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36
36
36 베헤모스
뿔을 공격하라, 그녀는 관찰 특성을 지니고 있으니 무게가 실리는 말이다.
여울은 바로 나무들을 박차고 베헤모스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놈이 자신을 발견하고 뿔을 위로 쳐든다. 그 끝이 상당히 날카롭다.
하지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하게 들어 올려지는 모습이다. 여울은 몸을 틀어 뿔 끝을 피하고는 그것을 잡아 미끄러지듯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어 베헤모스의 머리에 단검을 박아 몸을 고정시킨 채 디카르로 뿔을 강하게 내리쳤다.
카아앙!
다크니스 블레이드를 사용한 상태에서도 금속과 부딪친 것처럼 강하게 튕겨 나간다. 그러나 소득은 있다. 한 번의 휘두름에 뿔이 10센티미터 가까이 파인 것이다.
“크훼에에에!”
놈이 전봇대 같은 팔을 휘적거리며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든다. 이런 반응을 보면 뿔이 약점이 맞는 듯하다. 여울은 간신히 중심을 잡아 가며 검을 마저 휘둘렀다.
여울을 제외한 나머지는 베헤모스의 뒷다리를 공략 중이다. 거의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물 만난 듯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지름이 5미터는 될법한 놈의 한쪽 뒷다리가 피를 폭포수처럼 내뿜으며 덜렁덜렁 댄다.
그때, 여울이 매달려 있는 곳의 높이가 급격히 달라졌다. 놈이 두 앞발을 높이 든 것이다. 여울이 소리치려는 순간, 서한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충격파다! 빠져!”
그들은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여울은 순간 고민했다. 충격파를 전하는 행동은 땅을 내려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격파가 수평으로만 퍼지지 않을까? 어차피 지금 상태로 뒤로 빠지기에는 늦었다. 도박이다. 여울은 베헤모스의 앞발이 바닥에 내려찍는 동시에 놈의 머리를 박차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콰아아아아앙!
예측은 틀렸다. 하늘 위에서 본 충격파는 구 형태로 위쪽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후퇴하는 서한과 지연의 팀에게까지도 가차 없이 덮쳤다.
쿠우웅!
강한 진동파가 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속이 뒤집혀 피를 토하기 직전, 그 후폭풍이 다시금 여울의 몸을 강타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서한과 지연의 팀은 그대로 뒤통수에 충격파를 맞아 날아가며 나무에 부딪치고 흙더미에 박혔다. 몇몇은 움직임이 없고 건수는 한쪽 팔이 완전히 꺾였다.
“크하악!”
“크흡…….”
생각해 낸 최대한의 작전인데 불가능하다. 원거리 공격을 하다가 빠지면 가능했을까? 충격파가 닿는 거리를 보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대체 이걸 어떻게 잡으라고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모두들 꿈틀대긴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 담덕과 서한만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베헤모스에게 다가간다. 전혀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생각으로 다시 달려드는가?
후우웅.
여울의 몸이 저 높은 곳에서부터 무서운 속도로 떨어진다. 그 지점이 베헤모스의 뿔 부분이다. 여울은 디카르를 두 손으로 잡고 집중했다. 기회는 한 번이다.
카아아앙!
뿔과 디카르가 충돌하는 동시에 여울의 손목이 꺾이고 손아귀가 찢어지며 디카르는 그 뒤로 날아가 버렸다.
여울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번 굴렀지만, 벌떡 일어나 다시 튀어 올랐다.
‘다크니스 큐어.’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손목을 검은안개가 감싼다. 여울은 아직 아물지 않은 손을 하늘 위로 뻗었다. 그러자 뿔에 튕겨 날아가던 디카르가 자석처럼 빨려 들어왔다.
베헤모스의 뿔 한쪽은 완전히 꺾여 덜렁거리고 있다. 놈은 성이 나서 두 발을 바닥에 몇 번 구르더니 한쪽 앞발을 높이 들어 올려 여울을 향해 내려찍었다.
버서커 상태라서 그런가? 저 앞발도 매우 느려 보인다. 여울은 나무를 박차고 앞발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짓쳐 오는 앞발에 한 손을 뻗어 그 위로 올라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쿠우웅!
앞발에 바닥에 찍힘과 동시에 여울도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덜렁거리는 뿔을 향해 디카르를 휘둘렀다.
서걱!
베헤모스의 거대한 뿔이 드디어 깔끔하게 잘리며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놈은 그와 동시에 포효를 하며 앞발을 다시 들어 올렸다. 충격파다. 여울은 공중에서 뒤쪽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이마에 피를 흘리면서 뒷다리를 공격 중인 서한과 담덕이 보였다. 여울은 입이 찢어져라 외쳤다.
“피해!”
서한과 담덕이 그제야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한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깝다. 저 상태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여울은 발이 나무에 닿자마자 바로 그들에게 튀어 나갔다.
그러나 그 전에 베헤모스의 두 발이 땅바닥을 때렸다.
콰아아앙!
다시 짓쳐 오는 충격파에 여울은 공중에서 몸이 비틀렸고 서한과 담덕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비슷한 위치에 떨어져 고개를 든 여울과 서한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약해졌다.’
첫 번째 파동이 사라지고 두 번째 후폭풍만이 남아 있다. 뿔이 아직 달려 있는 반대쪽은 나무들이 대부분 잘려 나간 것을 보면 양쪽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충격파가 없는 베헤모스는 그저 덩치만 큰 괴물이다. 여울은 이를 악물며 놈에게 달려 나갔다. 이제 역습 타이밍이다.
여울은 다시 뛰어올라 베헤모스의 머리에 붙어 나머지 한쪽 뿔을 쳐 내기 시작했다. 놈이 충격파를 쓰면 반대편으로 뛰어나가고 다시 붙어서 쳐 내기를 반복했다.
그사이 서한과 담덕,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민철이 베헤모스의 뒷다리를 잘라 냈다. 놈은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몸을 흔들어 댔다. 남은 뿔은 반 이상 잘려 아래쪽으로 꺾였다.
그때, 여울은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버서커가 시간을 다한 것이다. 10분에 10 다크니스, 다크니스가 모두 소모되기 전까지는 지속되는 줄 알았는데 1회성 발동인 듯하다.
캉캉!
버서커가 빠지고 나니 원래 있던 힘도 모두 소모된 듯이 힘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두드려도 뿔은 잘릴 생각을 않는다. 단검으로 고정시키고 있는 한쪽 팔은 힘이 빠져 뿔을 놓칠 것만 같다.
여울은 바로 다시 시동어를 외쳤다.
“다크니스 버서커!”
그와 함께 귓가에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경고 : 해당 스킬의 권장 쿨타임은 12시간입니다. 바로 사용하시겠습니까?]“닥치고 바로 사용해!”
후웅.
여울이 소리치자마자 아직은 익숙지 않은 느낌이 전신을 감싸며 힘이 불끈 솟아났다. 그리고 눈앞이 조금씩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여울은 다시금 검을 휘둘러 나머지 뿔을 잘라 냈다. 그러고는 그동안 쌓였던 분을 푸는 듯이 날아다니며 검을 휘둘러 댔다.
건수는 부러진 팔을 붙잡고 문솔과 등을 기댄 채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봤다. 한 남자가 인간 이상의 속도와 점프력으로 날아올라 검을 휘두르고, 놈을 타고 올라 다니며 찔러 대고,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가 나무를 박차고 튀어 나가 검을 휘두른다.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 아니,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건수는 그런 여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학원물 찍고 있는데, 혼자 무협 찍고 있네…….”
“우린 코믹물이겠지.”
쿠우우웅.
어느새 베헤모스의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 거대한 몸통은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느릿하게 옆으로 쓰러졌다.
베헤모스의 붉은 피를 온몸에 뒤집어쓴 여울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는 그 특유의 검은색 검을 든 채로 어깨를 심하게 들썩이고 있다. 문솔은 그를 보며 마음속 말을 내뱉었다.
“진짜…… 괴물이다, 괴물…… 베헤모스보다 더한 괴물…….”
띠링!
[30층 보스를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31층이 개방됩니다.]또다시 최초의 공략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한은 고개를 들어 베헤모스의 육중한 몸체를 보며 생각했다. 이것은 공략이고 뭐고 간에 그냥 여울이라는 한 사람이 미친 피지컬로 괴물을 때려잡은 것이다.
그가 없다면 몇 명의 사람들도,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울은 한 손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고맙군.”
“하, 하핫, 아니…… 어엇!”
서한은 순간 헛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감사를 거절하려 했다. 그때, 여울의 몸이 갑자기 휘청거렸고 담덕과 서한이 동시에 다가가 그의 몸을 붙잡았다.
피를 뒤집어써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만신창이었다. 온몸의 힘줄들이 터지고 눈동자는 실핏줄이 다 터져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왜, 왜 이래?”
여울은 서한에게 부축을 받은 채로 완전히 붉어진 눈을 껌뻑이며 걸음을 옮겼다.
“가야 된다…….”
“알아, 아는데…….”
그때, 여울의 몸에서 검은안개가 솟아나와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서한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거리를 두었다. 여울은 비틀거리며 혼자서 마법진이 생긴 방향으로 걸어갔다.
마법진은 총 네 개가 있었다.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 바로 위로 올라가는 것, 그리고 세모 문양 열 개가 동그랗게 그려진 푸른 마법진과 동일한 문양의 붉은 마법진이었다.
전에 A구역의 10층으로 내려갈 때 푸른 마법진이었으니 B구역이면 붉은 마법진일 것이다. 어느새 불러들인 언데드 티거 두 마리가 여울의 옆에 섰다. 여울은 그곳으로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검은안개에 깜짝 놀라 잠시 떨어진 서한이 여울의 팔을 붙들어 잡으며 말했다.
“어이, 그 몸으로 혼자 가게? 딸 찾는 거라며? 같이 가지, 뭐.”
여울은 느릿하게 서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팔을 덜렁거리며 다가온 건수가 말했다.
“그런데 일단 좀 쉬자고. 오우거 피 좀 바르고 라브 좀 먹자.”
“대장, 그건 아닌 거 같아. 위험한 일도 아니잖아.”
담덕이 말을 이었다.
“그래, 건수 약해 빠졌어, 대장.”
“아니 그건 아닌데, 이 새끼가!”
건수는 한 팔로 담덕의 목을 죄었지만 담덕은 끄떡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건수는 어색하게 팔을 내렸다. 문솔과 민철은 기절해 있는 지연과 기웅을 찾아 데리고 왔다.
그때, 갑자기 그늘이 드리워졌다. 서한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게…… 뭐지?”
공중에 원형의 어둠이 점점 그 크기를 더해 가고 있다. 그러고는 익숙해 보이는 무언가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 저건…….”
“뿔…… 이잖아?”
문솔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베헤모스를 보며 외쳤다.
“한 달, 오늘이 층이 사라지는 날인 거야!”
여울은 놈을 보며 다시 검을 뽑았다. 그 모습에 서한이 그를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뭔 검을 또 뽑아! 싸우게? 가, 빨리! 우리도 튀게!”
여울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29층으로 내려가는 마법진으로 옮기는 서한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붉은 마법진 위로 발을 올렸다.
* * *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수백 마리의 해골들과 맞붙고 있다. 해골들은 불사신처럼 계속해서 일어나 사람들을 압박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최대한 멀리 튕겨 내십시오!”
사람들은 해골들을 쓰러트리기보다는 최대한 밀치며 점점 앞으로 이동해 갔다. 깊숙이 들어가니 언데드 스콜피온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열렸습니다! 공격!”
“공격!”
“와아아아!”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언데드 스콜피온들에게 달려들었다. 놈들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독침으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방금 전에 해골들과는 격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독침에 찔린 사람들은 금세 피부가 검게 변하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가장 앞쪽에 있던 사람들 수십 명이 쓰러졌다. 그들을 이끄는 사내가 스콜피온들의 독침을 쳐 내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때, 언데드 스콜피온의 가운데에 있던 마녀가 한 손을 손등이 위로 가게 하여 뻗더니 우아하게 들어 올렸다.
“크으으…….”
“으어…….”
그러자 죽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붉은 눈을 빛내며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3레벨이었던 좀비들은 다른 해골들보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그 모습에 사내는 절망했다.
“이대로…… 이대로 또 실패하는 건가…….”
사내는 여장부 리안을 떠올렸다. 그녀가 올라갈 때 같이 올라갔었어야 했다. 뱀의 머리 따위, 비참할 뿐이었다.
그때, 마녀의 뒤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러더니 집채만 한 검은 호랑이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에는 한 남자가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