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35
35
35. 6레벨의 힘
-레벨 : 6 (최초의 머더러)
-경험치 : 0퍼센트
-특성 :
다크니스 – 어둠의 힘이 깃든다.
*Lv5 다크니스 큐어
*Lv3 다크니스 블레이드
*Lv1 다크니스 버서커
*?
민첩 – 민첩이 현재의 1.9배 상승한다.
독 내성 – 6레벨 미만의 독에 내성이 있다.
동체시력 – 빠른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이, 이럴 수가…….’
한지연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손을 놓고 여울을 보았다가 다시 머리 위를 보았다. 상태창은 접속이 종료되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최초의 머더러에…… 특성이 네 개라니…….’
머더러는 예상하고 있었다. 이도원 패거리가 여울에게 살해당했다는 소문은 A구역의 15층에 들렀던 사람들 모두가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초라니? 이곳에 오자마자 바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지연은 그의 눈빛을 피하려다가 다시금 들어 올렸다.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급박한 순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 줬다.
그런 자가 오자마자 살인을?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혼돈의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신에게 이 모든 것을 공개했다.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특성을 4개씩이나 가지고 있다. 그중에 하나는 어떤 경지의 특성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여울이 그만큼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지연은 마음을 다잡고 그를 진중하게 바라봤다.
“음…… 어떻게 할까요? 전부 써서 알려 드릴까요? 아니면…….”
“다크니스, 세 번째 스킬의 이름과 능력만 알려 주면 된다.”
여울은 주변 사람들이 듣기를 꺼리는지 작게 말했다. 지연은 그에 맞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다크니스 버서커요. 세 개의 스킬 모두 능력은 나오지 않아요.”
여울은 고개를 내린 채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버서커, 음…… 버서커…… 알겠다.”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다시 보며 말을 이었다.
“고맙군.”
여울은 떠나려는지 바로 뒤돌아섰다. 지연은 다급히 검지로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그, 신발이 바뀌었네요?”
그녀의 말에 여울은 다시 돌아서서 신발을 보이며 대답했다.
“아, 이것도 관찰 좀 해 줄 수 있나?”
지연은 아무 말이나 꺼냈다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당황하며 신발 끝에 손을 대고는 관찰을 시전했다.
“에? 아, 예. 이것도 여기서 얻은 거군요.”
-이름 : 카르의 신발
-특이 사항 : 파손되지 않고 변환이 불가능하다.
지연은 상태창 그대로 여울에게 알려 줬다. 여울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음, 좋군.”
여울은 갑자기 품에서 칼론의 주머니를 꺼내더니 그것을 뒤적거렸다. 그러고는 원하는 것이 잡히지 않는지 미간을 좁히더니 다른 주머니를 꺼내어 뒤적이기 시작했다.
“헥, 주머니도 두 개예요?”
여울은 주머니에서 블랙다콘의 가죽을 꺼내어 주며 대답했다.
“저번에 내려갔을 때…… 이건 갑옷 대용으로 써도 괜찮다.”
지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 가죽을 받아 들었다가 다시 화색이 돌았다. 블랙다콘의 가죽은 악취가 심한데 여울이 준 것은 전혀 악취가 없고 사용하기 좋게 아주 얇게 도려져 있었다.
이 정도면 옷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지금 보니 여울의 옷도 블랙다콘의 가죽으로 조악하게 덧댄 것이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여울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일어섰다.
“그런데 어디 가요?”
“실험.”
“아…… 네, 이따 봬요!”
여울은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고는 바로 숲속 깊은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밤에, 사람들이 공략한 가장 마지막 층인 29층에서 혼자 저렇게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은 그밖에 없을 것이다.
* * *
신발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더니, 그럴 만했다. 만족한다. 신지 않은 것만 같은 가벼움, 파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쓰여 있을 정도로 자신 있는 내구도, 이 정도면 최고의 신발이다.
능력은 따로 보이지 않는다라……. 감정의 돌에서는 능력과 소모되는 다크니스 수치까지 자세하게 표기되어 있었는데……. 어찌 됐든 상관없다. 사용해 보면 되니 말이다.
그 전에 물음표로 표기되어 있을 때 소모 다크니스가 10분의 10이었다. 다크니스 블레이드가 1시간에 1인 것을 보면 상당한 소모량이다.
“다크니스.”
[현재 다크니스 수치는 317입니다.]아껴 쓰려고 노력했지만 은서를 확인한 후에는 거의 항상 다크니스 블레이드를 활성화시킨 채로 돌아다녀서 많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놈에게 다시 도전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크니스…… 버서커.”
그르르르.
스킬 시동어를 외치자마자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맹수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울려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몸이 화악 뜨거워졌다.
“크흐으…….”
여울은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꽈악 쥐어져 있고 힘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와 있다.
온몸에 힘이 넘쳐흐른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서 이 힘을 실험해 보고 싶다. 그의 몸이 쏜살같이 빠르게 튀어 나갔다.
눈앞에 블랙티거가 보인다. 놈이 앞발을 크게 휘두른다. 여울은 손을 마주 휘둘러 놈의 앞발을 잡아챘다. 5레벨 때라면 손목이 잘리거나 부러졌을 것이다. 6레벨이라고 해도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줄 알았지만, 여울은 놈의 위아래의 턱을 잡아 그대로 찢어 버렸다. 넘쳐흐르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 여울은 바로 놈을 내던지고 다음 타깃을 찾아 떠났다.
* * *
밤의 어둠이 거의 다 거둬질쯤, 여울이 서한과 지연 일행이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건수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어라, 진짜로 다시 왔네?”
“그냥 간 줄 알았지.”
서한은 지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가씨가 올 거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여울은 지연을 한번 바라봤다가 서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웠다. 그럼.”
여울은 간단한 인사 후에 바로 뒤돌아섰다. 그들에게 짧지 않은 시간 경계를 서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온 것이다. 이제 낮이 되면 30층을 올라야 한다.
그때, 서한이 손을 뻗으며 그를 멈춰 세웠다.
“아아, 잠깐! 지금 레벨업 했다고 또 혼자 30층에 올라가려는 거지?”
여울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맞네, 맞아. 우리가 그동안 이 친구가 레벨업을 어떻게 했는지 아니까 말릴 수도 없고…… 같이 가지, 뭐.”
원팀은 이미 말을 맞췄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개인적인 일이다. 타인이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너희는 적당한 때에 도전해라.”
“딸 찾으러 간다며? 아래층에 소문 다 났어. 리안길드의 그 여자가 소문을 쫙 퍼트렸거든.”
그 말에 여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소문이 퍼지면 퍼질수록 은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막상 소문이 퍼졌다 하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모순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이참에 친구 도움도 주고, 그놈 공략 정보 좀 얻고, 여차하면 빠지면 되니까.”
서한은 앞장까지 서며 말을 이었다.
“가자고? 안 가나?”
여울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고집을 부려서 혼자 가는 것보다 확실히 원팀과 같이 가는 것이 승리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돕는 건지 모르겠다.
여차하면 빠진다라……. 확실히 사람이 많아지면 출구도 빨리 찾고 빠지기도 수월할 것이다. 그의 말은 꽤 가능성이 높은 말이기는 하다.
문득 여울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지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를 보며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도움을 받아서 은서를 찾을 수 있다면 백 번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울은 얼굴을 굳히며 서한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에 지연은 여울의 뒷모습과 자신의 팀원을 번갈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민철이 말을 이었다.
“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왜 그래? 우리만 겁쟁이처럼 빠지려고 했어? 가자고.”
“네? 아, 그, 그래도…….”
유라는 민철의 팔뚝에 자신의 가느다란 팔을 끼며 지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웅은 무언가 결심한 듯이 주먹을 꽉 쥐고는 걸음을 먼저 옮겼다.
“가요, 누나! 크로우님이 목숨을 구해 준 적도 있다면서요. 저분 말대로 위험하면 빠지면 되니까요.”
지연은 자신의 팀원들을 보며 입술을 씰룩거리다가 이내 따라나섰다.
* * *
[케라브, 30층입니다.]후우우웅.
30층에 올라서자 공기부터 무거워지는 듯했다. 그 굵은 나무들은 이쑤시개처럼 여기저기 부러져 있고 괴물의 충격파가 만들어 낸 작은 언덕은 시야를 가렸다.
괴물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서한은 검지를 입술에 대고는 귀를 기울였다.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역시 진후처럼 더블 특성 사용자로, 또 하나의 특성은 청각이다.
“일단 주변에 없는 것 같아. 명심해, 각자 맡은 곳으로 흩어져서 출구 확인하고 바로 여기로 오는 거야. 괴물한테 발각되면 바로 소리치고. 알았지?”
그의 말에 원팀은 물론 지연의 팀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흩어지자.”
그의 말에 한 명도 빠짐없이 넓게 퍼져 어딘가로 달려 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울은 영혼 속박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마리의 언데드 티거에게 명령했다.
“너희는 괴물이 나타나면 빠져 있다가 신호하면 나와라.”
“크르르…….”
겉모습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고 잡았더니 성대도 멀쩡하여 이렇게 소리를 낸다. 여울은 디카르를 뽑아 들고 한달음에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괴물을 찾았다.
지연은 지정된 장소로 달려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막상 도움이 될까 하여 따라왔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겁이 덜컥 났다. 몬스터의 크기가 30미터가 넘는다는 말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여울 정도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괜스레 들었다.
그때, 바닥이 드르르 떨렸다. 지연은 바로 멈춰 서서 소리에 집중했다.
쿠우웅!
한 번에 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덩치와 무게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쿠우우우우웅!
7.0 지진과 비슷한 강도를 내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연은 고개를 들어 그 괴물을 바라봤다. 레벨이 오른 후 몬스터는 접근하여 집중하면 그 정보가 보인다.
지연은 점점 벌어지는 입을 인식하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베헤…… 모스…….”
너무 높고 거대해서 자신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무방비 상태로 멍하니 있는 지연에게 베헤모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크루헤에에에에!”
포효 소리로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뭇잎이 미친 듯이 휘날린다. 어느새 들어 올린 한쪽 앞발이 지연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지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뒤돌아 달렸다.
“꺄아아아아악!”
콰아아앙!
앞발이 지연의 바로 뒤에 찍혔다. 그녀의 몸이 붕 떠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그녀는 그 상태로 뒤도 확인하지 않고 미친 듯이 다시 발을 놀렸다.
후우우웅.
놈의 앞발이 공기를 거세게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이 상태로는 안 된다. 이 상태로는 분명히 저 거대한 앞발에 찍혀 곤죽이 될 것이다.
지연은 급히 옆으로 꺾으며 뒤를 살짝 보았다. 그리고 얼굴에 절망감이 깃들었다. 이미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옆으로 방향을 튼다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때, 몸이 순간 진공상태라도 된 듯이 훅 떠올랐다. 주변 배경이 줄을 긋는 것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익숙한 냄새가 가까이서 풍겨 온다. 눈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의 턱이 보인다.
콰아아아아앙!
지척에 다다랐던 앞발은 저 멀리서 애꿎은 나무를 파괴하고 있다. 여울은 지연을 내려 주고는 바로 뒤돌아섰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희한하다. 온몸이 유난히 하얗고 힘줄이 과도하게 나왔으며 눈은 실핏줄이 반쯤 터진 상태다. 어제의 그 스킬의 영향이 분명하다.
지연은 그의 뒤통수에 대고 외쳤다.
“뿔이요! 뿔을 잘라야 해요!”
여울은 그녀의 말에 멈칫하더니 반쯤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좋군.”
여울은 디카르에 검은화염을 두르고는 베헤모스에게 달려 나갔다. 어느새 사방에서 토벌대가 모여든다. 서한이 검을 추켜들고 달려오며 크게 외쳤다.
“출구는 9시 방향! 자, 그럼 고릴라 사냥 가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