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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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통합
케라브 37층, 이곳에서 머무른 지 반나절이 지났을 쯤이었다.
콰앙!
공동에 모여든 다섯 마리의 화염고릴라가 충격파에 휩쓸려 몸통이 찢겨 나간다. 여울은 재가루가 묻은 옷을 털고는 고개를 들어 한곳을 바라보았다.
공동 입구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소년이 보인다. 그는 여울과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더니 오히려 몇 걸음 더 다가왔다. 등에는 블랙다콘의 가죽으로 나름 정교하게 만든 검집에 세 개의 검이 부채꼴로 꽂혀 있다.
“나, 나는 이수언입니다. 아, 아까는 감사합니…… 개싯키! 흡.”
이수언이라고 소개한 소년은 화들짝 놀라 자신의 입을 막고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몇 번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 싯풀! 하, 합니다.”
조금 경계가 심하다 싶었는데 틱장애가 있던가?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차별을 받아 혼자 올라온 것인가?
여울은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수언은 움찔하면서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여울이 다섯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서서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는 왜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려고 하지?”
틱장애로 사람들이 싫다면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충분하다. 케라브의 크기는 지금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넘치도록 넓으니, 여울이 보기에 그는 자신처럼 빨리 올라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손을 안절부절못하며 눈을 빠르게 깜빡이던 그가 여울의 질문에 갑자기 모든 동작이 멈춰 섰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여울과 똑바로 눈을 마주하고 대답했다.
“엄마가 혼자 기다립니다. 엄마가 많이 걱정할 겁니다. 나는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합니다.”
그의 말은 점점 더 빨라졌다. 그와 함께 그의 절절한 마음이 더욱 잘 느껴졌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으니 그 어미의 마음도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그 어미의 마음을 헤아린 아들이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여울은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하며 두 걸음 더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소년은 눈동자, 긴 속눈썹, 하얀 피부에 갸름한 턱 선까지.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소녀라고 착각할 외모였다. 여울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딸을 찾아야 한다. 나와, 함께하겠나?”
“아…… 갯시키! 흡…….”
수언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는 여울의 눈을 다시 바라보았다.
* * *
수언과 처음으로 말을 섞었던 공동, 여울은 그 중심에 서서 입구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쿠구구구구구.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진동이 울리며 거친 괴성이 들려왔다. 곧이어 공중에 5미터는 떠 있는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 여울 아저씨! 데리고 왔어요!”
한층 밝게 소리치며 오는 수언의 등 뒤로는 수십 마리의 화염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여울은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수언이 저 많은 무리에 아무리 난도질을 해도 충격파로 잡는 자신의 경험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두 마리씩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빨리 레벨업을 할 것이라는 게 여울의 추측이다.
더불어 40층을 함께 공략하면 베아를 구해 주겠다는 조건에 수언은 매우 만족하며 자신의 손을 잡았다.
여울은 화염몬스터 무리에게 정면으로 뛰어들며 수언에게 외쳤다.
“60미터 뒤로!”
“넵!”
그가 순식간에 빠지는 것을 확인한 여울은 바로 몬스터 무리의 중심에 들어가 베아로 내리찍었다. 그와 함께 새하얀 파동이 공동에 휘몰아쳤다.
* * *
“씨이, 씨이, 씨이…….”
얼굴을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피를 뒤집어쓴 사내가 씩씩거리며 호전적인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장내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하다. 그의 한 손에는 도끼, 한 손에는 누군가의 머리채가 잡혀 있다. 그가 도끼를 추켜올렸다.
“흐아!”
퍼석!
머리채를 잡힌 사내의 목이 질퍽하게 잘려 나갔다. 그 주변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사내들이 보인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열댓 명중에 단 세 명, 그들은 부들부들 떨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다.
“사, 사람이 아니야…….”
“이런 미친, 이런 놈을 어떻게 잡으라고.”
“모, 몰라…… 으아아!”
피를 뒤집어쓴 사내가 한 걸음 다가오니 그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그는 도망치는 자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은떠, 은떠하테 가야 해…….”
풀썩.
사내, 둥둥은 그렇게 말하고는 세 걸음을 못 가 쓰러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기어 갔다.
“은떠하테 가야…….”
둥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 * *
이제 해가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간, 사막 한가운데에 교복을 입은 소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은서는 무표정으로 한곳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곳에는 시커먼 사내 무리가 넓게 펼쳐진 채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내들은 은서를 반쯤 포위하자 그 가운데에 있는 자가 한 걸음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는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있는 진강길드의 길드장, 중철이었다.
“얘야, 어쩌다 이런 곳에 혼자 있니? 다리는 다친 거니?”
은서는 그들의 허리춤에 있는 무기들을 힐끗 보고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친구 기다리고 있어요.”
“친구? 크흡.”
“큭큭.”
사내들은 은서의 말에 비웃음을 보냈다. 중철은 웃음을 그치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근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 혼자 놔두면 아저씨 마음이 아파요. 그러니까 친구 기다리는 동안 아저씨가 보호해 줘야겠어.”
“괜찮아요, 친구 금방 올 거예요.”
중철은 손을 이마에 대고는 킥킥거리며 웃다가 돌연 정색하며 은서를 보고는 말했다.
“얘야, 그 친구는 안 온단다.”
은서는 그를 째려보았다. 그들이 멀리서 오면서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때, 그들 뒤에 가려져 있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아까 둥둥이 안고 갔던 여인이었다. 은서의 불안한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둥둥, 둥둥은 어디 있죠?”
“둥둥? 하핫, 그 돼지 말하는 거구나? 그놈이야 이미 돼지고기가 되어 내 부하들 배를 채워 줬을 거다. 이젠 아저씨하고 지내자꾸나.”
은서는 손톱을 입으로 뜯으며 중철을 바라보았다. 그는 예측성 발언을 한 것이다. 둥둥은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다. 이자들을 달고 둥둥을 찾아볼 수 있을까?
불가. 만약 찾는다고 해도 5분이 지나 둥둥 혼자서 이 모든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그럼 5분 안에 이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은서는 손을 내리고는 중철에게 말했다.
“저를 어떻게 하려는 거죠?”
자신의 동료가 죽었다는데도 차분한 그녀의 반응에 살짝 놀란 중철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재미있는 아이구나. 우린 그저 너와 함께 지내고 싶은 거란다. 네가 재미있는 재주도 가지고 있고…….”
터번을 쓴 사내는 교복 치마가 모두 덮지 못하여 살짝 드러난 은서의 허벅지를 보고는 윗입술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재미있는 몸도 가지고 있고…….”
“크크.”
“흐흐…….”
사내들은 히죽거리며 은서의 몸을 훑었다. 그들의 눈빛이 무섭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특성을 알고 접근한 것이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 패를 보여 봤자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좋은 때가 올 것이다.
은서는 손으로 허벅지를 가리며 중철에게 말했다.
“알겠어요. 가요.”
중철은 크게 웃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크하하핫, 그래, 영리한 아이구나? 얘들아! 이 공주님 모셔라!”
“예! 길드장님!”
그의 말에 덩치가 큰 사내가 다가와 은서를 번쩍 안아 올렸다. 은서는 손톱을 깨물며 둥둥이 사라졌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중철 일당에게 납치당한 지 사흘째. 이들은 낮에는 사막을 배회하며 사냥을 하고 밤에는 라브 옆에 자리를 잡고 밤을 보냈다.
그들은 은서 앞에서 서슴없이 그 여인을 범했다. 여인은 당하면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서와 눈이 마주치면 금세 피했다.
그녀를 거칠게 범하고는 부하들에게 넘긴 중철이 은서에게 다가왔다. 은서는 두 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하하, 두려우냐? 이 중철 님이 널 아낄 테니 걱정 말거라. 네 그 괴상한 요술만 보여 주면 아무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해 주겠다.”
“몇 번을 말해요? 전 요술 같은 거 못한다니까요?”
그녀의 대답에 중철이 얼굴색을 싹 바꾸고는 가녀린 손목을 낚아채며 위협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이, 꼬마, 아직 상황 파악 못 했나 본데, 여기는 케라브야. 지금 여기서 널 저년처럼 만들어도 아무도 우릴 벌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야. 알아먹어? 그렇게 되고 싶어?”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음욕이 스쳤다. 은서는 그의 말이 진심임을 느끼고는 더욱 뒤로 물러났다. 그는 더욱 눈을 희번덕대며 은서의 다리에 두터운 손을 올렸다.
“이제 좀 무섭나? 응?”
그때, 날쌔 보이는 한 사내가 해골들 사이로 뛰어와 터번을 쓴 사내에게 무언가 말을 전했다. 터번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중철에게 다가왔다가 그와 은서를 번갈아 보며 말하기를 망설였다.
중철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뭐 이 새끼야, 빨리 말해.”
“그, 그게…… 진영네가 그 덩치한테 당했답니다. 세 놈만 살아서 도망쳐 왔다고…….”
“뭐어?!”
중철은 살짝 은서를 보고는 터번 사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그녀와 거리를 살짝 벌렸다.
저 반응은 덩치가 둥둥을 지칭하는 것이 틀림없다. 둥둥은 정말 살아 있고 그들의 패거리를 격퇴한 것이다.
그럼 저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자신이라면 후환을 없애기 위해 이 무리로 둥둥을 찾아서 치려고 할 것이다. 그때가 기회다. 둥둥을 발견하면 오우거 환상을 일으켜 이들을 방해하고 그사이 둥둥에게 업혀 도망치면 된다.
은서는 주먹을 꽈악 쥐며 그 조그마한 입술을 달싹였다.
‘둥둥, 고마워 살아 줘서. 조금만 기다려…….’
다음 날, 중철 일당은 은서의 예상대로 사냥은 제쳐 두고 둥둥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15층부터 16층, 17층까지 이 잡듯이 뒤졌지만 둥둥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은서가 아는 둥둥이라면 분명 자신을 찾아 헤맬 텐데 헤어졌던 16층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둥둥을 찾아다닌 지 일주일째 되던 날, 터번 사내가 중철에게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때 그놈도 꽤 중상을 입었다고 하던데, 해골들에게 당해 죽어 버린 게 아닐까요?”
“음……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 이제 그만 접지. 저년 하나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야.”
은서는 몸을 움찔거렸다. 중철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치…… 저 여인을 보는 눈빛과도 같았다.
그날 밤, 은서의 예상대로 중철이 광기에 찬 눈빛으로 다가왔다. 그는 은서의 두 발목을 잡고 거칠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꺄흡!”
“야, 이 쌍년아, 내가 이렇게 공들여도 특성을 안 보여? 너는 오늘부터 저년이랑 똑같다. 알아들어?!”
중철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은서의 몸을 바짝 자신에게 붙였다. 은서는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돌렸다. 삶을 포기한 여인의 공허한 눈빛이 떠오른다.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음욕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둥둥, 아빠…….’
은서는 돌연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꺼내더니 바로 한 손을 중철에게 휘둘렀다.
퍼억!
“크하악!”
중철의 눈에 손가락만 한 뼛조각이 꽂혔다. 은서는 뒤로 한 손을 뻗으며 외쳤다.
“환상, 오우거 크렐!”
외침과 동시에 검은안개가 생겨나 은서의 손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 안개는 점점 짙어지더니 진녹색에 철갑 같은 근육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은서의 몸은 그 손을 따라 점점 공중으로 뜨더니 완전히 형태를 갖춘 거대한 괴물의 어깨 위에 앉혀졌다.
고개를 위로 확 꺾어도 끝이 까마득한 8미터의 괴물, 오우거의 등장에 중철 일당은 경악했다.
“뭐, 뭐야!”
“이럴 수가…….”
“트롤을 소환한다며…….”
그때, 오우거가 몸을 낮추며 중철 일당에게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워어어어어.”
“으아아악!”
퍼버버버벅!
중철 일당은 오우거의 주먹에 휩쓸려 모두 뒤로 엎어졌다. 하지만 10층의 오우거처럼 몇십 미터 뒤로 날려 보내는 괴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0층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 중철 일당은 혼비백산이 되어 뒤쪽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오우거는 바로 그들의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덩치에 비해 속도는 그들 일당과 비슷했다.
조금 거리를 벌린 터번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는 뒤돌아서 오우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좀 이상한데? 야, 쫓아!”
“네? 오, 오우거를요?”
“닥치고 저년 데려와! 사지를 찢어서라도 내 눈앞에 데려와!”
중철은 피가 흐르는 한쪽 눈을 가린 채로 부하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치고는 으르렁거렸다. 그의 남은 한쪽 눈동자에서는 이글거리는 광기가 비춰졌다.
5분 후.
오우거의 실체가 점점 안개화되며 은서의 몸이 내려왔다. 아직 근처에 라브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쿨타임인 10분이면 그들이 쫓아오고도 남을 시간이다.
은서는 급히 모래에 머리끝까지 몸을 파묻고는 두 손으로 입을 덮고 공간을 확보했다.
“후웁, 후웁.”
“이년 어디 간 거지? 오우거가 없어진 거 보니까 멀리 못 갔을 텐데.”
“다리 병신이니까 이 근처일 거야. 모래 안도 잘 뒤져 봐.”
아직 10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으득.
은서의 머리 위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엇, 잠깐만, 여기 좀 이상한데?”
이대로는 다시 잡히고 만다. 돌아가면 이번에는 중철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은서는 이를 악물고는 한 손을 들어 올려 사내의 발목을 잡았다. 4레벨 은서의 악력은 3레벨 사내와 비등하다.
그때였다.
띠링!
[40층 보스를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케라브 A, B구역이 개방됩니다.] [모든 구역이 개방되어 전층 통합이 진행됩니다.]기기기기기기긱.
경쾌하게 울리는 시스템 음성과 함께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거대한 진동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