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34
34
34. 관찰
마법진이 나타나는 밤이 되었다. 지연은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섰다. 그녀의 뒤에는 긴장한 얼굴의 기웅과 건조한 눈의 유라가 따랐다.
지연과 기웅은 3레벨, 유라는 2레벨이지만 동체시력이라는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수월하게 해골들을 돌파하며 20층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왜, 왜…….”
아직 일주일은 넘어야 리젠될 줄 알았던 보스가 떠 있었다. 지연은 당황하며 내려가는 마법진을 찾았다. 하필이면 마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결론은 불가능이다. 언데드 스콜피온은 3레벨 민첩 특성 사용자의 움직임을 넘어선다. 최소 한 명이 유인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기기기긱.
그때, 마녀의 고개가 돌아가며 지연 일행이 있는 곳을 정확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수백 마리의 해골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헤엑!”
“이, 이런!”
지연 일행은 당황하며 바로 뒤돌아서고는 다른 의미로 놀랐다. 뒤에는 십여 명의 사내들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후의 친위대라고 불리는 열 명의 사내들과 길드 수뇌부들이다. 선두에는 김진후와 강민철, 백일권이 있었다.
지연은 얼굴을 굳히며 그대로 멈춰 섰다. 그때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잊었나 보군. 보스 리젠은 공략 후에 한 달이 아니라, 한 층이 사라지는 날이다.”
진후는 미스릴 방패를 추켜들고는 발에 힘을 주었다.
“나와라, 길을 열어 주마.”
“아, 네.”
지연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옆으로 비켜섰다. 진후와 그의 친위대가 자세를 다잡으며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맞은편에는 수백 마리의 해골들이 달려오고 있다.
“민철.”
“예, 길드장. 가자!”
민철의 말에 네 명의 사내들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해골들을 빼내는 전투유인조다. 민첩 또는 지구력 특성을 가진 자들로 이루어졌다.
사내들이 네 방향으로 넓게 퍼져서 해골들에게 달려들다가 바로 뒤로 빠졌다. 거의 대부분 그들을 따라가며 해골들의 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해골 200여 마리에, 마녀를 호위하고 있는 30마리의 언데드 스콜피온뿐이다. 진후는 방패를 앞세워 달려 나가며 외쳤다.
“돌격한다!”
“돌격!”
“돌격!”
진후를 선두로 그의 친위대가 돌격해 나갔다. 지연은 그 모습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처음 잡을 때와 매우 다르다. 그때는 처음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9명이 상대할 만한 수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한 작전이 아니다.
“우리도 도우러 가요!”
“네? 아, 네!”
“그래요, 가죠.”
지연은 기웅, 유라와 함께 진후의 뒤를 따라갔다. 그때, 진후는 그대로 해골들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뒤를 친위대가 바짝 따라붙으며 해골들을 돌파해 나간다.
마치 철갑을 두른 덤프트럭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해골들이 우르르 쓸려 나가며 길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바로 해골들에게 다시 닫혀서 지연 일행은 진후의 뒤를 따르지 못했다.
진후와 친위대가 언데드 스콜피온들에게 다다랐다.
“일권!”
일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세 마리의 스콜피온이 다른 스콜피온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권이 4레벨이 되어 세 마리까지 한 번에 정신장악이 가능해진 것이다.
언데드 스콜피온 세 마리가 한데 뒤엉켜 싸우자, 순간 분열이 되었다. 그 타이밍에 진후가 방패를 앞세우며 들어갔다. 두 마리의 스콜피온이 진후에게 달려들었지만 엄청난 괴력에 그 거대한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진후의 돌진은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와도 같다. 그가 마녀 앞에 다다라 방패를 크게 휘둘렀다.
“하아압!”
파아앙!
진후는 자신과 마녀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방패로 강하게 때렸다. 그러자 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녀가 뒤로 날아갔다.
“리덕션!”
동시에 정신장악을 당한 스콜피온들을 처리한 나머지 스콜피온들이 진후를 집중공격했다. 그를 향해 수십 개의 독침이 쏘아져 온다.
그사이 진후의 뒤에만 붙어 있던 친위대가 활을 쏘듯이 마녀에게 튀어 나갔다. 진후는 방패를 들고 몸을 굽힌 채 버텨 냈다. 이미 방패의 면적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리덕션 유지 시간은 1분, 그 안에 끝내야 한다.
다다다다다닥!
마녀가 다시 불러들인, 유인조를 따라가던 수천 마리의 해골들이 성난 파도처럼 몰려 들어온다. 친위대는 전력을 다하여 실드가 깨진 마녀에게 미스릴 검을 쑤셔 넣었다.
살짝 벌려진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아…….”
우르르르.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20층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이 무너져 내렸다. 고요가 찾아왔다.
기웅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떼었다.
“대단…… 하다.”
유라는 여기저기 긁힌 민철을 바라보았다. 민철도 유라의 눈을 보고 있다.
지연은 덤덤한 표정으로 구멍이 송송 뚫린 갑옷을 털어 내는 진후를 보며 생각했다.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레벨도 올랐지만…… 뭔가, 뭔가 다른 것이 변했어.’
진후는 친위대를 시켜 마녀의 원피스를 챙겼다. 재질 불명에 지금까지 마주친 모든 몬스터들의 가죽들보다 훨씬 더 질기고 견고한 옷이다. 게다가 얇고 가벼우니 구하기는 힘들지만 최고의 방어구임이 틀림없다. 진우의 갑옷 상의도 그것에 미스릴을 덧댄 것이다.
지연은 그 원피스를 챙기는 모습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그렇게 귀한 옷을 대수롭지 않게 덥석 줬던 사람, 그 후로 이 원피스 덕에 치명상을 피한 횟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두 무리는 서로 마주 보았다. 진후는 습관적으로 왼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처음 20층 보스를 공략했을 때 얻은 디므라의 반지다. 영혼을 구속하는 것은 역천이라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진후다.
한지연은 김진후에게 고개를 깊게 숙였다. 나타났을 때의 경계심에 대한 사과와, 잘 챙겨 줬던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고마웠어요. 그럼…….”
진후는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전보다 확실히 무게감 있고 거칠어진 진후였다.
그렇게 지연과 기웅이 뒤돌아서 가려는데 유라가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민철과 가만히 눈을 마주하고 있다. 유라는 여전히 민철의 티셔츠만을 입고 있다.
민철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진후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박혔다.
“가라.”
“예, 예?”
민철은 놀란 마음에 고개를 홱 돌려 진후를 바라봤다. 진후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고는 예전의 톤으로 입을 열었다.
“가서 그들을 지켜 주십시오, 민철 씨.”
“그…… 으…….”
민철은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진후의 눈치를 봤다. 진후의 눈빛은 진중했다. 민철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민철은 유라를 향해 걸어가다가 중간에 한 번 뒤돌아서 진후를 보았다가 다시 돌아서서 뛰어갔다. 유라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그를 향해 뛰어올랐다. 그녀를 안아 든 민철은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녀는 민철의 목을 끌어안고 두 다리로는 허리를 감싸 매미처럼 매달렸다.
진후는 그 모습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살짝 씰룩였다.
평소에는 인형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유라가 저렇게 민철과 함께할 때만 사람이 되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후우우웅.
지연과 기웅, 민철과 유라가 새하얀 빛과 함께 눈앞에서 사라졌다. 가슴 한 곳이 도려지는 기분이다. 그때, 옆에서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일권이 적당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들어 길을 권했다.
“가시죠, 길드장님.”
진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가자.”
“예! 길드장님.”
* * *
슈슉, 슈슉, 슉.
정체를 쉽게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무언가가 나무 사이로 지나간다. 30층 보스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다가 서한의 원팀에게 목숨을 구함받은 여울이다.
은서의 환상을 본 후로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레벨업은 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한 마리당 경험치를 얼마나 주는지 모르겠지만 드문드문 있고 개체수도 적기 때문에 11층 대가 레벨업이 더 빠를 것 같은 느낌이다.
은서의 신변과 위험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급해져 너무 섣불리 행동했다. 은서가 살아 있고 이곳에 있는 이상 절대 죽음의 위기에 빠지면 안 된다. 20층 보스도 5레벨에 잡았는데 난이도가 높았다.
레벨을 올리고 다시 도전하되 출구를 확보하고 언데드 티거에게 괴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가 신호를 주면 자신을 데리고 도망치도록 명령을 내릴 것이다.
“키햐.”
달려오는 블랙다콘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커진다. 그 뒤에 블랙티거도 보인다. 다콘이 입을 쩌억 벌리며 달려들었다.
여울은 속도를 멈추지 않고 점프하여 한 손으로 놈의 머리를 누르며 미간에 검을 꽂았다. 그러고는 바로 놈의 머리를 박차고 그 뒤에 달려드는 블랙티거의 입에 검을 쑤셔 넣었다.
푸욱!
놈의 입 속으로 검과 함께 한 손까지 쑤욱 들어갔다. 그 상태로 같이 바닥에 내려섰다. 블랙티거는 입을 닫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있다.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대로 몸 안에 모든 장기가 꿰뚫려 죽은 것이다.
여울은 입에서 손을 빼내고 바로 다음 사냥감을 찾아 달려 나갔다.
첫 번째 목표는 B구역 10층에 가서 은서를 찾는 것, 두 번째는 한 달 안에 의뢰 대상을 찾아서 처리하고 탐색을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여울이 쉼 없이 사냥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한 무리가 있었다. 바로 원팀이다. 이건수가 오우거의 목에서 검을 빼내며 말했다.
“저 형은 쉬지도 않네. 진짜 사냥 기계 같다, 기계.”
그때 아예 모습이 사라졌던 여울이 다시금 이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건수는 지레 찔려 몸을 움츠렸다.
“왜, 왜 오는 거야…… 들었나?”
여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원팀 앞에서 멈춰 섰다. 원팀의 사냥은 그로 인해 자연스레 멈춰졌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진정한 힘을 본 후로는 더욱더.
여울은 그들을 둘러보다가 서한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잠시 경계를 서 줄 수 있나?”
“경계?”
서한은 그가 부탁하는 것은 처음이라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서한의 표정이 살짝…… 멍청해졌다.
잠시 후.
여울은 나무에 등을 대고 가부좌를 튼 채로 눈을 감고 있다. 원팀은 그 나무를 중심으로 사방에 서서 주변을 경계 중이다. 검으로 흙바닥을 북북 긁던 건수가 투덜거렸다.
“에휴, 우리가 어쩌다가…….”
“쉿.”
수풀 한쪽이 부스럭거린다. 서한은 그쪽으로 검을 겨누었다. 다들 몸을 낮추며 무기를 빼 들었다. 그때, 수풀이 열리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건수는 반사적으로 입을 반쯤 열었다.
“오, 오우…….”
가늘고 긴 눈, 맑은 눈동자, 새하얀 얼굴에 대비되는 칠흑 같은 흑발, 검은 원피스에 검은 레깅스를 입은 여인이 수풀을 헤치고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뒤로 세 명의 남녀가 더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인이 서한을 보고는 한 손을 들어 가리켰다.
“어!”
서한도 그녀를 알아보고는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
그들은 진후의 대한길드에서 벗어난 한지연 일행이었다. 지연은 그들이 지키고 있는 여울을 발견하고는 한층 더 높은 소리를 내었다.
“어엇! 여울 씨이!”
서한은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쉿, 지금 레벨 동기화 중이야.”
“아아…….”
민철은 서한을 발견하고는 약간 얼굴을 굳혔다. 자신이 경외하던 진후를 모욕하고 도발했던 사이이니 반갑지 않은 것이다.
이건수는 서한과 지연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원래 그렇게 예뻤어요?”
지연은 건수의 물음에 살짝 뒤로 물러서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에 있던 문솔이 그에게 틱틱거렸다.
“뭐야, 얘 갑자기? 저번에도 이 여자 봤잖아?”
“아니, 저번에는 이렇게 안 입어서 못 알아봤지.”
“하여튼 치마만 두르면…….”
“아하하…….”
그들의 특이함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연에게 서한이 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적지? 그 대장은 어디 갔나?”
서한은 당연히 진후가 죽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지연은 그간 있던 일들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왜 길드를 나왔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 달 전에 21층으로 먼저 올라온 지연 일행은 4레벨이 되어 더 위로 올라온 것이다.
지연은 말하는 내내 여울의 얼굴을 힐끔힐끔 살폈다. 케라브에 온 지 이제 8개월, 그중 3개월을 보지 못했는데 잊혀지기는커녕 힘들 때마다 더욱 떠올랐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모른다. 그냥 힘들 때 그가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만 같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가 그만큼 강하고 우직해서 생긴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고, 그래서 눈물이 맺힐 정도로 반갑다.
* * *
여울은 반나절 만에 눈을 떴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축축하고 찝찝하다. 낮에 레벨 동기화에 접어들었는데 깊은 밤이 되었다.
주변에는 여전히 원팀이 지키고 있다. 새삼스레 이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수가 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익숙한 여인의 옆모습이 보인다. 한지연이다. 그녀는 자신이 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꾸벅꾸벅 졸다가 여울과 눈이 마주쳤다.
“아, 여울 씨, 일어나셨군요!”
여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군.”
여울은 동기화 전에 들었던 시스템 음성을 떠올렸다.
[6레벨에 진입합니다.] [특성 : 다크니스가 강화됩니다.] [다크니스 스킬 3이 개화됩니다.] [특성 : 독 내성이 강화됩니다.] [특성 : 민첩이 강화됩니다.] [특성 : 동체시력이 강화됩니다.] [레벨 동기화를 진행합니다.]분명 다크니스 스킬 3이 개화되었다고 했다. 다크니스 스킬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효율을 보였다.
그 스킬들이 없었다면 자신이 남들보다 월등히 빠르게 몬스터를 잡을 수도 없었고, 진작 죽음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분명 스킬 3도 보스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5층에 감정의 돌까지 내려갔다 올 여유 따위는 없다. 그래서 원팀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레벨업도 이 자리에서 한 것이다.
여울은 지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관찰해 줄 수 있나?”
그의 말에 지연의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번졌다. 관찰은 자신의 특성과 레벨, 경험치를 모두 보여 주겠다는 것, 그가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솔은 살짝 얼굴을 굳혔다. 자신도 관찰 특성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지난 세 달간 마주치면서 한 번도 부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요. 손 줘 보실래요?”
여울은 디카르로 감싸여 있지 않은 왼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지연은 그의 두터운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주 잡고는 입술을 달싹였다.
‘관찰.’
여울은 무형이 기운이 지연의 손끝에서 넘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손목 부근에서 자신의 기운에 가로막혀 있다.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여울이 그 기운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자 그제야 물 흐르듯이 들어왔다. 그녀의 기운은 청량하여 온몸을 씻어 주는 듯했다.
지연은 긴장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분명 비밀에 붙이기를 원할 것이다. 과연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강할까?
-레벨 : 6 (최초의 머더러)
-경험치 : 0퍼센트
-특성 : 다크……
그의 머리 위로 글자가 천천히 적혀 내려갔다. 꽤 많이 적혔음에도 글자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것을 바라보는 지연의 입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벌어졌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