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44
44
44 34층의 소년
[케라브, 31층입니다.]후우욱.
여울이 31층에 올라서면서 시력이 안정되기 전에 느낀 것은 열기다. 무방비 상태로 열탕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시력이 안정된 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탁 막혀 있는 천장이다. 1층 대처럼 자체적으로 은은한 빛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리 어둡지는 않지만 동굴은 별로 달갑지가 않았다.
몬스터가 어떤 종류든 간에 동굴은 몸과 마음을 아래로 더욱 가라앉게 만든다.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은 한없이 우울해진다. 햇빛을 보지 않으면 심리적인 불안감도 커진다.
그것도 이렇게 더운 곳이라면 더욱더.
“키킥, 키헤엑.”
저 멀리 길이 꺾이는 부분에서 이 열기의 주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마뱀 모양으로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높이에 길이는 꼬리까지 3미터는 되는 듯하다. 놈의 피부는 붉게 빛나고 있고, 입 안에는 노란 불을 머금고 있다.
“케헥.”
화염도마뱀은 자신을 발견하고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쩍 벌린 입 안에서는 노란 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놈에게 마주 달려 나갔다.
취익!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이 뛰어오르며 입 안에서 불을 쏘아 냈다. 정확히는 불을 머금고 있는 혀다. 놈의 혀가 화염 채찍처럼 빠르게 쏘아져 온다.
여울은 고개를 틀어 혀를 피하고는 잘라 내기 위해 베아를 휘둘렀다.
차라락!
그런데 다크니스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혀가 잘리지 않고 검신을 휘감았다. 놈의 몸이 지척에 다다랐다. 여울은 왼손으로 놈의 아래턱에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퍼억!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스쳐 지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여울은 베아를 허공에 휘둘러 감겨진 혀를 털어 내고는 반대 손으로 베아를 잡았다. 놈의 턱에 아주 잠시 닿았는데도 주먹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이다.
‘디카르.’
오른손에 검은 물체가 녹아내려 어깨와 한쪽 가슴 부위만 사라지고 디카르가 소환되었다. 오른팔은 여전히 검은 물체가 감싸고 있다. 디카르를 잡고 있는 감이 훨씬 더 좋다. 1.5배는 더 강하고 정밀하게 휘두를 수 있을 것만 같다.
여울은 왼손에 베아, 오른손에는 디카르를 들고는 놈에게 달려갔다. 두 검의 검신에는 검은화염이 둘러졌다.
놈이 몸을 다시 뒤집고는 벌떡 뛰어오른다. 여울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림보를 하듯이 허리를 꺾었다. 그 위로 놈의 배가 보이자 두 검을 교차로 휘둘렀다.
투둑.
여울은 허리를 들어 올리고 뒤돌아섰다. 놈의 몸은 삼등분이 되어 바닥에 떨어진 채 부들부들거리고 있다.
치이이이익.
곧이어 지독한 냄새와 함께 놈의 몸이 화악 불타올랐다. 그러고는 붙었던 속도와 비슷하게 금세 다시 수그러졌다. 놈의 몸은 전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타 버린 가죽만이 남아 있었다.
화염도마뱀……. 블랙티거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강한 듯하다.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니 극히 조심해야 할 듯하다.
1층 대는 5층이 30개 이상의 굴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로 인해 케라브 내에서 단체를 이루는 데 큰 작용을 했었다. 35층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궁금증이 인다.
40층, 40층 보스 케르베로스……. 그놈만 잡으면 은서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20층 보스를 잡았을 때 B구역이 열렸으니 40층 보스를 잡으면 C구역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케라브는 휴식층, 보스층, 라브 개수 등 많은 것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니…….
* * *
타다다다닥.
건조한 동굴 안, 여울은 두 손에 베아와 디카르를 들고 빠르게 달리고 있다. 앞에는 화염도마뱀 두 마리가 보인다. 이번 층, 33층부터는 두 마리가 붙어 있는 경우도 가끔 보였다.
탁!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옆 벽을 타고 달리며 놈들을 지나쳤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놈들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그의 뒤를 쫓았다. 놈들의 뒤에는 다섯 마리의 화염도마뱀이 더 있었다.
이곳은 1층 대 동굴과는 구조가 조금 달랐다. 넓이는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1층 대의 두 배 이상 넓은 듯하다.
1층은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의 연속이었다면, 이곳은 중간중간에 지름이 50미터쯤 되는 큰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는 몬스터가 두 마리 이상 있던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공동의 중심에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울은 뒤를 힐끔 보고는 베아를 장전했다. 유인한 도마뱀들이 공동에 차곡차곡 도착했다. 이곳에 있던 놈까지 총 여덟 마리다.
놈들이 자신을 찢어 죽일 듯이 달려들며 화염 혓바닥을 내밀었을 때, 여울의 베아가 바닥에 꽂혔다.
콰아아아앙!
내밀어진 혓바닥이 말려 들어가며 놈들의 몸이 충격파에 휩쓸려 찢겼다. 충격파 범위에서 멀리 있던 두 마리는 날아가 벽에 부딪쳐 쓰러졌다.
여울은 배를 뒤집어 까고 부들부들거리고 있는 놈들에게 다가가 디카르를 쑤셔 넣었다. 충격파에 맞은 몬스터들에게는 베헤모스의 기운이 들어오지 않는다.
한 번에 여덟 마리, 개체수도 올라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구조도 몰아서 잡기 딱 좋다. 마치 베아를 가진 자에게 특화된 사냥터 같다. 덕분에 21층대보다 몇 배는 더 빠르게 경험치를 올리고 있다.
그것도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행동해서 그런 거지, 제대로 마음먹고 몰이사냥을 한다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충격파는 딜레이 10분에 최대 5번 연속이 한계다. 한 방은 대비책으로 남겨 두고 네 방을 쓰면 다시 일반적으로 몬스터들을 잡으며 충전한다. 이번에는 충전을 할 차례다.
근접전으로 화염도마뱀을 잡는 중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여울은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케라브, 34층입니다.]“음…….”
33층에서는 올라서자마자 두 마리의 화염도마뱀이 달려들어 마음을 다잡고 올라섰는데 이곳은 조용하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검게 타 버린 도마뱀의 사체가 보인다.
여울은 나름대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봐 온 자들 중에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진후나 서한의 팀도 21층 대에 머물러 있는데 누군가 있다니? 그것도 자신보다 먼저 34층에 도착해 있는 것.
여울은 몸을 수축시켜 긴장을 풀어내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사체들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도질당했다.
동굴이 꺾이는 부분에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말소리 나 발소리는 따로 들려오지 않는다. 여울은 더욱 숨을 죽이며 다가갔다.
잠시 후 여울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반쯤 벌렸다. 꺾이는 부분 너머에는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의 중심에는 새하얀 후드티를 입은 왜소한 소년이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두 손을 휘적거리고 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
서걱, 서걱, 서걱.
“키헤엑.”
소리는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났다. 세 개의 검이 둥둥 떠 있는 채로 화염도마뱀을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놈은 검을 생명체로 인식하고 화염 혓바닥을 휘둘러 댔지만 그마저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검의 움직임은 빨랐다.
그때, 소년의 고개가 홱 돌아가 여울과 눈을 마주쳤다. 얼굴은 창백하고 큰 눈에 속눈썹이 긴 소년이다. 그는 여울이 뭐라 할 새 없이 바로 손을 휘둘렀다.
후우웅!
그러자 검이 날아오기도 전에 여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옆에 벽으로 밀쳐졌다. 그리 강한 압력은 아니었지만 무방비 상태여서 밀쳐진 것이다.
그사이 한 개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다. 여울은 계속해서 자신을 누르고 있는 미지의 힘을 밀쳐 내고는 날아오는 검을 디카르로 강하게 쳐 냈다.
채앵!
검은 줄 끊어진 연처럼 그 미지의 힘을 잃고 저 멀리 날아갔다. 여울은 베아를 검집에 집어넣고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진정…….”
소년은 여울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화염도마뱀을 마무리한 두 개의 검과 여울이 쳐 낸 검이 소년의 뒤를 따랐다.
탁!
소년이 갑자기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러자 소년의 몸이 공중에 뜬 그 상태로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흠…….”
여울은 그가 사라진 부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속도라면 따라가기도 힘들 것이고 따라갈 필요도 없다. 어차피 이 넓은 곳에서 단둘, 다시 마주칠 확률은 낮다.
* * *
고운 입자의 모래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얼굴에 내려앉는다. 하늘은 회색 물감을 아무렇게나 휘갈긴 듯 보인다. 주변에는 붉은 안광을 번쩍이는 해골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퍼벅, 퍽, 퍽!
수십 마리의 해골들이 트롤 한 마리를 둘러싸고 마구잡이로 팔을 휘두르고 있다. 트롤은 그들을 향해 검을 느릿하게 휘두른다.
놈들은 조금 밀려났다가 다시 붙어 트롤을 공격했다. 놈들의 공격에 트롤은 이리저리 치이며 밀려나지만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다.
퍼석! 퍽!
해골들이 트롤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 덩치가 큰 사내가 뒤쪽에서 도끼를 휘둘러 놈들을 하나하나씩 처리하고 있다. 그가 위를 보며 소리쳤다.
“은떠, 얼마나 남았냐!”
그의 위에는 예쁘장한 소녀가 목말을 타고 있다. 그녀는 턱을 들어 올려 해골들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 한 스무 마리!”
둥둥은 도끼질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아니아니, 띠간, 띠간.”
“아, 시간, 한 1분?”
“1분?! 으으으아아아!”
은서에게 시간을 들은 둥둥은 도끼를 힘차게 휘두르며 다급히 몬스터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은서는 흐릿해져 가는 트롤을 보며 외쳤다.
“거의 다 끝났어!”
“아라따!”
둥둥은 바로 도끼를 거두고는 라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곧이어 트롤이 안개처럼 사라져 버리고 목표물을 물리쳤다고 생각한 해골들은 둥둥과 은서를 쫓았다.
“으아아아! 하악! 하!”
둥둥은 있는 힘껏 달려 라브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그대로 주저앉았다. 은서는 허리를 옆으로 숙여 자신의 다리와 둥둥의 허리를 고정시키고 있는 밧줄을 풀고는 바닥에 앉았다. 그러고는 옷소매로 둥둥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주었다.
“수고했어, 둥둥. 난 둥둥 없었으면 진짜 여기서…… 고마워, 정말.”
둥둥은 숨을 헐떡거리다가 휙 뒤돌아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둥둥도 은떠 아니어뜨면 두거따, 은애 감는 거야.”
“하하핫, 그래, 앞으로도 나 버리면 안 돼. 우린 한 팀이니까, 알겠지?”
둥둥은 고개를 삐걱삐걱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여나디, 은떠랑 나, 한 팀이다.”
은서는 둥둥을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그들과 500미터쯤 떨어진 모래언덕, 여섯 명의 사내들이 몸을 수그리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하나같이 인상이 험악하고 그중 가운데는 얼굴을 가로지르는 검상이 있다.
흉터를 지닌 사내 옆에 터번처럼 천 쪼가리를 머리에 두른 사내가 말했다.
“길드장님, 저 계집이 요상한 마술을 부리는 년입니다.”
“그래…… 어디 한번 지켜보자.”
흉터 사내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으로 아랫입술을 매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