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50
50
* * *
모래만 휘날리는 사막 언덕, 그 가운데에 한 남자가 눈을 감고 서 있다.
‘시이.’
‘삑삑!’
‘돌아와.’
‘삐익!’
분명 성질을 낸 것 같은데, 잘못 느꼈을 것이다. 눈을 뜨고 잠시 기다리자 5분도 되지 않아 빛의 속도로 돌아오는 하얀 새가 보였다. 새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조그마한 놈이다.
시이가 여울의 손등 위에 앉아서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신기한 능력이지만 그냥 돌아다니기만 하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울은 그와 눈을 마주하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이, 라브 찾을 수 있나?”
“삑삑!”
잘 알아들은 게 맞는다면 무시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손등을 박차고는 가공할 속도로 날아올랐다.
여울은 다시금 눈을 감았다. 역시 그냥 눈을 감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이.’
화아악!
그 이름을 부르자 엄청난 속도로 주변 배경이 지나가는 장면이 펼쳐졌다. 마치 직접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라브 위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여울의 한쪽 입꼬리가 살며시 말려 올라갔다. 시이가 있으면 은서를 찾는 시간이 수 배는 단축될 것이다.
여울은 대략 한 시간에 한 번씩 눈을 감고 시이의 시야를 확인했다. 그렇게 15층에 도착했을 때, 시이가 어딘가를 계속 맴돌고 있어 불러들이고는 그곳으로 안내를 시켰다.
퍽! 퍼석! 퍼억!
“사, 살려 주세요! 제발!”
퍼석!
누군가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깨져 나갔다. 여울은 그곳에서 살인을 자행하고 있는 자의 얼굴을 알고 있다. 2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덩치, 반쯤 감긴 눈, 짧은 머리, 그는…… 은서를 납치했던 납치범이다.
여울은 그에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놈이 자신의 딸에게 회칼을 들이댔던 기억이 떠오르자,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끓어 올라왔다.
터벅, 터벅, 터벅.
“으, 은떠 아빠다…….”
여울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목소리에 떨림은 더해져 갔다. 바로 앞에서 멈춰 선 여울은 서슴없이 그의 입에 손을 집어넣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우웨에엑.”
덩치는 여울의 팔뚝을 두 손으로 붙잡고 버둥거렸지만 그리 심하게 발버둥 치지는 않았다. 마치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여울은 살기를 가득 머금은 눈으로 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더러운 입으로…… 내 딸의 이름을 내뱉지 마라.”
콰아앙!
여울은 그를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면서도 피 묻은 두 손바닥을 붙여 비벼 댔다.
“두, 둥둥, 따, 딸려 듀세요…….”
그의 간절함과는 상관없이 여울의 오른손에서 검은색 검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울이 디카르를 추켜들었을 때, 앳되어 보이는 두 소년이 둥둥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 잠깐만요! 이 아저씨가 우리 복수를 해 준…….”
“비켜라.”
여울은 살기를 거두지 않고 두 소년에게 말했다. 기운에 옭매인 소년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여울이 디카르를 내려찍으려는 찰나, 둥둥이 다급하게 말했다.
“은, 은떠하고 약소! 약소케슴니다! 은떠 아빠한테서 디켜 둔다고 약소케슴니다! 으, 은떠 둥털이 잡아가뜹니다!”
그 말에 여울의 눈이 번뜩 뜨였다.
“누구라고……?”
* * *
자기 자신을 둥둥이라고 칭하는 이 덩치는 케라브에 처음 떨어질 때 은서와 같은 곳에 떨어졌다고 한다.
위기에 처한 은서를 자신이 구해 줬고, 후에 은서아빠를 만나면 살려 주는 조건으로 은서와 함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 전까지 은서와 같이 있었으나 중철이라는 악한 일당에게 속아 함정에 빠졌고 그들이 은서를 데려갔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너의 목을 보류하지, 찾아라.”
“알, 알게뜹니다!”
둥둥은 여울에게 크게 대답하고는 허허벌판의 사막으로 뛰어나갔다. 여울은 그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반대편으로 달려 나갔다.
모든 층이 통합되며 사막도 원래의 4배 가까운 크기로 커졌다. 그래서 허허벌판의 사막이더라도 뒤지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것도 시이가 있어서 시간이 훨씬 단축된 것이다.
“허억, 허억, 타, 타다밨는데, 은떠가 없뜸니다!”
둥둥이라는 사내는 예상과는 다르게 풀어놓아도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순해서인지 무서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지낼수록 은서와 오랫동안 함께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3일째 되는 날 19층, 검상에 당한 좀비들이 눈에 띈다. 은서를 봤다는 사람들은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여울은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눈을 감았다. 이제 제2의 시야를 확인할 때다.
‘시이.’
시이의 이름을 부르자 새로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무들이 볼썽사납게 쓰러진 곳, 그 사이에 교복 치마의 주름진 부분이 살짝 보인다.
여울은 눈을 번쩍 떴다.
* * *
“헉헉, 헉, 허억.”
끝없는 모래와 붉은 안광의 해골들이 깔려 있는 사막의 밤,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두 손과 무릎으로 빠르게 기어가고 있다.
그녀의 무릎은 살점이 뜯겨 나가 피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한 무리의 사내들이 서슬 퍼런 검을 들고 쫓아오고 있다.
“헙.”
은서는 멀지 않은 거리에 사냥을 하고 있는 한 파티를 발견했다. 그녀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치며 그들에게 기어 갔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저기 뒤에 사람들이 절 죽이려고 해요!”
그녀의 외침에 그들이 고개를 돌려 은서를 발견했다.
“엇, 저건 뭐지?”
“여자아이잖아?”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은서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얘야, 무슨 일이니? 저 사람들은 뭐야?”
은서는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으며 애원했다.
“살려 주세요! 저들이 저를 죽이려고 해요. 저들은 살인자예요!”
사내는 은서를 진정시키고는 달려오는 중철의 무리에게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얘야, 얘야, 진정하렴. 괜찮아, 괜찮아, 거기 잠시만요. 이 아이가…….”
그때, 중철의 무리는 달려오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사내는 들어 올린 손과 함께 머리가 잘려 나갔다.
“꺄아악!”
피를 뒤집어쓴 은서는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 재빨리 기어갔다. 사냥하던 파티원들은 자신의 리더가 당하자 검을 들고 달려왔다가 중철 일당에게 처참히 살해당하는 중이다.
채앵! 챙! 서걱!
“크악!”
“아아악!”
그들의 비명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때 한쪽 눈을 헝겊으로 가린 중철이 기어가고 있는 은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개년부터 잡아!!”
중철의 눈은 이미 평정심을 잃고 광기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내치는 대로 살육을 저지르면 C구역의 살인마 주인노처럼 공적이 된다는 생각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으으어어어!”
그때 사막 한가운데에 오우거가 포효를 내지르며 일어나더니, 모래를 뒤집어 흙먼지를 일으키고는 은서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쿨럭쿨럭!”
“켈록! 케헥.”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기침을 해 대는 자신의 부하들을 보며 중철이 사납게 소리쳤다.
“이 병신들아! 빨리 쫓아!! 저 오우거는 반쪽짜리니까 무시하고 저년을 잡아!”
“크흡, 옙! 가자!”
그의 부하들은 한 팔로 입과 코를 막고는 흙먼지를 뚫고 달렸다.
쿵! 쿵! 쿵! 쿵!
달리는 오우거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는 은서는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저 멀리 미스릴을 채굴하느라고 수십 그루의 나무가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곳이 보인다.
은서는 오우거의 어깨를 툭툭 쳐 자신을 내려놓게 하고는 왔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시 돌아가서 그놈들을 혼내 줘!”
“그르르르…….”
“쉿, 조용하고! 빨리.”
오우거는 포효를 하려다가 말고는 뒤돌아서 달려 나갔다. 이동성이나 물리력이 가장 뛰어난 환상이 오우거인데, 덩치도 크고 발자국도 제대로 남아서 들키기 쉬운 것도 오우거다.
지금까지 오우거로 이동하고 5분이 되어 사라지면 조금 더 기어가서 모래 안에 숨기를 반복했다. 이성을 잃은 중철 일당은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은서는 나무들이 쓰러진 곳으로 기어갔다. 나무가 있는 곳은 바닥이 딱딱하여 파고 들어갈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 개의 나무가 겹쳐 쓰러져 그녀의 조그마한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숨을 죽였다.
‘제발, 제발 한 번만 지나가라.’
잠시 후.
다다다다다닥!
“여기서 발자국이 끊겼다. 이 부근 모래 다 뒤엎어!”
“예!”
푸슉! 푸슉!
검으로 모래를 거칠게 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놓쳐 버리고, 아이가 15층으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자신의 길드는 끝장나 버린다. 이미 세 파티 이상을 마구잡이로 살해했기 때문에 공적으로 소문이 돌고 있을 것이다.
공적이 되면 C구역의 모든 길드가 적으로 선포하여 15층에 머물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니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없습니다!”
“이거…… 없는데요? 뭔가 이상해요. 오우거를 우리한테 다시 보낸 것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거 같은데요?”
“놓쳤나…….”
그들의 말소리를 들은 은서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그래, 이대로 지나가라.’
그때, 터번을 쓴 사내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무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를 뒤져 봐라.”
“저기요? 저기는 땅속으로 못 숨지 않습니까?”
“닥치고 찾아! 나무 사이사이.”
“넵.”
타닥, 타닥, 타닥.
그들의 발소리가 이쪽으로 가까워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환상을 부르려면 아직 5분은 더 남았다. 게다가 너무 연속으로 특성을 사용하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중철과 터번 사내는 함께 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그러다가 터번 사내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찍어 중철에게 보여 줬다.
그것을 보고는 중철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쳤다.
“아이야, 꼭꼭…… 숨어 있어라, 꼭꼭……. 이번에 잡히면 네년의 사지를 자르고 껍질을 벗겨서 모래에 절여 줄 테니까…….”
터벅, 터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은서는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았다.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곳에 오자마자 발목이 부러지고 이제는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게 생겼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을까? 둥둥…… 아니, 아빠가 보고 싶다.
“나는…….”
중철의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쥐새끼를 싫어하지!”
나무 틈새로 헝겊을 뜯어내어 한쪽 눈이 휑한 중철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바로 손을 뻗어 은서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챘다.
“꺄아아아악!”
중철은 은서를 밖으로 끌고나와 바닥에 자빠트리고는 그 위에 올라탔다.
“일단 이 손부터 잘라 주마!”
그는 한 손으로 은서의 가느다란 손목을 누르고는 서슴없이 날카로운 칼을 휘둘렀다. 은서는 그 끔찍한 장면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퍼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하체에 실린 체중이 가벼워졌다.
눈을 떠 보니 중철의 허리가 반대로 꺾여 있고 머리는 모랫바닥에 꽂혀 있다.
“끄르르륵…….”
그의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르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그의 뒷모습이 상당히 낯익다.
그 남자는 천천히 뒤돌아서더니 자신에게 부드러운 두 손을 내밀었다.
“은서야, 아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