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58
58
* * *
사삭, 사삭.
나뭇잎이 줄 그어 지듯 빠르게 지나간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멀리서 수언으로 추측되는 소년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콰앙!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위에서 어떤 사람이 커다란 낫을 내려찍으려고 한다. 여울은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튀어 나가며 디카르를 추켜올렸다.
쩌어엉!!
디카르와 낫이 충돌하며 거대한 충격파가 생겨났다. 그가 저 뒤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한 여울이 반쯤 고개를 돌리고 수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는 피를 토하여 엉망인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고 외쳤다.
“아, 아젓씨!!”
여울은 그를 내려다보며 건조하게 말했다.
“수고했다. 쉬어라.”
검은 코트, 긴 머리, 커다란 낫, 그가 이번 의뢰 대상 주인노가 확실하다. 그는 뒤로 날아가면서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자세를 잡고는 부딪칠 뻔한 나무를 박차고 바로 튀어 왔다.
그의 낫을 보니 검은화염이 일렁이고 있다. 여울은 두 개의 검에 검은화염을 두르고는 디카르를 던지며 베아를 뽑아 들고 달려 나갔다.
채앵!
검은화염을 두른 디카르가 튕겨 나가는 모습은 거의 처음인 듯하다. 그사이 지척에 다가온 여울은 그의 허벅지를 향해 베아를 찔러 넣었다.
쩌정!!
그가 낫의 손잡이로 베아를 막음과 동시에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반쯤 벌린 채로 총알 같은 속도로 뒤로 날아간다. 그사이, 튕겨 나간 디카르는 손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여울은 발에 힘을 주어 그에게 달려 나가며 디카르를 다시 던졌다.
콰아앙! 콰앙!
그의 몸이 세 그루의 나무를 관통하고 네 번째 나무에 부딪치기가 무섭게 디카르가 그의 배에 꽂혔다.
푸슉!
“커헉!”
여울은 베아를 든 팔을 한껏 뒤로 젖힌 채 가공할 속도로 달려 나갔다. 그는 디카르를 뽑으려고 움찔움찔하다가 검날의 방향을 확인하고는 그 반대쪽으로 몸을 굴렸다.
찌지직!
그의 옆구리가 디카르에 찢겨 나감과 동시에 그가 있던 나무가 숭텅 잘려 나갔다.
“컥, 헥, 크헉…….”
그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여울은 나무에 꽂혀 있던 디카르를 뽑아 들고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그의 몸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은신?’
여울은 바로 그의 머리를 향해 디카르를 집어던졌다.
후웅!
몸의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고 윤곽선만 흐릿하게 보일 쯤에 디카르가 그를 지나쳤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나갔는데 그의 은신은 풀리지 않았다.
베아의 장전 시간이 몇 초 남지 않았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다크네스 큐어로 출혈을 막았는지 혈흔은 그 자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은신은 사용자의 기운까지 축소시킨다. 집중해도 그의 방향을 추측할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진 듯하다.
스윽.
나뭇잎 하나가 역방향으로 흔들렸다. 저기다. 여울은 바로 쏜살같이 튀어 나가 베아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주변에 몬스터들과 함께 나무가 터져 나갔다. 하지만 주인노는 어디에도 볼 수가 없었다.
무영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은신 능력은 30분 지속에 1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30분 추가다. 저자는 최소 5레벨, 아니, 수언을 제압한 것을 보면 6레벨이 분명하니 2시간 30분은 은신할 수 있다는 것. 한번 숨으면 못 찾는다는 것이다.
은신에 다크네스의 움직임을 보면 민첩 특성까지 가지고 있는 자, 만만치 않은 자다. 그가 레벨업을 하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여울은 이제 간신히 상체를 일으키고 숨을 얕게 쉬고 있는 수언에게 발끝을 돌렸다.
* * *
“허억, 허억, 헉.”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누군가의 헐떡임이 들려온다.
주인노는 투명화 상태에서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는 쉴 새 없이 걸음을 옮겼다. 꿰뚫린 배에는 검은연기가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입꼬리를 씰룩이며 중얼거렸다.
“진짜다. 진짜야, 진짜가 왔어. 밤의 왕이 될 자가…….”
기운, 속도, 전투 방식까지 모든 것이 자신을 압도했다. 기대 이상으로 완벽했다. 강해져야 할 이유로 충분히 차고 넘쳤다.
그는 솟아오르는 기쁨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몰라 했다.
* * *
시이에게 주인노 탐색을 맡긴 여울은 수언과 함께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50층 보스를 잡기 전까지는 아래로 못 내려가니 한 층 한 층 탐색하며 압박해 갈 것이다.
여울은 예전에 39층에서 수언과 같이 몰이사냥을 할 때와 동일하게 하기로 했다. 수언이 몬스터를 몰아오는 동안 여울은 반대 방향의 몬스터 잡으면서 베아를 충전시키는 방식이다.
“아저씨!”
수언이 금세 돌아오며 소리쳤다. 그의 뒤에는 3~40마리의 몬스터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피해!”
수언은 여울의 말에 속도를 멈추지 않으며 고개만 살짝 돌렸다. 지척에 머맨이 던진 창이 있다. 그는 상체를 기울여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속도를 높였다. 여울은 달려 나가 그와 교차하며 몬스터 무리의 중앙으로 들어가 베아를 꽂았다.
콰아아앙!
15미터 안쪽에 있는 몬스터들은 터져 나갔지만 그 뒤로는 갑옷과 두터운 가죽 때문에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 이제는 범위 공격이라기보다는 스턴의 개념으로 바뀐 느낌이다.
나머지는 수언과 자신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처리한다. 대부분 정신이 반쯤 나간 놈들이니 빠르게 처리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놈들이 무기를 쓰다 보니 몰이사냥도 위험했다. 방금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고 수십,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분명 크게 다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수언이 놈들의 창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올라갈 수도 없다. 몬스터들은 근력이 높아서 던지면 20미터 높이는 기본인데, 자기 자신을 직접 운전할 때는 5미터 이하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한다. 10미터 이상이면 염력을 하나 더 써야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여울과 수언은 50마리를 최대치로 규정하고 몰아 잡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중에 수언이 저 멀리서 소리쳤다.
“아저씨! 마, 마법진!”
이제 가끔 반말도 하는 수언이었다.
이틀 동안 시이의 시야에 주인노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 같아도 힘을 기르고 오려면 마주쳤던 층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여울은 고민 없이 마법진 위로 발을 옮겼다.
올라갈수록 개체 수가 많아져 몰이사냥은 더욱 수월해졌다. 잡는 속도는 아래층과 비슷했지만 경험치는 더 줄 것으로 기대한다.
여울은 팔을 걷어 어깨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38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50층 보스 공략을 약속한 날도 그쯤이다. 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레벨업도 놓을 수 없다.
“삑.”
여울은 잠시 돌아와 어깨 위에서 휴식하는 시이의 부리를 톡 건드렸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시이가 있다는 것이 정말 큰 행운이다. 이렇게 조그마한 녀석이 이 정도로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시이에게 탐색을 맡겨 놓고 사냥에 열중했다. 과연 39층과 경험치 차이가 얼마나 날까? 45층에 가면 경험치를 비교해 봐야겠다.
* * *
챙! 채쟁! 챙!
34층 동쪽 동굴, 진후는 친위대와 함께 화염도마뱀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처음 보는 파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진후 일행을 발견하고는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음?”
진후는 사냥을 멈추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두 개의 도끼를 들고 있는 사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서 그와 마주 섰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예? 사냥하러 왔는데요.”
뭐가 문제냐는 듯이 묻는 표정에 진후는 살짝 검 손잡이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대한길드가 통제한다는 말 못 들었습니까?”
“그걸 내가…… 왜 지켜야 하는데요?”
그의 말대답에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친위대 중 몇몇은 움찔하며 뒤로 걸음을 물렸다. 진후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가 알아듣기를 바라며.
“케라브의 미래를 쥐고 있는 길드의 권리입니다.”
“허, 참, 미래는 무슨…… 약해 빠졌더만…….”
그가 주먹을 매만지며 코웃음을 쳤다. 그의 반응으로 보아 이들은 길목을 지키고 있는 통제 길드원 둘에게 해코지를 하고 왔다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진후는 바로 손을 뻗었다.
철썩!
그 사내의 고개가 부러질 듯이 홱 돌아갔다.
“커헉! 이, 이게 무슨 짓이…….”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두꺼운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퍼억!
“크흑!”
그의 입 안에서 하얀 무언가가 튀어나오며 그가 바닥을 굴렀다. 그의 얼굴은 단 두 방으로 피투성이가 되었다. 근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처사였다.
그와 함께 온 다른 파티원들이 검에 손을 올렸다. 진후는 쓰러진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했다.
“검을 뽑으면 죽음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그의 말에 그들은 올려놨던 손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괜히 자존심 차리려다가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은 까닭이다.
진후는 한쪽 무릎을 꿇고 사내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는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무단으로 사냥터에 침범하면, 대한길드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흐, 흐으…….”
그는 진득한 피를 바닥에 흘리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진후는 그의 파티원들을 슬쩍 보았다가 뒤돌아섰다.
“밖으로 모셔라.”
“예, 길드장님.”
“기, 길드장…….”
길드장이라는 말에 그들은 뒤늦게 놀람을 금치 못했다. 친위대는 그들을 연행하듯이 데리고 나갔다.
* * *
쿵! 쿵! 쿵! 쿵!
규칙적인 발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다. 방패를 든 사내 둘이 가장 앞장을 서고 있고, 그 뒤로는 무기를 든 사내들이 발을 맞추어 행군하고 있다.
“대한길드다…….”
“대한이다…… 저번에 우리…….”
“쉿, 말조심해.”
35층은 여울이 올라간 이후로 한 달 만에 사람들이 몇 배는 더 많아졌다. 난이도가 올라가니 마음이 더욱 급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 휴식층에서 12시 공동에 자리를 잡은 대한길드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을 밀쳐 내고 무력을 휘두르는 것이 힘들었으나, 점점 남들이 주눅들어 하는 그 모습에 중독되어 권력에 물들어 가고 있는 대한길드 길드원들이었다.
그들은 대한길드의 규칙을 무시하면 서슴없이 무력을 행사하였고, 타 길드는 그만한 힘을 지닌 그들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막사를 지키던 지연이 진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어요.”
지연은 일권과 교대하며 막사를 지키는 중이었다. 민철과 유라는 항상 지연의 타임에 맞춰 그녀와 함께했다.
진후는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에 그슬린 가죽 갑옷을 벗고 다른 갑옷으로 갈아입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지연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진후는 항상 대원들과 사냥을 한 타임 뛰고 난 뒤, 쉬는 시간에는 위층으로 솔로행을 나선다. 그녀가 보기에는 잠잘 시간도 거의 없이 사냥만 다니는 것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후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몇 걸음 못 가서 멈춰 서고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다시 와 줘서…… 고맙다.”
뜬금없는 말이다. 대한길드에 온 지 몇 달이 지났다. 지연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진후는 그녀의 반응을 무시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터벅, 터벅.
무거운 방패를 이끌고 걸어가는 진후의 모습에 타 길드 사람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불과 몇 달 전과는 180도 달라진 광경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을 바라보다가 그 반대편에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케라브, 36층입니다.]36층부터는 사람들이 확 줄어든다. 화염고릴라는 4레벨이 최소 세 명은 있어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파앙! 퍼엉!
진후는 마음껏 냉기를 뿜으며 몬스터들을 처치하였다. 그때, 저 끄트머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살려 줘!”
그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약 100미터 앞, 화염고릴라 두 마리가 한 무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 근처에 화염도마뱀 한 마리가 죽어 있고, 사람들은 네 명이 쓰러져 있었다.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니 죽은 듯하다.
단 두 명의 사내들만 남아 있는 상황, 한 사내가 화염고릴라의 육탄 공세에 그대로 엎어졌다. 고릴라는 두 주먹을 추켜세웠다가 그의 몸에 내려쳤다.
쾅 콰앙!
“커헉! 크하악!!”
다른 사내는 고릴라에게 검을 든 손을 잡혔다. 그러고는 그대로 손이 뜯겨 버렸다.
“아아아악!!”
진후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며 고릴라 한 마리에게 데가베르를 던지고 다른 놈에게 방패를 휘둘렀다.
파앙! 팡!
빠르게 화염고릴라를 처치한 진후는 두 사내를 번갈아 보다가 팔이 뜯긴 사내에게 발끝을 돌렸다.
35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오우거의 피가 들어 있는 주머니는 지연이 가지고 있다. 자신은 필요가 없으니 솔로행을 할 때는 놓고 오기 때문이다.
한 명은 안타깝지만 오우거의 피로 치료할 수 있는 외상이 아니다. 내장이 모두 터져 버렸을 것이고 곧 죽을 것이다.
스윽.
팔이 뜯긴 사내를 안아 들고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뒤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잠시만요.”