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45
45
45 새로운 힘
끈적거리는 습기, 높고 두꺼운 나무, 커다란 이파리.
마치 고대에 공룡이 출현하는 시대로 돌아온 것 같은 정글에 한 무리가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고 있다.
콰앙!
오우거의 몽둥이가 진후의 방패를 스치며 바닥에 박혔다. 놈의 뒤에는 지연과 유라, 민철과 기웅이 다리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역시, 진후 님이 방패를 잡으니까 훨씬 안정되었어. 이렇게 마음 놓고 공격을 하다니.”
유라가 건조한 눈빛으로 오우거의 발목을 베며 민철에게 말했다.
“자기 자리 빼앗기고 신났어요?”
“빼앗기다니! 원래 저기는 진후 님 자리인 거야. 나는 이게 더 좋아.”
“나는 오빠가 탱커하는 게 더 좋아.”
“그, 그래?”
그때, 진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져!”
고개를 돌려보니 진후가 방패를 앞세운 채 달려오고 있다. 지연의 팀은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몸을 뒤로 물렸다. 진후는 그대로 오우거의 한쪽 발에 들이박았다.
쿠웅!
오우거의 발이 옆으로 높이 쳐 올라갔다. 반대쪽 발은 지연의 팀이 난도질을 해 놓은 발이다. 놈의 몸이 그쪽으로 점점 기울어졌다.
기이이이 쿠우우웅!
그 거대한 몸이 옆으로 완전히 쓰러졌다. 진후는 서슴없이 놈의 몸 위로 올라가 달리기 시작했다. 놈이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는 순간, 진후가 놈의 어깨를 밟고 높이 뛰어올랐다.
콰앙!
진후의 육중한 방패가 놈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놈의 머리가 홱 돌아가며 다시 바닥에 철푸덕 깔렸다. 진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의 목에 검을 깊숙이 꽂아 넣었다가 빼었다. 그곳에서는 진녹색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후웁.”
진후는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는 오우거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돌아섰다.
이쪽으로 오고 있는 그를 보며 지연의 팀이 중얼거렸다.
“우와…….”
“진후 씨, 원래 저렇게 강했었나…….”
“당연하지, 역시 진후 님이다! 진후 님! 멋지십니다!”
진후는 천진난만하게 한 손을 흔들고 있는 민철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때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던 지연이 말했다.
“엇, 저 드디어 4레벨 가능해요!”
“오, 이제 유라 누나만 레벨업하면 모두 4레벨이네요? 우리 파티 진짜 강하다.”
어깨를 으쓱하는 기웅을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둔 진후가 말했다.
“아, 그러면 오늘은 이만하고 내려가죠, 지연 씨, 레벨진입도 할 겸.”
“네, 알겠습니다! 내려가죠~!”
진후가 합류한 이후로 내내 기분이 업되어 있는 민철이다.
25층에 도착한 지연의 팀은 진후를 배려하여 원래 만들어 놓은 잠자리가 아닌, 인적이 드문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둘러앉아 장비를 다듬으며 재정비를 하는 시간, 지연은 진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라브를 꺼내어 건넸다.
“진후 씨, 이것 좀 먹어요. 내내 안 먹는 것 같던데, 못 챙겨 오셨죠?”
진후는 무의식적으로 한 손을 들어 거부하려다가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사이 지연과 손이 살짝 스쳤다.
지연은 순간 미세하게 미간을 좁히며 시선을 그의 손에 두었다.
‘왜 이렇게 차갑지……?’
그때 진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고마워요.”
지연은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아, 근데 저번에 보니까 일권 아저씨가 엄청 바빠 보이더라고요. 길드원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진후 씨를 찾는다던데…….”
“그렇군요…….”
진후는 별다른 말없이 라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연은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돌아갈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들은, 아니 케라브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진후 씨를 필요로 해요. 제가 감히 뭐라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그 일은 진후 씨의…….”
“아니, 아직은 아닙니다.”
진후는 그녀의 말을 끊고는 라브를 입 안에 쏘옥 집어넣었다.
우그적.
라브 특유의 상쾌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목청으로 넘어가는 이물감도 거의 없다. 현대에 있으면 대히트를 칠 식품이다. 하지만…….
“저는 잠시…….”
진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갔다. 양손에는 방패와 검이 들려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웅이 말했다.
“생각할 게 많으신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아직은 돌아갈 생각이 없나 보네.”
“음…… 우리 팀에 있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진후 님은 대한길드에 계셔야지.”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민철의 어깨에 유라가 다가와 기대었다.
“알아서 하겠죠.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리.”
“아, 으, 응.”
진후는 그들에게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걸어왔다. 주변에는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둑어둑하여 시야도 좁다. 그는 검과 방패를 내려놓고는 허리를 살짝 숙였다.
“읍, 우웨에엑.”
입 안에서 노란빛이 감도는 진득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언데드 특성을 습득, 아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후부터 라브를 체내에서 흡수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대신 몬스터를 잡으면 몸 안으로 흡수되는 하얀 연기가 자신의 몸을 치료해 주며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진후는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내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꽉 쥐었다. 힘이 넘쳐흐른다. 나른하다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정도다. 심장에서는 냉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밤이 되고 나서부터 힘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11층대에서 마주쳤던 붉은 안광의 해골들이 떠올랐다. 진후는 피식 냉소를 흘렸다.
‘나도…… 그놈들과 같은 처지가 된 건가?’
두근, 두근…….
심장에 머물고 있는 냉기가 계속해서 울렁거린다. 그것은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재촉하는 느낌이다. 진후는 눈을 감고 집중하여 그 냉기를 제3의 감각으로 조심스레 자극했다.
쩌정!
그러자 천둥이 치듯이 무서운 속도로 심장에서 냉기가 뻗어 나왔다. 그러고는 마치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두근거림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진후는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내렸다.
“이건…… 뭐지.”
자신의 손바닥을 기준으로 바닥이 하얗게 변해 있다. 딱딱하고 한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다.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살폈다. 한기 서린 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그의 입가에는 억누를 수 없는 미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터벅, 터벅, 터벅.
넓은 공동에 발소리의 메아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여울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통로를 홀로 걷고 있다.
이곳은 35층, 휴식층이다.
35층은 5층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커다란 통로가 외곽에 둥글게 나 있고,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거대한 공동이 나온다. 그 수는 시계처럼 12개로, 위치도 시간과 같은 위치다.
그 가운데에는 34층과 36층으로 갈 수 있는 입출구 계단이 있고, 그곳에만 물이 흐르고 감정의 돌도 있다. 그리고 12시와 6시에 위치한 두 개의 공동에만 이곳과 통로가 이어져 있다.
후에 공동끼리 독자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도 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구조다.
여울은 바로 감정의 돌에 손을 대었다. 돌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며 글씨가 쓰이기 시작했다.
-레벨 : 6
-경험치 : 5퍼센트
-특성 :
다크니스 – 어둠의 힘이 깃든다. *
민첩 – 민첩이 현재의 1.9배 상승한다.
독 내성 – 6레벨 미만의 독에 내성이 있다.
동체시력 – 빠른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다크니스 옆에는 여전히 별표가 반짝이고 있다. 여울은 손끝으로 그 별표를 터치했다.
Lv5 다크니스 큐어 – 자신의 몸을 치료한다. 무의식 자동 발현 1~10DK
Lv3 다크니스 블레이드 – 무기에 어둠의 기운을 두른다. 1h=1DK
Lv1 다크니스 버서커 – 몸에 어둠의 기운을 두른다. 10min=10DK
? – 1회=10DK
블레이드가 전보다 더 선명하고 크다 싶었는데 레벨이 올라서 그런 것이었다. 버서커에는 12시간 쿨타임이 있다는 설명은 적혀 있지 않다. 어차피 ‘권장’ 사항이니 적혀 있지 않은 것인가?
경험치 5퍼센트, 레벨업하고 거의 몬스터를 잡지 않았으니 베헤모스와 라타 일당이 1퍼센트라고 치고, 31층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는 3일 동안 4퍼센트 정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세 달 가까이 이렇게 몰이사냥을 해야 레벨업을 한다는 것이다. 여울은 경험치를 유심히 바라보며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여울은 바로 뒤돌아서려다가 옆구리에 걸쳐 있는 베아를 보았다. 검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알았지만 혹시나 더 숨겨진 능력이 있을지 모른다.
베아를 감정의 돌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전면에 있는 돌에서 다시 빛이 새어 나왔다.
이름: 베아
재질: 베헤모스의 뿔
특이 사항: 최초 입수자와 기운 연결
최초 입수자, 베아는 주머니나 반지와는 다르게 최초로 습득한 사람과만 베헤모스의 기운이 연결된다는 뜻으로 추측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뼈로 된 검일뿐이라니 괜히 더 애정이 간다.
이 검의 능력이 은서에게 가는 길을 더욱 단축시켜 줄 것이다.
여울은 목을 축이기 위해 감정의 돌을 두르고 있는 물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36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그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키힉!”
소년은 마치 고양이처럼 계단 옆으로 바로 뛰어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거리는 약 20미터, 자신은 엄두도 내지 못할 거리를 한 번에 벌리는 소년이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세 개의 검이 날을 세운 채 둥둥 떠 있다.
여울은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소년도 이번에는 공격이나 도주를 하지 않고 마주 노려보았다.
“나는.”
여울의 목소리에 소년이 움찔했다. 자칫하면 튀어 나갈 몸짓이다.
“나를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해치지 않는다.”
소년은 여울의 말에 가만히 여울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여전이 날이 서 있다. 여울은 그에게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는 세수를 몇 번 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아…….”
소년은 여울이 올라간 계단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더워…….”
그는 갑자기 물속에 들어가 요란스럽게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어푸! 어푸!”
* * *
[케라브, 36층입니다.]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닥쳐왔다. 여울은 바로 바닥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바닥을 내리찍는 소리가 꽤 중후하다. 소년이 몬스터를 달고 왔던 모양이다. 여울은 새로운 몬스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베헤모스, 아니 고릴라를 닮은 외형에 이마에는 베헤모스와는 다르게 뿔이 하나만 달려 있다. 네 발을 바닥에 디뎠는데도 2미터가 조금 넘어 보이는 덩치에, 몸집 자체는 오크보다 훨씬 두껍다.
두 앞발은 어마어마하게 두꺼워 웬만한 성인 몸통만 하다. 그 끝에 주먹은 새까맣고 가뭄을 맞이한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는데 갈라진 틈 사이로는 용암처럼 붉게 빛나는 무언가가 열기를 내뿜고 있다.
놈은 앞발을 들어 올려 가슴을 탕탕 쳤다. 저런 모습은 고릴라의 모습 그대로다.
“쿠헤에에에!”
여울은 검은 검과 하얀 검을 두 손에 들고는 놈에게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