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48
48
48 변화하는 케라브
콰아앙!
새하얀 파동이 넓게 퍼져 나가며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찢겨 나간다. 파동에 날아가 벽에 부딪친 몬스터들에게는 둥둥 떠다니는 검들이 날아가 목줄을 끊었다.
배를 보인 채 난도질을 당하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여울의 머릿속에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6레벨 숙련도가 완성되었습니다. 7레벨에 진입하시겠습니까?]여울은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본 채 멍하니 있었다. 수언과 몰이사냥을 시작한지 이 주째. 그저 훨씬 빨리 레벨업을 할 것이라고 예측만 했을 뿐 경험치를 직접 비교분석해 보지는 못했다.
정말 말 그대로 폭렙업이다. 여울은 얼떨떨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레벨업…… 했군.”
“아, 저, 저도요. 아까 전에.”
수언은 같이 지낼수록 틱장애가 잦아들었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심해진다고 한다. 초반에는 알면서도 욕설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 때가 있었다.
“내려가지.”
“네엡.”
레벨 동기화를 위해 35층에 내려선 수언은 여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여울 아저씨…… 저 동기화하는 동안…… 싯팔! 흡 흥, 죄, 죄송합니다. 지켜 주시면 안, 안 되나요?”
초반에 그렇게 경계하던 소년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여울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수언이었다. 한시가 급하지만 그가 아니라면 이렇게 빨리 레벨업을 하지도 못했고 그의 레벨업이 보스를 잡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울은 그의 머리에 두터운 손을 올렸다.
“그러지.”
수언은 여울을 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수언은 레벨 동기화 때 특이하게 옆으로 누워서 시작하였다. 한 번도 누군가가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한 적이 없기에 설레고 기분이 이상하다고 한다.
“흡, 허업!”
반나절 후, 수언은 몸을 몇 번 부르르 떨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뜨인 그의 눈동자에서는 푸르른 현기가 잠시 맴돌았다. 자신이 레벨업한 이후에도 저렇던가? 상당히 신비로운 광경이다.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아래층에서 먼저 사냥하고 있거라.”
수언은 잠시 멈칫하더니 여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저, 저도…… 아, 잠깐만 기다려요. 이거 보여 줄래요.”
사회성이 부족한 소년치고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더니 그곳에서 검 하나를 꺼내었다. 그동안 검이 망가지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 궁금증이 풀리는 때였다.
“이거 봐요. 짜잔!”
수언은 네 개의 검을 머리 위로 띄워 빙글빙글 돌게 했다. 수언의 특성 염력은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근력만큼의 힘을 시야가 닿는 곳까지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무형의 원거리 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의 개수가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한 개씩 늘어나는 것이다. 하나는 자신의 몸을 띄우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격용 검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개당 5분 지속에 10분 쿨타임이기에 몰이사냥 이후에는 검 두 개에, 몸을 띄우는 데 두 개씩을 사용하였다.
정말 다크니스만큼이나 최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수언을 보내고 여울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레벨 동기화를 시작하였다. 세포 변이의 고통은 여섯 번째에도 절대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후우…….”
여울은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5레벨에서 6레벨로 레벨업을 했을 때 마치 새로운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히 격이 다르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는 넘쳐흐르는 힘을 만끽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언의 레벨은 6, 자신의 레벨은 7, 지금 상태로는 베헤모스도 혼자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40층 보스, 적어도 강함의 정도를 가늠하고 몸을 뺄 정도의 실력은 충분할 것이다.
여울은 아래층에서 수언을 만나자마자 바로 입을 열었다.
“가자, 40층으로.”
“네엡!”
자신만큼이나 무모한 놈이다.
[케라브, 40층입니다.]마법진을 밟고 보스층에 올라오니 다른 층과는 차원이 다른 열기가 화악 덮쳐 왔다.
천장은 수백 미터가 넘을 것처럼 높고, 지름은 1킬로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공동이 펼쳐졌다. 주변 벽은 마치 용암이라도 폭발한 듯이 벽 부분부분이 녹아내려져 있다.
여울은 그 중심에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놈을 바라보았다.
파란 불을 머금고 있는 두 개의 머리, 강철도 찌그러트릴 사나운 송곳니, 6미터 높이에 길이는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집, 등줄기에는 절대로 꺼지지 않을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케르베로스…….”
베헤모스를 봐서일까? 저 거대한 몸집이 상대적으로 귀여워 보인다.
여울은 양손에 베아와 디카르를 들고는 케르베로스에게 달려 나갔다. 그의 뒤로 수언이 2미터 공중에서 바짝 뒤쫓았다.
둘을 발견한 케르베로스가 한쪽 앞발을 살짝 들었다가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앙!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반경 30미터에 불길이 치솟으며 수십 마리의 화염도마뱀이 생겨났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베아의 검신은 새하얗게 빛을 발했다.
‘이번 층은, 아무래도 보너스 층인 듯하다.’
콰아앙!
수십 마리의 화염도마뱀이 충격파에 휩쓸려 날아갔다. 케르베로스는 뒤로 조금 밀려나더니 여울을 향해 파란 불을 내뿜었다.
여울이 옆으로 빠져 화염브레스를 피하니 놈의 등허리에서 불길이 화악 치솟아 해일처럼 그를 덮쳐 왔다. 그 높이는 20미터가 넘어 보였고 열기는 30미터 거리에서도 피부를 녹일 듯이 뜨거웠다. 놈의 불길은 눈이 달린 듯이 여울을 마구 따라왔다.
그사이 수언이 놈의 뒤로 가서 세 개의 검을 쏘아 보냈다.
퍼벅! 푹!
놈의 옆구리에 검신이 반쯤 박혔다. 속도와 힘을 최대치로 쏘아 보냈는데도 저 정도면 베헤모스에 버금가는 견고한 가죽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놈이 수언에게 고개를 돌리자 등허리의 불길이 조금 사그라졌다. 여울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다크니스 버서커.’
시동어와 함께 바로 온몸이 화악 뜨거워지며 순간 자신의 움직임을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로 빨라졌다. 여울은 뒤따라오는 불길을 무시하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불길은 한 바퀴 돌아 놈이 자신의 몸을 둥그렇게 감싼 듯이 만들어졌다.
여울은 점점 좁혀 오는 불길에, 몸을 감싼 블랙다콘의 가죽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 손에는 디카르가 굳게 잡혀 있었다.
지척에 다다르자 놈이 불길을 머금은 입을 쩌억 벌렸다. 동시에 여울의 디카르가 검은화염을 번뜩이며 놈의 입을 지나 꼬리 끝까지 길게 베고 지나갔다.
부우우우욱!
“키헤에에에!”
놈이 고개를 쳐들고 비명을 내지르자 여울의 몸을 완전히 감싸던 불길이 흩어졌다. 수언은 물 만난 듯이 아예 검 다섯 개를 모두 꺼내어 놈의 몸에 난도질을 해 대고 있다.
여기저기 찢긴 놈의 몸에서는 피가 아닌 붉은 불덩이가 용암처럼 뚝뚝 떨어져 나왔다. 여울은 몇 번 더 그렇게 놈의 몸을 길게 긋다가 베아가 장전 가능함을 느끼고는 검을 바꿔들며 소리쳤다.
“뒤로 빠져!”
“네엡!”
동시에 베아의 새하얀 검신이 놈의 머리통에 깊숙이 꽂혔다.
콰아아앙!
놈의 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후끈한 열기가 화악 올라왔다. 놈은 베아에 꽂혀 있는 머리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찢겨 나갔다.
“후우, 후우.”
띠링!
[40층 보스를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41층이 개방됩니다.] [케라브 C, D구역이 개방됩니다.]여울은 허공을 올려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은서가 있는 구역이 개방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은서를 수소문할 수 있고, 50층을 공략하면 아래로 내려가서 직접 찾을 수도 있다.
그때.
[모든 구역이 개방되어 전층 통합이 진행됩니다.]“음?”
기기기기기긱.
시스템 음성과 함께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서 돌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기세다.
마법진은 30층과는 다르게 위로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 그리고 푸른 마법진만 있다. A, B를 구별해 주는 붉은 마법진이 없는 것이다. 전층 통합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다.
[기여도 보상 ‘블레티노의 불꽃’을 수령하시겠습니까? 24시간 이내에만 수령 가능합니다.]지금은 보상을 수령할 타이밍이 아니다. 여울은 수언에게 손짓하였다.
“일단 내려가지.”
어차피 그에게 베아를 구해 주기로 약속했으니 다시 올라오는 데 며칠 걸리더라도 일단 30층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합이 말 그대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여울은 바로 푸른 마법진에 발을 올렸다.
***
끈적한 습기가 피부에 들러붙는 울창한 정글. 거대한 고목들이 볼썽사납게 부러져 여기저기 누워 있다.
“쿠훼에에에에!”
고막을 찢을 듯한 포효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는 아파트 15층 높이는 될 법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회색 고릴라가 두 앞발을 높이 추켜올리고 있었다.
“충격파다!”
“충격파다!”
“위치로!”
“위치로!”
그 앞에는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끝까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발끝을 돌려 사람들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들의 가장 앞에는 흙바닥에 발을 굳게 붙이고는 방패를 단단하게 쥐고 있는 사내 둘이 있었다.
바로 김진후와 강민철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악!”
“으아악!”
베헤모스의 앞발이 바닥을 내려치자 민철의 몸이 후웅 날아가며 그 뒤에 있던 자들도 뒹굴뒹굴 몸이 굴러 갔다. 하지만 누구도 몸을 크게 다친 자는 없었다.
김진후는 뒤로 1미터가량 밀려났을 뿐 처음 그 자세 그대로였다. 그의 뒤에 몸을 숨겼던 자들도 모두 멀쩡했다. 그는 방패를 거두고 검을 추켜올리며 소리쳤다.
“공격!”
“공겨억!”
“공격!”
공격 명령과 함께 튀어 나가는 사람들은 낯익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에는 리안길드의 원거리 부대가, 다른 쪽에는 지연과 서한의 팀이, 민철 쪽에는 일권을 중심으로 대한길드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진후는 한기가 느껴지는 오른손을 꽈악 쥐며 베헤모스에게 달려 나갔다. 그때, 돌연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40층 보스를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41층이 개방됩니다.] [케라브 C, D구역이 개방됩니다.] [모든 구역이 개방되어 전층 통합이 진행됩니다.]기기기기기기긱.
“뭐,뭐지?”
“뭐야?”
“40층이라니?!”
“미, 미친! 누가?”
그와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듯이 진동이 밀려왔다. 거대한 나뭇잎이 후두둑 떨어지고 금이 간 나무들은 완전히 옆으로 쓰러져 내렸다. 베헤모스도 영문을 모르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렇게 진동은 1분간 지속되더니 이내 잦아들었다.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준비했다. 그때, 지연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길 봐요!”
그녀의 고음의 목소리가 꽤 컸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저 멀리에 또 하나의 베헤모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헤…… 엑.”
“뭐, 뭐야…….”
“이런.”
“도망가야 해, 도망가야 살아!”
사람들은 당황하여 대열을 무시하고는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몬스터들은 두려움을 읽는다.
베헤모스는 방향을 꺾어 도주하는 자들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또 한 마리의 베헤모스도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 중간에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명의 사내였다. 진후는 그들 중 한 명을 알아보았다.
‘당, 당신은 대체…….’
지연과 서한도 그를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여울 아저씨!”
“엇, 여울이다!”
그 둘은 바로 여울과 수언이었다. 여울은 바닥에 내려서 두 마리의 베헤모스를 번갈아 보고는 진후와 눈을 마주치고 입을 열었다.
“저건 우리가 잡겠다.”
여울의 손가락 끝은 이곳으로 달려오는 베헤모스를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