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57
57
5. 충돌
삐이익, 삐이익.
시이와 비슷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내려 보니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에는 나비도 날아다니고 개미, 벌레들도 보인다. 21층 대 개미는 거대했으나 이곳은 모든 것이 정상적이다. 나무들도 평범하며 공기도 좋다.
마치…… 원래 있던 곳에 온 듯하다.
철컹! 철컹! 철커덩!
쇠가 부딪치는 마찰음이 들려온다. 여울은 키가 큰 수풀 쪽으로 빠져서 몸을 낮췄다.
“케룩, 켈락.”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족 보행을 하는 몬스터들이다. 오크와 비슷한 크기에 거대한 도마뱀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모양새다. 머리에는 붉은 볏이 있고 갑옷도 제대로 갖춰 입고 있다. 두 손에는 철퇴, 검, 도끼 등의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는데 오크들의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단단해 보였다.
그 생김새가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리자드맨과 흡사하다. 세 마리, 일단 전력 체크가 우선이다.
여울은 한 마리에게 디카르를 던지고는 베아를 뽑아 들며 달려 나갔다. 놈이 디카르를 의식하고 몸을 돌렸지만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놈은 디카르에 대가리가 꿰뚫리며 뒤로 넘어갔다.
다른 놈이 여울의 머리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끝부분이 쇠사슬로 연결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철퇴다.
여울은 속도를 멈추지 않고 들어가며 디카르를 거둬들였다. 디카르가 철퇴보다 먼저 그의 손에 빨려 들어오며 액체화되어 손을 감싼다. 그는 주먹을 쥐고 날아오는 철퇴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콰앙!
호선을 그리며 휘둘러지던 철퇴가 갑자기 반대편 직선으로 날아가 도끼를 든 리자드맨의 대가리에 박혔다.
퍼석!!
“케룩!!”
철퇴 리자드맨은 순간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힘을 주어 그것을 빼내었다. 안면이 찌그러진 도끼 리자드맨은 비틀거리며 힘없이 도끼를 휘둘러 대다가 고꾸라졌다.
후웅! 후웅!
마지막 놈은 화가 난 듯이 철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여울은 그것을 여유롭게 피하다가 베아를 그 궤적에 살짝 내밀었다.
그 끝에는 검은화염이 둘러져 있었다. 다크네스 수치가 1200이 넘어간 후부터는 거의 항상 사용하고 있다.
파삭!
중간에 사슬이 힘없이 끊어지며 철퇴 부분이 저 멀리 날아가 나무에 박혔다. 놈은 끊어진 손잡이와 철퇴를 번갈아 보더니 그것을 던져 버리고 맨손으로 여울에게 달려들었다. 패기가 있는 놈이다.
여울은 베아를 집어넣고는 두 손을 마주 뻗었다.
우둑!
‘음…….’
놈과 두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하는데 그 근력이 보통이 아니다. 움직임이나 손놀림도 빠른 편이니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서면 꽤 고생할 듯하다.
“케락, 켈륵…….”
얼굴이 함몰되어 바닥에 엎어져 있던 놈이 머리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쯤 들어갔던 얼굴은 진녹색 거품이 부글부글 끓으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놈들은 10층의 오우거만큼이나 재생력이 뛰어났다.
여울은 마주한 놈의 두 손을 밀치고는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놈이 두 손을 교차시키며 다급히 방어한다. 여울의 검은 주먹은 그 끝이 뾰족하게 변하고 있었다.
푸욱!
놈의 뒤통수에 검은색 검신이 툭 튀어나왔다. 여울은 놈의 배를 발로 차서 검을 빼내며 이제 막 일어난 도끼 리자드맨의 목을 잘라 냈다.
털썩.
대가리가 완전히 파괴된 놈들은 재생력이 다시 발휘되지 않았다.
강한 놈들이 첫 층부터 세 마리씩 몰려다닌다. 화염고릴라가 무기와 갑옷을 갖춰 입은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여울은 그 이후로도 수많은 리자드맨들을 베고 다녔다. 놈들은 항상 두 마리 이상, 네 마리 이하였다.
네 마리로 충격파를 쓰기는 아까워 두 검으로 놈들의 목만 닥치는 대로 날리고 있던 때였다.
챙! 채앵!
미세하게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층에서 들리는 소리라면 반드시 수언이나 주인노일 터였다. 여울은 재빨리 몸을 날렸다.
쏴아아아아!
여울은 그곳에 우뚝 멈춰 섰다. 낯선 광경, 아니, 낯익어야 하는 광경. 아직 41층인데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 높이의 그 강물에는 창을 들고 있는 물고기가 있었다. 사람 모양의 팔다리에, 몸통과 머리만 물고기 모양새인 머맨이다.
머맨과 리자드맨이 강가 근처에서 무기를 맞대고 있다. 갑옷을 차려입은 리자드맨이 우위를 점했지만 긴 리치로 일제 공격을 퍼붓는 머맨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모습은 처음 봐서 몇 초 동안 넋 놓고 보게 되었다. 이곳은 여러 가지로 지금까지의 케라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들이 싸우든 말든, 이렇게 같이 모여 있으면 자신을 자극할 뿐이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베아를 장전했다.
쿠우우웅!
여울이 뛰어들자 강물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수언과 함께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금방 레벨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레벨이 된 이후부터 경험치를 확인해 보지 않았는데, 후에 45층에 올라서면 분석해 봐야겠다고 여울은 생각했다.
삑.
시이의 부름이 들려왔다. 은서를 만난 이후에 언젠가부터 목표를 찾으면 거리가 멀어도 이렇게 텔레파시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부르는 시이였다.
여울은 눈을 감고 시이에게 응답했다. 드높은 배경이 펼쳐지며 저 아래에서 네 개의 검과 테니스공 같은 작은 불꽃을 부리는 소년이 보였다. 여울은 눈을 바로 뜨며 외쳤다.
‘시이, 들어와.’
* * *
며칠 전, 케라브 39층 사냥터.
한 소년이 동굴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입으로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다.
‘레벨업, 레벨업 해야 해, 레벨업 하기로…….’
“헙!”
이곳에서 한 번도 사람과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이나 이곳에 올라왔다.
게다가 그들이 자신을 부르며 다가온다. 그는 반사적으로 휘두르려던 손을 붙잡으며 누군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경계는 하되, 먼저 공격하지 마라. 절대로.’
그는 공격 본능을 참아 내고는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어엇, 이봐, 소년! 잠깐만! 그때 30층에서 봤지? 나 여울 친구야!”
‘여울 아저씨?’
그의 말에 소년, 수언은 멈칫하고는 뒤돌아섰다. 그가 점점 다가온다. 땀이 흐르고 손이 떨린다. 역시 낯선 자들은 역겹다.
“개샛끼!”
이런, 또 이 빌어먹을 것이 나와 버렸다. 수언은 몸을 띄우고는 가공할 속도로 그곳을 벗어났다.
며칠간 지켜보았지만 그들은 39층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었다. 사냥 방법의 특성상 범위를 넓게 돌아다니는데 하루에도 세 번은 마주친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더 위로, 아무도 없는 곳으로 올라가야겠다. 여울 아저씨가 없이는 타인을 마주하기가 힘들다.
40층에 올라서니 케르베로스가 보였다. 아저씨와 함께 왔을 때는 그렇게 작아 보이던 놈이 지금은 왜 이렇게 산처럼 커 보이는지 모르겠다.
등 갈퀴에 달려 있는 화염이 날개처럼 펼쳐지며 무서운 속도로 덮쳐 온다. 수언은 모든 공격을 쏟아붓고는 마법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마법진으로 이동하는 사이 티셔츠 끝부분에 불이 붙어 바로 바닥에 누워서 그것을 꺼트렸다.
“아, 하…….”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햇볕이 따사롭다. 살짝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뭇잎이 정겹다.
이곳에 오기 전에 봤던 풍경들, 나비는 꽃을 쫓아다니고 벌레들이 나무를 타고 다닌다. 가슴속에 턱 막혀 있던 무언가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케라브였다. 화염고릴라보다도 더 강한 몬스터들이 즐비해 있었다. 수언은 네 개의 검과 블레티노의 불꽃을 부리며 가까이 다가오는 몬스터들은 크릴의 뿔로 튕겨 내어 자신의 몸을 방어했다.
가끔 충전을 해 줘야 다시 반탄력이 생기지만 그것을 날려 보내어 몬스터들의 심장을 꿰뚫다 보면 금세 충전이 되니 무한에 가까웠다.
크릴의 뿔이 있으니 자신의 몸을 띄우는 하나의 염력이 항상 남아 있어 그의 전투가 조금씩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후웅!
수언은 리자드맨 네 마리가 모여 있는 곳의 중앙으로 불쑥 들어가 크릴의 뿔을 한 바퀴 돌렸다. 반탄력에 튕겨 나간 놈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뒤로 대기하고 있던 검들이 심장을 꿰뚫었다.
“케헤에엑.”
불에 타오르고 있는 마지막 한 마리에게 검을 날렸다.
그때, 심상치 않은 느낌에 살짝 몸을 숙이며 뒤돌아섰다. 그 순간 눈앞으로 검은 무언가가 가공할 속도로 지나쳐 가 불타는 리자드맨의 목을 따고 다시 돌아갔다.
마치 부메랑 같은 움직임.
수언은 그와 비슷한 수법을 본 적이 있다. 바로 여울이 자주 사용하던 수법이다. 그는 반가움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코트를 입은 청년이 거대한 낫을 비껴들고 있었다.
“네가 이곳에서 제일 강한 자인가?”
그의 물음에 수언은 주춤했다. 그의 눈빛은 싸늘하고 호전적이다. 아마도 먼저 공격해야 할 대상인 듯하다.
수언이 대답 대신 자세를 잡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바로 낫을 추켜들고 튀어 왔다. 무서운 속도다. 염력도 아닌데 잔상이 보일 정도다.
수언은 자신의 몸을 띄워 뒤로 빠지며 세 개의 검을 그에게 보냈다. 그는 달려오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낫을 크게 휘둘렀다.
쩌저정!
세 개의 검이 부러질 듯이 튕겨 나갔다. 그의 낫은 뿔도 아닌데 반탄력이 강한 느낌이다.
수언의 검은 무언가에 강하게 튕겨 나가면 다시 염력의 효과가 살아날 때까지 약 5~10초 정도 걸린다. 그사이를 노리듯이 남자가 더욱 빠르게 덮쳐 온다. 당황한 수언은 바로 위로 몸을 띄웠다. 그가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할 생각이었다.
“재밌군!”
그는 소리치며 어깨를 뒤로 힘껏 젖혔다가 앞으로 휘둘렀다. 낫이 가공할 속도로 날아온다. 수언은 기겁하며 크릴의 뿔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충격파와 비등한 소리와 함께 그의 낫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수언은 얼얼한 손목과 피가 흐르는 자신의 손아귀를 내려다보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남자가 그사이 수직으로 된 나무를 타고 올라가다가 그것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져 있다.
“이거야!”
그는 튕겨 나가는 낫을 공중에서 잡아채고 수언을 향해 바로 휘둘렀다. 수언은 순간 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며 몸을 뒤로 뺐다.
쩌엉!
귀청이 찢겨 나가는 것만 같은 소리와 함께 낫 끝부분이 수언의 귀를 스쳤다. 쓰라림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수언의 뿔이 낫에 갈고리처럼 걸린 형태다. 그는 강한 힘으로 수언을 그대로 아래로 찍어 내렸다.
“하앗!”
“크흡!”
수언의 몸이 염력을 잃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커헉!”
등에 강한 충격과 함께 피를 토해 냈다. 위에는 햇빛을 등지고 떨어지는 그가 보인다. 검은 낫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미친 사신처럼 보였다.
이렇게 죽는 건가? 그의 눈빛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 간 눈이다. 자신도 이제 그중 하나가 될 듯싶다. 저자는…… 이길 수 없다.
그때, 갑자기 그늘이 드리워졌다.
쩌어엉!!
천둥이 치는 굉음이 울려 퍼지며, 사신과도 같은 자가 다가오는 속도보다 빠르게 뒤로 날아가고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는 누군가가 검을 위로 추켜올리고 있는 모습 보인다.
그의 검은 검은색이었다. 수언은 입 안 가득 피를 머금은 채로 외쳤다.
“아, 아젓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