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8
28
28. B구역 사람들
후우웅!
[케라브, 21층입니다.] [B구역이 개방되었습니다.]여울은 서한의 팀과 함께 21층으로 올라왔다. 금세 적응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방금 귓가에 들린 시스템 음성을 떠올렸다.
‘B구역 개방이라…….’
이 전 층은 해당이 안 되고 21층부터 해당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일까? 월드가 더 커진 것인가? 돌아다니다 보면 해결될 일이다.
“뭐야, 어? 왜 이렇게 어두워?”
서한 팀이 이제야 돌아온 시야로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거대한 나무, 사람 몸통만 한 잎사귀,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수풀, 마치 고대에 공룡들이 살던 정글 같은 느낌이다.
나무들의 지름은 평균이 5미터, 높이는 30미터는 되어 보인다. 뿌리도 굵어서 마치 나무 침대 같다. 팀원들이 주변에 정신이 팔린 사이, 무영은 나무뿌리에 누워 보았다.
“휘유, 편안…… 앗, 따가워!”
무영은 따끔한 느낌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붉은 개미가 그곳에 매달려 있다.
“헤엑, 개미가 뭐 이렇게 커?”
여기는 개미도 크기가 손가락 두 마디만 하다. 개미를 눌러 죽이고는 물린 곳을 보니 피가 살짝 맺혀 있다. 무영은 찝찝한 마음에 라브즙을 환부에 발랐다.
21층에 올라선 지 10분, 몬스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여울은 무영 일행과 오늘 하루만 같이 지낼지, 아니면 지금 찢어질지 고민했다. 그때, 땅이 흔들렸다.
쿠웅! 쿠웅!
규칙적인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 온다. 서한 팀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이내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수가 고개를 높이 든 채로 입을 열었다.
“어이어이, 저거 진짜야?”
“이거 갑자기 난이도가 너무 높아지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눈앞에는 오우거가 지나가고 있었다. 한 손에는 몽둥이 대용으로 통나무를 들고 있다. 보스층이 아니니 일반몬스터가 이곳은 오우거라는 뜻이다. 놈이 멈춰 섰다.
“흐응, 흥.”
놈은 서한 팀이 숨어 있는 나무에 가까이 다가와 코를 킁킁거렸다. 그러고는 금세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무영은 나무에 등을 댄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때였다.
콰지직!
“쿠어어어어어!”
그들이 숨어 있던 나무가 한 방에 부러지며 오우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서한은 옆으로 이동하며 소리쳤다.
“모두 산개! 오우거 잡던 플랜 기억하지?”
문솔은 서한의 반대 방향으로 피하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얼마나 지났다고.”
“기억 안 나는데…….”
담덕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고작 네 명으로 도망이 아니라 잡는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지금 말대로라면 10층에서도 이들이 오우거를 잡았다는 뜻이다.
여울은 나무 위로 올라가서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서한 팀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중심에 오우거가 있었다. 서한은 오우거에게 다시 달려들며 외쳤다.
“저번 놈보다 작다. 겁먹지 말고 잡아 보자~ 간다!”
“오케이!”
“예썰, 대장!”
그들의 표정에는 침착함이 배어 있었다. 서한이라는 대장에 대한 믿음이 기인한 팀 분위기다. 그렇게 그들의 오우거 사냥이 시작되었다.
서한과 건수가 오우거의 이목을 끈다. 그리고 문솔과 담덕이 집중적으로 딜을 넣는다. 시선이 그들에게 돌아가면 빠지고 서한과 건수가 딜을 넣는 방식이다.
보면 이건수도 서한처럼 민첩 특성인 듯하다. 무영은 지속적으로 보조 딜을 하면서 중간중간 주변 상황을 살핀다.
제대로 된 맷집이 없음에도 상당히 안정적인 레이드다. 그들을 지켜보던 여울은 만약 방패를 가진 진후가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우웅!
오우거가 어느새 쓰러졌다. 그들은 20분 만에 오우거를 처리한 것이다. 처음에 여울이 포함된 토벌대가 10층 오우거를 잡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다.
“빨랐다, 이번엔.”
“대장 말대로 10층에서 봤던 놈보다는 약했어. 덩치도 작고.”
“내가 발목을 빨리 잘라 내서 그렇다.”
그들은 서로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그때, 문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영에게 다가갔다.
“영아, 괜찮아?”
“예? 괜찮은데, 왜요?”
말은 괜찮다지만, 무영의 얼굴이 새하얗고 입술이 파랗다. 문솔은 그를 살펴보다가 오른손이 보라색인 것이 발견했다. 그녀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의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팔 좀 걷어 봐.”
“네? 아, 예…….”
무영은 몰래 먹다 걸린 어린애처럼 기가 죽어서 팔뚝을 걷었다. 개미한테 물린 환부에 진물이 나오고 검게 변해 있다. 문솔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여기 왜 그래?”
“아까 나무뿌리에서 누워 있을 때…… 개미한테 물렸어요. 이따만 한…….”
무영이 손가락을 들어서 그 크기를 가늠해 줬다. 문솔은 자신의 티 아래쪽을 거침없이 찢어 무영의 팔을 묶고는, 반쯤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그 개미를 찾아야 해!”
서한은 바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무영이 누워 있던 곳이라면 기억이 난다.
“처음 이곳으로 이동되었던 곳이야. 이쪽이다. 담덕이 무영이를 안아.”
“응!”
가장 덩치가 큰 담덕이 무영을 안고 다 함께 빠르게 달렸다. 10분을 달려 처음 왔던 곳에 다다랐을 때 가장 선두로 달리던 서한이 급정거했다. 그에 따라 다들 급히 멈춰 섰다. 담덕의 등에 머리를 콩 박은 문솔이 말했다.
“뭐야, 대체 왜…….”
그녀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오우거 한 마리가 냄새를 맡고 있었다.
“젠장, 시간 없는데!”
무영의 팔은 한시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차라리 다른 나무에서 무영이 말한 개미를 찾는 것이 더 빠르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가장 뒤에서 따라오던 여울이 멈춰 선 그들을 지나치며 그대로 오우거에게 달려 나갔다. 양손에는 검도 들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명이 떨어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는 팀원과는 다른 자, 서한은 그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이봐!”
“어어!”
여울이 오른손을 뻗었다. 검은 액체가 아래로 흘러내리더니 검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러고는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다크니스 블레이드’
디카르에 검은화염이 둘러질 때쯤, 오우거는 뛰어오른 여울을 눈치채고는 그쪽으로 나무를 휘둘렀다.
사람이 중력을 거스를 수 없듯이 공중에서는 방향을 바꿀 수 없다. 그것은 이곳에 와서 인간 이상의 능력을 얻었더라도 같았다. 서한의 팀은 여울이 저 나무에 곤죽이 될 것을 예상했다.
서걱!
그런데 그들의 예상을 깨고 그 두꺼운 통나무가 깔끔하게 반토막이 났다. 여울의 진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것이다.
여울은 오우거의 허벅지에 착지하며 놈의 배에 검을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검을 굳게 잡고 그대로 위로 도약했다.
츄아아아악!
여울의 검은 그 두꺼운 오우거의 살가죽을 두부 자르듯이 잘라 내며 위로 올라섰다. 오우거의 상체가 쩌억 벌어지며 진녹색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하아악!”
오우거는 두 손을 마구잡이로 흔들며 비틀거렸다. 어깨에 올라선 여울은 놈의 목에 검을 찔러 넣고는 반대쪽 어깨로 도약했다.
촤아악!
오우거의 머리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 거대한 덩치도 앞으로 쓰러져 내렸다.
기이이이익! 쿠우웅!
오우거가 쓰러지고, 그 뒤로 시간 차를 두고 여울이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를 바라보는 서한의 팀 내에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의 표정은 다들 같았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서한은 눈을 끔뻑이고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이제 그 개미를 찾자.”
서한의 말에 정신을 차린 팀원들은 바로 흩어져 나무를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수가 한 손을 들며 외쳤다.
“여기! 무영이 말한 개미가 맞는 것 같아!”
그의 말에 팀원들이 모였다. 담덕에게 업힌 무영이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그거…… 맞아요.”
무영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문솔은 바로 그 개미의 턱을 창대로 누르고는 손으로 뒤꽁무니를 잡았다.
“관찰.”
문솔, 어떤 특성인지 불분명했던 그녀는 관찰이 특성이었다.
-레벨 : 1
-종족 : 붉은 턱 개미
-특이 사항 : 독을 품고 있다. 미드레 풀을 싫어한다.
개미의 머리 위에 뜬 글을 읽던 문솔은 바로 소리쳤다.
“미드레 풀! 미드레 풀을 찾아야 해요! 뭐든 풀 같은 건 다 찾아서 가져와 주세요!”
“오케이, 넌 저쪽, 담덕은 저쪽, 여울은…….”
여울은 서한이 멈칫하자 먼저 바로 뒤돌아서서 사람이 없는 쪽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종류가 달라 보이는 풀들이 많았다. 문솔은 처음과는 달리 금세 녹초가 되었다. 관찰을 열 번째 사용할 때에는 무영과 비슷해 보일 정도로 기운이 빠진 것이다.
“이, 이거 계속 해도 괜찮은 거야?”
“잔, 잔말 말고 가져와…….”
그때, 멀리 갔는지 가장 늦게 온 담덕이 노란색 꽃을 꺾어 왔다. 문솔은 순간 욱했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다. 지금은 담덕의 무지를 질책할 힘조차 없다.
서한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영과 문솔을 보며 말했다.
“이 주변의 풀은 다 가져온 거야. 건수랑 조금 더 멀리 가서 다른 종류도 찾아올 테니까, 잠깐이라도 쉬고 있어.”
문솔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떨궜다. 그 시선 끝에는 담덕이 가져온 노란꽃이 있었다.
그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곳은 모든 상식이 다르다. 풀이 풀 모양이어야 한다는 것도 저쪽 세상의 고정관념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손을 뻗어 노란꽃을 관찰했다.
-레벨 : 4
-이름 : 미드레 풀
-특이 사항 : 해독 작용을 한다.
문솔은 정신이 번뜩 들어 고개를 쳐들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예요! 담덕! 이 꽃 얼른 가져오고, 여울 씨는 대장좀 불러와 주세요.”
“응! 알겠어!”
여울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담덕도 믿음직스럽게 대답하며 그 꽃을 찾기 위해 달려 나갔다.
문솔은 그 꽃을 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고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무영에게 먹였다.
부스럭, 부스럭.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직 아무도 올 타이밍이 아니다. 문솔은 본능적으로 창을 집고는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슥, 스슥.
그때, 수풀이 열리며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등 뒤에 쌍검을 찬 사람들이었다. 이마에 흉터가 있고 야생 늑대처럼 거친 인상을 가진 사내가 선두에서 입을 열었다.
“이게 뭐야?”
그는 문솔과 무영을 번갈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문솔은 그 호전적인 반응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창을 한 손으로 들어 그를 겨누었다.
‘하나, 둘…… 여덟, 젠장’
무장한 사내 여덟, 레벨 1이라고 해도 지금 상태로는 상대하기 힘든 이들이다. 그러나 21층까지 이렇게 초반에 올라온 자들이라면 고레벨이 분명하다.
“이 보너스 같은 애들은 뭐지? 마통아, 우리 뒤에 아무도 없던 거 맞지?”
늑대 같은 사내는 마통이란 사내를 불렀다. 그러자 뒤쪽에서 눈썹이 진하고 덩치가 큰 사내가 한 발자국 나오며 말했다.
“확실합니다, 수린 형님.”
“그럼 얘네가 우리보다 먼저 마녀를 잡았다는 다른 구역 애들인가…… 실망인데?”
“그들은 먼저 올라갔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수린은 그의 말에 수긍하며 문솔과 무영을 차례대로 검으로 가리켰다.
“그렇지? 여자는 묶어. 얘는 내가 경험치 먹을 테니까.”
“예, 형님.”
문솔은 경험치를 먹는다는 말을 바로 이해하고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을 죽여 레벨을 올린다는 머더러 파티의 소문은 들었지만 진짜로 마주친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
“오호…… 꿈틀대 보겠다?”
문솔은 눈에 독기를 품고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 잡아서 편하게 레벨 올린 놈들에게 잡힐 순 없지.”
“다리도 후들거리면서 입만 살아 가지고. 아, 저거 보니까 흥분되네. 얼른 잡아 봐.”
“알겠습니다, 형님.”
마통은 대답과 함께 몸을 들이대자, 문솔이 바로 창을 내질렀다.
푹!
마통의 어깨에 창끝이 박혔다. 꿰뚫기는커녕 1센티미터도 들어가지 않은 느낌이다. 방어 특성인 리덕션의 힘이 분명하다.
으직!
마통은 그대로 창대를 잡아서 분질렀다. 그럼에도 문솔은 부러진 창대를 겨누며 물러서지 않았다.
마통이 그녀를 마주 보다가 뒤에 있는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뭐 하냐, 창 없잖아, 덮쳐!”
그의 명령과 동시에 여섯 명의 사내들이 달려들었다.
문솔은 이를 악물었다. 절망감이 깃든다.
어쩌다 이런 최악의 타이밍에…….
그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지?
그때, 문솔의 머리 위에 그늘이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