했다. 심장을 뚫어 죽인 흔적은 차마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저것을 입으면 속옷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아, 음, 안 되겠군.”
여울이 손을 뻗어 원피스를 가져가려 하자, 지연이 그것을 자신의 품으로 당기며 새침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가질래요. 고마워요.”
지연은 묘하게 웃음 지었다. 여울은 문득 그 얼굴 뒤에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울은 홱 뒤돌아서며 인사를 건넸다.
“후에 또 관찰할 것이 있으면 찾아오지. 그럼.”
“어…… 어딜 또 그렇게 급히…….”
지연은 급히 말을 걸었지만 여울은 이미 멀어진 후였다. 아쉬운 마음에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진후가 다가왔다.
“무슨 일 있어요?”
지연은 여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대답했다.
“여울 아저씨가 또 갔어요. 저기…….”
그녀의 시선을 따라 여울을 보던 진후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크로우님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요. 어쩔 수 없죠.”
지연은 그 목소리에서 차가움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진후는 이미 뒤돌아서서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 15층 휴식층까지 인도하겠습니다. 다들 움직입시다.”
지연은 진후의 등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 * *
여울은 달려드는 해골들을 무시하며 사방을 날아다닌 결과, 이틀 밤 만에 15층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다른 층에서도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물가에 통나무로 된 집이 여러 채가 지어져 있고 곳곳에는 깃발이 꽂혀 있다. 열 달이면 사라질 텐데, 사람들은 마을을 형성시키고 있었다.
깃발에는 검은 글씨로 대한, 라스트, 다트, 진성 등의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각자의 단체에 이름을 붙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 낯선 땅에서 지내며 생리적, 안전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자 소속 욕구가 발생되어 길드화되어 가는 것이다.
한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이 보인다. 지나쳐 가는데 소리가 여울을 붙잡았다.
카앙! 카앙!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다. 발끝을 돌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 보았다. 흙을 다져 만든 화로와 반듯한 반석 위에 철을 녹여 만든 판이 보인다.
그곳에서 젊은 여인이 조잡하게 만든 하얀 망치를 들고 쇠를 두들기고 있다. 정확히는 미스릴이다. 오랫동안 단련된 잔근육이 등과 어깨에 갈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옆에는 사람들이 맡긴 것으로 추측되는 미스릴들이 쌓여 있고, 반대편에는 뭉툭한 날의 미스릴 검신들이 나열되어 있다. 저 정도면 원석 덩어리보다는 훌륭한 무기다.
언제까지나 다크니스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21층 이후에도 미스릴로 된 검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여울은 가서 미스릴 두 덩어리를 놓으며 말했다.
“검을 만들고 싶은데, 수고비는 어떻게 치릅니까?”
대장장이 여인은 하나의 검을 다 만들 때까지 무시하다가 여울이 내려놓은 미스릴을 잡아들며 대답했다.
“라브 다섯 개, 그리고 이동할 때 나를 보호한다는 약속, 그때가 되면 약속한 길드 중에서 내가 고르는 거요.”
여울은 라브를 꺼내어 주며 말을 이었다.
“약조하죠.”
그 말에 그녀는 얼굴을 들어 여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느 길드죠?”
“길드? 그런 건 따로 없는데.”
그때, 칼칼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둘의 대화를 방해했다.
“당연히 없겠지, 이기적인 살인자 새끼 따위가……. 여기서 만나다니, 아주 반갑다!”
여울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뒤돌아보았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근육질 사내다. 그는 지연과도 연이 있었던 이도원이라는 사내다.
이도원은 창을 등에 대고 팔을 걸치고는 여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뒤쪽에는 부하로 보이는 사내 여섯 명이 턱을 들고 있다.
도원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흉이 진 손등을 여울에게 보이며 이죽거렸다.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욱신거려. 네놈의 피를 묻혀야 가라앉을 듯하다.”
이도원은 창을 들어 창날을 여울에게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